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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극상도
작가 : 황정검
작품등록일 : 201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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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화기로 쌓은 내공을 신기로 돌려 연기화신을 수련하는 무당파 신선류.
그곳의 수장인 태허진인의 가르침 아래 천하제일 고수로 거듭나는 청우의 강호유람기.
영기를 얻으면 무림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5. 도(道)는 비어 있어 항상 차지 않고
작성일 : 16-04-12 18:58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1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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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식사 후 현무반 아이들과 함께 수련장에 도착한 청우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신법 수련장답게 곳곳에 특이한 설비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굵고 가는 밧줄이 수없이 늘어져 있는 밧줄 숲과 격자로 높게 엮어진 통나무 숲, 그리고 인공으로 조성된 작은 호수 등 용도를 짐작키 어려운 설비 또한 많았다.

 한쪽에는 성곽처럼 두텁게 쌓은 성벽도 있고 작은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곳도 보였다.

 교단은 수련장의 가장 앞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둘러보는 사이 수업 시간이 된 듯, 교단 후면에 원형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자리에 아이들이 거의 들어차 있음을 확인한 청우는 서둘러 빈자리로 향했다.

 잠시 후 교단으로 사범이 올라왔다.

 발걸음이 아주 경쾌해 보이는 사범으로 도호가 일선(一仙)이라 소개했다.

 일선 또한 자신이 맡은 경신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선은 유운신법은 보법과 신법으로 나뉠 수 있지만 경지에 이르면 나눔의 경계가 모호해져, 그냥 유운신법으로 명칭한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구름은 자유자재로 변화되며 흐른다. 구름이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바람도 모르고 귀신도 모른다. 그렇다고 구름이 변화무쌍하다고만 말하면 이 또한 구름의 진정한 속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구름 속에는 일수유에 천리를 내달려 태산을 무너뜨리는 극쾌한 벽력(霹靂)이 머물러 있고 천지를 뒤덮을 폭우조차 숨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구름은 생겨나서 자라고 사라짐이 자연의 오묘한 법칙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는 것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말의 고저와 장단 외,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해서인지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러분이 앞으로 배울 유운신법은 그 어떤 신법보다 변화무쌍하면서도 빠르고 오묘한 상승신법이라는 것이다. 잘 알겠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려던 일선이 눈을 빛냈다.

 앉아 있던 아이들 중 하나가 손을 번쩍 쳐들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사숙님! 유운신법이 그처럼 우수하다면 왜 무림에서 다른 문파의 신법에 못하다는 평이 나도는 거죠?”

 “다른 문파? 구체적으로 어떤 문파 말이냐?”

 “소림사의 금강부동보를 익히면 만악이 고개를 수그리고, 곤륜파의 신법을 익히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으며……, 믿기 힘들지만 마교의 천마신보도 기세만으로 하늘과 땅이 두려움에 몸을 떨고 상대방은 결투 의지를 상실한다고 하던데요.”

 무림에서 회자되는 내용들이었다.

 화산의 암향표, 그리고 개방의 질풍만리보도 우수한 신법으로 소문나 있지만 상기한 신공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한 수 아래로 전해지고 있었다.

 불운하게도 일선이 그처럼 훌륭하다는 유운신법은 그보다도 훨씬 못하다고 알려져 있고 말이다.

 “그러니까…….”

 말을 하다 말고 일선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다른 문파들도 그렇겠지만 무당파에도 타파의 무공을 연구하는 장소가 있었다.

 바로 옥허궁(玉虛宮)이었다.

 이곳에서 장로 및 원로들은 마교와 사파는 물론 명문정파의 무공까지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그 결과는 장문인 등 소수에게만 보고되고 공유되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자파 무공을 개선하고 많은 새로운 무공들이 창안되어졌다.

 그리고 유사시 상대 문파와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상대 문파 무공의 단점을 제자들에게 공개하여 유용하게 써먹도록 한다는 것이 상부의 방침이었다.

 타 문파에 대한 정보수집과 무공에 대한 연구는 자파 경쟁력의 상승으로 연결되므로, 옥허궁에서도 가능한 많은 무공들을 수집하여 연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름만 전해 들을 뿐 전혀 분석되지 못한 무공들도 많았다.

