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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면회
작성일 : 17-07-08 17:27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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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머그 벅은 맥주를 마시면서 주인장 벌크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맥주를 뺏어 먹어서 미안하다는 눈짓을 하자 벌크는 그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그 벅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술이 한 모금, 두 모금 들어가고 맥주잔이 한 잔, 두 잔 비어가자 머그 벅의 테이블은 금세 시끌벅적 해졌다. 레이린의 오향주가 정말 맛있다는 말에 벤트릭이 한 번 마셔보고 싶다고 나섰고, 벤트미히가 미쳤냐면서 펄쩍 날뛰는 것을 머그 벅이 원래 술은 어른에게 배우는 게 좋다고 그를 설득했다.

 오향주를 한 모금 마신 벤트릭은 단숨에 눈동자에 힘이 풀리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벤트미히는 날뛰는 벤트릭을 말리느라 말하는 요상한 나무를 나무라지 못했다. 머그 벅은 껄껄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파티 같은 시끌벅적한 자리를 좋아하는 레이린에겐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레이뮌즈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홀에 있는 다른 우타 종족과 이종족들이 항의성 눈치를 주었지만 머그 벅의 눈치가 보여 직접 말하는 이는 없었다.

 

 * * *

 

 현우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데너드 교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썼다. 데너드 교수는 고개를 슬쩍 앞으로 내려 안경을 콧등에 간당간당하게 걸치게 만들고 나서 눈을 치켜떴다.

 마토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낯이 익었다. 바로 현우가 치킨 가게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치킨 가게에 일하러 가는 날의 절반 이상을 지각했고, 열 받은 찬희는 지금 데너드 교수처럼 현우를 앞에 세워두고 말없이 노려보곤 했다.

 “저번 수업 시간에 난 지각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네. 기억나나?”

 데너드 교수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현우는 끝까지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왜 지각을 했나? 이번에도 저 빌어먹을 계단 때문인가?”

 레이린과 벤트릭은 책상에 앉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둘은 제발 현우가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변명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흐리멍덩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현우, 자네가 지각을 한 원인을 묻고 있네. 무엇이 자네를 지각하게 만들었지?”

 바위처럼 굳어 있던 현우의 얼굴에서 눈동자만 위쪽으로 움직였다.

 “음…….”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에 잠겼다. 기억은 빠르게 어젯밤으로 향해 날아갔다. 먼저 뻗어버린 벤트릭, 들뜬 레이린의 목소리, 입안에 남은 맥주향, 나른한 몸. 많은 장면들 중 갑자기 두 이종족이 나타났다. 새벽의 기운 때문에 평소보다 더 퀭한 눈을 번뜩이며 웃고 떠드는 리온의 얼굴과 흥이 오를 대로 올라 계속해서 술을 권하는 머그 벅.

 현우는 머그 벅의 종족 이름을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을 말한다고 데너드 교수가 알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나무 때문에요.”

 “…….”

 데너드 교수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마토는 머리를 짚었다. 강의실은 싸늘한 침묵에 잠겼다. 모두 현우가 데너드 교수를 만만하게 보고 농담을 뱉은 줄 알았다. 오로지 레이린과 벤트릭만이 머그 벅을 떠올렸다.

 “...들어가게.”

 데너드 교수의 목소리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현우는 냉큼 고개를 꾸벅이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널찍한 책상 위에 수업에 필요한 책들과 여러 필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괜찮아?”

 옆 책상에 앉아 있는 레이린이 작게 속삭였다. 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 모두들 번안경을 끼고 <실루엔노틀의 창립> 책의 14페이지를 피게. 실루엔노틀은…….”

 학생들이 허겁지겁 번역 안경을 끼면서 책을 펼쳤다. 현우는 혼자서 하품을 길게 뱉으면서 주머니를 뒤졌다.

 “음?”

 손동작이 점점 빨라졌다. 어느 주머니에도 안경 케이스는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번역 안경을 끼고 책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매우 귀찮아하는 표정이었지만 레게머리 흑인 친구마저 번역 안경을 끼고 있었다.

