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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당신은 고블린보다 강합니까?
작가 : 후글다
작품등록일 : 2017.7.8

당신은 고블린보다 강합니까?

 
2화
작성일 : 17-07-08 21:56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18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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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혼드레스가 수련을 끝내고 깊고 긴 숲을 떠돌면서 숲 밖으로 나오기까지 걸렸던 시간은 한 달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한 달 동안 숲속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은 한명도 만날 수 없었고 흉포한 괴물이나 가끔씩 보이는 요정들이었는데 요정들은 항상 혼드레스가 흉포한 괴물들과 생사를 건 접전을 벌인 후에 만났기 때문에 피칠갑을 한 채로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혼드레스의 모습을 본 요정들은 혼드레스가 말을 하기도 전에 흉포한 괴물보다 무서운 괴물을 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혼드레스는 한번을 듣기 힘들다는 요정의 비명소리를 원 없이 들으면서 2주 정도를 정처없이 떠돌다가 괴물들과 싸울 때 겁에 질려 도망가는 괴물들의 방향이 더 깊은 숲속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의도적으로 괴물들을 도망치게 만들어 괴물들이 도망가는 반대 방향으로만 이동했고 4주째 되는 날에 나무 위에 올라간 혼드레스는 저 멀리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발견하고는 미친 듯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갔다.

 마을입구에 도착한 혼드레스는 마을입구에 ‘베리’라고 쓰여 있는 낡은 나무 푯말을 보았는데 뒤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걸한 사부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청아한 목소리였다.

 

 “당신은...누구시죠? 세금이라면 3일전에 냈는데요?”

 “아..? 사람....?!사람이닷!!”

 

 혼드레스가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달려들었을 때 수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여자는 왠 털보덩어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도망쳤고 혼드레스는 사부님 이후로 처음 사람을 본 감격스러운 상황에 감동을 함께 하기위해 쫓아가려고 했다. 그때 수십 개의 창이 혼드레스의 목을 겨눴고 당황한 혼드레스는 쫓아가는 걸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 섰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여자가 한 중년의 남성의 품에 안긴 채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원망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뭔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뭐가 실수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 아직 몸에 아까 싸웠던 괴물의 피가 묻어있어서 그랬나보군 앞으로는 미리미리 닦아야지’

 

 혼드레스가 남자들이 겨눈 창에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할 때 씩씩거리는 남자들 사이를 뚫고 한 늙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보이던 노인은 천천히 걸어가 혼드레스의 앞에 서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저는...혼드레스라고 합니다 숲에서 살다가 이제 막 마을로 왔는데...”

 “자네 거짓말이 서투르군 저 숲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숲이 아니라네 자넨 해테로영주의 하수인인가?”

 

 창을 겨누고 있던 남자들 중 한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죽이라는 소리를 지르자 혼드레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혼드레스의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 꼴을 보니 정말 숲에서 살다온 사람같이 보이는 군 늘어진 머리와 온몸에 묻은 피... 일단 씻기고 다시 이야기를 들어보지”

 

 노인은 할 말을 다한 듯 자리를 천천히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행동에 크게 반하지 않은 채 모두 혼드레스를 손가락질하며 욕하며 자리를 떠나버렸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자 혼드레스는 갑자기 바다위의 종이배처럼 처량한 신세가 되었는데 마을사람들 중 누구도 혼드레스를 데리고 가서 씻겨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혼드레스는 버려지듯 혼자 남게 되었다. 그때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로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목욕정도는 할 수 있는데 저희 집에 가시겠습니까?”

 

 혼드레스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까 처음 봤었던 여자와 중년남자가 서있었다. 여자는 혼드레스를 증오하듯 노려보았는데 중년남자가 따라오라고 말하면서 여자와 나란히 먼저 걸어가자, 혼드레스는 조용히 따라 걸어갔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 혼드레스는 마을이 활기가 없이 고요하고 모두들 원망 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애써 시선을 피하기도 바빴는데 혼드레스에게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테로영주의 횡포가 심해 마을사람들이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요즘에는 관광객이나 모험자분들도 숲이 위험해서 마을에 오려고 하질 않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죠”

 “아...”

 

 혼드레스는 주변을 바라보았는데 바깥세상의 모습이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아 사부님의 가르침을 발휘하는데 제한사항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처음 숲에서 빠져 나갈 때는 그냥 세상을 떠돌며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게 삶의 목표였는데 막상 숲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은 그렇게 원하는 대로 쉽게 돌아가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혼드레스는 어디가 잘못된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혼드레스가 신선한 충격들을 받는 동안 어느새 중년남자와 여자의 발걸음이 멈췄고 조금 낡았지만 주변에 있는 허름한 집보다는 조금 더 큰 벽돌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간 혼드레스는 겉보기완 다르게 가구나 물건들이 없어 집이 휑하다고 느꼈고 중년남자는 일단 먼저 씻어야 대화를 나눌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혼드레스를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혼드레스가 씻는 동안 중년남자는 혼드레스의 피 묻은 옷을 들고 여자가 앉아있는 큰 방으로 걸어갔다.

