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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악마와 계약했다
작가 : 정블루
작품등록일 : 2017.7.7

"살려주세요." 나의 부탁에 악마가 속삭였다. "맛있어 보이네." 발버둥치던 나의 팔과 다리가 그의 노란 동공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살려는 줄게. 대신에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인데요?" 그의 입이 탐욕으로 번졌다. "너의 모든 육체는 내 것이 된다. 너의 심장도." -본문

 
불쾌한 남자 [1]
작성일 : 17-07-08 19:01     조회 : 132     추천 : 1     분량 : 7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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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귀신이 있었다. 그것은 머리를 길게 땋은 총각귀신이었다.

 

 [일어나......]

 

 다행인 것은 이 총각귀신의 모습은 꽤나 온전했다. 여전히 뭔가 홀린 듯한 그것의 동공은 생기가 하나도 없었지만 한군데도 괴기하거나 망가진 곳도 없을뿐더러 제법 얌전하기까지 했다.

 

 ”일어날게.“

 

 [일어나......]

 

 ”일어났다고.“

 

 아오, 진짜.

 

 앵무새같이 귀찮게 쪼아대는 귀신을 뒤로하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갔다. 출근이 임박한 시계를 확인하고 나서부터였다. 총알같이 채비를 마친 내가 전철을 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지금은 밤이었다.

 

 길을 지나다니는 것은 꽤나 위험천만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모르지만 분명히 아침부터 활동을 하는 귀신들도 있게 마련이었다. 대부분의 악귀들이 그랬다. 저녁에는 그것들은 더욱 소름끼치는 기를 발산하고는 했다.

 

 퇴마에 관련된 카르마 서적을 잠깐 찾아봤던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의 내용은 이랬다.

 

 횡사, 변사, 원사한 인간의 영혼이 보통 악귀로써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는 동물과 자연물의 영혼까지 있다. 쉽게 말하면 원시 부족들이나 몇몇의 사람들이 동물을 섬기거나 영혼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식물들을 모실 때에도 악귀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평균적으로는 횡사, 또는 변사한 인간의 영혼은 재해를 몰고 오는 힘이 센 악령이라 하여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거나 제물을 바침으로써 그것을 안정시키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하지만 악귀는 너무도 심술궂어서 인간들의 이런 노력을 알고도 더욱 강한 것을 요구하고는 했다. 이를테면 인간들의 영혼을 잠식하거나 건드는 것등이 대표적이었다.

 

 빙의에 관련된 인간들이 대부분 이랬다. 하지만 그들의 절반은 보통은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그런 증상을 겪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는데 간혹 진짜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것들이 전자의 경우에 속했다.

 

 초반에는 그것들을 감당하려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틀 밤낮을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해봤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그 생각들을 모조리 잊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떨쳐내려고 해도 더욱 나의 머릿속을 조여 왔었다.

 

 그것에 대한 이유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람이었으니 숨을 쉬어야 했고, 동시에 눈을 떠야만 했다.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혼이 달린 인간과 짐승사이에서 또 다른 죽은 영혼을 겪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는 일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겪었으니 나는 익숙해져야만 했다. 어쩔 수 없으니 나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에 순응하고 적응해가야만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왔냐.“

 

 나의 제일 친한 대학동기였던 김슬기였다. 내가 사고가 났을 때 내 옆을 떠나지 않았던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한.

 

 ”고생했어. 별일 없었어?“

 

 ”별일은 무슨. 엄청 많았지. 골이 아프다.“

 

 ”무슨 일?“

 

 ”아까 러시아 손님 한명이 자꾸 내려와서 말 걸잖아.“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퇴근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 뒤로 물었다.

 

 ”아. 그 토르빈스키인가 토르빈시키인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슬기가 짧은 웃음을 베어 물었다.

 

 ”응. 그 시키. 아오.“

 

 ”어쩔 수 없지, 뭐. 컨시어지 직원 부르지 그랬어.“

 

 ”불렀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잖아. 아마 당직실에서 자고 있었을걸?“

 

 ”흐음. 그건 좀 문제네.“

 

 골몰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내가 이제 막 짐을 싸는 그녀를 보며 뒤로 가 등을 토닥였다.