 현우는 슬그머니 상체를 수그려 앞에 앉은 학생의 몸 뒤로 숨었다. 그리고 교수의 설명하는 말을 들으면서 책을 보는 척했다.

 “이때 위대한 네 명의 쉐도어가 나타나 여태껏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최대의 환영의 공간, 실루엔노틀을 만들게 된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위대한 네 명의 쉐도어는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작 이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은 역사서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한 학자의 가설이…….”

 데너드 교수는 단조로운 어조로 수업을 진행했다. 입 안에서 목소리가 맴돌아 아기 옹알이 같았다. 심지어 현우는 번안경이 없어서 실루엔노틀 언어가 빼곡히 적혀 있는 책을 보자 끝없는 지루함이 몰려왔다.

 그는 졸음을 피하지 않았다. 마토가 데너드 교수의 눈치를 보면서 현우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지만 그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마토의 시야는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졌고 나른한 기분이 들더니 곧 의식이 아득해졌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현우가 기적처럼 벌떡 일어났다. 처음부터 현우가 번안경이 없다는 것도,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는 것도 알고 있었던 데너드 교수는 잔뜩 약이 올랐다. 하지만 이미 수업이 끝나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 시간까지 1단원을 예습해오게. 그리고 절대 지각하지 말고, 번안경도 잊지 말고 챙겨오도록.”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정작 고개를 끄덕여야 할 현우는 묵묵부답이었다. 데너드 교수가 현우를 노려보면서 자료들을 교탁에 탁탁 내려쳤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현우는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다. 당황한 레이린과 벤트릭이 교재를 들고 허둥지둥 현우를 따라갔다.

 그들은 와글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식당으로 가서 테이블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

 “속 괜찮니?”

 레이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수프를 한 입 떠먹었다. 부글거리던 속이 조금이나마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미안해. 아침에 깨워서 같이 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일어나질 않더라.”

 “응? 너 어제 센디버트 너디에서 잤었어?”

 “응, 어제 리온이 시간이 늦어서 위험하다고, 자신이 돈을 내줄 테니까 2층 내실에서 자고 가라고 하더라고.”

 “리온이?”

 “어제 돈 없다고 하지 않았나?”

 레이린과 벤트릭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벤트릭은 입을 크게 벌리고 샌드위치를 입 안에 욱여넣었고, 레이린이 대답했다.

 “맞아, 그랬지. 그래서 난 너무 미안해서 바올리언스 대학교 기숙사에 가서 자면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자고 가라고 하더라고. 여자와 어린이는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면서.”

 마토가 크게 감탄했다.

 “리온이 생긴 건 그렇게 생겼어도 마음은 진짜 착하네. 우리가 실수한 거야. 옛날 어른들이 그랬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거 아니라고 말이야.”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블 아래에서 혼자 밥을 먹는 레이뮌즈만 말이 없었다.

 그들은 점심을 다 먹고 6층 실습 강의실로 향했다. 종이 울리자 여전히 옷을 깔끔하게 입은 라그디헨 교수가 강의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자, 여러분. 오늘은 루나틱 상태가 되는 법을 배울 겁니다. 첫 수업시간에도 말했지만 루나틱 상태가 되는 것은 쉐도어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자 동시에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마법이건, 환영이건, 이외의 다른 능력을 사용하려면 쉐도어는 반드시……. 루나틱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목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말했다. 적어도 이론 수업만큼 지루하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감에 학생들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일어나서 뒤쪽으로 가주세요.”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뒤쪽의 공간으로 걸어갔다.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조명은 어느새 불이 켜져서 바닥에 둥그런 모양의 빛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라그디헨 교수는 조명 하나에 학생 한 명씩 서게 했다. 이윽고 열 한 명의 학생은 일렬로 서서 불빛을 등진 채 라그디헨 교수를 바라보게 되었다.

 “루나틱 상태가 되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라그디헨 교수는 박수를 쳐서 산만한 분위기를 집중시켰다.