 무공서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초식을 볼 기회조차 거의 없는 소림사의 금강부동보와 마교의 천마신보 등 초식을 뛰어넘는 상승무공 등이었다.

 이것들은 깨달음의 무공으로, 소림사와 마교에서도 절정의 경지까지 익힌 사람이 백 년 내 간신히 한두 사람 배출될 정도였다.

 그 한두 사람이 무림의 전설로 회자되니, 무공의 위력 또한 전설로 화해 전해 내려졌다.

 회자되는 절세고수의 무위에 비례하여, 아니 그보다 더 과장된 채 말이다.

 일선 또한 상기 무공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나같이 유운신보를 뛰어넘는 절세신법들이었다.

 특히나 동중정의 극한 묘리가 담겼다는 소림의 금강부동보와 공간 속에 위치한 상대방의 동작은 물론 정신조차 지배한다는 마교의 천마신보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유운신법이 대단하지만, 무림에는 이보다 더한 무공들도 많다고 설명해 줄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일선은 결국, 어린 시절 들었던 전설을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소림사의 금강부동보와 곤륜파의 운룡대구식 그리고 마교의 천마신보……. 말할 것도 없이 최상승의 고절한 무공들이다. 이중 한 가지만 절정으로 익혀도 무림을 독보강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유운신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만약…….”

 갑작스레 일선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듯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본 파에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유운신법 속에 이형환위를 익힐 수 있는 묘리가 담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 깨달음을 얻고 이형환위를 익힐 수 있다면…… 내 장담하마. 구중궁궐은 물론 설사 마교가 위치한 십만대산이라도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와!”

 아이들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이형환위는 과거 장삼봉 조사가 잠깐 선을 보였다는 근거 없는 소문뿐, 몇 백 년 동안 아무도 익힌 사람이 없는 전설적 신법으로, 공간을 점하고 시간조차 아우른다는 천외천의 신법이었다.

 연기처럼 꺼졌다가 불가능한 속도로 기세 없이 공간을 격하고 피어오르는데, 위력은 금강부동보와 천마신보보다 상위로 전해 내려졌다.

 일선의 연설은 그 후에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어떤 신법이 우월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숙련되게 익혔는지와 상황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써먹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등 어디선가 들어 본 말들이었다.

 자기 자랑도 많았다.

 처음 진무관에 입관해서부터 신법에 관심이 많았으며, 신법만으로는 일 자 배 동기 중 수위에 든다는 자화자찬이었다.

 유운신법의 최고 경지를 묻는 아이의 질문에는, 장로들 중에는 기를 허공에 내뿜어 동작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경지에 이른 분도 계시지만 그보다 더 지고한 경지가 있다고 했다.

 최고 경지에 들면 몸 안의 기를 조정하여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도 있는데, 그런 인재가 나와야만 무당의 유운신법이 곤륜파의 운룡대구식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업을 시작한 지 반 시진이나 지났을까?

 질문의 초점이 다시금 이형환위로 귀결되자, 일선이 갑자기 아이들에게 교단 앞 수련장에 서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형환위를 위해서는 유운신법을 익혀야 한다. 그런데 유운신법을 익히기 전에 여러분이 할 것이 있다. 바로 신체 단련이다. 아무리 내공이 높고 깨달음이 많아도 몸이 부실하면 신법을 펼칠 수 없다. 지금부터 실습에 들어가겠다. 뒤를 봐라. 수련장 외곽으로 흰 선이 보이지?”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청우의 시선은 여전히 앞쪽이었다.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처음 수련장에 도착하여 둘러본 정경이 눈앞에 훤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는 수련장 외곽으로 들쭉날쭉하게 백회분이 뿌려져 있었다.

 “오늘은 처음이니 열 바퀴만 뛰도록 하겠다. 선착순 집합이다. 뛰어라!”

 일선의 지시에 처음에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이 일제히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처음에 제 속도를 내지 않던 아이들은 금세 경쟁적으로 속도를 올렸다.

 일선의 ‘선착순 집합이다’는 말 때문이었다.