 

 ”일단 들어가서 자. 내가 그 스키한테 잘 말해볼게.“

 

 ”뭘 말해. 행여나 말 걸지 마라. 한번 대화 시작됐다가는 한 시간은 기본이다.“

 

 ”체크아웃이 언제더라.“

 

 ”내일. 너 고생 좀 해야 될 거야.“

 

 슬기의 말에 내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 인수인계 사항 있어?“

 

 ”오늘은 그냥 거기 엑셀파일에 넣어둔 것만 보고 참고하면 돼. 딱히 변동사항은 없더라.“

 

 ”수고했어. 들어가는 거야?“

 

 ”응. 오늘 이 언니가 너무 짜증이 나서 쇼핑 좀 하고 가련다.“

 

 ”언제는 쇼핑 안한 것처럼 말하냐.“

 

 내 핀잔에 그녀가 약 올리듯 웃었다.

 

 ”부럽냐?“

 

 ”어. 잘 가라.“

 

 ”어. 간다.“

 

 능청스럽게 내가 웃자, 그보다 더 능청스럽게 웃은 그녀가 손을 휘휘 저으며 엘리베이터로 갔다. 마침 다른 양식레스토랑의 직원들과 가볍게 인사한 슬기가 한번 더 내게 인사하며 멀어져갔다. 야, 너 뒤에 꼬마 귀신 붙었다. 하지만 뒷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머쓱하게 웃었다.

 

 슬기와 나는 대학동기였다. 같은 대학의 같은 호텔경영학과를 나와, 현재는 같은 호텔에 입사까지 한 사이다. 보통은 어릴 때의 친분들을 더 가까이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슬기와 나는 예외였다.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와 나는 삐걱거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꽤 쿵짝이 잘 맞는 사이다.

 

 그런 그녀와 같은 호텔에 입사를 한지도 어느샌가 일 년이 지났다. 초반에는 일 때문에 살짝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일’ 때문이었다. 일이 끝나면 평소처럼 장난을 치고 같이 밥을 먹는다.

 

 하지만 호텔은 교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는 일반적인 근무의 여유는 호텔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보통은 3교대로 진행이 되는데 일주일마다 스케줄을 근무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경하고는 한다.

 

 얼마 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은 주주, 야야, 비비로 돌아간다. 주간, 야간, 비번 순인데 나는 오늘 야간을 맡는 날이었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호텔의 프론트는 11층에 위치해있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꽤 독특한 구조였다. 평균적으로 로비는 손님의 편의와 동선의 효율성을 위해 1층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예외였다.

 

 이곳에서는 단체 관광객보다는 개인관광객, 즉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위해 이렇게 설계되어있다고 했다. 물론 나또한 면접을 보러 왔었을 때에 11층에 프론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자신의 직장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있다면 뭐가 대수랴.

 

 단지 피곤한 것뿐, 나이트 근무는 평소와 똑같은 여유로움으로 흘러갔다. 내가 있는 프론트의 맞은편에는 손님을 위한 또 다른 레스토랑과 라운지를 섞은 공간이 있다. 이것 또한 전략적으로 설계된 구조였다.

 

 이곳에는 밤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커플들이 많았는데, 이곳에 프론트를 둔 이유는 또한 그 커플들을 객실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꽤나 치밀하게 전략을 세운 것이 틀림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양주와 간단한 안주를 먹었던 커플 한 쌍이 내게로 느릿하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자고 갈 건데요.“

 

 내 정직한 시선이 그들에게로 가기 시작했다. 평소 훈련한 사무적인 발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객실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여기 객실 타입을 보고 결정해주시겠습니까?“

 

 둘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한참동안을 얘기를 나누더니 곧이어 내게로 다가왔다. 남자가 카드를 꺼내며 웃었다.

 

 ”그냥 스탠다드룸 주세요. 침대하나짜리로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목의 울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객실가와 지금 남아있는 일반실의 컨디션을 머릿속으로 파악한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가 6월달 프로모션으로 객실 반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식과 같이 이용시 객실의 50프로가 할인 가능한데, 어떠신가요?“

 

 조금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이것은 거의 반강제적인 협박이나 다름없다. 객실을 더 비싸게 쓰고 조식을 먹지 말던가, 아니면 조식을 먹고 그나마 객실이라도 싸게 이용하라는 말이였다.

 

 웃긴 건 조식을 포함해도 객실가를 세일해주는 것에 대한 편차는 거의 근소한 편이다. 그럴싸하게 프로모션으로 둘러댄 일종의 세일즈 전략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조식도 같이 할게요. 조식 두 명으로요.“

 

 역시나 걸려든 그들 앞에서 나는 밝게 미소 지었다. 그들이 걸려들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말이다. 레스토랑팀과 웨딩팀, 그리고 연회팀에게 질수는 없지.

