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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간의 저편
작가 : 윤혜원
작품등록일 : 2017.7.8

죽음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천둥처럼 찾아왔고 미처 준비하지못한 이별은 모든것을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작이었고 30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다시 만났다. 소멸된 기억을 갖고 천사로 돌아 온 그에게 다가 온 한여자. 그리고 서서히 되살아나는 익숙한 그림자들
이것은 복수일까 아니면 다하지 못한 사랑의 메시지일까?

 
제 1 화
작성일 : 17-07-08 13:09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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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985년 7월 어느 새벽,

 바다는 검푸른 눈동자를 치켜뜨며 서서히 불그레한 입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하얗고 가느다란 손끝에서 찰랑이는 흑백의 떨림은 강원도 속초시의 그림 같은 해변 길을 훑어가고 싱그럽게 시원한 새벽 바다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성우는 이 향기가 익숙했다.

 지금 성우는 무릎 위를 피아노 건반인 듯 두들기며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해안길을 달리는 기차 안에 있다.

 그냥 상상만으로도 느껴지는 그리운 향기에 취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1년 반만에 돌아가는 물치항.

 무명 통기타 가수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시던 작은 카페에 불이 나자 임산부였던 어머니를 구하고 화마 속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불은 아버지와 그의 모든 흔적들을 그대로 집어 삼켰고 그 충격에 어머니는 7달 만에 성우를 낳았다.

 그래서 일까?

 바닷가 출신임에도 생선 한조각 먹지 못할 만큼 비위가 약하고

 비실비실한 체력은 언제나 거친 바닷가 사내아이들의 먹잇감이 되어 이리저리 치이는 외톨박이였다.

 유일한 친구는 물치항 뒷골목에서 한주먹 패거리마저도 쩔쩔매던 공포의 핵주먹 기태였다.

 심각한 중증 자폐아 였던 기태의 동생 기숙이가 한 겨울 돌 바위 아래로 떨어졌을 때 수영도 못하는 성우가 차디찬 바다로 뛰어 들어 익사 직전에서야 구해 냈었고 구해 내자마자 저 체온증으로 거의 죽을 뻔한 그를 기태가 구해주고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백옥 같은 하얀 피부와 가늘고 긴 손가락.

 크고 맑은 눈동자를 감싼 풍성한 속눈썹, 부슬부슬한 탐스러운 머리칼.

 이런 성우의 외모 탓에 기태는 그를 계집애라고 놀려댔지만 성우는 누구보다 기태의 내면 깊숙한 여린 심성을 아는 탓에 단 한 번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강인하지만 순박한 기태를 흠모하기까지 했다.

 거칠디 거친 기태, 여자보다 더 여린 성우.

 그런 둘이 친구라고 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해 성정체성까지 의심하며 수군거렸지만 기태는 언제나 성우의 든든한 보디가드를 자처하며 곁에 있어 주었다.

 1년 반 전

 아버지가 물려 준 유일한 재산인 음악적 재능을 살려 음악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던 날도 기태는 못내 서울까지 따라가 지켜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을 정도였다.

 어쩌면 기태에게 성우는 여전히 이리저리 치여 날마다 눈물바람을 일으키던 10살짜리 꼬맹이였는지도 모른다.

 기태가 마중을 나와 주었을까?

 성우는 물치항의 그리운 내음만큼이나 기태가 그리웠다.

 

  그 시간 기태의 핵주먹은 물치항 뒷골목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대 내노라하는 조직들은 물론이고 특히 서울 강북까지 접수 했다는 소문이 돌 만치 짱짱한 물치파 헌식이는 참으로 집요하게 기태에게 러브콜하고 있었다.

 다부지게 마음먹으면 깡패가 아니라 더한 거라도 되었겠지만 새끼가 뭐라고

 대체 먹고사는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평생을 물질에 농사일까지 48살 젊은 나이에 환갑은 족히 보이도록 늙어버린 엄마 춘자 때문에.

 기태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술만 먹으면 사람이건 물건이건 닥치는 대로 때리고 부수던 난봉꾼 아버지가 어문여자 배위에서 복상사를 한 후,

 지지리 궁상맞은 엄마 춘자 인생의 마지막 보류인 그 집 유일한 대학생 형 기준마저 학교마저 때려치우고 톱스타의 원대한 꿈으로 충무로를 기웃거리며 떠나버렸다.

 거기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자폐증 여동생 기숙이까지.