 중간쯤에 위치해 있던 청우도 아이들이 자꾸만 앞서 가자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속도를 높여 전력질주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처지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앞서 나가더니 어느새 제일 뒤쪽에서 속닥거리며 느긋하게 뛰던 쌍둥이까지 청우를 앞서 갔다.

 반 바퀴도 못 돌아 숨이 차 오는 청우에 비해 쌍둥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호흡이 안정돼 보였다.

 헉헉대며 자꾸만 처지는 청우가 안쓰러웠을까?

 속도를 늦춰 간격을 좁혀 준 쌍둥이 중 한 명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청우에게 말을 던졌다.

 “야! 너 청우라고 했지?”

 “응.”

 “너 경신공 안 배웠냐?”

 “경신공? 그럼……?”

 끄덕끄덕.

 그제야 청우는 자기가 아이들에 뒤처지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무관 입관 전에 익혀 능숙하게 펼칠 수 있는 유운신법을 자기만 아직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안 배웠는데…… 방법이 없을까?”

 청우의 물음에 쌍둥이가 일제히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이런 녀석이 있나 하는 표정이었다.

 신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달리기를 하는 와중에 경신공을 발휘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니…….

 알에서 간신히 머리를 내민 병아리가 하늘의 독수리를 보고, 자기도 지금 당장 날고 싶다고 독촉하는 형국이었다.

 입을 헤 벌려 놀라움을 표한 철검이 큰 눈을 부릅뜬 채 청우에게 물었다.

 “너! 심법은 배웠냐?”

 “응.”

 “운기는 할 줄 알고?”

 “응.”

 “호! 그래!”

 잠잠하던 철권이 뭔가 방법을 찾았다는 듯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철권에게로 향했다.

 청우의 기대에 찬 눈빛과 철검의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중 철검의 눈빛이 못내 부담스러웠나 보다.

 철권이 두 손을 들어 양쪽으로 저었다.

 “아니! 아니! 방법이 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럼, 뭐?”

 “내 말은 그냥……. 그냥 운기 비법을 알려 줘 보자는 말이지. 나중에 배울 것이지만. 혹시 알아? 달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철권의 말을 들은 철검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신 공부가 달리는 동안에 그렇게 순식간에 배울 수 있는 공부라면 이렇게 수업 시간표까지 짜서 체계적으로 가르칠 리 만무한 때문이다.

 모든 무공의 기초가 바로 신법이었다.

 내공 운기법이 복잡할뿐더러 평소 꾸준한 수련으로만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몸을 가볍게 하고, 하체로 집중하여 내기를 운행하여야 함은 물론, 도약시의 탄력과 착지시의 충격 감소를 위해서는 경혈 간 내기 운행 속도와 양을 달리하여야 했다.

 상체 쪽의 기 운행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호흡이 가빠지지 않도록 폐기를 강화하고, 흐트러지기 쉬운 주의력을 경계하여 의지를 상부로 돌려 오감을 증대하여야 했다.

 그 외에 몸의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극도로 높여야 하니,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철권 말처럼 신체적인 수련은 다음으로 미루고 몇 가지 운기 비법을 전수한다면…….’

 철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련장을 열 바퀴 도는 짧은 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철권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뭐가 그렇게 어렵냐? 경신 비결 많잖아? 그중에 청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알려줘 보자.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쉽잖아?”

 철권의 말을 들은 철검이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

 짧은 시간에 익혀 사용할 정도로 쉬운 비결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갑자기 동생 철권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철권은 누가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전혀 관심에 두지 않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속에 담긴 말은 토해 내야 직성이 풀리는 평소 성격대로 자기가 선별한 경신 비결을 바로 청우에게 제시했다.

 “청우야! 경신 비결은 아주 많지만,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인 것 같다. 바로 달리면서 내기를 운기해야 한다는 것이지. 어때? 달리면서 운기해 본 적 있지?”

 당연히 했을 것이라는 어투로 철권이 물었다.