 여자는 퉁명스럽게 중년남자에게 말했다

 

 “아빠 왜 저 사람을 도와 주는거에요? 저 사람은 절 덮치려고 했다고요”

 “청연아 이 옷 냄새를 조금만 맡아볼래?”

 

 청연은 옷을 내밀자 마지못해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는데 옷에서 나는 강렬한 역한 냄새로 인해 청연은 구토가 쏠리고 정신이 까마득해 졌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연신 기침을 하자, 중년남자는 청연의 어깨를 잡아주면서 말했다

 

 “이 냄새는 내가 전에 숲에서 맡았던 냄새였어... 그리고 이 냄새가 나는 장소에서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죽어있었지 심지어 사람들이 탔던 말들도 함께 짓이겨져 있었어 사람들을 짓이겨버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참혹한 상황에서 맡았던 냄새는 잊을 수가 없었어... 그래 이 냄새는 잊을 수가 없지 정말로 저 남자는 숲에서 살다왔을지도 몰라”

 “거짓말....저 사람은 저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요?”

 “사람은 각각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중년남자와 청연의 이야기가 계속 되는 동안 혼드레스는 처음 보는 화장실 안에서 이것저것 몸에 발라보면서 최선을 다해 몸을 씻은 후 배까지 내려온 산발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씻으니까 너무 좋은데요 그동안 폭포에서 씻는 게 전부였는데”

 “자네...속옷부터 입게나 여기”

 

 혼드레스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진 청연이 시선을 피하고 애써 태연하게 있는 와중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그 자리에서 속옷을 입고 다시 산발머리를 흔들었다. 중년남자는 산발머리를 흔들던 혼드레스에게 의자에 앉아보라고 말한 후 가위로 혼드레스의 머리를 손질해주었는데 청연이 바라본 모습은 마치 정원사가 몇 해나 방치된 나무를 손질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였다. 남자가 여기저기 마구 잘라내자 혼드레스의 머리는 금방 짧아졌고 혼드레스의 얼굴이 드러나자 멀리서 보고 있던 청연은 상상과 다른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 눈앞에 나타나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겨났다.

 혼드레스의 머리가 정리된 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뭉텅이를 쓸어 담으며 중년남자는 혼드레스에게 말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단신’이라고 합니다 이 마을의 댐을 관리 하고 있죠 여기 이쪽은 제 딸 ‘청연’입니다 아까 전에도 보셨죠?”

 “네 따님이 아름다우십니다 댐에 있는 물고기들이 모두 놀라서 도망가겠네요”

 

 청연은 만난지 몇 시간도 안 된 남자가 부끄러운 말을 내뱉자 얼굴이 붉어졌고 단신은 조금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고맙습니다 혹시 이 마을에 오신 이유가 있습니까?”

 “마을에 온 목적은 없습니다. 숲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제일 처음 보였던 마을이 이 마을 이었습니다 아까 영주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횡포를 부린다고 말씀하셨었죠? 어떤 횡포인가요?”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갑니다 생활이 힘들 정도로....”

 

 단신은 잠시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면서 말끝이 흐려지다가 다시 힘주어 말했다

 

 “과거에는 이 마을도 유명했습니다 ‘인어’댐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모았죠 그때 계셨던 영주님도 참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그 시절이 계속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인어댐은 인어가 살고 있습니까?”

 

 혼드레스는 사부님이 말해줬던 인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물어보았고 단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댐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곳은 호수였습니다 저희 마을 조상님 중 한분이 우연히 숲에서 호수를 찾아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연히 찾았다기보다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해메다가 인어의 노래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가게되었죠 맑고 깨끗한 인어의 목소리는 요정들도 감히 흉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인어와 만나게 된 조상님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수에서 조상님이 살 수 없었던지라 인어는 조상님에게 이곳에 댐을 만들고 그 아래에 마을을 만들면 가까이 살면서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서 조상님이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고 오랜 시간동안 마을을 세우고 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댐과 마을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았던 겁니까?”

 “그런데...이야기에 의하면 그렇게 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댐과 마을을 만든 후 조상님은 어느새 노인이 되어버렸고 살아오는 동안 조상님은 인어를 잊지 않았지만 다른 참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 후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고 그 아이가 어른까지 되어 버린 거죠 결국 댐과 마을이 완성이 된 후 조상님은 댐에 가지 못한 채로 수명이 다해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 이후에 댐에는 남자를 기다리는 인어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너도나도 인어를 한번 보기위해 댐에 방문했었죠”

 “그 이야기 사실입니까?”

 “사실이겠습니까? 그저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 중에 제일 그럴싸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애초에 인어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전설인데 현실에서 존재하겠습니까? 하아..”

 

 혼드레스는 댐의 전설을 듣고 나서 호기심에 댐의 위치를 물어보았는데 댐은 마을의 뒤쪽 숲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었다.

 혼드레스는 댐의 위치를 듣고 댐에 가보려고 했는데 문 밖에서 큰 소리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세금을 걷으러 왔다”

 “세금은 3일전에 이미 내지 않았습니까!”

