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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마녀교
작성일 : 17-07-06 02:14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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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맞아, 아니, 맞아요……?”

  어정쩡하게 서있는 로엘의 앞으로 인상을 잔뜩 구긴 여자애 한 명이 다가왔다. 진하고 굽이굽이 흐르는 결 좋은 갈색 머리칼, 그리고 귀엽게 빛나는 회색 눈. 아무래도 미미와 이스타르가 말했던 예쁘고 성깔 나쁘기로 소문난 ‘이자젤’인 것만 같았다. 기가 얼마나 강한지, 비슷한 나이대인 걸 알고 있음에도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상하네……캐서린이랑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넌 기껏해야 12살? 13살? 정도로 보이는데? 솔직히 말해봐, 너. 나이 속였지?”

  “아닌데요…….”

  “웃기지 마. 이렇게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데 무슨. 야, 캐서린. 넌 얘가 너랑 동갑으로 보여?”

  “음…….”

  이자젤의 말에 방 한 구석에 있던 소녀가 일어섰다.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와 동그란 안경을 쓰며 로엘을 빤히 바라보았다. 축 쳐진 눈꼬리와 진한 녹색 눈,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칼이 그녀의 인상을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본래 성격도 그런지 그녀, 캐서린은 아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캐서린이야. 이쪽은 이자젤. 네 이름이나 나이에 관한 건 이미 전해 들었었어. 그 외의 것은 잘 모르니까……차차 알아가자.”

  “좋아! 나도 바, 반가워.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봐도 돼?”

  “응. 무엇이든…….”

  굳어있던 로엘의 몸이 점차 풀렸다. 이자젤은 좀 무섭지만 캐서린이 있으니 어떻게든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엘은 헤실거리며 방에 들어서서 빈 침대와 책상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에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던 이자젤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야, 캐서린! 그게 아니잖아!! 쟤 엄청 짤딸막한 거 안 보여? 너랑 동갑 아닐지도 모른다니까?”

  “그래? 난 잘 모르겠어. 그리고 뭐……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어서…….”

  “정말! 짜증나게!! 야, 쪼끄만 허접이!”

  이자젤은 처음 봤을 때처럼 성큼성큼 로엘에게 다가와 무섭도록 노려보았다. 로엘은 긴장하며 살짝 몸을 웅크렸다. 그러다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왜 몸집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나이를 속였다는 의심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더욱이 로엘의 상사는 보스쿤이지, 이자젤이 아니었다. 로엘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차 깡이 생겨남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보스쿤이나 이스타르에 비해 이자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허접이 아니야! 난, 로엘이야!”

  그래, 특히 이스타르에 비하면. 로엘은 자신감이 마구마구 솟아나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스타르의 그 괴이한 화법도 견뎌냈다. 이제 세상에서 더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뭐?”

  “그러는 너, 너는, 예쁘면 다야? 예쁘다고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막 소리 지를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난, 키도 덩치도 지금보다 훨씬 클거야! 길어지고 커질 거야! 지금은……사정이 있어서 이런 거라고.”

  “허, 참, 야…….”

  “왜? 너만 소리 지를 수 있는 줄 알았어? 나도 지를 수 있어!”

  로엘은 이자젤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다 받아치고자 결심하며 두 손에 꼬옥 힘을 주었다. 그러나 이자젤은 더 뭐라 하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피식 웃었다. 심지어는 로엘의 어깨를 친근하게 다독여주기까지 했다.

  “보는 눈이 있네, 생긴 건 촌스럽지만 너의 안목은 촌스럽지 않구나. 대단히, 아주 높아.”

  “……응?”

  이게 무슨 일이지, 싶은 찰나 캐서린이 옆에서 속닥였다.

  “이자젤은……예쁘다는 말을 가장 좋아해.”

  “아.”

  로엘은 한번에 납득했다. 딱히 칭찬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이자젤에게 통한 것이다. 이자젤은 거듭 ‘안목이 좋아’라는 말을 읊조리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침대로 가 털썩 누웠다.

  “에헴, 로엘도 왔겠다, 수다나 떨며 친해져볼까?”

  이자젤은 아저씨 같은 말투로 선심 쓰듯 얘기를 꺼냈다. 저게 저 아이 나름의 친해지는 방식인가보다, 하고 아량 넓게 이해한 로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캐서린은 로엘의 이불을 곱게 펴주고는 자신의 침대로 꾸물꾸물 올라가 성호를 긋고 기도를 시작했다. 로엘의 의아한 표정을 본 이자젤이 캐서린 대신 답해주었다.

  “캐서린은 ‘마녀교’ 신도야.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의 마녀’를 믿는 종교의 신도. 캐서린 말로는 마녀교에선 마녀님이 생각날 때마다 성호를 긋고 가벼운 기도를 한 대.”

  “그렇구나.”

  로엘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도 침대에 편하게 앉아 푹신한 촉감을 맘껏 즐겼다. 그 모습에 또 뭐가 불만인지 이자젤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야.”

  “응?”

  “반응이 그게 다야?”

  “네?”

  “반응이 그게 다냐고. 캐서린이 마녀교라고 했잖아. 그럼 뭔가, 와 정말 그런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라든가. 혹은, 와 신기하다, 같은 반응이 나와야 정상이잖아. 그게 보통이라고.”

  “그런 거야? 미안해, 몰랐어……. 난 사실……뭔가, 기본적인 건 아는데 음, 기본적인 걸 몰라.”

  “그게 무슨 개소리야. 자면서 말하니? 그거, 잠꼬대야?”

  “아뇨…….”

  “정리하자면, 대화할 정도의 지식은 있지만 기본 상식은 거의 없단 얘기야?”