 그러나 철권의 바람과는 달리 청우는 달리면서 운기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태허진인의 엄한 지도와, 가르치지 않은 길은 아예 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청우의 우직함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우는 불현듯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여섯 살 때 대주천을 소통한 이후로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행한 운기이다 보니, 달리면서도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쎄, 아직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하면 될 것 같은데.”

 “뭐! 안 해 봤다고?”

 철권의 안색이 갑작스레 달라졌다.

 실망했다는 표정이었다가, 그럼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급속히 변화되었다.

 “야! 안 되겠다. 뭐, 급할 것 없잖아? 오늘만 날이 아니니 다음에 하자. 오늘은 그냥 뒤에서 천천히 달려라.”

 철권이 청우의 어깨를 탁 치면서 스쳐 지나갔다.

 “야! 야! 잠깐만 기다려 봐! 어떤 경락인데?”

 단전의 내기를 활성화시킨 청우가 철권의 소맷자락을 붙들며 물었다.

 “먼저 족양명위경……. 아이쿠! 아니다. 야! 안 된다고 했잖아. 너 그러다 주화입마라도 당하면 어쩌려고그래.”

 아무리 달리면서 운기한 경험이 없다고 해도 단 한 개의 경맥으로 내기를 순환한다면 주화입마를 당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은 철권도 잘 알고 있었다.

 청우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주화입마라는 단어를 들먹인 것이다.

 “족양명위경으로 기를 보낸다고? 아하! 족양명위경은 족삼리에서 갈라진 경맥이 세 갈래로 뻗쳐 기를 조정하기 쉽겠구나! 그럼 기를 끌어 올리는 것은 당연히 족태음 비경이겠네?”

 “뭐라고!”

 청우를 떨치고 가려고 마음먹었던 철권의 보폭이 갑자기 좁혀졌다.

 “야! 이거 신기하다. 내기만 돌렸는데 다리에 힘이 솟네.”

 갑자기 청우의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어! 숨도 안 차는데.”

 “뭐! 뭐! 뭐냐?”

 철권은 물론이고 조금 앞서 달리던 철검까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청우에게 달라붙었다.

 확실히 청우는 달라져 보였다.

 조금 전까지 숨이 차서 힘겹게 헐떡거리던 얼굴이 아니었다.

 내딛는 발걸음에는 활력이 넘쳐 났으며 호흡도 점차 안정되어 갔다.

 내기를 운기하며 달리고 있다는 확실한 증표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철권보다 철검의 표정이 더 가관이었다.

 너무 놀라 속눈썹이 눈썹에 달라붙을 기세로 치켜 올라가 있었다.

 철권이 실수로 족양명위경을 말하고, 청우가 신법에서 족양명위경이 중시되는 이유를 논할 때만 하여도 그리 놀라지 않던 철검이었다.

 확실히 족양명위경은 무릎 아래 경혈인 족삼리에서부터 경락이 갈라져 기를 조정하기 쉽고, 도약시의 탄성과 착지시의 충격 분산에 장점이 있었다.

 이를 혼자서 유추했다면 실로 놀랄 만한 일이지만 어쩌다 소 쥐 잡듯 우연히 떠올라 말했을 수도 있었다.

 그다음, 청우가 족양명위경과 표리 상합 관계에 있는 족태음비경을 언급할 때는 철검도 솔직히 조금 놀랐다.

 혈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그처럼 자신하며 대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숨도 안 찬다는 말에는…… 경악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는 내기가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을 연계하여 순환하면서, 족양명위경의 경맥상에 위치한 폐장을 활기(闊氣)시키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생초보가 이 짧은 동안에…….

 철검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청우의 난데없는 진전에 철권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이전보다 배는 빨라진 청우의 보폭에 맞추어 뛰면서도 시선이 청우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잠시 후 철권이 어이없는 질문을 던졌다.

 “야! 너 천재냐? 아니면…… 혹시 너 신법 기초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연기한 것은 아니지?”

 말도 안 된다며 청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청우를 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철권이 혼잣말인 양 중얼거렸다.

 ‘그럼 뭐냐? 잠깐 사이에 조사님이 몸을 빌려 주신 것은 아닐 테고…….’

 조사님이라면 당연히 무당파의 창시자인 장삼봉 진인이었다.