 “세금을 더 걷었어야하는데 그때 계산을 잘못해서 걷었기 때문이지 다들 추가 세금을 준비해라 한 시간 후에 걷어가겠다”

 “제발 좀 살려 주십시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혼드레스와 단신은 마을 광장에서 말을 탄 한 무리의 남자들이 세금을 걷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고 아까 봤던 노인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매달리듯 애원했지만 말에 올라탄 남자들은 애원하는 사람들을 발로 걷어차며 세금을 가지고 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혼드레스는 광장 쪽으로 걸어갔고 단신도 따라 걸었다. 말에 탄 남자 무리 중 가장 음산한 살기를 내뿜는 사내는 말에 탄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혼드레스는 망설임 없이 곧장 그 남자에게 걸어갔다. 잠시 후 혼드레스는 말에 타고 있는 남자 앞에 섰다.

 

 “당신이 영주의 하수인 입니까?”

 “그렇다 세금만 걷으면 조용히 돌아가겠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도록”

 “당신이 여기 와서 일이 커진 것 같은데?

 “너는 누구지? 이 마을에서 본적이 없는데”

 

 검은 소뿔 투구가 번쩍이며 남자의 시선이 혼드레스에게 옮겨가자, 혼드레스는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로 태연하게 서서 말위에 올라탄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야말로 누구지? 나도 너를 처음 보는데?”

 “무례하군. 죽고 싶은 건가”

 

 남자는 등에 찬 검붉은 창을 꺼내들었는데 창을 꺼내드는 힘과 기세가 타고 있던 말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말이 주춤거리며 푸득거릴 때 혼드레스 옆에 다가온 단신이 말했다

 

 “란추! 자네 왜 영주를 위해서 일하는 건가?”

 “단신...난 이제 이 마을 사람이 아닙니다”

 

 단신의 말을 듣고 혼드레스는 말을 탄 이남자도 과거에 이 마을 사람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는데 이 남자의 표정을 보면서 체념한듯한 표정으로 애써 눈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확신했다.

 

 “당신 이 마을사람이면 영주의 횡포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말할 수 없다”

 “란추......”

 “청연......”

 

 단신과 혼드레스는 바로 뒤에 청연이 서있는걸 보았고 청연은 쓸쓸한 눈빛으로 란추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혼드레스는 란추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흔들리는걸 보았다

 혼드레스는 란추의 옆에 있던 하수인 쪽으로 몸을 날려 말에서 하수인을 걷어차 날려버리고는 말에 올라타 신속하게 마을 밖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란추는 옆에 있던 하수인이 눈치 채지 못한 채 혼드레스의 발길질에 맞아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로 말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혼드레스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고삐를 다시 잡았다.

 

 “모두 여기서 기다려 외부인은 내가 처리하고 오겠다”

 

 란추는 말의 몸을 돌려 혼드레스를 쫓아갔다. 혼드레스는 마을 밖으로 나가 얼마 가지 않아 말에서 내렸다 쫓아가던 란추는 혼드레스가 공터에 서있자 천천히 다가갔다 란추의 위압적인 기세에 혼드레스가 타고 왔던 말은 기세에 놀라 멀리 도망 가버렸고 란추가 바로 앞까지 가까워졌을 때 혼드레스가 내뱉은 말은 란추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당신 청연씨를 좋아하나?”

 “....대답 할 가치가 없군”

 “청연씨와의 사랑을 이루게 도와줄테니 대신 넌 마을사람 편에 서서 싸워라”

 “어이가 없군”

 

 란추는 창을 꺼내 들고 곧장 혼드레스에게 돌진했다 란추의 창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주변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일어났는데 란추가 상당한 실력가임을 느낀 혼드레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냉정한 란추의 기세를 보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실력으로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유가 뭐지?”

 “나 혼자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지”

 “알려줄 수 있을까?”

 “나를 이긴다면 알려 주지”

 

 란추의 창은 공기를 뚫고 혼드레스의 가슴 향해 파고들었고 창의 기세가 맹렬해 혼드레스가 뒤로 몸을 날려 피했지만 창과 함께 날아온 바람에 휘말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란추는 바닥에 쓰러진 혼드레스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왼쪽으로 조금 틀어진 투구를 고쳐쓰며 말했다

 

 “난 자비란 없다!”

 

 란추가 다시 전속력으로 혼드레스에게 창을 들고 돌진하자 혼드레스는 바닥에서 일어나 모래를 털어낼 여유도 없이 란추의 공격을 받아야 했고 란추의 창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몸에 파고 들자 혼드레스는 맨손으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 상처를 감안하고 회피했다 교과서처럼 반듯하고 날카로운 란추의 공격이 맹렬해질수록 혼드레스의 팔과 다리의 상처가 깊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연속적인 란추의 공격이 계속 되다가 란추가 마지막 일타를 날릴 때 순간적으로 여러 갈래의 창이 한곳으로 모여 거대한 창의 형상이 되는 착시현상이 일어나며 거대한 창은 빛을 뿜어내며 혼드레스의 가슴을 향해 쏘아졌다.

