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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길의 끝에
작가 : 현이
작품등록일 : 2017.6.25

카오스라는 능력이 존재하는 세계, 다시한번 희망의 빛을 쫓는다.

 
Iridescent (4)
작성일 : 17-07-07 23:10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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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란!! 괜찮아?'

 

 '네? 아.. 네..'

 

 카린은 자신에게 붙어있던 다른 한마리를 처리하고 란에게 달려왔다.

 란은 방금전 자신이 무기를 쓰지않고 말 한마디로 리크를 죽인것이 머릿속에 맴돌아 팔에 난 상처의 아픔을 잊고있었다.

 카린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한듯 했고 오히려 란의 팔에 눈길을 두었다.

 란의 팔에선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팔이..'

 

 '아.. 물렸버렸어요..'

 

 카린은 란의 옷이 젖을 정도로 흐르는 피를 보고 잠시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였다.

 피냄새는 코끝이 찌릿할 정도로 심하게 나고 있었다.

 

 '피.. 일단 멈추게 해야..'

 

 카린은 자신의 와이셔츠 팔 부분을 뜯어 란의 팔에 감싸보았지만 와이셔츠의 얇은 천은 란이 흘리는 피의 양을 감당할수 없었는지 금방 젖어버렸다.

 란은 곧 올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안절부절 하는 카린을 보고 대충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다시 팔의 상처부분에 묶었다.

 

 '이정도면 괜찮아요, 일단 이동할까요..?

 

 '정말 괜찮은거 맞아? 아니면 증원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먼저 본부에 돌아가있어.. 부상이니깐 가능할거야.'

 

 '아니요, 전 이런거 하나로 팀원들 나두고 먼저 돌아가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구요?'

 

 그 말을 들은 카린은 애써 웃으며 란이 일어날수 있도록 부축해주었고 그덕에 란은 한번에 일어날수 있었다.

 어지러워, 란은 카린 부장이 걱정하는 모습이 보고싶지 않아 괜찮은 척을 했다.

 사실 란은 당장 쓰러져도 아무렇지 않을 상태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지웠고 머리는 누군가 방망이로 한대 내려친것처럼 지끈거리고 아팠으며 상처부위는 더 말못할 상태였다.

 어느세 손수건도 전부 젖어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란은 대충 손으로 그것을 막고 카린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카린에게 무전이 왔다.

 

 '부장, 저희도 흩어졌어요, 쿤이 아직 쫒고 있긴한데.. 카오스 전투가 좀 있어서..'

 

 '알겠어, 그쪽에 부상은 없지?'

 

 '약간 타박상은 있긴한데 크게는 없어요.'

 

 '장소는? 지금 어디야?'

 

 '숲이라 정확히 말하긴 그렇지만 대나무가 좀 많은곳인데요..'

 

 '알겠어, 찾아볼께.'

 

 카린은 작게 숨을 후 하고 내뱉었다.

 그리고 란에게 대나무숲까지만 가면 된다는 말을 전하려 뒤돌았을때 란이 몇발 걷지도 앉았는데 바닥만 보며 꽤나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게 보였다.

 카린은 뭔가 낮설지만은 않은 상황에 란을 불렀다.

 

 '란..'

 

 란은 들리지 않는듯 손수건에 감싸진 팔을 붙들고 서있었으며 피에 완전히 젖은 손수건을 가리고 있던 손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오는게 보였다.

 카린은 다시한번 쿵쾅거릴정도로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크게 소리쳤다.

 

 '란!!!'

 

 '흡..네! 저 부르셨어..요?'

 

 '너 안괜찮아보여.. 잠시 쉬다가자, 힘들면..'

 

 '아니..요, 시간도 없고.. 걸림돌이 되기는 싫으니깐..'

 

 란은 웃으며 말했지만 비오듯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괜찮은게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카린은 걸림돌이란 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예전의 자신이 그랬듯이 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갔다.

 란은 카린의 곤란한 표정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된다구요?'

 

 '대나무숲..'

 

 '아.. 윽.. 빨리 찾아야겠네요, 출발해요.'

 

 란이 앞장서 가려했지만 그방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란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카린은 그런 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란, 무슨말인지 알겠으니까 내 손 잡아.'

 

 '부장..'

 

 란은 카린의 손을 잡았고 다시 일어섰다.

 카린은 란을 쉬게하는것을 포기하고 란의 어깨를 들쳐맸다.

 

 '잠시만요.. 카린.. 부장..'

 

 '괜찮아, 내가 도와줄테니까 대나무숲까지만 이렇게 가자.'

 

 '... 감사합니다..'

 

 란은 카린 부장에게 몸을 맡긴체 숲속을 걸었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리크의 울음소리가 저만치 멀리서 들렸지만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아마 지원을 요청해서 도착한 팀원들이 리크를 토벌하고 있는거겠지.

 카린은 걸으며 최대한 그 끔찍한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숲속에 리크는 많지만 마을에 쳐둔 마법진 때문에 마을까지 나가지는 못한다.

 계속 걸어가다 하나둘씩 대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다는걸 알려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대나숲이 보일것만 같았다.

 그때, 주변에서 익숙한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리크..'

 

 '아...'

 

 카린은 란을 들쳐매고 있던 손을 놓았고 란은 약간 휘청거리더니 다시 일어섰다.

 지금 상황에서 리크가 공격한다면 거의 100%의 확율로 전멸당할게 뻔했다.