 ‘만년삼왕이라도 삶아 먹었나……?’

 이해할 수 없다며 철권이 고개를 좌우로 꼬든 말든, 어쨌든 청우는 신이 나 있었다.

 자기보다 한 바퀴를 앞선 선두가 뒤를 바짝 쫓아와 내심 초조해 하던 청우였다.

 그런데 철권의 말대로 운기를 하니 숨도 덜 차고 빨라져서, 좁혀지는 속도가 처음같이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권이라고 했지? 권아! 경신 비결 다른 것도 좀 알려줄 수 있냐?”

 “뭐! 다른 것?”

 철권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철검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고개를 좌우로 젓는 철검이 보였다.

 달리면서 운기를 처음 하는 초보에게 더 이상의 비결은 무리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글쎄……. 야! 나도 잘 몰라. 뭐 특별한 것 없어. 그냥 지금 하는 대로만 계속해. 내공 팍팍 써. 팍팍.”

 “내공 팍팍? 알았어.”

 청우가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자 철권의 고개가 또다시 좌로 꼬여졌다.

 ‘뭐야 이놈! 혹시, 지금까지 내공을 다 사용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는 말이야 뭐야?’

 청우가 단전의 내공을 전력으로 운기하고 있는 동안에 선두에서 달리는 아이가 청우를 스쳐 지나갔다.

 다리가 길고 적당하게 마른 몸이, 경신에는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가진 아이였다.

 껑충한 모습과 체형으로 청우는 자신을 적비연이라고 소개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비연이 청우를 일 장여 앞서 나갔을 때였다.

 슈우우웅.

 청우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더니 순간적으로 비연을 추월해 버렸다.

 “이잉?”

 비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두에서 경쟁하던 아이들을 모두 따돌리고, 이제는 꼴찌로 달리던 아이까지 잡고 승승장구하며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는데 꼴찌가 다시 자기를 넘어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경우였다.

 “뭐…… 뭐야?”

 고개를 앞뒤로 돌려 살펴보니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갑자기 자존심이 상한 비연이 입술을 악물더니 운기 양을 증가시켰다.

 파파파팍!

 청우가 다시 뒤로 처졌다.

 서서히 비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또다시 앞서 가는 청우.

 쉬아앙!

 엄청난 빠르기였다.

 자기가 경신 초기에 전력질주를 했던 속도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다.

 엉겁결에 뒤쪽에 처진 쌍둥이도 눈을 비볐다.

 “뭐 저런 놈이 있냐? 이거 꿈은 아니겠지?”

 “청우 저놈, 엄청난 물건이다. 쫓아가 보자.”

 쌍둥이도 급작스레 속도를 올렸다.

 쌍둥이의 경신 속도는 다른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엄청난 속도로 금세 청우 옆에 도달했다.

 쌍둥이가 청우 옆에 도착할 무렵, 청우는 다시 비연에게 삼 장여나 뒤처져 있었다.

 순간적인 가속력은 청우가 빨랐지만 속도가 들쑥날쑥한 때문이었다.

 청우와 삼 장 이상 거리가 벌어지자 비연도 이제 안심이 된 모양이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혀를 내밀고 청우에게 메롱! 하며 약을 올렸다.

 철권이 봐도 매우 얄미워 보이는 행동이었다.

 청우 옆에 바짝 다가선 철권이 청우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청우야! 연면부단(連綿不斷).”

 일문지십(一聞知十)이라고, 청우는 철권이 알려 준 경신 비결을 바로 알아들었다.

 즉시 경맥으로 불규칙하게 순환하던 내기를 통제하여, 단전에서부터 일정한 양이 고르게 순환하도록 운기를 조절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속도가 들쑥날쑥하게 변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균일하게 달릴 수 있었다.

 금세 삼 장여를 회복하고 비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뭐, 뭐야!”

 느긋하게 달리던 비연이 깜짝 놀라 내기를 대폭 증가시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필생의 전력을 다 기울이는 것 같았다.

 다시 벌어지는 비연과 청우와의 간격.