 혼드레스는 맹렬한 거대한 빛의 창을 완전히 피하긴 글렀다는 생각에 손에 쥐고 있던 흙을 란추와 란추가 타고 있던 말에게 뿌리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란추는 갑자기 얼굴에 날아든 흙에 조금 동요했지만 동요가 오히려 분노를 배로 부추겨 날카롭게 창을 찔렀지만 란추가 타고 있던 말은 흙이 눈에 날아들자 크게 동요해 앞발을 들었고 란추는 몸이 뒤로 기울어지면서 창끝이 살짝 무뎌져 혼드레스의 옆구리를 베었다 보통사람이었으면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졌을 정도의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란추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혼드레스를 끝까지 공격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혼드레스는 많은 상처로 피를 상당히 흘린 상태였기 때문에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졌고 급한 마음에 여유부릴 시간도 없이 주변에서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았다 주변은 허허벌판에 나무밖에 없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일단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혼드레스는 소뿔 투구를 바닥에 내던지며 흙으로 붉게 충혈되어 분노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걸어오는 란추를 보았다.

 

 “당신은...고블린보다 강합니까? 물어 볼 필요도 없겠지만”

 “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고함을 지르며 달려든 란추는 소나기와 같은 창날을 혼드레스에게 퍼부었지만 란추의 시야는 흙으로 흐려져 따가운 고통에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어 창끝의 날카로움이 무뎌졌고 무뎌진 창날은 혼드레스의 몸을 피해서 날아갔다

 

 “당신처럼 강한사람이 왜 마을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거지?”

 

 란추의 창끝을 쳐내던 나뭇가지는 뱀처럼 손 쉽게 창날을 타고 올라가 란추의 양쪽 손목을 차례로 내리쳤고 순간 손목에 힘이 빠진 란추는 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쾅- 소리와 함께 육중한 창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떨어졌고 란추는 바닥에 나앉아 손목을 움켜잡았다

 

 “너는 누구지....”

 “나는 혼드레스 사랑의 기사지”

 “...”

 

 란추는 서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로 몸에 피를 흘리는 혼드레스의 말을 듣고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혼드레스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란추를 보았다

 

 “혼드레스...나는 란추다 너는 행동이 애들 같은데 일부러 그렇게 행동 하는 건가 그렇게 어려 보이진 않는데”

 “숲에서 18년을 살다가 막 숲 밖으로 나온 참이었거든”

 “뭐라고? 숲에서 살았다고? 혼자서?”

 

 란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혼드레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사부님하고 둘이서 살았지”

 “사부님? 18년동안 사부님하고 숲에서 살면서 수련을 했다는건가?”

 “응 그렇지”

 “그렇다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겠군”

 “모든 건 사부님에게 배웠지 살아남는법이라던지...싸우는법...멋있어지는법...여자를 대할 때 행동이라던지...여자는어떤모습을좋아하는지...여자가 좋아하는말이라던지....여자는....”

 “잠깐! 잠깐만!”

 

 란추는 혼드레스의 말을 듣다가 뭔가 이상한 듯 말을 멈춰세웠다.

 

 “혼드레스 사부님한테 배운게 싸우는법이랑 여자에 대한 것 밖에 없어보이는데 그걸 18년동안 배운건가?”

 “응 숲에서 빠져 나온 것도 좋은여자를 찾아서 환상적이고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하려고 하는건데?”“

 “잠깐....그럼 정식교육은 하나도 받지 않은건가 계속 어린애같이 행동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환경에서 지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군”

 “란추 내 이야기는 끝이야 이제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후... 잠시 한숨을 쉰 란추는 손목이 뻐근한 듯 스트레칭을 하듯 손목을 돌려주더니 입을 열었다

 

 “과거에 나는 마을의 청년중 하나로 마을을 위험으로부터 지켰다 온갖 괴물들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막아냈지 이 창과 함께라면 난 죽지 않을 자신이 있어. 하지만 2년전 나와 친구들은 새로 이 땅에 온 영주의 초대로 영주의 집에 가게 되었지 그 당시엔 별일이 없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에 영주를 만나러 갔지만 새로 온 영주는 매우 악독한 사람이었어 영주의 집에는 이상할 정도로 젊은 여자들이 많았고 심지어 여자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뭐 하여튼 식사를 하는 와중에 영주가 자기 밑에서 일하라고 제의를 하더군 하지만 나와 다른 친구들도 모두 거절했지 하지만 영주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사람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베리마을에 댐이 하나있지? 난 그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댐은 싫어하는데 없애게 되면 댐아래 쪽에 있는 베리마을이 위험해질 것 같아서 말일세 그래서 자네들에게 의견을 좀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다네]

 나는 영주가 댐을 파괴하면 베리마을이 전부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영주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가 일을 착실히 해주면 영주는 댐을 부수지 않겠지“

 “지금 이야기 다른 사람들한테도 말한거야?”

 “아니....말할 수 없었지 마을사람들에게 말하면 아마 마을사람들 모두가 영주와 싸우려고 할거야 그러면 결국 댐이 부서지겠지”

 “그래서 그냥 혼자서 악당역을 도맡아서 욕을 먹더라도 진정한 평화를 지키겠다는거였어? 그럼 청연씨는 계속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지내려고?”

 “그건.....”

 

 혼드레스의 질문에 란추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란추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행복을 버렸고 마을사람들의 욕설과 질타조차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그게 란추에게 남은 과거 함께 지냈던 마을사람으로서의 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지마”

 “뭘?”

 “그렇게 멋있어지려고 하지마”

 “....뭐?!”

