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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엘자의 영역
작성일 : 17-07-08 04:22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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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으로 향하던 중 로엘은 웬 분홍 머리칼의 여자애와 마주쳤다. 그 옆엔 검은 머리칼의 남자애도 있었는데 둘 다 예쁘고 귀엽게 생겨 눈에 확 띄었다. 로엘은 속으로 그들의 미모에 감탄하며 그 곁을 지나쳤다. 분홍 머리 여자애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단 사실도 모른 채, 아주 가볍게. 정말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얘. 너 내 말 씹니? 머리통을 한 대 맞아야 뒤돌아볼 거야? 이자젤한테 무슨 말이라도 벌써 들은 거니? 그 가느다란 다리 차버리기 전에 얌전히 돌아오렴. 이자젤보다 더 심한 꼬라지로 만들어줄까? 멈춰, 멈추라고.”

  쏟아지는 독설에 로엘은 잠시 멍을 때렸다. 멈추라고? 로엘은 그 말을 바로 해석하지 못해서 여전히 발을 놀렸다. 한 발짝, 두 발짝……여섯 걸음 정도 더 걸었을 때, 파지직 상황 파악이 되면서 걷던 그 자세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 애, 샤론이다.’

  로엘의 심장이 쿵쾅쿵쾅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샤론을, 그것도 혼자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갔다. 뭐라고 말해야 되지? 인사를 해야 하나? 이자젤도 골탕 먹이는 애를 무슨 수로 감당해? 로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나긋나긋한 어투와 고운 목소리가 또 어떤 거친 말들을 뱉어낼지 심히 긴장되었다.

  “그래, 드디어 멈췄네. 이제 뒤돌아줄래? 이자젤의 머리 상태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옳지. 그렇게 나를 봐줘.”

  “으응…….”

  로엘은 삐걱삐걱 어색한 동작으로 샤론을 마주보았다. 샤론은 그 크고 예쁜 눈을 곱게 휘며 미소 짓고 있었다. 순한 강아지 같은 인상에 로엘은 긴장이 풀림을 느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애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자젤의 말만 듣고 사람을 멋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자젤은 좀 어때? 울고 있진 않고? 하긴, 자존심 상하니까 울진 않겠지. 젖은 꼴로 씩씩대는 모습이 정말 볼만했어. 언제 건드려도 재밌는 아이야.”

  “…….”

  정정해야겠다. 어느 한 명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건 섣부른 게 맞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달랐다. 이자젤의 말대로 샤론은 못된 기지배였다.

  “어, 난 이만 가볼게요.”

  “어딜? 교실은 이쪽 방향인데.”

  “……화장실?”

  “화장실도 이쪽이야, 새싹 9호 예쁜아.”

  자꾸 새싹 9호 예쁜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새싹 9호는 로엘과 캐서린, 이자젤이 지내는 기숙사 방 이름이긴 한데, 예쁜이라니? 로엘은 왜 자꾸 그렇게 부르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얘기가 길어져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화장실에 가려고…….”

  “그래? 나랑 얘기하기 싫어서 도망치려는 건 아니고?”

  오싹, 소름이 돋는 말투였다. 로엘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샤론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 옆에 가만히 서있던 검은 머리칼의 남자애가 거칠게 손을 뻗었다. 쿵! 그는 로엘의 팔목을 낚아채 벽 쪽으로 강하게 밀었다. 로엘은 꼼짝없이 등을 찧고 말았다.

  “아파.”

  “아프다고? 어머, 미안. 내 친구 ‘퀸’은 남들보다 힘이 너무 세서, 강약을 조절하는데 애를 먹곤 해. 아프게 할 의도는 없었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자젤 때문에 그래? 나, 나는 널 오늘 처음 봤는데.”

  “음, 맞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자기소개를 해야 예의겠지? 나는 샤론이야, 이쪽은 방금도 말했지만 퀸이라고 해.”

  “난…….”

  “너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어. 벌써 소문이 났던걸? 새싹 9호에 새로 들어온 여자애가 엄청 예쁘다고 말이야. 아까 애들이 너 보며 속닥이는 거 못 들었어, 로엘? 아쉽게도 나랑 퀸은 오늘 체력 훈련에 빠져서 못 봤지만. 어머, 뭐, 그랬다고 하더라고.”