 아무래도 몇 가지 운기행로로 운행하고 수많은 운기 비결을 몸으로 터득한 비연에 비해서는 청우가 조금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청우에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면면부절이라는 운기 비결을 운용하자 효율이 조금씩 높아져 갔다.

 끊이지 않으면서도 고르게 흘러가는 내기의 양도 서서히 증가되고 있었다.

 경신법을 시전한 경험이 전무해서 그렇지 사실 청우의 내력은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비연은 말할 것도 없고, 청룡반에 들 수 있을 거라는 쌍둥이보다 내공이 높고 정순했다.

 비연이 청우를 넘어서자 그동안 느긋하던 쌍둥이도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청우 옆을 지나치던 철권도 청우의 등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비연을 넘어서 쭉쭉 달렸다.

 비연이 다소 무리하여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고 하여도 압도적인 속도 차였다.

 열 바퀴를 돌려면 세 바퀴나 남았을까?

 앞서 달리는 비연은 두 바퀴가 남았지만 청우는 비연을 목표로 두 다리를 열심히 놀렸다.

 하지만 두 바퀴를 남긴 비연이 쌍둥이들을 목표로 죽을힘을 다하는지 비연과의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달려도 다시 비연을 넘어서지는 못할 듯싶었다.

 그런데 속도를 높여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한참을 앞서 가던 꼴찌에서 두 번째 아이를 잡게 되었다.

 아이는 힘에 겨운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덟 바퀴!

 아홉 바퀴!

 비연이 청우를 넘어선 이후 다시 세 명이 청우를 넘어 달려갔다.

 하지만 청우는 열두 명을 제쳤다.

 마지막 열 바퀴째가 되자 드디어 청우도 전력을 기울였다.

 뒤쪽에 처진 아이들이 하나둘 청우에게 뒤졌다.

 힘겨운 완주.

 마지막 전력질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청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육십 명 중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아이들이 스무 명이 넘었다.

 그런 청우를 향해 철권과 철검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고맙다.”

 청우가 진심을 담아 철권에게 말했다.

 “고맙긴, 친구 간에 이 정도야…….”

 철권이 넉넉한 웃음으로 답했다.

 ‘친구.’

 청우에게 있어 무척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친구라는 단어를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가슴 한쪽이 따뜻하게 물결치며 벅차올랐다.

 “헤헤! 친구야! 어쨌든 고맙다. 그런데 넌 몇 등 했냐?”

 “나? 글쎄 한 열 번째 정도 들어왔을걸.”

 철권이 확실하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며 철검을 돌아보자 철검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아이들이었다.

 청우를 봐주느라 그렇게 늦게 질주하고도 십 등이라니…….

 청우도 엄지손가락을 쌍으로 치켜올려 주었다.

 

 오후에는 검법 수업이었는데 사범은 키가 무척이나 큰 일심(一心)이었다.

 일심은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목검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이전 졸업자들이 사용하던 목검인지 표면이 반들반들하고 무척 단단해 보였다.

 일심의 교육 방식은 이론보다 실기 위주였다.

 말이 적을뿐더러, 필요시에는 요점만 짧게 설명했다.

 경신법을 가르치는 일선사범이라면 한 시진 이상을 설교할 ‘검을 대하는 마음자세’도 단 한 구절로 끝내 버렸다.

 “신외지물(身外之物)이지만 잘 간직하라!”

 아이들은 ‘검을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고 절대 몸에서 떨어트리지 말며, 밥 먹을 때나, 잠 잘 때에도 곁에 두고……’로 예상했지만 전혀 의외의 발언이었다.

 청우도 일심이 검에 대한 소견을 밝힌 부분에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신외지물!’

 짧지만 많은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이후 검의 각 부위에 대한 명칭과 용도를 간단히 설명하더니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착검과 발검에 이어 검잡는 방법인 파지법(把持法)을 아주 상세하게 가르쳤다.

 직접 시범을 보여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보도록 지시하고, 따라하도록 한 후에는 틀린 곳을 일일이 지적하며 바로잡아 주었다.

 끝으로 무당파 검법의 가장 기초가 된다는 삼재검법의 시연을 보여 주었다.

 다음 수업부터 본격적으로 배울 것이라며, 시연도 딱 한 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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