  이자젤의 정리 능력에 로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말한 당사자도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표현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토록 한방에 정리할 줄이야. 이자젤은 단순히 예쁘고 성격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예쁘고 성격 더럽고 똑똑한 아이였다.

  “응!!”

  “네가 멍청하게 말한 걸 나라는 님이 뛰어나게 정리했는데, 뭘 그리 좋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거야? 답답하게 굴면 이 방에서 쫓아낼 거야. 알았어?”

  “……알았어. 일이 그렇게 되면 다른 방에 배정해달라고 로토 씨한테 얘기할게.”

  로엘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자젤은 흠칫 놀라 표정이 굳었다. 로엘은 별 생각 없이 말한 것이었으나 이자젤에겐 일종의 협박으로 들렸다. 생각해보니 이스타르 씨가 ‘특별히’ 로엘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간부인 로토에게 쉽게 얘기한다는 거 보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네가 그렇게 군다면 나는 로토 씨에게 일러바칠게, 정도쯤으로 해석한 이자젤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 로엘도 참. 뭘 그렇게까지 해……농, 담, 한 걸 가지고 말이야. 쫓아낼 리가 있니?”

  “그럼 없어?”

  “이게 말대꾸 하는 꼬라……가 아니라, 그럼. 당연히 없지. 안 그래 캐서린?”

  캐서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하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로엘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자 안심한 이자젤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마녀교는, 지금 내가 마녀교가 미신이라고 해도 신도인 캐서린이 뭐라고 말 못할 정도야. 세계적으로 아예 존중받지 못하는 종교이고, 제단이나 신전 같은 것도 없어. 종교의 이름으로 뭔가 행해지는 것도 없고. 그냥 일부 사람들이 믿는 미신쯤?”

  “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캐서린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괜찮아, 괜찮아. 쟤 그렇게 쉽게 기분 나빠하고 그러지 않아. 지금 생각해보니 화내는 걸 아예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야, 괜찮다니까? 내가 캐서린을 더 잘 알지, 네가 더 잘 알겠냐?”

  “……알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자젤은 정말 성격이 더러웠다. 로엘은 나름 반항의 표시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너무 사소한 반항이라 티가 요만큼도 나지 않았다. 이자젤은 로엘의 반항을 전혀 모른 채 만족스런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녀교의 신인 ‘시간의 마녀’도 그냥 미신 같은 존재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그 모습에 대해 알려진 것도 없어. 왜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지 신도들도 몰라. 아, 이 얘긴 이제 끝! 왜냐면 재미없으니까.”

  “나는 재밌는데.”

  “로엘, 로엘, 로엘. 우리 쪼꼬만 허접이. 내가 이 방의 규칙을 알려줄게. 이 방에선 ‘나’님이 가장 중요해. 즉, 이자젤 님이 가장 중요하단 말씀. 고로 내가 재미없다는 게 중요한 거야, 알겠니? 다른 얘기 뭐 할까? 궁금한 거 없어? 참고로 예의상 묻는 거란다.”

  덕분에 로엘은 오늘 왜 훈련이 없는지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니 이스타르의 폭풍 수다 속에 그런 얘기가 있었던 것도 같았다. 쉬는 날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시기 좋게 퇴원했다고 했던가.

  “없어? 그럼 뭐……서로 애칭이나 지을래? 별명 같은 거. 너는 이름이 로엘이고……. 앞으로 길어질 거라 했으니까 ‘롱’ 어때? 롱롱, 큭큭.”

  “롱롱……고마워, 이자젤. 나 그거 마음에 들어. 그럼 캐서린은? 이자젤은?”

  놀릴 심산이었던 모양이지만 정작 로엘은 ‘롱롱’이란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귀여운 느낌인데다 별명이 지어지니 어딘지 소속감이 들었다.

  “뭐야, 마음에 든다고?”

  “응, 너무 좋아. 캐서린은 린? 이자젤은……이자? 자젤? 자제? 젤?”

  “…….”

  이자젤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채 침대에서 내려왔다. 로엘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래봤자 침대 위였다. 그녀는 꽥 소리도 못 지르고 이자젤에게 한 대 맞고 말았다.

  “까불지 마, 롱롱. 난 우아하고 아름답고 예쁜 지젤이라고 불러. 젤이 뭐야, 젤이. 젤리냐? 내가 젤리야? 자제? 자제하라고? 어느 집 자제라고?”

  “……미안해. 근데 지젤이 더 이상한데.”

  “뭐? 이게 진짜, 넌 지젤도 몰라?”

  이자젤은 좀 전보다 더 힘을 실어 강하게 팔을 휘둘렀다. 등짝을 세게 후드려 맞은 로엘은 악 소리만 지른 채 입을 다물었다. 로엘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거리자 이자젤은 예의 만족스런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진 수다는 계속 이자젤 위주로 돌아갔다. 이자젤이 뭐라고 하면 로엘과 캐서린이 맞장구 쳐주는 게 이 방의 대화 방식이었다. 로엘은 뭔가 잘못됐단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무려면 어떠냐 싶었다. 잘못됐고 자시고를 따지기 전에 이자젤의 주먹은 무섭고 강하고 가까웠다.

  저녁이 되었을 무렵엔 이자젤과 캐서린, 둘만 식당에 갔다. 그들은 로엘을 걱정했지만, 그녀의 종족에 대해 대충 들은 터라 긴말 하진 않았다. 로엘은 잠시 조용해진 방에서 물만 홀짝였다. 혼자 있자니 실험실에서의 무서운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괜한 생각을 떨치려고 하면 할수록 어딘지 모르게 그때의 그 진득함이 그녀를 잡아끌었다. 뭐가 이렇게 끌어당기나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죽음의 공포. 오랜 시간 그녀의 발치에서 손을 뻗고 있었던 그 꺼림칙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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