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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라검형
작가 : 한성수
작품등록일 : 201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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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수의 11번째 무협작품.

 
천라검형-08편.
작성일 : 16-04-12 14:04     조회 : 706     추천 : 0     분량 : 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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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밤.

 신무도장이 칠성검수와 함께 호검관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검중중지를 벗어난 두 남녀, 적천경과 황조경은 한동안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호검관의 정원은 무척 작았다.

 두 사람의 침묵이 길어지긴 애초에 틀린 일이었다.

 “하아! 일 년이 지나도 참 변하지 않는 정원이네. 꽉 막힌 주인하고 똑같달까?”

 “미안하게 되었군.”

 “알면 되었네요.”

 신무도장을 앞에 두었을 때와는 달라진 적천경의 태도와 말투.

 조금쯤 가벼워진 마음에 슬며시 타박과 함께 콧등을 한차례 찡그려 보인 황조경이 결국 숨겨 놨던 속내를 드러냈다.

 “아버지가 적 관주를 팔아넘긴 일은 미안하게 되었어요. 이번 일은 어떻게든 제가 막을 테니까…….”

 “그럴 필요 없소.”

 “……설마! 방금 전의 대화를 듣고도 신무도장을 따라 무당산에 가려는 건 아닐 테지요? 무당파의 금마옥은 정천맹에서 중원의 신마혈맹을 토벌할 때 붙잡은 최악의 마두들을 가둬 놓은 장소예요. 사람이 절대 살 수 없는 장소에 마두들을 한데 몰아넣고 자연적으로 죽어가게 만든 거라구요.”

 “나도 들었소.”

 “그런데 그런 곳을 탈출한 끔찍한 대마두를 붙잡으러 가겠다고요?”

 “그럴 작정이오.”

 “왜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요.”

 “약속이요?”

 “그렇소. 아주 오래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무당파에 가야만 하오.”

 “그 약속, 혹시 폭호검 곽채산과 관련된 건가요?”

 “…….”

 적천경이 처음으로 놀란 기색이 되었다. 황조경의 입에서 그 이름이 흘러나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놀라긴 황조경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폭호검 곽채산에 대해 조사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부친 황대구의 명에 의해 적천경에 관한 뒷조사를 수행하던 중 걸려든 몇 안 되는 이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호검 곽채산은 그야말로 삼류 무사였다.

 무력이 변변찮은 건 둘째치고, 뒷배경이 되는 사승관계나 문파, 인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도 최악이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함,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그러했다.

 아니다.

 착각이었다.

 지금 이 순간 폭호검 곽채산이란 이름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한 사나이. 적천경에 의해 그는 생생하게 살아났다.

 “친구였나요?”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소.”

 “그렇군요. 하지만…… 그 사람, 죽었잖아요.”

 “그렇다고 생각했소.”

 “안 죽었어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나는 무당산에 가려는 거요.”

 “금마옥! 그곳에 폭호검 곽채산이 수감되어 있던 거로군요? 아니다! 탈출한 마두들 중에 곽채산이 있군요! 맞나요?”

 “…….”

 적천경이 대답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황조경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아버지, 정말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여기까지예요. 저 역시 폭호검 곽채산이란 이름을 알아냈으니까요.’

 황조경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적천경의 고집은 대단하다.

 이미 마음을 굳힌 이상 절대 자신의 뜻을 꺾지 않을 터였다. 다른 방도를 강구하기 전에는.

 

 저벅! 저벅!

 황조경과 헤어진 후 홀로 정원을 걷고 있던 적천경이 쓸쓸하니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달 아래 홀로 섰다.

 반달도 아니고 보름달도 아닌 상태.

 교교하니 은색 빛을 뿌리고 있는 달의 모양은 꽤나 어중간하다.

 뭐라고 딱히 부를 말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적천경은 이 같은 달도 그리 나쁘진 않다고 여겼다.

 모든 것이 흑백으로 나눠진 세상.

 그중 어중간하거나 회색빛을 띠는 게 하나나 둘쯤 있다 해도 문제될 건 없지 않겠는가.

 그때 사르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빛을 밟으며 한 명의 가인(佳人)이 모습을 드러냈다.

