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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3월의 목격자(2)
작성일 : 17-07-06 21:48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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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문을 열자 보인 건 하얀 원피스를 입은 갈색머리의 여인이었다. 그녀와 비슷해 보이는 나이대로 추정되는 앳된 얼굴은 하얀원피스에 얼룩이 점점이 묻어있는 점이나 부시시한 머리칼 상태로 보아 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얼굴부터 찬찬히 시선을 내리니 그녀가 들고있는 트레이에 놓인 노릇노릇한 식빵이 보였다. 따끈따끈한 느낌이라던가 식빵의 상태로보아 방금 오븐에서 나온 게 분명했다. 처음 보는 여인은 씨익 웃으면서 그녀가 그렇게나 바라던 정상적인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맑은 하이톤의 목소리였다. 많은 사람중에 섞여있어도 단숨에 알아챌 수 있을 것같은 목소리. 예전에 어떤 책에서 많은 소음중에서도 '라' 음은 확연하게 들린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앞에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와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의도적으로 그렇게하는지 원래 이런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사람임에는 분명했다.

 

 어딜가서든 한번에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고 생동감이 강한 인상이다. 무엇보다, 새 이웃을 위해 빵을 구워오다니, 앞집 남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친근함이었다. 드디어 친구같은 이웃이 생기겠구나! 그녀를 따라 웃어주며 프리멜라도 인사를 건넸다.

 

 "세상에, 저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네요, 저번에 살던 사람은 발냄새가 심한 아저씨였거든요. 정말 얼마나 심한면 신발을 신어도 옆에 서 있으면 구토감이 치미는지…아. 전 제인이에요. 제인 에일런. 밑 집에 살아요."

 

 제인은 트레이를 자신에게 내밀며 조잘조잘 참새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프리멜라는 얼떨결에 트레이를 받아 들면서 일단 들어오라고 말했고 그녀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테라스로 가서 앉아있으라고 하고는 아침에 지하시장에서 사온 쿠키를 꺼내 쟁반에 담고 식빵에 바를 크림치즈와 잼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에도 제인이라는 처음보는 이웃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댔다.

 

 "여기 원래 살던 아저씨가 좀 알콜중독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은 하필 막나가는 십대들이랑 시비가 붙은 거예요. 원래 십대들 불량서클 연대가 실만큼 가느면서도 철근만큼 단단하기도 하잖아요? 결국 그 아저씨가 동네 양아치들이랑 싸움이 붙는 바람에.. 아니 붙어도 하필 이 빌라 앞에서 싸움이 붙어버렸다니까요? 그 바람에 시끄러워서 정말 말도 아니었어요. 그렇게 맞고나서 계단을 올라오면서 화려하게 토를 하는바람에.. 으으! 아참, 몇 살이세요?"

 

 "스물 셋이요."

 "와, 저랑 동갑이네요! 반말 써도 되죠? 이름이 뭐에요?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물어봤네요."

 

 정신없는 여자다. 그렇지만 알아서 여러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어대니 대강 이 주변의 분위기라던가 사정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가끔씩 과자나 먹으면서 편하게 이야기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프리멜라 핑거우드, 그냥 피피라고 불러줘."

 

 피피? 귀여운 애칭이네! 제인이 그렇게 말하며 까르르 웃었다.

 

 "여기 위치가 정말 좋지? 정말 베란다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니까 엄청 낭만적인 것 같다니까. 물론 어쩌다보면 해변에서 뒹구는 낯뜨거운 커플을 보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 빼면 상관없어."

 

 제인은 자신이 보던 신문을 흘깃 보더니 손을 짝, 치며 즐겁게 웃었다.

 

 "너도 봤니? 소리없는 비명의 촬영을 여기서 한다는거 말이야. 벌써 어느 장소에서 촬영하는지 주변에 소문이 쫙 깔렸다구. 8일 부터니까 다음주부터 시작이잖아, 나랑 한 번 구경가자"

 "테슬라 헤리엇 작품을 좋아하는가봐?"

 

 이런, 여기에 삼각관계의 미학을 전파하려는 테슬라 헤리엇의 열렬한 팬이 있군. 갑자기 빵을 가져온 아랫집의 발랄한 여자가 십대의 신데렐라 꿈을 쫒는 철없는 아가씨로 둔갑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물음에 제인은 '좋아한다기 보단 그런 오글거림을 즐기는 거지'라고 깔끔하게 자신의 생각을 일축했다.

 

 "그러는 넌 어떤데? 혹시 영화관에서 인어의 눈물이랑 뱀파이어의 죽음을 다섯 번씩 보러가는 '헤리엇' 페인족?"