 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넓은 숲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내어 리크가 이쪽으로 온 이유가 자신의 팔에 난 상처가 풍기는 피냄새 때문이였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란은 부장을 쳐다봤고 꽤나 떨리는 눈동자로 주위를 경계하는 카린이 보였다.

 

 '부장...'

 

 '지금 대략 6마리 정도 되보여.. 어떻하지..?'

 

 '도망치세요.'

 

 '뭐?'

 

 '저는 나두고 가세요, 제 팔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한 계속해서 피 냄새로 적에게 위치를 알려줄거고.. 어차피 이 몸으론 아무것도 못해요.'

 

 '란! 무슨소릴 하는거야?! 내가 널 버리고 갈수있다고 생각해?'

 

 '역시 그렇겠죠, 그럼 한마디만 할께요.. 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살아남아주세요.'

 

 '잠..깐..'

 

 란은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보지 않고 반대편 숲속으로 달렸다.

 이미 몸의 아픔은 자신의 한계를 넘었지만 죽어라 달렸다.

 뒤에서 카린이 쫒아 오는게 느껴졌지만 최대한 난잡하게 움지이니 쫒아오던 소리도, 란을 부르던 소리도 한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곧 주변에서는 익숙한 짐승의 소리가 란의 귓가에 맴돌았다.

 란은 충분히 뛰어서 거리를 둔뒤, 대충 근처 나무 밑에 몸을 뉘었다.

 

 '자, 다 와봐.'

 

 그 시각 카린은 란을 찾아 숲을 해매고 있었다.

 란의 덕에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리크는 피냄새를 따라 사라졌다.

 또, 같은 패턴의 반복이야.

 카린은 불과 2년전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났다.

 

 카린이 부장이 되기전 잠시 교육과정을 거치며 히시온부의 팀원으로 소속되어 일처리를 갔을때였다.

 한창 연쇄살인범을 잡느라 5번째 현장 조사를 나갔을때 팀원의 반 이상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제일 미숙한 실력을 갔고 있었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노력했지만 결국 자신 때문에 부원들이 죽었다.

 범인은 카린이 잠시 한눈판사이에 그를 인질로 삼아 부원들을 협박했고 그 상태에서 카린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원이 범인의 지시에 따라야했다.

 지시에 따르던 팀원들이 한명한명 범인의 카오스에 당했고 카린은 그저 팀원들이 죽어나가는걸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때, 지금의 단장인 레이가 자신을 현장에서 빼내어주었기에 목숨을 부지할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단장인 레이의 심장부근에는 그때 카린을 구하며 생긴 상처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었다.

 

 카린은 그 이후로 팀원의 안전을 첫째로 여기며 생명에 지장이 오더라도 자신이 먼저 희생양이 되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의 상황과 달라진것 하나 없이 자신은 살아남아있다.

 카린은 자신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여 소리를 질렀다.

 자괴감과 상실감이 동시에 카린의 가슴에 벅차오르며 카린의 눈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란이 마지막으로 한말이 자신의 머리를 관통했다.

 자신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게 해달라, 그게 그의 소원이였다.

 카린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생각에 잠겼다.

 모두들 자신을 구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도, 2년전에도 희생을 거쳐가며 자신은 구원받았다.

 이게 다 신의 뜻이라면 언젠가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때가 있을터였다.

 카린은 눈물을 훔치고 슬픈듯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더럽게 친절하네, 이 세계는..'

 

 카린은 다시 대나무가 보이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꼭 다시 구하러 갈테니깐, 란.

 카린은 최대한 빠르게 뛰어서 대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들어섰다.

 이제, 팀원들만 찾으면 되는가?

 카린은 주위를 둘러보며 잘하면 팀원이 남긴 표식같은게 있나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일 높게 솟은 대나무에 앞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틀림없어..'

 

 카린은 그 표식을 따라 걸었다.

 목표는 단지 하나였다, 팀원들을 찾아 범인의 거점을 확인하고 최대한 빨리 란을 구하러 가는것.

 카린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

 

 

 

 란은 팔부근의 욱씬거림이 더욱 심해져가는걸 느꼈다.

 마나가 있다면, 왜 회복되지 않는거야?

 란은 의문을 가졌지만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해봤자 쓸모없었다.

 란은 두눈을 감았고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둠들을 애써 무시했다.

 죽기는 싫지만, 걸림돌이 되는건 더 싫으니깐.

 란은 포기한듯 자신의 상처를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짐승의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졌고 이제 죽는구나라는걸 생각하고 있을때쯤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 주변이 조용해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란은 살며시 감긴 눈을 떳고 그곳에는 범인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뱃지를 단 사람이 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리크의 시체가 널려져있었다.

 어렴풋이 이 사람은 우리가 쫒던 범인은 아니다라는걸 느꼈다, 그저 닮은 사람일뿐.

 란이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게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그 사람은 조금 크게 목소리를 내며 손을 내밀었다.

 

 '저기! 여기서 뭐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치신거 같으니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아.. 물론, 그럼 고맙죠.'

 

 란은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잘하면 팀원들보다 더욱 빨리 범인의 거처를 찾을수도 있다는것에 가망성을 두고 그 사람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체력은 다 소진된 상태에서 란에게는 걷는것조차 힘들었고 곧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그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란을 업었다.

 란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의 몸상태를 생각해 그닥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검은 망토에다가 별모양 벳지, 범인은 조직을 이루고 있을수도 있다는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란은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이제 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거처로 이동하겠지.

 란은 자신의 몸을 맡기고 주위의 풍경을 눈에 하나하나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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