 이렇듯 온 식구가 제대로 작정 한 사람들 마냥 한 사람 엿 먹이고 있는 판에 자신 만은 차마 싸움꾼으로는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러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지금은 경매 판 짐꾼으로 그 나마 춘자의 유일한 돈구멍, 숨구멍이 되어주고 있는 기태였다.

 그래서 아이러니 하게도 싸움꾼이 되지 않기 위한 싸움을 거의 매일 벌리고 있는 기태였다.

 그런 기태의 숨구멍은 바로 그의 유일한 친구 성우였다.

 

 어느 날인가,

 

 한바탕 펼쳐진 새벽치레로 입술이 터지고 눈덩이가 부어오른 기태는 아침부터 악다구니를 내지를게 뻔한 어머니 춘자를 피해 성우에게 찾아간 적이 있었다.

 

 “어머. 기태야 무슨 일이니. 어쩌다 이랬니? 싸웠니? 아프겠다. 어서 들어와 약부터 발라야지. 아니야 병원가야하지 않니? 그래 얼마나 아프겠니. 많이 아프지? 어쩜 좋아........”

 

 그 아들의 그 어머니였다.

 비린내 찌든 바닷가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투와 표정.

 그리고 똑 같은 눈망울로 나란히 바라보는 모자의 저 글썽거리는 눈물들.

 

 “아이참!! 괜찮아요. 어머니! 저 배고파요! 밥 주세요!!

 

 기태는 순간 치미는 울컥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되레 큰소리를 쳐댔다.

 모시조개가 그득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 동안 성우의 어머니 인희는 내내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김치를 찢어 밥에 올려주었다.

 귓가에는 여느 오성급 호텔 라운지가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기태는 분홍빛 꽃들이 가득 수놓인 커튼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을 바라보았다.

 기태에게 성우는 친구이자 안식이었고 오직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역전을 나서자마자 비릿한 바다 냄새가 덮쳐왔다.

 여전했다.

 1년 반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이곳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 성우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야!”

 

 기태의 목소리였다.

 반가움에 돌아본 성우의 눈에 출입구 난간에 기대 싱긋이 웃고 있는 기태가 들어왔다. 붉은 핏물로 한끗 부르튼 입술이 아픈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과연 바다사나이답게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의 기태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새끼. 그새 서울 샌님 다 됐네!”

 “입술은 왜 그래? 또 싸웠어?”

 “어제 오늘 일이냐?”

 “애냐? 왜 맨날 싸워?”

 “아~ 계집애처럼 잔소리는. 너 진짜 그러다 붕알 떨어져 인마!”

 “야!!”

 “하하하!! 아! 아!”

 

 기태는 그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지만 부르튼 입술 때문에 쓰라려했다.

 성우는 이마저 그리웠다.

 

 둘은 기태가 생선을 배달한다는 대폿집에 마주앉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뭔 상관이야. 공부하러 갔음 공부만 하면 되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나 같은 놈들은 민주주의가 어떠니 독재가 어떠니 하나도 관심 없다.

 목구멍에서 쉰내가 나도록 뺑뺑이 치느라 똥구멍이 너덜너덜하게 다 헤지는구만. 하여튼 배운 것들은...넌 인마 그런데 절대 끼면 안돼! 알았지?”

 

 기태는 여전히 성우를 물가 내놓은 어린 아이처럼 바라보았다.

 

 “거긴 너 같은 애들이 낄 데가 아냐. 괜히 이리저리 치이다 나자빠져서 지근지근 안 밟히면 다행이지. 잘못하면 죽어!! 차라리 외톨박이로 살아. 피아노나 열심히 치란 말이야!”

 

 기태의 걱정은 적중했다.

 성우는 골이 쪼개지고 피부의 온 땀구멍으로 파고드는 독한 체루탄 냄새에 집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고 덕분에 어릴 적 거친 바다 사내아이들에게 치였던 그때처럼 여기저기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 였다.

 기태의 걱정 어린 눈빛을 향해 성우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쁘냐?”

 

 기태는 밥그릇만한 술잔에 탁주를 탈탈탈 따르며 게심치레한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하긴 데모할 시간이 어딨겠냐? 피아노 쳐야지 연애 해야지. 하여튼 서울 계집애들은 이상해? 이런 비실비실한 암소 눈까리 가진 놈이 뭐가 좋다고”

 

 성우는 짠내 풀풀나는 오징어 젓갈을 입에 넣다가 피식 웃어 버렸다.