 "천만에, 그런 사람들이랑 비교하지 말아줘. 그런 걸 보려고 영화관에 갈 돈은 없어"

 "어머. 조금 찔리네. 난 헤리엇 페인족은 아니지만 영화관에서 두 작품 다 보기는 했거든. 물론 한 번씩 뿐이야"

 

 제인이 쿠키를 하나 집어 먹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헤리엇의 작품을 읽어본 적 있니?"

 "응, 대학시절에. 인어의 눈물."

 "아, 기억난다. 그거 그 여자 데뷔작이었지? 엄청 센세이션이었는데. 인어돌풍이랍시고 별 게 다 생겼었잖아. 인어테마파크며 각종 인터넷상의 미신까지 말이야. 그래도 오글거리긴했지만 흐뭇하던데? 종족을 뛰어넘은 미지의 사랑! 푸하하하, 딱 십대들이 좋아할 이야기아니야? 엔딩장면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바다에서 잘 사는 장면을 보고 나름 기분 좋았는걸. 나랑 같이 영화관에서 본 사촌은 그걸 보고 눈물을 질질 짰다고."

 

 "감수성이 엄청 풍부한가보네. 그런데 마지막은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말 할수 없지 않아?"

 

 어째서? 프리멜라의 말에 제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빵을 쩝쩝 씹었다. 정말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 여자였다. 이상하게 그런데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심어주는 것을 보니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여자였다. 아니, 설마 상대방이 싫어하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아할 것 같았다.

 

 "남녀주인공이 결국 애새끼 낳고 잘 살았습니다, 하면 해피엔딩인 거지, 뭐가 문제니? 설마 자살한 과학자때문이야? 서브 남자주인공? 오, 물론 그 배역의 아리에드 크로어가 잘 생기긴 했지."

 

 잠시 침묵하는 자신을 살살 재촉하며 제인이 딸기잼을 빵에 펴 발랐다.

 

 "그딴 사랑이라는 감정에 못이겨서 자살한 사람이라면 별로 신경 쓸 가치도 없어. 사랑에 관한 호르몬 관계된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갈망으로 시작해서 홀림을 거쳐 애착으로 넘어가. 그리고 각 단계에서 다른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게 되지. 홀림 단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에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게 있는데, 노르에피네프린은 육체적인 쾌감에 관계되는데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강한 공격성과 충동도 불러일으키거든"

 

 "…뭐."

 "애착은 끈끈한 관계를 맺는 시기야, 그 자살한 과학자의 경우는 홀림단계에서 애착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는 이야기지. 물론 추측이지만 그 남자는 분에 못이겨 자살한 거 같긴한데 어쨌든 간에 자신의 의지부족이지. 그 서브남주를 애도하는 마음은 없어. 그리고 정말 이 이야기의 오점은 많다만 끝이 엄청난 배드엔딩이라는 건 최악이야. 최악의 이야기인 주제에 배드엔딩이라니 겨우 다 읽었더니 힘 빠지더라고."

 "대체 어디가 배드엔딩이야?"

 "그들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지."

 

 신랄하기까지 한 대답에 제인이 입을 쩍벌리고는 입으로 가져가려던 쿠키를 말 없이 쟁반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벌린 입과 멈춘 수다와 커진 눈을 보건데 상당히 어이없어하는 건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이왕 입을 연김에 말할 건 다 말해야 했다.

 

 물론 이런 말을 끝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난지 한 시간도 안 된 제인 에일런은 드문 케이스에 속했다. 그녀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더니 눈을 몇 번 깜박이며 다시 힘겹게 입을 뗐다.

 

 "아이를 낳았다는 엔딩은 보편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끝낼 수 있는 결말이잖아. 아이를 낳았다, 라는 사실만으로도 훈훈하게 모든 사실이 정리되지. 그런데 어째서?"

 "생각해봐, 여주인공은 인어고 남주인공은 인간이었어. 종이 다르다는 거잖아. 결국 그 아이는 '잡종'이야. 시험관을 통해서 키메라 수정체를 만들었든 어쨌든 책에서 설명은 안돼있으니까 가장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거지, 슬프게도 그러니까 그들은 생식이 불가능한 아이를 낳고야 말았다는거야. 종이 다른 부모를 가진 개체는 자손을 만들 수 없으니까."

 

 "…그래 피피. 네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의 결과물이랍시고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는 평생 사랑하는 사람, 혹은 인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어쨌든 자신의 아이를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배드엔딩이라는 거야?"

