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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6화
작성일 : 17-07-08 13:11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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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누님께서 엄청 기뻐하셨어.”

  “소모가?”

 

  대답이 없었다. 도이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나에게 중요한 말을 꺼내려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도이를 위해 아무 말 않고 곁에 조용히 있어주었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는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랐어.”

 

  긴 침묵 끝에 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해. 지나치게 세금을 많이 뗀다든가, 애꿎은 사람한테 누명을 씌운다든가 온갖 비리란 비리는 다 저지르는 아버지를 막을 도리가 없으니까 괜한 우리한테 불똥이 튀긴 거겠지. 진짜로 미움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무려 상임씩이나 되니까 말이야.”

  “상임이 뭔데?”

  “뭐?”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도이의 시선 때문에 약간의 창피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것이었다. 소모와 도이를 ‘상임’의 자제라는 이유로 굽실거리던 의원, 그리고 비아냥거리던 사람들. 왜 이렇게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긴, 머리를 다쳤으니까 어쩔 수 없나.

  그러니까 상임은 각 지역의 책임자를 일컫는 말이야.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고제티’라는 지역이니까, 아버지가 바로 고제티의 상임이 되는 거고.

  고제티는 이 나라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권력도 그만큼 막강해. ‘주군’의 고향이기까지 하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주군’이라고 하면…….”

  “이 나라의 총 책임자야.”

  “그러니까…… 사람들하고 정부 간의 사이가 별로 좋지가 않다는 거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것만큼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라고 느끼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글쎄, 꼭 그런 것만은 아냐. 모든 사람들한테서 성군이라 칭송받는 예군이 있으니까.”

  “예군?”

  “예군은 예비 주군이라는 뜻인데, 행실이 올바르고 착한 성격으로 유명한 사람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예군만큼은 믿고 따르는 편이지.”

 

  예군이라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도이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시선을 떨어뜨린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며 부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하여간 우리 아버지는 정말 멍청하고 역겨운 사람이야. 틈만 나면 권력을 앞세워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나, 최근에는 흡혈귀들과 친선을 맺는다면서 아주 지랄을…….”

 

  흥분하며 말을 뱉어내던 도이가 헉 소리를 내며 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도이는 방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을 보고는 안심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말은 잊어. 젠장, 괜한 말을 해버렸네.”

 

  도이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흡혈귀?”

  “잊으라니까.”

  “아니, 내 말은…… 사람 피 빨아먹는 그 흡혈귀 말하는 거야?”

 

  도이의 눈썹을 씰룩 움직였다.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얼굴이었다.

 

  “그런 게 여기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당연한 걸 왜 계속 물어?"

 

  얼굴을 찌푸리는 도경을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놀라움은 가시질 않았다. 이 세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굉장한 세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방금 말은 그냥 잊어. 알았지? 아무한테도 말 하지 말라고. 누님한테까지도.”

  “알았어.”

  “음, 그러니까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도이가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중얼거렸다.

 

  “고맙다.”

  “응?”

  “아, 고맙다고!”

 

  나는 멍하니 도이의 붉어진 귀를 쳐다보았다. 의아함에 고개가 저절로 기울여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도이가 고마워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뭐가 고마워?”

  “그냥, 누님이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처음 봐서…….”

  “아…….”

  “그렇다고 우쭐거리지 마. 나는 여전히 네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도이가 순식간에 미소를 싹 지우고는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경고했다.

 

  “누님께서 너 때문에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땐 정말 너를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거야.”

 

 

 

 

 *

 

 

 

 

  도이에게 소모를 건들지 말라는 협박을 받은 지 열흘이 지났다. 낯선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은땀 흘려가며 적응을 해나간 지 무려 열흘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적응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창문 너머 보이는 따스한 햇살과, 높고 답답한 건물들에 치이지 않는 푸르른 하늘, 그리고 벽 너머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모의 콧노래를 듣고 있을 때면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낯선 땅과 사람들 사이에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뿐, 까칠하던 도이에게 사소한 장난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잘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모두 소모 덕분이었다.