 “너 여자들한테 인기많았지? 얼굴도 잘생겨가지고”

 “아니..별로...그런데 뭔소리야? 또 못배운거 티내는거야?”

 

 혼드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란추에게 손을 뻗었고 란추는 혼드레스의 손을 잡았다 혼드레스는 란추의 몸을 일으켜 세워주고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움켜잡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마을로 가서 사실을 말해줘 난 댐에 가볼게”

 “댐? 거긴 왜?”

 “인어 나올지도 모르잖아 니가 마을로 오지 않았으면 벌써 인어랑 만났을 거라고. 너 보러 여기온건 아니거든?”

 “하아....”

 

 란추는 창과 투구를 챙겨들고 말에 올라 타 마을을 향해 달려갔고 혼드레스는 댐을 향해 가는 중간에 채집한 약초를 상처부위에 발라 치료하면서 댐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댐은 바로 마을 뒤쪽 고지대에 위치해있었는데 댐은 마을에서 농작물을 키울 때 조금씩 열어 마을 쪽으로 물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이게 한번에 개방되어버리면 어마어마한 물이 마을로 직격으로 쏟아져 마을이 파괴되는 건 주변지형만 봐도 금방 파악이 될 정도였다. 혼드레스가 댐쪽으로 다가갔을 때 혼드레스는 전설의 호수를 볼 수 있었다. 고여 있는 물이지만 이상할정도로 에메랄드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혼드레스가 서있던 물가의 건너편에는 다람쥐나 사슴 같은 야생동물들이 사이좋게 물을 마시고 있었다. 혼드레스도 맑은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목이 말라져 무릎을 꿇고 물을 한 모음 마시려고 수면에 얼굴을 가져갔다 물속을 바라보니 물속 깊은 곳도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였다 혼드레스가 기분 좋게 목을 축인 후 수면에 비친 얼굴을 보았는데 연한 푸른 피부에 이마에 작은 뿔이 난 얼굴이 수면에 보였고 혼드레스는 별생각없이 이마를 만졌고 수면에 비친 얼굴도 똑같이 뿔을 만졌다

 

 ‘잠깐만..내가 저렇게 귀엽게 생겼었나? 아니...난 뿔이 없는데?“

 

 악!!! 귀신이다!!!

 

 혼드레스가 수면을 들여다보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자, 수면에 작은 물보라가 일어났고 물보라가 일어나는 곳에서 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혼드레스는 물보라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수면위로 작은뿔이 올라오자 혼드레스는 침을 삼켰다. 그런데 뿔이 수면에 살짝 올라오고나서 금방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물보라도 사라져 버렸다

 

 ‘뭐...뭐지 방금 그건 물귀신 아니야?’

 

 혼드레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용기를 내어 다시 조심스럽게 수면을 들여다보았는데 물속에서 아까본 물귀신이 뿔을 손으로 잡고 괴로운 듯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혼드레스는 이때 물귀신의 하반신의 비늘이 오색빛깔로 은은하게 빛나면서 물고기의 꼬리와 닮았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인어? 그 이야기가 전설이 아니었다고?’

 

 혼드레스가 놀라면서 감탄하고 있을 때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났다 방금 전의 작은 물보라는 상대로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물보라였는데 물을 마시던 야생동물들도 모두 놀라 도망갔다

 거대한 물보라의 중앙에 사슴 뿔만큼이나 큰 뿔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혼드레스는 뭔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얼른 주위에 있는 날카로운 돌을 집어 들었다.

 떠오르던 뿔은 이내 전부 떠올랐고 얼굴 몸 전부가 떠올랐는데 혼드레스는 방금 전에 본 인어가 아니라 훨씬 크고 아름다운 인어라는 사실을 알았고 인어의 아름다운 자태와 온화하게 미소 짓는 표정을 보고는 코에서 붉은 액체가 조금 흘렀다. 그런데 물위로 올라온 인어는 입을 벌린 채 멍청하게 표정으로 바라보는 혼드레스를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은 숲속에서 동물들을 지켜주었던 영웅이 아닌가요?-

 “영웅? 저는 그런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혼드레스가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사실 야생동물을 구해주려고 괴물하고 싸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생존을 위해 야생동물을 먹었으며 특히나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을 위해 심신단련을 했다고는 죽어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인어는 두 팔을 살짝 들어올렸다

 

 -인어들은 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물은 어디에나 있고 영혼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었던 폭포 계곡의 물은 항상 우리 인어들에게 당신과 당신의 사부의 이야기를 쉴새 없이 들려주었죠-

 “하하..그런가요? 조금 부끄럽네요”

 -제가 지내는 이곳에 당신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 뵙고 싶었는데 제 딸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당신을 놀라게 했죠? 이리 와서 사과드리렴-

 

 혼드레스는 인어의 뒤쪽에 아까 본 어린인어를 보았고 어린인어는 부끄러운 듯 몸을 뒤로 숨기고 작게 말했다

 

 “아까는 미안해”

 ‘응? 이상한데 큰인어는 텔레파시 같은 걸로 말하는 것 같은데 이 인어는 직접 말을 하네’

 -조금 이상하죠? 애아빠가 베리마을 사람이었거든요-

 “전설이 사실이었습니까?”