  샤론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미미에게도 예쁘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로엘은 입 안쪽을 잘근잘근 깨물며 샤론과 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자젤이 왜 그렇게 당하기만 한 느낌으로 돌아왔는지 이제야 좀 납득할 수 있었다.

  퀸이라는 남자아이, 저 아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근데 너……진짜 15살 맞아? 왜 이렇게 어려보이지? 이자젤이랑 나보단 한 살 어리고, 캐서린이랑은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사실 우리도 성장이 좀 느린 편이긴 하지만 넌 너무 심하다, 얘.”

  “15살 맞아. 그럼, 난 이만 갈게.”

  로엘은 왼쪽으로 돌아 그들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다. 터억, 퀸이 재빨리 오른손을 뻗어 로엘의 진로를 막았다. 샤론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너, 말귀를 못 알아먹는구나? 캐서린이 힘들겠어. 이자젤이랑 똑같은 애가 하나 더 들어와서. 내가 말했잖아, 퀸은 세다고.”

  콰지직, 꽈직. 샤론의 말이 끝나자마자 벽을 짚은 퀸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돌로 이루어진 벽인데 그의 손아귀 따라 맥없이 부서졌다. 그가 손을 떼자 움푹 팬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손자국이 떡하니 생겨서 가루만 흩날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매끈한 벽이 거짓말 같았다.

  “퀸은 외강, 내강이 모두 가능한 쿠에포 타입에다가 강도가 6이나 돼. 알아들었니?”

  “……미안한데, 정말 못 알아들었어. 난 쿠에포니 뭐니 그런 거 몰라.”

  “맙소사……이건 기본 상식이잖아? 엘자의 영역 말이야.”

  “이자젤 말로는 내가 대화할 정도의 지식은 있지만 기본 상식은 없는 거래.”

  “어머머, 대체 어떤 삶을 살다 온 거니? 내가 가르쳐주기엔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나중에 이자젤한테 배우렴.”

  “나도 너한테 배우는 건 무서워. 너, 너한테 배우느니 이자젤이 나아.”

  “……어머.”

  샤론의 산뜻한 눈썹이 산뜻하지 않게 꿈틀거렸다. 아주 제대로 건드린 듯 했다. 이자젤과의 비교, 그것이 샤론을 자극하는 핵심이었다. 로엘의 이마에서 땀이 주륵 흘렀다. 일단 되는 대로 지르긴 질렀는데 뒷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로엘의 땀이 옷을 포옥 적시자 기묘한 향이 옅게 퍼졌다.

  “너……이상한 향기가 나.”

  흠칫, 로엘은 더욱 긴장해서 땀을 흘렸다. 샤론은 코를 킁킁 거리며 로엘에게 바짝 다가섰다. 훈련생들 사이에 인외 종족이라 소개되긴 했으나, 움꽃 종족이라곤 밝히지 않았다. 밝혀서 좋을 것이 없을 거란 로토와 미미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들키면 어떡하지?

  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로엘은 자기도 모르게 샤론을 밀쳤다. 동시에 퀸이 달려들어 팔목으로 로엘의 목을 강타한 뒤 벽에 몰아붙였다. 커헉, 로엘은 숨이 막혀와 몸부림을 쳤다. 있는 힘껏 버둥거렸지만 퀸의 팔목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샤론이 말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로엘은 간신히 눈을 굴려 샤론을 찾았다. 그녀는 켈록 거리며 저만치 나가떨어져 있었다.

  ‘세상에, 내가 저런 거야?’

  퀸이 눈 뒤집혀 달려든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것과 별개로 로엘은 지금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얌전히 당할 수만은 없었다. 로엘은 자신이 샤론을 어떻게 밀쳤는지 기억해내려 애썼다. 심장 한구석에서 뜨뜻한 무언가가 흘렀던 것도 같았다. 로엘은 그것을 다시금 끄집어내 퀸의 팔을 떨치려 했다.

