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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깨비 카페
작가 : 나목
작품등록일 : 2017.7.8


"사람과 요괴가 함께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느리고 외로운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고 고통스러운 방법이지. 당신은 무얼 택하겠어?"

우연히 요괴의 세계에 발을 들여버린 다은. 그리고 그녀를 필요로하는 요괴들. 도깨비가 운영하는 카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 판타지 로맨스!

 
도깨비 카페(2)
작성일 : 17-07-08 01:5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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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남자는 다은의 맞은편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색색의 조각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허브 티가 놓여 있었다. 그들이 앉아있는 곳은 카페 프론트에서도 잘 보이고, 방범 카메라에도 잘 찍히는 곳이었다. 물론 다은의 선택이었다.

 

 "이름은 성시현, 하는 일은 개인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다은은 포크로 애꿎은 치즈케이크를 찔러대다 남자를 바라보았다. 왜 나이에서 머뭇대지?

 

 "나이는....음, 30대 초반입니다."

 

 "...."

 

  남자는 다은의 눈치를 보듯 머뭇거리다 발치에 놓인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체를 숙이자 머리칼이 부드럽게 출렁였다. 어둡고 매끄러운 머리카락이었다.

 

 "일단 제가 왜 그쪽 집 앞에 있었는지부터 설명할게요."

 

 "그게 뭔데요?"

 

 "이건 그쪽, 그러니까 구매자 분이 일주일 전에 받았어야 했던 밥솥이에요."

 

 "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럼 이 사람이 그 판매자였단 거야? 보리가 들어있던 밥솥을 판? 보리 생각을 하자 먼지 한 톨만큼 쌓였던 신뢰가 다시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다은의 표정이 싸하게 내려앉았다.

 

 "밥솥에 새 알을 유기해 판매한 사람이 당신이었어요?"

 

 "유기라뇨...."

 

  남자, 성시현의 얼굴이 흐려졌다. 섬세한 이목구비에 우수가 어렸다. 그들의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프론트에 서있던 아르바이트 생이 슬쩍 쳐다보았다. 시현은 시선을 눈치챘는지 아르바이트 생을 돌아보고서 짧게 눈짓했다.

 

 '뭐야?'

 

  다은은 그 모습을 수상쩍게 바라보았다. 아는 사이인가? 애초에 날 이 카페로 오게 한 것도 다 계략이었어? 다은이 스마트폰으로 몰래 112를 치는 사이 아르바이트 생이 다가왔다.

 

 "사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사장님이 아니라 저예요."

 

 "사장? 당신?"

 

 "네.."

 

 "아니, 잠깐. 잠깐만요. 당신들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게 어떤 새의 알인지 알고 있는거에요?"

 

  다은은 그제야 보리가 평범한 새가 아님을 기억해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정말 보리의 원 주인이었다면, 보리가 어떤 새였는지도 알고 있을 터였다.

 

 "어떤 새인지 알고 계신 것처럼 말하시네요."

 

  시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안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던 남자는 갑작스레 태도를 바꿨다.

 

 "부화했군요, 그렇죠?"

 

  부드러운 중저음이 달콤하게 흔들렸다. 무거운 바다 속에 빠진 것마냥 둔중한 울림이 다은의 머리를 강타했다.

 

 '이게 뭐지...?'

 

  오로지 시현만이 선명했다. 옆에 서있던 아르바이트생은 희끄무레한 인형처럼 보였다. 인형의 노란 머리칼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둥, 둥, 둥! 다은은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지 찾다가 그게 제 심장 소리임을 깨달았다.

 

 "헉!"

 

  억지로 물 밖으로 꺼내진 물고기마냥 사지가 펄떡였다. 다은은 소스라치며 의자 밑으로 주르륵 떨어졌다.

 

 "오."

 

  감탄의 소리였다. 빠져나올 줄은 몰랐네요. 시현이 허브 티를 한 모금 마시며 읊조렸다.

 

 "사장님, 그러지 마세요. 애초에 제 잘못이잖아요."

 

 "그래, 경환이 네 잘못이야.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저 사람의 책임도 있지."

 

  싸늘한 어조였다. 아르바이트 생은 고개를 젓더니 다은을 부축했다. "미안해요." 그가 다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다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바닥에 널부러진 제 몸을 추슬르는 데만도 힘겨웠다.

 

 "....."

 

  다은은 아르바이트 생의 도움으로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자 시현이 단조롭게 말했다.

 

 "저도 모르게 놀라서 그만."

 

  인간일 리 없다.

 

 "당신도 그거군, 인간이 아닌 거."

 

  다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똑바로 시현을 바라봤다. 폭력과도 같은 일을 당했음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직도 손가락이 저릿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다은은 이를 악물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요 다은씨."

 

  시현은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이 마주했다. 거칠게 꽂히는 다은의 시선은 그를 파고들었으나, 시현은 오히려 묘하게 미소지었다.

 

  "나는 도깨비에요."

 

 

 *

 

  다은은 카페 안쪽의 길다란 쇼파에 반쯤 누워있었다. 그녀는 담요를 두른 채 몇 분 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곱씹고 있었다.

 

 "전혀 그렇게 안생겼죠?"

 

  시현의 외모는 매력적이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험상궂은 도깨비는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도깨비는 보통 사람을 좋아해요. 함께 어울려 노는 걸 낙으로 여기죠. 그러니 호감을 사기 쉬운 외모가 낫지 않겠어요?"

 

  어느새 푸르게 변한 눈을 곱게 휘감아 올리며 그가 말했다.

 

 "이쪽은 김경환이에요. 귀여운 고양이죠."

 

 "앗, 고양이라뇨! 고양이 요괴에요. "

 

  노란 머리의 아르바이트 생이 얼굴을 붉혔다. 시현은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봤다.

 

 "음. 당황스러우시죠. 사실 저도 그래요...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경환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은이 앉으라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그가 한 이야기는 어떻게 불사조 알이 다은에게 가게 되었나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 제가 밥솥 두 개를 헷갈려서 잘못 포장해 보낸 거에요."

 

 "아니, 안을 확인해보지도 않고요?"

 

  경환의 입가가 처연히 내려갔다.

 

 "제가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게 된 지 얼마 안되서... 이것저것 서툴거든요. 사실 원래 길고양이로 살았었어요."

 

  그러고보니 어느새 경환은 다은의 옆으로 가까이 와 있었다. 그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다은을 내려다 보았다. 고동색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눈물이 맺히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괴롭히면 울어버릴 태세였다.

 

 "그래서 불사조 알이 좋아하던 밥솥, 음, 저기 말이 좀 이상하지만. 걔가 따뜻한 걸 좋아해서 거기 자주 넣어놓거든요. 근데 그걸 안열어보고 그냥 보낸 거에요."

 

  시현이 말을 받았다.

 

 "그리고 당신이 그걸 맨 손으로 품어서 깨어난 거고요."

 

  시현이 곱게 보이지 않는 다은은 그를 무시하고 경환에게 물었다.

 

 "아니 내가 한 번 만졌다고 바로 태어나는 게 말이 돼요?"

 

 "인간의 체온은 요괴보다 높으니까요."

 

  경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시현에게서 답이 나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아무리 매만져봤자 그 녀석은 안깨어나요.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의 체온은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지죠. 바로 껍질을 깨고 나올만큼." 이라고 첨언했다.

 

 "하."

 

  다은은 이제야 사건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자신은 평범하지 않은 일에 휘말린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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