 -네 이야기의 대부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마지막에 저에게 찾아왔답니다-

 “아..그런가요?”

 -네 그분은 저에게..?!-

 

 

 “인어를 잡아라!”

 

 순식간에 숲에서 던져진 그물은 인어모녀를 잡아 숲으로 끌고 갔고 숲에서 수십명의 용병들이 나타나 혼드레스를 둘러싸고 무기를 꺼내들었다 혼드레스는 용병무리에게 말했다

 

 “너희는 누구지?”

 “우린 일개 용병일뿐이지 인어를 잡는다고 계속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어는 좀처럼 물밖으로 나오지 않거든 낄낄 나오게 해줘서 고마워”

 “인어를 잡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거지?”

 “영주님의...앗!”

 

 혼드레스는 지금까지 영주의 횡포를 듣고 내심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인어모녀가 붙잡혀간 상황에서 또 영주가 언급되자 내면의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눈빛에서 살기가 흘러나오자 말을 하던 용병은 추춤했고 혼드레스는 입을 열었다

 

 “영주...너희가 말하는 영주는 베리마을의 영주냐?”

 “넌 알 필요 없다 여기서 죽으면 끝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

 

 혼드레스의 바로 앞에서 말하던 용병은 혼드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혼드레스의 손에 들린 돌에 투구채로 얼굴이 뭉개져 날아가 버렸다 혼드레스는 날아간 용병이 쓰던 검을 주워들었다

 

 “기회를 주겠다 5초안에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전부 죽는다”

 

 혼드레스의 눈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용병들은 동요했고 용병무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혼드레스의 검날은 화살처럼 용병들의 가슴을 뚫었고 용병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쓰러져나갔다 순식간에 5명의 용병이 쓰러지자, 나머지 용병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고 혼드레스는 서둘러 숲속으로 납치된 인어를 찾아 달려갔다

 

 

 

 “란추 다시 돌아온거야? 혼드레스는?”

 

 청연의 질문에 란추는 혼드레스가 댐으로 갔다고 말해주면서 다 끝났다는 표정으로 후련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청연도 안도와 기쁨의 미소로 화답했다 란추는 마을에 도착한 후 같은 무리였던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마을사람들에게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마을사람들 중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란추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란추는 이제서야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란추를 바라보던 청연은 바퀴소리가 들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마을 입구 쪽에서 영주의 마차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보았다 마을입구를 통해 힘차게 들어오던 마차는 마을 중앙 광장에서 멈춰섰다 이윽고 멈춰선 마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렸는데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간 남자는 마을을 한번 둘러보고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란추는 해테로 영주의 양 옆에 남녀 한 쌍의 기사가 은빛갑옷을 입고 따라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영주는 란추의 앞에 서서 주변 분위기를 한번 살펴보더니 말했다

 

 “흐음..란추...너는 끝내 나를 배신하는거냐 배신의 결과는 알고있겠지?”

 “해테로영주...”

 

 퍽-

 

 란추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은빛갑옷을 입은 여자가 순식간에 란추의 머리를 걷어찼다

 란추가 바닥에 쓰러지자 청연이 여자에게 달려들었고 여자는 청연의 뺨을 후려쳤다

 청연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기절해버렸다

 

 “뒤에 ‘님’을 붙여야지”

 “크윽....”

 

 란추가 바닥에서 신음할 때 해테로 영주는 댐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뭐 이제 상관없지 란추 이제 너는 필요 없어졌다 난 이미 댐에서 필요한 걸 구했거든”

 “허무맹랑한 인어얘기냐?...”

 “허무맹랑한게 아니야 인어는 실존했고 오늘 난 인어를 보고 인어를 느낀다”

 “댐에 인어가 있었다고?..”

 

 란추와 마을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영주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이런 낡아빠진 마을은 없어져도 된다고 이 마을은 인어덕분에 지금까지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었던 거였으니까 이제 이곳은 쓸모가 없어졌네”

 “지금 여기서 사는 마을사람들은? 어쩔셈이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우리 집으로 일단 가지 여자들만 갔으면 좋겠구만”

 “이 자식!!!”

 

 란추가 일어나 덤벼들려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여기사가 발로 란추의 머리를 밟아 쓰러뜨렸다

 

 “던 자네는 댐으로 가서 댐을 무너뜨리게”

 “네 알겠습니다”

 

 은빛갑옷을 입은 남자는 등에 걸친 대검을 꺼내 들어 살펴보고는 등에 걸친 후 댐 쪽으로 걸어갔다

 마을사람들은 남자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주먹으로 마을사람들을 차례로 때려눕혔다 영주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란추의 옆에 쓰러져있는 청연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저 애도 나중에 데려가야겠군”

 

 

 혼드레스가 숲으로 들어가 인어를 찾았지만 풀이 우거져 인어가 어디 있는지 좀처럼 찾을 수 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혼드레스는 큰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잠시 후 혼드레스는 수풀에서 거대한 멧돼지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멧돼지는 혼드레스를 노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바닥에 앉았다 혼드레스는 멧돼지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멧돼지가 어떤 의미로 몸을 돌렸는지 눈치채고는 재빨리 멧돼지의 등에 올라탔고 멧돼지는 쏜살같이 숲을 뚫고 달려나갔다 숲 밖으로 나와 길이 보이는 곳까지 달려가자 저 멀리 앞서서 달리는 마차가 보였다

 

 “저기에 인어가 있는건가?”

