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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9화. 날아오르는 행복감
작성일 : 17-07-06 09:58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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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절한 느낌이 필요하다길래 한번 써본 거였어요. 신후씨 노래에 쓰인다니 기뻐요.”

 “내가 고맙죠.”

 

 옥봉에게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신후는 그녀가 조선의 뛰어난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곳엔 저작권이란 게 있어요. 어떤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선 당사자만 권리를 갖는다는 거죠.”

 “창작물도 물건처럼 소유주가 분명하군요.”

 “그렇죠. 옥봉씨가 지은 시는 옥봉씨한테 전적으로 권리가 있는 거예요.”

 

 옥봉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권리를 사용할 일이 있나요?”

 “많아요. 시집을 내거나 옥봉씨 시를 어딘가에 인용할 경우죠.”

 

 신후는 어쩐지 난감한 기분을 느꼈다. 옥봉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말을 꺼냈다.

 

 “제 신분이 문제인 거죠? 신후씨 노랫말로 쓰려면 제 신분이 명확해야 하잖아요.”

 “네, 맞아요.”

 “근데......”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옥봉의 선택지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을.

 

 “신후씨도 알잖아요. 전 괜찮으니까 선물이라 생각해줘요.”

 “그래도 그게......”

 “신후씨 맘 다 아니까 앞으로도 신경 쓰지 말아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신후는 그녀에게 자꾸만 미안하면서도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 구절 너무 좋지 않아요? 신후씨가 준 책에 있던 거예요.”

 

 『별똥별을 봤어 오늘밤/그리고 당신을 생각했지/내가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면/내가 당신이 원하는 그런 모습이 된다면/별똥별을 봤어 오늘밤/사라져가/내일은 또 다른 날이겠지』(밥 딜런, Shooting star 中)

 

 옥봉이 내민 노트에는 이런저런 구절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별똥별’이라는 단어 아래 여러 겹의 밑줄이 보였다.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면서 갖가지 생각을 하잖아요. 이 글에선 오늘 사라지는 별똥별이 내일 다시 올 거라고 얘기해요. 그래서 참 좋아요.”

 “그러네요. 희망적이에요.”

 “슬프지만 기운이 나는 느낌이어서 맘에 들어요.”

 

 ‘희망’이란 단어를 힘주어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정말로 꿈꾸고 있을까. 그녀가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꿈......

 

 ***

 

 “아직 정리가 덜 돼서 좀 어수선하지?”

 “아기자기하고 예쁜데요.”

 

 신후는 얼마 전 파주로 사옥을 옮긴 엄마의 출판사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외할아버지의 출판사를 탄탄히 지켜내고 있는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에단리씨, 팬이에요. 여기 싸인 좀 부탁해요.”

 “대표님 아드님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기획 회의에 들어온 너댓 명의 직원들이 신후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싸인은 나중에 받고 우리 회의 좀 하자.”

 

 그는 출판사 대표로서의 엄마 모습이 영 익숙지 않았다. 고지식한 아빠, 소신과 꿈을 펼치려는 두 아들 사이에서 언제나 중심을 잡으려 애쓰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존에도 가사집 출간이 종종 있었지. 우리나라에서 문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건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야.”

 “가사를 문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거죠?”

 “그렇지. 한류 열풍까지 감안하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야.”

 

 언젠가 영국에 다니러 온 엄마가 노래를 만드는 신후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나중에 우리 출판사에서 신후 가사집 내줘야겠다.”

 

 엄마는 알고 있었던 걸까. 차곡차곡 쌓아온 꿈을 이뤄가게 될 신후의 모습을.

 

 “넌 어떠니?”

 “네, 좋아요. 근데 곡 선정이 중요할 거 같아요.”

 “맞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거야.”

 “뚜렷한 컨셉 없이 마구잡이로 선정해도 안 되고, 한류만 의식해서 당장 눈에 띄는 곡 위주로만 가도 안 되구요.”

 

 회의가 끝나고 신후는 엄마의 방에 들렀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과 단아한 그림들, 작은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창. 엄마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할아버지가 아쉬워하지 않으세요? 통인동 건물에서 삼십 년 넘게 운영하신 거잖아요.”

 “말씀은 안 하셔도 많이 아쉬우셨을 거야. 나한테 맡기신 게 꽤 오래 전인데도 아직 안심이 안 되시나봐.”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할아버지는 공안 정부의 압박에 쉬이 굴복하는 신문사에 더는 몸담을 수 없었다. 암울한 현실을 대놓고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순수 문학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로 문학 전문 출판사를 시작했다.

 

 “할아버지처럼 문학만 고수할 거예요?”

 “아니. 인문학이나 에세이 같은 분야에도 관심 많아. 요즘 문학책이 너무 안 팔리기도 하구.”

 “이번 일 잘 되면 좋겠다.”