  “당장 떨어져, 퀸!!”

  그러나 로엘이 무얼 시도해보기 전에 그들 사이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퀸을 향한 노호였다. 스륵, 퀸의 팔목이 치워졌다. 로엘은 콜록콜록 거리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돌벽마저 부수는 그 우악스런 힘으로 목을 압박했으니 이 정도가 다행일 지경이었다.

  “……정말 실망이다, 샤론. 퀸. 그동안 너희의 마음을 헤아려 어느 정도의 행패는 봐주고 있었는데……. 너흰 오늘 동료를 죽일 뻔했어.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각자 방에 들어가 자숙하고 있어, 내가 찾아갈 때까지 금식하며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말도록.”

  꽤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로엘은 목을 매만지며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바라보았다. 아아, 정말 눈물 나게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로토 씨.”

  “죄, 죄송해요. 하지만, 로엘이 먼저 저를 밀쳐서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퀸은 절 보호하려고 했을 뿐이라고요.”

 못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쩜 이리 달가운 만남인지. 로엘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쇳소리만 겨우 내며 로토에게 다가갔다. 그 비틀거리는 모습에 로토는 와락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냉큼 로엘을 안아들고는 바지 뒤춤에서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꺼내들었다.

  “샤론, 이건 너의 변명이 만들어낸 결과다.”

  로토는 막대기 끝으로 퀸의 손을 가리켰다. 퀸은 이해했다는 듯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쫙 펼쳐 내밀었다. 짜악, 짜악, 짜악. 연속으로 끔찍하고 예리한 소리가 퍼졌다. 로엘은 그만 귀를 막아버렸다. 퀸의 손바닥을 가로지른 하얗고 긴 매 자국은 금방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로토 씨……!”

  “그만. 각자 방으로 돌아가, 어서!”

  “…….”

  샤론은 입을 꾹 다물더니 눈에 힘을 주고 로엘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퀸토의 손을 조심히 어루만지며 낮게 속삭였다.

  “로엘, 이자젤을 조심해. 걘 예쁜 애를 물건처럼 데리고 다니니까. 자신을 꾸며주는 물건 말이야.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너한테도 분명 그럴 거야.”

  “샤론, 그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인다면 10대 추가다.”

  “……죄송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로토는 됐으니 빨리 가란 듯 냉정하게 손짓했다. 샤론과 퀸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교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로엘은 로토에게 안긴 채 빼꼼 고개를 빼어 둘을 바라보았다. 샤론이 퀸에게 명령하고, 부하처럼 부리는 것만 같았는데 그게 다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퀸의 손을 호오 불어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사이일까, 저 둘은. 그리고 이자젤과 샤론은…….

  로엘은 샤론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막 이자젤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한 구석, 샤론의 말이 꽤 그럴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본 이자젤의 성격이 그러했으니까. 그녀는 타인을 쉽게 부리려 하고,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었다.

  “괜찮아? 괜찮은 거야?”

  “네…….”

  그걸 알지만 또 한편으론 샤론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로엘은 이자젤이 마음에

  들었다. 시원시원하고 직설적이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았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이자젤에게 동경 비슷한 감정도 있었다.

  “전 괜찮아요.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아냐, 아냐.”

  로토는 허겁지겁 로엘을 살피곤 조심히 그녀를 내려놓았다. 로엘은 몇 번 아, 아, 소리를 내보았다. 그 엄청난 회복력 덕에 목 상태는 벌써 정상으로 돌아왔다. 로엘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이럴 때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와 닿았다.

  “좀 더 빨리 올 걸 그랬네……. 설마 퀸이 이 정도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줄이야. 그래도 걱정 마, 로엘. 그 놈도 널 죽일 생각은 없었을 거야. 기절시키려는 정도였겠지. 그러니까 혹여 퀸을 마주하게 되어도 너무 무서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말고, 내 이름을 거론해. 로토 씨가 지켜볼 거라고 말했다 해. 알았어?”

  “네. 그런데 어디 가시던 중이세요? 도중에 저를 발견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고, 네가 위험할 거란 ‘직감’이 왔어. 내 엘자의 영역은 직감에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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