  소모는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던 도이를 다그치고 나무랐다. 언제는 나를 마룻바닥에서 재웠다며 도이의 정강이를 걷어차기까지 했다.

  도이는 소모에게 혼난 뒤부터 밤늦게까지 뒤뜰에서 무술을 연마하다가 내가 잠이 들 때쯤에야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내가 일어날 때가 되면 옆에 따뜻한 체온만이 남아 있을 뿐, 도이가 내 옆에서 자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도이의 일상은 늘 뒤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풀들이 뒤덮여 있는 뒤뜰 한 곳에는 볏짚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하인들이 아침마다 그 볏짚들을 가지고 기다란 원형을 만들어 세워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늘 도이의 검에 의해 산산조각 나 버리기 일쑤였다. 자신의 키와 비슷한 길이의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모습을 볼 때면 진심어린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소모는 집안 어느 곳을 갈 때마다 나를 껌 딱지처럼 달고 다녔다. 같이 밥을 먹자며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고, 알록달록한 꽃들이 수두룩하게 모여 있는 정원 옆을 함께 걷기도 했다. 집이 얼마나 넓은지, 소모가 집을 구경시켜주겠다기에 따라갔는데 그만 길을 잃어 하인들에게 도둑놈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나를 데리고 소모는 매일같이 서재에 데려가 이 세계에 대한 기초 지식들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는 소모가 직접 제안한 것이었다.

 

  ‘흡혈귀는 옛적부터 우리와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종족이지만, 용은 달라. 그 자체가 성스러운 존재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신격화해서 찬양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지.

  우리가 요괴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흡혈귀에게 습격을 받지 않고 팽팽한 대립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현재 주군께서 용의 가호를 받고 있어서야.’

  ‘용이랑 흡혈귀들을 직접 본 적은 있어?’

  ‘글쎄, 용은 한 번도 본 적 없어. 그도 그럴 게, 용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거든.’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평행세계인 건지, 소모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벌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와 하늘을 날 수 있는 신비한 동물, 용. 예전 세계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다루어졌던, 다소 허구적인 존재들이 이 세계에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니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쇼, 오늘은 같이 한 번 밖에 나가보지 않을래?”

 

  잠시 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데, 눈앞으로 소모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밖에?”

  “응. 누가 길치 아니랄까봐, 과일을 사 온다던 왈즈씨가 아직도 안 돌아왔어.”

 

  소모가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평소 웬만해선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던 소모였기에 의아함이 먼저 앞섰다.

 

  “왈즈씨가 누군데?”

  “쇼는 아직 잘 모르겠구나. 왈즈씨는 우리 집 정원사야. 주방 아주머니가 아침에 심부름을 시켰다는데 아직까지 안 오고 있대. 우리가 찾으러 가자.”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지금 한가한 사람은 너랑 나 둘뿐이야. 자, 어서 일어나. 아주머니가 과일 케이크 만들어주기로 했단 말이야.”

 

  나를 잡아끄는 소모의 손을 뿌리칠까 하다가 관두었다. 소모에겐 미안하지만, 그녀와 나 단 둘이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올 게 눈에 훤한데 나가고 싶을 리가 없었다.

  혹시 모르니 도이도 함께 데려가자는 내 말에 소모는 무술 연습을 하느라 바쁜 애를 억지로 데려가기는 싫다며 반대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거실 창문에 비치는 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을 든 채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거 알아? 쓰러져 있던 너를 발견했을 그 때도 사실 왈즈씨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어.”

  “그래?”

  “응, 정원에 심을 꽃을 가지고 온다면서 밖으로 나갔는데 하루가 지나서도 안 돌아오는 거야. 그래서 왈즈씨가 자주 가는 산 속으로 들어갔다가 널 보게 된 거지.”

  “그렇구나.”

  “왈즈씨는 너무 자주 없어져. 직업은 정원사인데 정작 정원을 가꾸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니까.”

 

  소모가 신이 난 듯 조잘거리며 집 대문을 열었다. 마당을 쓸던 하인들은 기계적으로 허리를 굽히기만 할 뿐, 우리가 나가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어째 불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소모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가 어째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와 반대로 나는 외줄타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기분을 맛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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