 낮 동안 침실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던 처제 소하연이었다.

 익숙한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소하연의 등장을 눈치챈 적천경은 시선을 달로부터 떼어 냈다.

 “밤이 되면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다. 어찌 이 밤중에 나온 거지?”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더니 산책을 하고 싶어졌어요.”

 “으음, 미안하구나. 오늘 몇 명이나 손님들이 오는 바람에 처제에게 들르질 못했으니…….”

 “귀빈들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형부께서는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아!”

 “…….”

 적천경이 가냘픈 신형을 휘청이는 소하연에게 얼른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르락 소리를 내며 다가드는 그녀.

 소하연은 적천경이 내민 손을 붙잡고 익숙한 자세로 몸을 그의 강인한 어깨에 기댔다.

 구름덩이가 다가와 안긴 듯한 느낌.

 처제의 몸이 근래 들어 더욱 야위었다는 생각에 적천경은 마음이 아파왔다.

 ‘본래 처제도 연정처럼 활달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모습이 되었다니…….’

 ※초반에 전병을 주는 소연정의 모습도 활달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아내 소연정과 마찬가지로 처제 소하연의 병은 가문 대대로 이어진 괴질에 기인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맥증!

 만약 적천경이 일찍이 아내 소연정의 절맥증 치료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이미 그녀 역시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적천경은 그녀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아내 소연정이 죽기 전 부탁한 유일한 피붙이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사락!

 적천경의 다른 손이 습관처럼 소하연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이마에 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소하연이 형부의 부드러운 눈빛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열정을 읽어냈다.

 “형부, 호검관을 비우려 하시는군요?”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곧 그러시겠다는 뜻이군요?”

 “그럴 것 같다.”

 “하지만 형부가 이리 고심하시는 건, 그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테지요?”

 “…….”

 적천경이 소하연의 이마에서 손을 떼어 냈다.

 가슴이 뜨끔하다.

 혹시라도 소하연에게 오늘의 일이 새어 들어갈까 봐 호검관의 어느 누구도 호검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이리 정확하게 자신의 내심을 꿰뚫어 본단 말인가.

 적천경이 동요하고 있음을 눈치챈 소하연이 입가에 귀여운 미소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후후, 오늘 제가 만난 외인은 조경 언니밖엔 없어요. 설마 형부는 조경 언니마저 의심하시는 건 아닐 테지요?”

 “그럴 리가? 단지 나는…….”

 “그럼 더 이상 의심치 마세요. 저는 그저 형부가 달을 올려다보며 고심하시는 걸 보고 지레짐작해 봤을 뿐이에요. 그런데 정말 예상이 맞다니, 제게 의외의 재능이 있었던 것 같네요. 후후후.”

 소하연은 말끝에 미소를 흘리던 중 가녀린 몸을 몇 차례 휘청거렸다. 갑자기 경미한 현기증을 느낀 까닭이다.

 적천경에게 이 같은 일은 생소한 게 아니다.

 그는 얼른 소하연을 부축하고 있던 손에 힘을 준 후 머리에 머물러 있던 손을 내려 그녀의 명문혈(命門穴)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운기!

 곧 적천경의 정순하고 고강한 내력이 부드럽고 끊임이 없는 기운으로 변해 살며시 발출되었다.

 “으으음…….”

 소하연은 자신의 명문혈을 통해 물결처럼 파고들어오는 적천경의 내력을 받아들이며 입새로 작은 신음을 토해 냈다.

 절로 흘러나오는 앓는 소리다.

 아무리 적천경의 내공이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에 이르렀다곤 하나 타인에게 기력을 주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운기요상이 이뤄질 때마다 적천경과 소하연은 외줄을 타는 기분이었다. 한 명은 심장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심력이 크게 고갈되고 심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루하루 죽어 가고 있는 소하연의 경맥들.

 언제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운 경맥들에게 한 가닥 생기를 남겨 주기 위한 두 사람의 사투는 이미 역사가 제법 오래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꿈결처럼 시간이 흘러갔다.

