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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화살은 태자의 가슴에 박힌다 (1)
작성일 : 17-07-06 18:25     조회 : 313     추천 : 5     분량 : 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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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녘이었다. 처연하도록 어여쁜 네가 내 앞에 서 있었고, 너의 표정에선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네 앞에는 한 자루의 칼이 던져진다. 나는 곧 네게 죽으라, 말하겠지.

 

  너와 내가 왜,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일까.

 

  아니, 사실 이런 반성은 지금에 와서 전혀 쓸모가 없다. 결국, 우린 종점에 서 있으니.

 

  기억은 잠시 8년 전으로 돌아간다.

 

  성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혼례였지만 너는 곱고 해사한 모습으로 내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고 웃었고, 너 또한 붉어진 뺨을 감추지 못하고 살며시 웃어 보였다. 서로의 술잔을 나누어 마시며 부부의 연을 맺어 백 년을 살다 같은 무덤에 묻히리라, 약조하였다.

 

  너와 나의 혼례를 치렀던 이곳에서, 나는 너에게 죽으라, 말한다.

 

 

 

  8년 전

 

  개경의 황궁, 그중에서도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건덕전(乾德殿)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조계가 시작되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날이었지만 오늘 몇몇 대신들에게는 특별한 임무가 있었다.

 

 "폐하, 북계에 전염병으로 죽은 백성의 수가 오백을 넘었다 하옵니다. 부디 사람을 보내어 가여운 백성들을 구휼하게 하시옵소서."

 

 `병부상서가 화살을 꺼내 들고,`

 

 "공들은 무슨 대책이 있소?"

 

  문무백관들이 저마다 직책에 맞는 복색을 하고 도열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앉은 황제의 얼굴은 한겨울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고 수척했다.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급사한 형을 대신해 황위에 오른 그는 재위한 이해 단 한 번도 자신의 의지로 명령을 내려본 적이 없었다.

 

  공들의 뜻대로 하시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떻소?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눈치나 보며 제 목숨 하나 지키기에 급급한 황제.

 

 `태자가 병에 걸린 백성들을 보살피다 죽는다면 그만큼 명예로운 죽음도 없겠지요.`

 

  황후의 아버지이자 고려 조정의 이인자라 할 수 있는 수문하시중은 지난밤 `그분`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태자 전하께서 행차하시어 민심을 보살피신다면 그만한 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수문하시중이 활시위를 당기면,`

 

 "태자는 태의감(太醫監)의 의원들과 함께 북계에 창궐하는 역병을 다스리고 오라."

 

 `그 화살은 꼭두각시 황제의 손을 떠나 태자의 가슴에 박힐 것이다.`

 

 

 

 "전하, 목에서 쉰내가 다 납니다. 제발 쉬었다 갑시다."

 

  태자궁의 호위를 책임지는 견룡(牽龍) 무관이 말을 쉴 새 없이 채찍질하는 태자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태자의 뒤를 따르는 서너 명의 견룡과 의원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닥치고 더 빨리 달리거라! 이랴!"

 

  말을 멈추기는커녕 더욱 속도를 올렸지만,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가겠다는 그의 계획은 머지않아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앞서 나가던 그와 대부분의 일행이 얕게 쳐져 있던 줄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 특히 태자의 말이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위에 타고 있던 그 또한 바닥에 팽개쳐졌다.

 

 "전하!!"

 

  그나마 후방을 지키고 있던 견룡들이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말에서 내려 달려왔다. 그들이 본 태자의 모습은 처참했다. 흙바닥에 몇 바퀴를 구른 건지 깨끗했던 비단옷이 해지고 찢긴 데다 구르면서 나뭇가지가 박혀버린 종아리에서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아 낙마의 충격이 큰 것 같았지만, 그들은 태자를 살필 새도 없이 차고 있던 검을 일제히 꺼내 들어야 했다.

 

 "네놈들 짓이냐!"

 

  검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온몸에 검은 옷을 휘감은 무리가 손에 서슬 퍼런 무기를 하나씩 들고 그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마에 `나 자객이오.` 써 붙인 이들은 말없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검을 들어라. 전하를 지켜야 한다."

 

  말과 함께 쓰러져 있던 무사들은 대장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았다.

 

 "염아, 너는 태자 전하를 말에 태워 멀리 달아나거라."

 

  척 보기에도 호위무사들의 수보다 자객의 수가 두 배는 더 많아 보였다. 대장은 이대로 다친 태자를 지키며 싸우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목에서 쉰내가 난다던 무관에게 말했다.

 

 "예? 제가요?!"

 

  지목당한 남자는 못들을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경악했다. 그와 동시에 남자를 뺀 모두가 지목당한 게 자신이 아님을 깊이 안심했다.

 

 "그래, 너."

 

  차라리 여기서 싸우다 죽지, 이 안하무인 태자를 혼자 모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말에서 혼자 힘으로 내려오는 법이 있나, 신하의 말을 귓등으로 듣질 않나, 허구한 날 소리나 빽빽 지르고, 예민하기 이를 데 없었다. 헌데 이런 것(?)을 나 혼자 책임져라?