 “불빛을 등지고 서서 그림자의 크기와 본체의 크기를 정확하게 맞춘 다음, 몸에 힘을 빼고 쓰러지면 됩니다. 이때 그림자와 몸이 부딪치는 순간에 ‘루나틱’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너무 쉽죠?”

 학생들은 모두 얼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현우와 마토는 그제야 리온이 바닥에 철퍼덕 엎어지는 이상한 행동을 왜 했는지 이해되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각자 조명을 하나씩 잡고 실습을 해보겠습니다. 그림자는 모두 바닥에 누워주시고, 루너는 등 뒤의 조명을 확인하면서 그림자의 크기와 몸 크기를 맞춰주세요.”

 그림자들은 루너 앞쪽의 바닥에 드러누웠고, 학생들은 등 뒤의 조명을 확인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넘어져야 할 땅은 고른 땅이어야 합니다. 만약 땅이 고르지 않으면 그림자에 굴곡이 생기고 크기가 맞지 않아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하나. 무섭다고 눈을 감으면 절대 안 됩니다.”

 라그디헨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설명했다.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에 루나틱 이라고 주문을 외쳐야 하는데, 눈을 감으면 그 타이밍을 알 수가 없겠죠. 그건 아무리 숙련된 쉐도어라 할지라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절대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자, 그럼 누가 먼저 해볼까요?”

 선뜻 나서는 학생이 없었다. 평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레이린은 레이뮌즈가 절대 나서지 말라고 경고해서 가만히 있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아 라그디헨 교수가 한 명을 지목하려고 할 때.

 “제가 해볼게요.”

 빤질빤질하게 생긴 갈색머리 남자가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의 그림자는 남자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라그디헨 교수는 싱긋 웃으며 갈색머리 남자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조명과 그림자의 크기를 번갈아 확인하면서 그의 어깨를 잡고 조금씩 움직였다.

 “일단 그림자의 크기는 제가 얼추 맞추었어요. 하지만 그림자와 직접 발붙이고 있는 본체가 가장 정확히 알 수 있죠. 학생이……. 아, 학생 이름이 뭐죠?”

 “마븐 입니다.”

 “네, 마븐 학생만이 자신의 그림자의 크기가 몸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더 확인해 보겠어요?”

 마븐은 등 뒤의 조명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제자리걸음을 몇 번 했다. 그의 그림자는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는지 마븐을 쳐다보며 자꾸 몸을 움직여댔다.

 “가만히 있어봐!”

 “너 같으면 지금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겠어? 나한테 몸을 던진다는데!”

 그림자가 불같이 화를 냈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븐이 조금 긴장한 얼굴로 라그디헨 교수를 바라보았다. 라그디헨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한 번 해보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마븐은 긴장의 숨을 길게 내쉬고 지체 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루나틱…….”

 철푸덕!

 라그디헨 교수와 학생들이 탄식을 뱉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온몸, 특히 얼굴에 강한 충격을 받은 마븐은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나지막이 신음했다. 그의 그림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마븐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굴러다녔다.

 “저런…….”

 라그디헨 교수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림자의 크기가 아주 미세하게 달랐나 보군요. 분명 말하지만 그림자의 크기와 몸의 크기가 완전히 똑같아야 합니다. 부딪치는 순간에 주문을 외치는, 그 타이밍도 정말 중요하죠. 제가 봤을 때는 주문을 외치는 타이밍도 살짝 빨랐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불신이 가득했지만 교수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자, 다들 제가 지금 말한 것을 유념하며 각자 연습하세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한 명씩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의실 뒤의 공간은 넓었고 따라서 학생들은 각자 흩어져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머뭇거리는 바람에 그림자의 크기를 맞추는 걸음 소리만이 나직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두 번째 도전에 대한 시작은 벤트릭이 끊었다.

 소년은 호기롭게 몸을 던졌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듯이 통증에 몸부림쳤다. 벤트미히도 똑같은 통증에 신음을 흘렸지만 그 와중에도 벤트릭을 챙겼다.