 "정확해. 물론 아이를 만드는게 꼭 행복의 요건에 들어가진 않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야. 이건 보편적인, 그리고 악랄한 배드엔딩이지. 자신의 DNA를 보존시키는게 생물학적 관점에서 모든 생명체의 근본적인 목적인 점에서 말이야. 어, 혹시나 여기 DNA 보존에 관련해서 동성애에 관련된 반론을 제기하려는 건 자제해주겠어? 이건 일차적으로 같은 종이라는 개념도 성립되지 않았단 말이야."

 

 "푸하하!"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던 제인이 갑자기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지만 테이블이 덜커덩 거릴 정도로 탕탕, 쳐가면서 미친듯이 웃어댔다. 프리멜라는 정신나간 듯 웃는 아랫집 여자를 보면서 조금 전에 그녀가 그랬듯 침묵했다. 한참이나 웃던 그녀는 이내 눈에 눈물을 달고는 꺼억거리기 시작했고 보다못한 프리말라가 결국 오렌지주스를 건네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너 엄청 재밌다."

 "그런 말은 처음들어서 신선해."

 

 또다시 제인이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오렌지주스를 쭈욱 들이키고는 거하게 트림을 하고는 베시시 웃었다. 다시 말하는 거지만 정말 대단한 정도로 남을 신경쓰지 않는 여자였다. '아니 혹시 내가 동성이라서 그런가.'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앞에서는 백팔십도 변하지 않는가. 갑자기 '남자'하니까 앞집남자가 떠올랐다.

 

 "앞 집 남자 뭐하는 사람이야?"

 "응? 파코다 말하는거야? 벌써 만났어? 유진 파코다. 그 새끼 진짜 재수없지? 얼굴이 좀 괜찮긴한데 성격이 그냥… 어우 오죽하면 결국 이 집에 살았던 아저씨가 두 손 두 발 다들고 이사를 갔겠어, 물론 그 양아치들과의 일도 있었지만 파코다와의 마찰도 분명 한 몫 했을거야. 그 사람, 아니 그 새끼. 믿기 힘들겠지만 테람 시 경찰이야. 그것도 강력계 형사."

 

 전혀 예상치 못한 직업이었다.

 

 "나참, 벌써 네 번째라니, 어디 세상무서워서 살겠나."

 

 또다시 신문을 뒤적거리며 제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이 마저 보려던 네 번째 연쇄살인에 대한 기사였다. 기사를 읽어내리던 제인은 사탕 속 벌레를 발견한 어린아이마냥 표정이 찌그러졌다. 그녀는 기사를 다 읽었는지 신문을 덮어버리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저런 또라이를 안잡고 경찰은 대체 뭘 하는거래?"

 "뭐, 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겠지. 폴 햄튼은 이러다간 사람 발길이 끊기겠어. 들어보니까 학교도 전부 휴교하고 치안이 장난이 아니래."

 "으으, 정말 길 가다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해 봐! 어으으 정말 최악이야. 그리고 이 새끼 여태까지 여자만 죽였잖아. 물론 폴 햄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만 밤 늦게 무서워서 다니지도 못하겠어."

 

 제인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즘 모든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이 연쇄살인범은 '사이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사이언티스트 킬러(SCIENTIST KILLER)의 약자로 과학자만 골라 죽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제인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이번에도 피해자는 과학자일 것이다. 어째서 여성 과학자만 골라 죽이는가는 알 방법이 없지만 아마도 개인적인 과학자에 대한 원한때문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간단한 추측으로, 그래 어쩌면 연쇄살인범 본인의 어머니가 과학자였는데 어릴때부터 학대당하면서 자랐다던가하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일지도 모르고.

 

 "사이킬 이 새끼 얼마나 싸이코틱해, 죽여놓고 피로 벽에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해 봐, 정말 소름끼쳐."

 

 제인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탈탈 털었다. 이 사이킬이라는 살인범은 항상 사람을 죽인 뒤에 벽에다가 글을 썼다. 그것도 피해자의 손으로 말이다. 경찰에 의하면 사람을 죽인 후에 그 시체의 손가락에 피를 내어 그 시체의 팔을 잡고 글을 썼을 것이라 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손가락을 펜 삼아 벽에다가 글을 썼을 모습을 상상하자니 별로 속이 좋지는 않았다.

 

 희생자의 집에 도난당한 물품이 없는 점으로 보아 그가 그저 살인을 즐긴다는 것을 경찰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희생자들이 하나같이 어디에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반항한 흔적이 없고 범행이 모두 그들의 집에서 이루어진 것을 보아 면식범일 가능성도 높았다.

 

 "흠, 소문엔 이 살인범이 아주 잘생긴 남자라던데? 얼마나 잘생겼으면 이 여자들이 전부 문을 열어줬겠어? 살인범만 아니라면 한 번 만나나 보고싶다. 아리에드 크로어나 미하엘 체일로정도 되는 미남이라면 오, 하고 두손 들고 영접하겠어."