 “그래야지. 우리 잘난 아들이랑 생전 처음 콜라보 하는 건데.”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는 엄마에게도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신후였지만 그저 취미에 머물기를 바랐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그르치지 않는 방법은 딱 하나야. 일이 아니라 평생 취미로 남겨두는 거지.”

 

 엄마는 다섯 살 때부터 발레 신동이라 불렸다.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엄마는 중학생이 되면서 더 이상 발레를 지속할 수 없었다. 무대에만 오르면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병원에서는 심리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무대에서 난 항상 날아오를 거 같은 행복감을 느끼곤 했어. 근데 어느 날부턴가 전혀 날아오르지 않았지. 밤마다 콩쿠르에서 넘어지는 꿈을 꿨어.”

 

 발레를 그만둔 엄마가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사내에 발레 동아리를 만들었지. 요즘 남녀 불문하고 꽤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거든. 직원들이랑 강습도 받고 공연도 하다 보니 예전의 날아오르던 기분이 다시 드는 거야.”

 

 좋아하는 음악을 취미로 남겨두지 않은 것을 후회할 날이 올까. 엄마처럼 좋아하는 일에서 큰 좌절을 맛본 후에야 궁극의 행복을 찾게 걸까.

 

 ***

 

 “정말? 지금 같이 지낸다고?”

 “어쩔 수 없잖아. 한 달 정도만이야.”

 

 재민은 꽤 놀라는 눈치였다. 여자와 함께 지내는 신후의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예뻐?”

 “뭐?”

 “그 여자 예쁘냐구?”

 “야, 무슨 깔때기냐? 뭐든지 예쁜 거 하나로만 결론이 나네.”

 “그래서 예쁘냐구?”

 

 재민의 너스레에 신후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예쁘다 예뻐. 엄청 예쁘다.”

 

 신후는 옥봉의 모습을 떠올렸다. 긴 머리를 언제나 가지런히 묶고서 있는 듯 없는 듯 책에 열중하는 모습. 그렇다. 그녀는 정말, 예쁘다.

 

 “근데 정말이야?”

 “뭐가?”

 “진짜 예뻐?”

 

 신후가 재민의 등을 장난스레 후려쳤다.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해?”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잖아.”

 “분명히 다시 돌아갈 방법이 있을 텐데.”

 “돌아갈 방법?”

 

 옥봉이 제자리로 돌아갈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심해봐야 할까. 옥봉의 삶을 그저 방치해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에 타임슬립 영화들을 쭈욱 찾아 봤거든. 근데 다들 공통점이 있더라구. 주인공의 운명이나 관련 인물들이 단서가 돼서 꼭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거야.”

 “음.”

 “옥봉씨한테도 그런 게 분명 있을 텐데.”

 “그럴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다.”

 “뭐? 안 돼, 임마.”

 

 신영과 신후를 제외하고 옥봉이 이곳에서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후는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녀를 더 복잡하게 하지 않을까.

 

 “왜 안 돼?”

 “옥봉씨가 많이 놀랄 거야.”

 “그게 이유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무작정 안 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신후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무엇으로부터든 옥봉을 보호해야 할 것 같았다.

 

 ***

 

 “유니세프 일은 할 만 하니?

 “네. 재밌어요.”

 

 소라는 엄마의 장례식 이후 삼 년 만에 귀국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아픈 덴 없니?”

 “네.”

 

 드문드문 이어지는 부녀의 대화는 어색하기만 했다.

 

 “언제 가니?”

 “두 달 일정이에요.”

 “바쁘면 굳이 집에 안 들러도 된다.”

 “네.”

 

 소라에게는 엄마의 자살을 탓할 만한 대상이 필요했다. 엄마 옆의 유일한 존재는 아빠였기에 화살이 그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라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쏘는 원망의 화살에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무심히 켜놓은 티비에서는 음악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춤과 퍼포먼스에 눈과 귀가 어지러웠다. 신후도 저곳에 있을까.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신후의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멜로디 같았다.

 

 『내 이름 불러봤자 아무 소용없어. 네 목소린 더 이상 들리지 않아. 난 저 길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어. 동틀 무렵 창밖을 바라봐. 난 어느 어두운 곳에 서 있을 거야. 요즘 넌 어떠니, 안부를 묻는다. 꿈속의 행동에 자취가 있다면 우린 이미 만났을 거야. 만나고 사랑하고 행복했을 거야.』

 

 “신후 맞지?”

 

 유학 중인 소라를 만나러 빈에 들른 부모님이 신후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엄마는 신후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엄마는 자주 신후의 안부를 물어왔다.

 

 “전부터 음악을 많이 좋아했어요.”

 “그런가 보구나. 요즘 젊은 가수들이랑 달라서 좋다.”

 “네.”

 “왜 헤어졌니?”

 “......”

 

 신후와 헤어진 후 소라는 그 누구와도 자신의 얘기를 공유하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학교 친구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엄마 때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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