 “큭……. 벤트릭, 괜찮니? 어디 다친데 없어?”

 벤트미히의 자상한 목소리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벤트릭은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철푸덕 거리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려왔다. 금세 강의실은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직까지 시도를 하지 않은 학생은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와 현우뿐이었다. 심지어 레게머리 흑인 남자도 호기심이 동해 큰 동작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아악!”

 갑자기 기뻐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안경을 쓴 한 여학생이 루나틱에 성공한 것이다.

 “이, 이게 뭐야?”

 “성공한 거 같아!”

 “느낌이 너무 이상해.”

 한 그림자에서 두 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라그디헨 교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갔다.

 “굉장해요! 이렇게 단시간에 성공한 건 정말 보기 드문데……. 대단하군요! 느낌이 어떤가요?”

 쓰러져 있는 여학생 옆으로 그림자가 떨어져 나왔다. 당연히 붙어 있어야 할 다리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이상해요. 뭔가…….”

 “꽉 끼는 타이즈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너무 이상한 느낌인데…….”

 불쾌함을 담은 두 목소리가 서로 교차되며 나왔다. 학생들의 이목이 잠깐 집중되었다가 흩어졌다. 그들은 다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루나틱을 시도했다.

 현우는 라그디헨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호흡을 길게 가져갔다. 몸을 계속 움직여 마토의 몸 크기를 맞추었다. 눈썰미가 나쁜 편이어서 크기를 맞추는 시간만 해도 남들보다 배로 걸렸다.

 “진짜로 할 거야?”

 마토가 조마조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 해보는데 나만 안 해?”

 “언제부터 그렇게 적극적으로 했다고 그래?”

 현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의 얼굴에 흥미로움과 불안함 섞인 빛이 감돌았다.

 “지, 집중해. 반드시 한 번에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시도하라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듯이 가볍게 스윽 시도하지 말고, 쉐프가 차려준 음식을 먹는 것처럼 경건하게 시도하란 말이다! 너에게 짓뭉개지고 싶지 않으니까……. 내 말 듣고 있어?”

 현우는 긴장한 탓에 마토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온몸에 힘을 빼고 바닥에 쓰러지는 것. 그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두려운 동작이었다. 심지어 부딪치는 순간 주문을 외워야 해서 눈도 감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현우는 숨을 훅 내뱉고 몸에 힘을 뺐다. 그의 몸이 천천히 기울어졌다. 바닥에 닿을 즈음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황급히 실눈을 뜨면서 외쳤다.

 “루나틱!”

 마토는 난데없이 날아든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그림자 죽어!”

 현우는 신음도 내지 못한 채 얼굴을 부여잡고 몸을 버둥거렸다. 몸 중에서도 얼굴에 전해지는 충격이 가장 컸다.

 “이 자식이! 똑바로 못해!”

 “나도 똑바로 하고 싶어! 제길.”

 현우는 일어서서 다시 불빛을 등지고 섰다. 마토는 두려운 눈길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발이 붙어 있어서 피할 수 없었다.

 “어머, 네 생각이 들리는데?”

 “나도 네 생각이 들려.”

 “잠깐 생각 좀 하지 마. 머릿속이 정신없으니까.”

 “너야말로 생각 하지 마. 앗, 잠깐만. 내 몸을 멋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유일하게 성공한 그림자는 두 개의 목소리로 떠들었다.

 “교수님, 루나틱 상태가 원래 이런 거예요? 상대방의 생각이 계속 전해져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벤트릭을 도와주던 라그디헨 교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정상입니다! 루나틱 상태는 그림자와 본체간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거든요. 또한 서로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있죠. 그래서 싸우지 않고 화합을 이루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엔 한 쪽의 의지를 포기해야만 평상시처럼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요.”

 현우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있는 불빛의 위치를 확인하며 그림자 크기를 맞추었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한 그는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쓰러졌다.

 “루나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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