 

 ”네. 조식과 tax포함, 총 18만 8천원 되겠습니다. 조식은 1층 양식 레스토랑에서 뷔페 형식으로 진행이 되며 간단한 소반 정도는 따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조식 시간은 9시부터 11시까지이며 시간이 늦을 경우에는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네네.“

 

 대충 대답한 손님이 건넨 카드를 재빨리 받아 결제를 마쳤다. 그때까지 내부를 온 눈으로 훑던 그의 애인이 빨리 가자는 듯이 보채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내가 카드 두 장을 재빨리 모니터와 시그널 카드 투입구에 넣고 인식을 마친 다음에야 그들에게 그것을 건네며 웃었다.

 

 ”객실은 611호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그들은 엘리베이터로 가기 전, 내게 차량키를 맡기고서야 팔짱을 끼고 내 눈앞에서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커플 지옥.

 

 두 장의 카드 인식이 무사히 끝냈는지 확인할 때였다.

 

 ”고생이 많아.“

 

 다가온 것은 이곳 라운지의 홀을 맡고 있는 하태조 주임이었다. 맙소사. 이제 고작 한 팀 받았는데?

 

 ”하주임님. 오늘 야식 메뉴는 뭐에요?“

 

 그는 짧은 파마머리를 매만지며 나에게로 웃었다. 별 의미 없는 그 행동과는 반대로 나는 이미 머릿속에 야식을 그려내고 있었다.

 

 ”오늘, 양고기 스테이크일걸? 아까 보니까 온쉐프가 기대해도 된다고 전해달라더라.“

 

 ”오. 양 스테이크.“

 

 온쉐프의 정확한 이름은 온열이었다. 온열 쉐프. 뭔가 요리하는 이름과 의미심장하게 매칭이 된다.

 

 ”아무튼 수고해. 주변에 여자 있으면 소개 좀 해주고.“

 

 ”있으면 반드시 소개해드릴게요.“

 

 ”그 말, 벌써 이만 번째야.“

 

 이만 번째를 말하게 만드는 하주임의 특징 없는 성격이 문제라고. 아오.

 

 그가 약간은 음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따로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붙어있는 꼬마 귀신이 보였다. 그놈의 귀신, 지긋지긋한 귀신 말이다.

 

 다행이도 온순한 모양인지 하주임의 등 뒤에 매달려 연신 부산스럽게 발을 구르는 그 꼬마 귀신이 몰래 자신을 쳐다보던 나와 짧게 눈이 마주치자 순식간에 입이 가로로 찢어지기 시작했다.

 

 [킬킬!]

 

 그것에 놀란 내가 얼른 고개를 홱 돌렸다. 참고로 저것 또한 악귀의 일종이었다. 악귀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떤 원한귀라던가, 평범한 잡귀와는 레벨을 달리했다. 그들은 대부분 인간 자체에 미련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인간들을 홀리고 다니거나 혹은 그들이 짓밟혀지고 두려움에 떠는 것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악귀였다. 심성이 고약한 것들이다.

 

 ”차라리 점집을 차려?“

 

 모르긴 몰라도 꽤나 떼돈을 벌 것만 같았다. 이름은 음, 유정도사?

 

 멀어져가는 하주임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꼬마 귀신은 짓궂게 그의 파마머리를 매만지며 기괴한 미소를 짓는다. 저런 것도 모르는 채 나를 보며 여자소개나 해달라고 하는 하주임은 도대체......

 

 참고로 저기 매미처럼 붙어있는 꼬마 귀신 또한 절대로 어리지 않다. 또한 이 호텔, 내가 일하는 11층에서 아예 살고 있기까지 한다. 내가 입사를 하자마자 봤던 귀신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지박령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인간세계에 숨어살며 원한, 혹은 미련의 해결대신에 그들에게 눌러 붙어 살기로 작정했다. 모르긴 몰라도 나이가 나보다 몇 십배는 많을 것이다.

 

 ”흐음. 오늘 또 이거 외워야 하네. 귀찮게.“

 

 할 일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그날의 특이한 손님의 컴플레인이라던가 새로 나온 다음 달의 프로모션은 미리 숙지해야만 했다. 그것들은 호텔에서 쓰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에 대입이 되고 또한 내가 일하는 호텔의 홈페이지에 등록이 되는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한 달마다 최소한 2개정도의 프로모션이 쏟아져 나오니 그때마다 객실가와의 혼합이라던지, 레스토랑의 메뉴와 같이 합산을 시켜야 한다던지에 대한 복잡함이 숨어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일이니 참고 인내해야 한다.