 "살인범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말이지."

 

 제인이 낄낄거리더니 눈을 반짝 빛내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물었다.

 

 "혹시 남자친구 있어?"

 "없어, 물론 예전에야 있었지만 말이지."

 

 대학시절에 만났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는지는 지금은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그 관계에 대해 회고하자면 별로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냥 그저 그랬던것 같다. 처음엔 아는게 많고 그냥 잘 챙겨줘서 끌렸던 것 같기도하다.

 

 첫사랑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어쨌거나 첫사랑이었다. 그런데 다만, 남들이 첫사랑에 대해 가지는 아련한 느낌같은 건 자신에겐 남아있지도 않았다. 사실 연인이라는 관계보다는 그냥 친구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 말도 잘 통하고 가끔씩 만나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푸흐흐흐 예전남자는 거론하는게 아니야. YES나 NO만 대답으로 가능한거라고. 어쨌거나 없다니까 우리, 클럽에 가지 않을래? 내가 엄청 물 좋은 데 아는데."

 "넌 없어?"

 "있어, 묻지 마. 지금은 권태기라구. 언제 깨질지 몰라, 어쨌거나 오늘 저녁에 나랑 나가자! 밤새도록 마시고 놀자고."

 

 그러면서 살레살레 내젓는 네 번쨰 손가락엔 반짝이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프리멜라는 그것을 보곤 피식 웃음을 터트리면서 물었다.

 

 "좀전에 밤늦게는 무서워서 다니지도 못하겠다는 사람이 누구더라?"

 "그래도 난 과학자가 아니니 조금 안심되긴 해. 그럼 난 약속한걸로 알고 간다? 9시 괜찮지? 아참, 나 저 앞에 카페에서 홀서빙하는데, 한 번 놀러와. 서비스 팍팍 해줄 수 있어."

 "……휴우."

 "그럼 난 이만 갈게! 이제 일하러나가야하거든."

 

 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쿠키를 하나 더 집어 낼름먹으며 그렇게 말했다. 손을 원피스에 대충 한 번 닦더니 발랄하게 인사하고는 바람과같이 사라져버렸다. 폭풍과도 같은 방문과 퇴장이었다.

 

 

 

 "제인? 나야, 피피."

 

 다시 한번 벨을 눌러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확인해보니 아홉시 이분이다. 고작 2분 지났다고해서 어디 가지는 않았을테고, 그녀가 아홉시로 시간을 잡았으니 분명히 그녀의 일도 끝났을 것이다.

 

 다시한번 벨을 누르고는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문 저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어디 간 것은 아닐까, 혹은 잠자는게 아닐까. 별의 별 가설을 다 세워보면서 나름대로 타당한 것을 찾느라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도 주어지지 않은 채론 확실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벨을 더 눌러보고는 혹시하는 생각에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어?"

 

 문 앞에서 시끄럽게 군 것이 창피하게도 문이 스르륵 열렸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되었지만 그녀라면 어쩐지 덜렁대다가 문을 잠그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집에 도어락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했다.

 

 남의 집에 무단침입하는 거라지만 저 안에서 드르렁거리며 자고있을 지도 모르는 제인에게 한 마디라도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깨우고 준비하기엔 늦었으니까 맥주랑 안주라도 사와서 집에서 마시자고 해도 되겠지. 문을 열자 들리는 작은 텔레비전소리에 그녀가 집에 있다고 확신했다.

 

 "뭐야 제인, 문도 안 잠그고."

 

 그렇게 말하며 발을 안에 들여다 놓았다. 그러나 제인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조용한 실내에 작게 울리는 텔레비젼소리가 벌레소리처럼 들려왔다. 텔레비젼에는 지금 시간에 시작하는 시트콤인 팬케이크의 법칙이 나오고 있었다 다. 대답이 없는 집주인 때문에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해도 텔레비젼을 안끄고 외출을 했을리는 없다.

 

 본능적으로 집안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옷가지가 바닥이며 소파 위나 의자 위에 마시다 남은 커피가 든 잔이 소파 앞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다가가서 잔에 손을 가까이 해보니 따뜻한 열기가 올라오는 게 방금까지만해도 누군가 마시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제인은 지금 집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집의 구조라면 자신의 집과 동일하다. 거실, 방 두개, 욕실 하나. 빠른 걸음으로 조용히 다가가 안쪽 방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고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신경을 긁어댔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프리멜라는 순간적으로 숨을 흡, 하고 들이키며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침대위엔 피로 범벅이 된 갈색머리칼의 여인이 팔다리가 기괴하게 꺽인채로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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