 금방이라도 생기를 잃고 쓰러질 것만 같던 소하연의 창백한 안색이 불그스레한 기운을 담았다. 몸의 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호전된 것이다.

 적천경은 그제야 소하연의 명문혈에서 손을 떼어 냈다.

 장강의 물결같이 끊임이 없던 진기의 전도 역시 거짓말처럼 그쳤다.

 “고생했다.”

 “형부야말로 고생하셨어요. 운기조식을 취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괜찮다. 이 정도는.”

 “하지만…….”

 “처제만 괜찮으면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제 내공을 충실히 해서 어디에 쓸까?”

 적천경의 반쯤 농 섞인 말에 소하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마 전보다 훨씬 생기가 감도는 표정과 함께다.

 “후후, 형부가 농담도 다 하고. 확실히 조경 언니가 오니 좋군요. 일 년 만에 오신 거니, 조경 언니한테 많이 신경을 써주세요.”

 “처제, 그건…….”

 “조경 언니는 아직까지도 혼자예요. 꽃 같은 젊음을 형부만을 바라보며 지내고 있으니, 결코 그 두터운 은의(恩義)를 저버려선 안 됩니다.”

 “…….”

 소하연의 뒷말은 조금 엄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평상시 적천경에게 반 마디도 강요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참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적천경은 소하연의 이 같은 마음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니 소연정이 죽은 후 비탄에 잠긴 자신을 줄곧 걱정해 왔던 것이리라.

 “처제, 내가 오늘 운수 좋게 백 년 된 고려 산삼 한 뿌리를 얻게 되었다. 고려 산삼은 천하에 영약이라 하니, 처제의 병세에 크게 도움이 될 거야.”

 “형부, 제 말에 아직 답을 주지 않았어요!”

 “벌써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이미 취침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으니, 침실로 돌아가거라.”

 “형부…….”

 “어서!”

 적천경이 슬쩍 목소리를 높이자 소하연은 뭐라 더 말하려다 곧 단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적천경의 눈 속에 담긴 단호함을 읽은 까닭이었다.

 

 4.

 

 황조경은 자신의 처소로 정해진 별실에 누웠다가 속이 답답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어떻게든 적천경을 만나서 다시 설득해 볼 작정이었다.

 그렇게 정원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황조경은 달을 바라보는 적천경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심 크게 반가웠다.

 생각해 보면 호검관에 온 후 적천경과는 계속 공적인 얘기만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곁에는 무당파의 신무도장까지 함께 있었다.

 이제 밤중에 심중의 정인을 만나게 되자 마음이 묘하게 설레였다. 애초 그를 만나려던 목적조차 지금은 크게 중요치 않게 여겨졌다.

 한데, 평소처럼 쾌활한 표정으로 적천경을 부르려던 그녀는 입술만 달싹일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달빛 속에서 걸어들어 온 한 명의 여인.

 소하연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적천경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황조경은 그쯤에서 발길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게 옳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질 못했다.

 그녀는 오히려 몸을 큼지막한 정원수 뒤로 숨겼다.

 천하에서 가장 친숙한 형부와 처제 사이를 훔쳐보는 어처구니없는 여인이 된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소하연이 운기요상이 끝난 후 적천경에게 한 말을 그녀는 듣게 되었다.

 두근! 두근!

 사춘기가 지난 지 몇 해가 흘렀을까?

 더 이상 가슴 뛸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황조경은 심장이 일시 터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만큼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혈류 역시 빨라지고 있었다.

 그녀가 적천경을 생각하는 마음 만큼의 변화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황조경의 안색은 곧 창백하게 굳어버렸다.

 완강하고 단호한 태도!

 그녀는 소하연의 부드러운 권유를 냉정하게 외면하는 적천경의 태도에 상처 받았다. 지난 수년간의 사련 끝에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일 따윈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적천경! 이 바보 같은 인간…….’

 황조경은 달빛을 받으며 천천히 멀어져 가고 있는 적천경과 소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주먹을 꽈악 쥐었다. 어느새 촉촉한 물기가 그녀의 양 뺨을 적시고 있었다.

 바람.

 한줄기 야풍이 불어와 답답한 그녀의 가슴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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