 

 "대장이 가시지요. 제가 싸우겠습니다!"

 

 "아니다, 네가 가거라."

 

 "아니면 다른 누가..."

 

  대신 떠맡길 사람 누구 없나, 둘러보았지만 누구 하나 그와 눈을 마주치는 이가 없었다. 다들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 굴리기 바빴다. 이때만큼 견룡의 막내인 것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빌어먹을 전하, 평소에 인덕 좀 쌓으시지.

 

 "어서 가라! 닷새 뒤에 서경에서 보자."

 

 "윽...나중에 두고 봅시다, 대장!"

 

  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태자와 의원 하나와 함께 일행을 뒤로 한 채 말을 달렸다.

 

 

 

  속은 메스껍고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허허벌판이었던 탓에 말도 사람도 하루 꼬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태자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 의원의 처치를 받고 금세 정신을 차렸지만 이대로 가다간 탈수로 먼저 죽을 지경이었다.

 

  머지않아 개경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린 말이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두 발로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어시진을 더 걸었을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세 사람의 앞에 또 다른 적이 나타났다.

 

 "가진 것은 다 내놓아라!"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들이 잘 훈련받은 자객이 아닌 오합지졸 화적이라는 점일까.

 

 "전하, 어찌할까요."

 

  염은 그들에게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뒤에 선 태자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태자 또한 상대하기도 귀찮은지 알아서 하라며 손을 휘적휘적 내저었다. 주인의 허락을 받은 그가 배를 걷어차인 말처럼 달려가 순식간에 칼을 내질렀다.

 

 "으, 으악!?"

 

  꼬질꼬질한 몰골로 간신히 낫 한 자루 들고 있던 화적은 얼떨결에 그의 칼을 맞받아쳤고, 놀랍게도 잘 훈련받은 무관이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태자는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이 출중해 다소 무례한 언행도 눈감아주던 그가 아니던가.

 

  사실 아무리 뛰어난 무관이라 한들 밥 한 수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상황에서 내내 몸을 혹사했으니 실력을 발휘할 수가 있나. 이래서 노비도 밥은 먹이고 부려 먹으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하, 하하! 어디 폼만 살아서는. 거기 네놈, 말에 걸린 짐부터 가져오너라."

 

  염의 칼을 낫으로 받아친 화적은 단숨에 의기양양해선 태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엄하다! 이 분이 누구신 줄..."

 

 "누구고 자시고, 지금은 화적 만난 재수 없는 놈들이지. 냉큼 오지 못할까!"

 

 "네놈이 옳은 소리도 하는구나! 하하하하!"

 

  화적이 태자에게 삿대질하는 것을 본 염은 그래도 주군이라고 발끈해서 소리쳤지만, 바닥에 널브러진 몸으로 큰소리 내봐야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태자는 그런 수치스러운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런 놈이 내 호위무사라니. 궁으로 돌아가면 네놈부터 모가지다.

 

  염이 알았다면 피눈물을 흘릴만한 생각을 하는 사이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견룡들이 따라온 것인가?

 

  거침없는 소리가 지척까지 다가와 풀숲을 헤치고 화적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이히히힝-

 

 "으아아악!!"

 

  난데없이 튀어나와 자신들을 덮칠 듯이 위협하는 말의 존재에 화적들이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워워-"

 

  말을 달려 사람을 덮치려 들 땐 언제고 그 위에 올라탄 인물은 고삐를 당겨 흥분한 말이 바닥에 똑바로 설 수 있게 진정시켰다.

 

 "이 근방에서 도적질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직도 소문이 안 났나?"

 

  그는 조금 전의 무서운 기세와는 달리 생글생글 웃는 낯짝이었다.

 

 "무슨 헛소리야! 우리가 그 이름도 유명한 붉은 도적단.."

 

 팍!

 

 "아이쿠! 하마터면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낫을 치켜들고 자기소개를 하던 도적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스친 무언가에 놀라 하던 말도 잊고 멈춰 섰다. 설마, 설마 하며 뒤를 돌았는데,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땅에 박힌 것은 화살이었다.

 

 "고, 고자..."

 

  도적은 그 자리에서 눈을 까무룩 뒤집고 혼절해버렸는데, 정작 화살을 날린 당사자는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염만이 그가 활을 꺼내 시위를 당기는 장면을 제대로 보았다. 분명 표적에 활을 겨눌 새도 없이 시위를 놓았다.

 

 "아직 안 갔어? 왜? 고자 도적단을 만들어줄까?"

 

  그는 마찬가지로 할 말을 잃은 채 입만 뻐끔대고 있는 나머지 화적들을 향해 말했다.

 

 "다신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도적들은 정말 그의 말대로 되기 전에 서둘러 동료를 챙겨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쳤다. 그제야 그가 태자 일행을 돌아보았다.

 

 "언제까지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계실 겁니까?"

 

  그, 아니 그녀가 그들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화적들을 대하는 기세는 사내 못지않았으나 긴 머리를 높이 묶고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은 그는 분명 여인이었다.

 

  그리고,

 

 `상스럽기 그지없는 계집.`

 

  이것이 그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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