 “꾸르”

 

 멧돼지는 마차를 향해 달려갔고 마차의 바로 옆까지 따라붙자 혼드레스는 마차위에 몸을 날려 올라탔다 마부는 뒤에 올라탄 혼드레스를 힐끗보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를 급하게 멈췄고 혼드레스는 마차앞으로 날아갔다

 

 “곤란하게 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군요”

 

 혼드레스는 아까 란추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더욱 벌어졌고 극심한 고통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어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났고 마부는 채찍을 잡아들고는 중절모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했다

 

 “인사를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이거 곤란한 상황이군요 저는 모부라고 합니다”

 “크윽....”

 “보아하니 곤란하게도 상처가 많이 보이시는군요”

 

 마부는 중절모를 다시 푹 눌러 쓰고 채찍을 땅에 늘어뜨렸다

 

 “한방에 보내드리겠습니다 한방에 안죽으시면 고통때문에 곤란하실겁니다”

 “...”

 

 모부는 채찍을 땅에서 튕겨 올리고는 번개처럼 채찍질을 했고 채찍은 불규칙한 번개모양을 그리며 혼드레스의 몸을 이곳저곳 휘갈겼고 혼드레스는 가지고 있던 검으로 채찍을 막았지만 상처부위가 더 벌어지면서 몸을 자유롭게 가누기 어려워 결국 유연하게 움직이는 채찍에 맞아 등부위의 살점이 뜯겨나가면서 힘없이 바닥에 넘어졌다

 

 “그래도 제 공격을 대부분을 막아냈군요 그럼 이제 조금 더 곤란하게 만들겠습니다”

 

 모부는 자주빛 상의 속주머니에서 다른 채찍을 하나 더 꺼내 양손에 채찍을 늘어뜨렸다

 

 “이제 세상과 작별할 시간입니다 이 이상 곤란해질 필요가 없겠죠”

 “...!!”

 

 혼드레스가 정신이 금방 날아갈 것 같은 현기증을 느껴 혼신의 힘을 다해 짧은 시간에 모부를 처치하기 위해 달려들려고 하는 찰나에 쾅-소리와 함께 모부는 하늘로 치솟았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니가 도와줬구나.....”

 “꾸르르!”

 

 멧돼지가 뒤를 경계하지 않고 방심하고 있던 모부를 날려버리자 혼드레스는 잃어가는 정신을 다잡으며 휘청거리며 마차로 걸어갔다 마차를 열자 그물에 걸려 힘을 잃은 채 어린인어를 안고 있는 인어가 혼드레스를 바라보았고 혼드레스는 애써 웃으면서 괜찮다고 연신 말하고는 멧돼지에게 말했다

 

 “니 친구들 중에 큰 새는 없니? 그 친구들이 인어들을 댐에 데려다줬으면 좋겠는데”

 “꾸륵꾸륵”

 

 멧돼지는 혼드레스의 말을 듣고 알아들은 듯 바로 숲속으로 달려갔다 혼드레스는 달려가는 멧돼지를 보더니 다시 몸을 돌려 인어를 바라보았다

 

 -저희를 구해주신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저 멧돼지가 구해준겁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이런 상태고요 하하..”

 

 혼드레스는 벌어져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며 힘겹게 신음하며 마차에 올라탔고 천천히 그물을 벗겨냈다 거친 숨을 쉬는 혼드레스를 바라보던 인어는 안쓰러운 듯 혼드레스에게 말했다

 

 -물속에 있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게 원망스럽네요-

 “괜찮습니다... 외출한 김에 창문으로 숲과 꽃이라도 보시죠 하아... 햇살도 좀 쐬시고 하하...아..”

 

 혼드레스가 거친 숨을 내쉬자 기절해있던 어린 인어도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피를 흘리며 앉아있는 혼드레스를 보고 놀라 정신을 차렸다

 

 “엄마 여긴 어디에요? 저 아저씨는....”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저분이 우릴 구해주셨단다-

 “인어아가씨 아저씨는 아직 아닙니다 오빠라고 부르세요...허억...”

 

 정신이 없는 순간에도 혼드레스는 인어에게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졌고 어린 인어는 불쾌한 표정으로 혼드레스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

 

 혼드레스는 어린 인어의 말을 전면 부정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출혈로 정신이 흐려져 의식을 잃었다 혼드레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몸이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이 계속 밀려왔고 더 이상 상처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땐 선명해지는 시야로 거대한 물거인이 대검을 든 남자를 거대한 물기둥으로 날려버리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여긴 댐인가.....’

 “엄마는 왜 이런일을 나에게 시키는거지....”

 

 혼드레스는 정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린인어가 혼드레스의 뒤에서 혼드레스를 가슴쪽으로 당겨서 껴안고 혼드레스의 몸을 호수의 흐름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혼드레스는 인어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바로 뒤에서 툴툴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와 인어가 바로 뒤에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절 구해주신겁니까?”

 “왓?! 정신이 든거야?”

