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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통새끼가!"
쫙
영우에게 뺨을 후려 맞은 준혁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갔다.
"..."
"조장이 되가지고 넌 뭐했어, 새끼야"
쫙
말을 마친 영우가 경일의 뺨도 후려 갈겼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하다 한마디면 직장생활 끝나? 이거 어쩔거야?"
영우가 왼손에 쥐고있던 신문을 툭하고 던졌다.
< 대낮에 칼부림! 시민들 불안감에 떨어 >
<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불법체포! 경찰관의 공권력 남용. 이대로 괜찮은가?>
< 칼 든 수사대상자를 한방에 제압한 경찰관. 영웅인가? 불법...>
떨어진 신문의 헤드라인을 흘깃 쳐다본 경일이 고개를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야. 이 꼴통새끼야"
영우의 부름에 준혁이 영우를 바라봤다.
"칼 들고 설치는 놈 하나 제압하니까 니가 뭐 영웅된 것 같지?"
영우가 손가락으로 준혁의 이마를 툭, 툭 밀며 말한다.
"...아닙니다"
"왜? 너 영웅 맞잖아? 아파트 13층에서도 고민도 없이 뛰어내리는 놈이. 그 뭐 현대판 슈퍼맨? 뭐 그런거야?"
"..."
"그러니까 니가 뭐라도 된 것 마냥 혼자서 다 해결해 쳐 잡수시려고 한거잖아요. 아니에요? 예?"
영우가 손가락으로 준혁의 이마를 꾹, 꾹 눌렀다.
"..."
"아닙니다 팀장님 제가 애 관리를 잘..."
"넌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뭘 잘했다고 끼어들어?"
경일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막은 영우가 다시 준혁을 바라본다.
"벙어리세요? 왜 말이 없어?"
"..."
짝
영우가 다시 한번 준혁의 뺨을 후려갈겼다.
"말해. 이 새끼야. 말 안해?"
짝, 짝, 짝, 짝.
준혁의 뺨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희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
깊게 숨을 내쉰 영우가 행동을 멈췄다.
"꼴통"
"...예"
"위에서 얘기있을 때 까지 넌 근신이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 이 사건에 조금이라도 개입하거나 참견하면..."
영우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한다.
"이 일에서 아예 배제시킬거다. 아니, 내 권한으로 이 사건 마무리될 때 까지 출근조차 못하게 할거다. 알아 들어?"
"알겠습니다"
거칠게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영우를 바라보던 경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
"괜찮냐?"
"...예"
준혁의 대답에 경일이 쓰게 웃으며 말한다.
"미안하다. 니 성격 잘 아는데... 혼자 두고 가는게 아니었는데..."
"..."
"아무래도 오철식 뒤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경일의 말에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몇 개 신문사를 제외하고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너무 일방적이야. 그 것도 정부 쪽 신문사들이 특히..."
"..."
"위에서 아직 그놈이 연쇄살인사건 피의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마라고 한 것도 이상하고... 그 사실만 언론에 보도되었어도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텐데..."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준혁을 잠시 바라보던 경일이 말한다.
"이런 말 해봐야 너한테 별 위로도 안되겠지만.. 그 새끼는 내가 꼭 죗값 치르게 할테니까 걱정하지말고 지켜봐줘라"
준혁이 옅게 웃으며 대답한다.
"걱정 안합니다"
"응?"
"행님을 믿으니까요"
준혁의 말에 경일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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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녹화실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경일과 오철식이 마주보고 앉았다. 피의자를 신문하기 위해서는 꼭 경찰관 1명이 더 동석해야 하기 때문에 준혁이 참관하고자 했지만 경일이 완강히 만류했다.
"부탁할게"
경일의 간절한 표정을 떠올린 준혁이 쓰게 웃으며 유리창 넘어로 진술녹화실 내부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피의자신문 동석은 준혁이 대신 희연이 참관했다.
"피의자는 19년 전 발생한 통칭 'L' 연쇄살인사건을 알고 있나요?"
"예"
"어떻게 알고 있죠?"
"뉴스랑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밖에서 지켜보던 준혁이 눈을 새파랗기 빛내며 주먹을 꽉 말아쥔다.
"피의자는 그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말인가요"
철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탁
경일이 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회신 자료를 테이블위에 올렸다.
"국과수에서 회신 온 DNA감정결과입니다"
"..."
"감정대상은 그 살인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담배꽁초와 오철식씨의 DNA가 일치하는지 여부"
경일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수사기록을 뒤로 넘기자 '일치'라는 글자가 기재된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감정결과는 보시다시피 일치구요. 이래도 모릅니까?"
"아~ 아~"
철식이 묘한 감탄사를 터뜨리며 피식 웃는다.
"제가 그 때 현장 주변을 지나가고 있었나 보죠"
철식의 너스레에 경일이 화를 억누르며 묻는다.
"왜 죽였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하나씩 묻죠. 첫 번째 살인사건. 당시 어린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였던 김미령씨를 알고 있나요?"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철식이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한다.
"그럼 두 번째 살인사건. 이 사람은 모른다고는 말씀 못하시겠죠. 당신이 죽인 박수홍. 그 어머니 김선미씨. 알고 있습니까?"
"아 예. 그분만 생각하면 죄송스러워서 요즘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철식이 정말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얘기한다.
"그런데 왜 김선미씨를 죽였습니까?"
"제가 그 분을 죽였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닙니까?"
경일의 반문에 철식이 피식 웃었다.
"이건 뭐 어느정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대답을 하지"
그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준혁이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부 거짓...'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문 준혁이 이성과 상관없이 튀어나가려는 몸을 억눌렀다.
"그럼 세 번째 살인사건... 24살의 유용운씨. 이제 막 군 복무를 마치고 평범게 대학교에 다니던 사람이었죠. 왜 죽였습니까?"
질문을 마친 경일이 철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잘 모르겠는데요?"
쾅
"오철식씨!"
경일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더니 철식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어차피 다 모른다고 대답하실테니 하나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
철식이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자 경일이 말을 잇는다.
"마지막 살인사건. 7번째 피해자 20살 조은비씨"
"..."
"왜 죽였습니까?"
창 밖에서 지켜보던 준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한건 준혁이 느끼기에 오철식이 세번째 살인사건에 대해 '모른다' 라고 대답한 것이 진실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는데...'
고개를 갸웃한 준혁이 다시 진술녹화실 내부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일이 7번째 살인사건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꽈악
손톱이 파고 들 정도로 주먹을 말아 쥔 준혁이 오철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씨익
분명 안쪽에서는 녹화실 바깥이 보이지 않을텐데 철식의 눈과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한 쪽 입꼬리를 말아올린 철식이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끊어서 대답한다.
"잘.모.르.겠.습.니.다."
'거짓'
쾅!
"이 개자식아!"
그리고 준혁의 이성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