 기태는 벌컥벌컥 탁주를 마시고 특유의 썩소를 날리며 성우의 부슬부슬한 머리칼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꼴에 남자다 이거지? 잤냐?”

 

 성우는 놀란 토끼눈으로 기태를 바라보았다.

 

 “놀라긴. 여자만나면 손잡고 뽀뽀하고 그리고 잠도 자는 거 아니냐?”

 “그런 여자 아니야. 채란이”

 “채란이? 그 여자 이름이냐? 딱 서울 계집애들 이름 같네.”

 

 맞다. 채란이는 기태가 말하는 서울여자다.

 푸른 물방울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긴 머리의 하얀 피부를 가진 상냥한 서울 여자.

 기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채란이를 마치 늘 만난 여느 여자를 이야기 하듯 거들먹대며 떠들어댔다.

 

 “그런 여자 저런 여자가 어딨냐? 여자는 뭐 다 다른 줄 알아? 여자. 다 똑 같애.

 그리고 그런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가 그런 여자야? 남자 여자 연애하면 잠도 잘 수 있는 거지. 그러다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는 거고.“

 “우리 결혼 할거야. 그래서 같이 유학도 가고.

  발레리나야. 채란이”

 “발레? 삐적 마른 북어 대가리같은 기집애들 하는 그 발레?”

 “북어대가린 모르겠고. 좀 마른긴 했어.”

 “이모!! 여기 한사발 더 줘!!!”

 

 기태는 빈 탁주 주전자를 흔들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성우는 처음 보는 기태의 모습에 흠칫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남자는 인마. 이렇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거야.”

 

 기태는 다시 채워진 탁주를 잔뜩 거드름을 피우듯 마시곤 비장한 눈으로 성우의 얼굴을 향해 짙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성우가 가는 기침을 쿨럭대자 또 특유의 썩소를 날리며 말했다.

 

 “여자는 말이야. 그저 살림이나 잘하고 애나 잘 키우면 되는거야. 따박따박 말대꾸 안하고....그래! 이쁘면 좋지! 근데 불 끄면 다 똑 같애. 지지리 호박도 불끄면 여자야.....”

 

 기태는 말을 멈추고 큰 눈을 껌벅거리는 성우를 말해 뭐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곤 또 어린아이를 쓰다듬듯 성우의 머리칼을 쓰쓰쓱 만지곤 탁주 한사발을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에이고. 내가 너 같은 쑥맥한테 뭐라고 지껄이냐....”

 

 그리고는 체념섞인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그래. 21살 짜리가 뭘 알겠냐.”

 

 성우는 환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지도 21살 이면서.......

 아마도 기태는 자기가 41살, 51살쯤은 되는 인생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는 것 같았다. 순간 성우는 궁금했다. 정작, 51살 기태의 모습이.

 

 “일어나. 너희 엄마 목 빠지시겠다.”

 

 기태는 잊지 않고 성우의 어머니가 좋아하는 아구찜을 주문해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밤,

 어머니는 또 부르튼 기태의 입술에 약을 발라주며 연신 걱정을 늘어놓았고 기태는 또 되레 큰소리를 치며 남자다움을 과시했다.

 그리곤 또다시 남자와 여자의 연애에 대해 시종일관 떠들어대곤 아이처럼 웅크리고 잠들어 버렸다.

 성우는 잠든 기태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사랑하는 채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51살이라 착각하는 21살 동갑내기 친구의 이야기와 창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오징어 불빛에 어른거리는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였다.

 

 며칠 후,

 채란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기태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성우의 목을 조르며 헤드락을 걸었고

 결국 편지는 함께 읽게 되었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업가 이신 어머니가 외국으로 출장을 떠나시면 한번 만나러 가겠노라는 내용과 수십개는 족히 넘는 하트를 잊지 않고 남긴 편지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기태는 성우의 어깨를 툭치며 낄낄대며 말했다.

 

 “온다고? 여기? 그 서울 계집애가?”

 

 성우는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태는 이참에 확 자빠트려 도장을 팍 찍자고

 어쩌면 그 여자도 그걸 원할거라며 입에 거품이 일도록 떠들어댔지만 성우에게 채란은 맑고 투명한 크리스탈 같은 여자였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못해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저려지는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다.

 채란의 그 방문이 성우 인생의 모든 것을 끝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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