 

 혼드레스는 인어가 놀라 껴안고있던 팔을 빼자 이내 몸에 힘이 돌아왔다 혼드레스는 몸에 있던 상처가 전부 치료된 것을 확인하고는 물속으로 사라지는 인어의 뒷모습을 보고나서 물 밖으로 헤엄쳐 나갔다 물 밖으로 나온 혼드레스는 잠시 앉아서 아문 상처를 더듬어 보면서 쉬고 있었다

 쉬고 있던 혼드레스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치료해주지 그랬니?-

 -됐어요~ 그 아저씨가 뭐가 좋아서요-

 -니가 가진 인어액은 조금 특별하잖니 그리고 우리 인어들은 인어액을 준 사람과....-

 -됐어요! 그런거 안믿어요 요즘 세상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하시는거에요?!-

 

 티격태격하는 인어 모녀의 말을 듣던 혼드레스는 가볍게 목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인어님 저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보라와 함께 나타난 인어 모녀는 혼드레스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더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소개가 너무 늦었네요 저는 루미네아 제 딸은 네레미입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세상에 알려질테니 이제 저희도 다른 곳으로 가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러신가요? 언제가 또 만날 수 있겠네요”

 -저보다는 네레미를....-

 “엄마 이상한말 하지 마세요”

 

 혼드레스는 툴툴거리는 네레미를 보았고 툴투거리던 네레미도 얼떨결에 혼드레스를 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친 후 잠시 정적이 흘렀고 곧 정신을 차린 혼드레스는 다시 모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는 댐에서 걸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아까 물거인에게 맞아 날아갔던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휘청거리는 몸으로 힘겹게 대검을 들고 댐 쪽에 서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미 댐의 일부가 대검에 의해 파손되어 파손된 부분에 균열이 생겨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거기 당신 뭐하는 겁니까?”

 “댐을 부순다!! 으아아아아!!!!”

 

 혼드레스가 달려가기 직전 남자의 대검은 다시 한번 손상된 댐을 뚫었고 남자가 대검을 뽑아냄과 동시에 댐의 물이 크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혼드레스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남자의 머리를 냅다 걷어차 남자를 날려버리고는 서둘러 대검을 주워들고 물을 틀어막으면서 인어들에게 댐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소리쳤다

 

 -네레미 물거인을 소환해!-

 -알았어요 엄마-

 

 혼드레스는 터져나오는 물을 대검으로 최대한 막았지만 댐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혼드레스가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시점에 거대한 물거인이 나타나 댐의 벽을 받쳤다 막대한 양의 물이 거인의 몸에 흡수되었다가 거인의 머리에서 다시 댐 안쪽으로 분사되었다 하지만 거인이 막을 수 있는 물의 양도 한계가 있었기에 루미네아는 서둘러 소리쳤다

 

 -혼드레스님 빨리 마을사람들에게 댐이 무너진다는 걸 알려주세요 그리고 서둘러서 도망치세요!-

 

 혼드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마을로 뛰어갔고 마을에서 댐이 무너지는 걸 기다리던 영주는 댐의 규모는 생각하지 못하고 마을 입구 쪽에서 하품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서 댐이 있는 방향을 지켜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보이는 혼드레스가 란추에게 소리쳤다

 

 “란추! 빨리 마을사람들 데리고 마을 밖으로 도망쳐!!!!”

 

 란추는 혼드레스의 목소리를 듣고는 황급히 기절한 청연을 업고 마을사람들과 다함께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서두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영주도 불안한 마음에 마차에 올라탔다 호위하던 여기사가 서둘러 마차를 이끌고 마을 밖으로 빠져나갔다 혼드레스가 마을 입구에 다다르기 직전에 댐은 결국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거대한 양의 물이 마을을 덮쳤다 혼드레스도 전력질주했지만 결국 폭풍처럼 몰려오는 물살에 휩쓸려버렸다 혼드레스는 혼비백산해 물속에서 허우적거렸고 허우적거리는 혼드레스가 있는 방향으로 아름다운 인어 그림자 둘이 다가왔다

 

 “이 아저씨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아저씨네요 엄마”

 -그래도 멋지지 않니? 엄마는 이런 남자에 약해-

 “음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하던 얘기 중에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가 나중에 찾아와서 무슨말을 했어요? 그건 저한테 아직 말해주지 않은 얘기였어요”

 -니 아빠는 나중에 찾아왔지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를 영원히 원망해달라고 말하더라고-

 “정말요? 아빠란 사람이 바람이나 피우고 나중에 만나서 원망을 해달라고 했다니 형편없네요”

 -너도 남편이 바람피우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써주렴-

 “흥 지금 이 아저씨를 말하는거에요? 이 아저씨는 제 타입이 아니라고요”

 

 네레미가 손에 잡힌 기절한 혼드레스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하자 루미네아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나는 그를 원망하기보단 한번 꼬옥- 안아주고는 웃으면서 돌려보냈단다 엄마도 참 바보같지?-

 “엄마는 너무 청순파야....엄마?”

 

 네레미는 어둡고 혼탁한 물속에서도 유독 빛나는 사파이어색 물방울들이 공기방울처럼 떠오르는 모습을 신기한 듯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회상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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