 

 ”어딨더라......“

 

 나이트 근무는 오전과 오후의 일과는 달리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평일에는 주말과는 다르게 예약손님만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과 시간이 꽤 많은 편이다. 분명 내가 모르게 위에 있는 감시카메라로 보고 있을 박회장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숨어서도 아주 잘 자는 요령을 이미 터득해 있었다.

 

 ”수고, 이주임. 갈게!“

 

 ”들어가세요. 고생하셨어요!“

 

 ”양 스테이크 맛있게 먹으라고!“

 

 자정이 조금 넘자 하태조 주임이 부랴부랴 나의 앞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하주임은 파트타이머로 보통 12시 반이되면 퇴근을 한다. 온열 쉐프 또한 일주일마다 격주로 돌아가는 파트타이머인데 새벽 2시가 돼서야 레스토랑의 불을 끄고 나온다.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의 개수는 고작 한 테이블이었다. 내 앞에 보이는 건 창가 면만 불이 켜진 레스토랑과 그 앞을 밝히는 아늑한 주황 불빛이 전부였다.

 

 ”이주임. 잠깐 객실에 가 있을 테니까 저기 남아있는 손님들이 뭐 찾거나 무슨 일 있으면 곧장 연락 줘.“

 

 ”네. 쉐프.“

 

 ”양 스테이크 맛있게 먹고.“

 

 ”벌써 기대되는데요.“

 

 ”먹을 만 할 거야.“

 

 그는 한껏 꾸며져 있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쓸며 피곤한 표정으로 내게 웃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무섭지는 않았다. 1층에는 밤을 세는 컨시어지 직원들이 매일 대기하고 있었고, 또한 나는 귀신까지 보는 눈을 장착하고 있다. 아마도 웬만한 끔찍한 악귀가 아니면 나는 평범한 귀신을 보고도 웃을 자신도 있었다.

 

 곧 있을 다음 달 프로모션에 대해 숙지한 내가 성큼성큼 걸어가 라운지의 어느 비워진 손님 식탁에 예쁘장하게 올려진 양고기 스테이크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갖고 오기 시작했다. 체면만 아니었으면 당장 뼈에 붙은 살점을 손으로 뜯고 싶을 정도였다.

 

 가지러 가다말고 내가 멈칫했다. 창가 쪽에 앉은 커플의 옆에서 아까 전에 하주임을 괴롭히던 꼬마 귀신이 아직도 짓궂게 장난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머리칼을 갖고 노는가 하면 그녀의 품을 끌어당기며 남자에게로 음흉한 웃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때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귀신이라도 역시나 남자는 남자다.

 

 쓴웃음을 지으며 양 스테이크라 담겨진 볼을 들고 고개를 홱 돌렸다. 프론트가 아닌 그 뒤에 있는 프론트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업무용 데스크 앞에 앉은 내가 포크와 나이프를 든 채 혼잣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지금은 여기 없는 온열 쉐프에 대한 일종의 감사의 인사였다. 이제 막 고기를 한입 먹기 좋게 썰어 입 안으로 넣어질 때였다.

 

 띠리링- 프론트의 사무용 벨이 소음을 내고 있었다. 황급히 받아들자마자 들리는 사무적인 음성이 내 귓가에 꽂혔다.

 

 [손님 올라가십니다.]

 

 ”네.“

 

 나는 컨시어지 직원의 전활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내면서 수화기를 원위치로 복구했다. 뒤에 있을 양고기 스테이크가 자꾸만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곧 먹어주마.

 

 프론트에서는 호텔에 설치되어 있는 32개의 감시카메라를 일일이 실시간으로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주의 깊게 보지는 않는다. 이미 1층의 직원들이 벌써 손님에 대한 확인을 마치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워크인 손님이십니다.“

 

 ”네!“

 

 컨시어지 직원이 손님과 11층까지 올라와서는 멀리서 내게 안내를 해줬다. 밝게 대답한 내가 마침 정리하던 서류뭉치들을 보조용 데스크 앞에 대충 둘러두고 프론트로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다.

 

 ”......“

 

 나의 고개가 느릿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

 

 그 순간이었다. 나의 눈이 멎기 시작했다.

 

 ”객실을 좀 예약하려고 하는데?“

 

 내 앞에 선 이는, 내가 며칠 동안 그토록 밤잠 설치게 만들며 불안함에 떨게 해준 장본인. 노란 눈의 남자였다. 그의 웃음이 아찔하게 나에게로 박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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