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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9화
작성일 : 17-07-05 22:33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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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뭔가 좀 다른 의미로 허탈하네요…."

 

 파티장 한쪽 테이블에 자리 잡은 설화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포크로 굴리며 말했다.

 

 " 뭐가요? "

 

 되묻는 여솔의 질문에 설화는 파티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대답했다.

 

 " 그냥…. 대우가 이렇게 달라지나 싶어서…."

 

 치즈를 씹던 여솔의 턱이 천천히 움직였다. 할 말을 함께 곱씹던 여솔의 입이 벌어지기 전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 솔이가 잘한 것도 있지만, 그쪽 피지컬이 뛰어난 덕도 있어요 "

 

 어느새 맞은편에 자리 잡은 유리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까 그 편집장…. 약간의 긴장감에 설화가 목젖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 여기 앉아도 될까요? "

 

 " 이미 앉아 계신데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던 유리의 눈이 한껏 커지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 와, 소심하다고 들었는데. 할 말은 다 하시네 "

 

 커진 눈을 굴리는 설화와 그런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여솔을 번갈아 가며 보던 유리는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 아까는 미안했어요. 전 OPR 잡지 편집장 최유리라고 해요 "

 

 실물은 처음이었지만, 이름은 패션에 관심 없는 설화마저도 지겹게 들어봤을만큼 유명인사였다. 설화가 혹시라도 구겨질까 지갑에 조심스럽게 명함을 넣는 동안 유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꼰대 같지만, 굳이 조언을 조금 하자면…. 보이는건 1차전이에요. "

 

 유리는 파티장 안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 여기 있는 사람들. 엄밀히 말하면 태화보다 높은 사람도 많고 각자 위치에서 실세라는 이름이 과언이 아닌 사람들이에요. "

 

 " 네…. 뭐…."

 

 " 그런데도 이런 장난질에 어울려 주는 건, 태화가 속해있는 용아그룹 이란 이름과 그 뒤에 버텨주는 빽, 그리고 그 사람 자체가 가진 포텐셜 덕분이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여요. "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는 느긋하게 몸을 풀었다. 큰 키에서 오는 존재감은 다시 봐도 엄청났다.

 

 " 즉, 이번엔 이렇게 넘어갔지만, 다음엔 그렇지 않을 거니까. 이젠 내실을 키울 차례라는거에요. "

 

 겉모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 설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유리는 클러치를 들고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 솔이를 가지고 싶으면 그만큼 능력도 키워요. "

 

 쿨럭, 진지하게 경청하던 여솔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 펴…. 편집장님 무슨…."

 

 유리는 얼굴을 한껏 붉힌 남녀를 보고 그저 웃으며 손을 흔들 뿐이었다.

 

 

 

 

 

 

 ***

 

 

 

 

 

 분위기 좋아 보이는 셋을 보는 태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 오빠 저 왔어요! "

 

 태화의 전화에 헐레벌떡 뛰어온 유진이 숨을 헐떡거리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태화의 눈이 더욱 싸늘하게 식어갔다. 작은 한숨을 내쉰 태화가 무심하게 말했다.

 

 " 늦었어. "

 

 " 아…. 아니에요. 오빠 저…!"

 

 다급하게 말하려던 유진의 목이 무언가로 졸리듯 꽉 막혔다. 한기가 느껴질 만큼 서늘한 태화의 표정에선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유진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건,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

 

 " 기회는 또 있으니까 "

 

 가보라는 듯 손짓하고 시선을 돌린 태화는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게임은 졌다. 패인은 강설화의 변화.

 

 태화가 그 오랜 시간 공들이며 억지로 트라우마까지 심어가면서도 바꾸지 못했던 설화의 행동을 여솔이 바꿨다.

 

 " 내가 틀렸을 리가 없는데…."

 

 중얼거리던 태화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한켠에 자리 잡고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현정이 태성에게 말했다.

 

 " 태화 오빠답지 않지? "

 

 태성은 여유롭게 샴페인은 입안에 굴리며 대답했다.

 

 " 난 이미 이렇게 될 줄 알았어 "

 

 " 어떻게? "

 

 태성은 현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호랑이 새끼를 키울 땐, 튼튼한 목줄과 우리가 필요한 법이거든. 그게 없으면 먹힌다고? "

 

 이해할 수 없다는 현정의 칭얼거림에도 태성은 그저 웃으며 샴페인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

 

 

 

 

 

 예정과 다르게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는 차에서 여솔이 말했다.

 

 " 저 오늘 진탕 마실생각인데 "

 

 " 샴페인 충분히 드시지 않았나요 "

 

 " 그랬으면 지금 운전대 잡고 있으면 안 되죠. 입에도 못대봤다구요! "

 

 핸들이 뽑힐 듯 흔들어 대는 여솔을 보며 설화가 조용히 말했다.

 

 " 술친구가 필요한 거면.. "

 

 " 소주? "

 

 애초에 내 의견은 물어볼 생각이 없었구나. 이제는 적응된 듯 편안하게 미소짓던 설화는 평소보다 반짝이는 여솔의 눈을 바라봤다. 궁금한 것도 있고, 하고싶은 말도 있을것 같아 어차피 따로 얘기 할 생각이었지만

 

 ' 솔이를 가지고 싶으면 '

 

 자리를 뜨며 말한 유리의 그 말이 설화의 머릿속에서 요동쳤다.

 

 " 여솔씨가 사는 거죠? "

 

 " 그걸 말이라고 "

 

 " 그럼 오늘 이왕 이쁘게 입었는데, 좋은 데서 좋은 술 사주세요 "

 

 " 뻔뻔한 거 보소 "

 

 " 소주도 좋아요 "

 

 " 월급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드리죠 "

 

 전투적으로 눈빛을 밝힌 여솔은 악셀을 밟았고, 설화는 조용히 손잡이를 잡았다.

 

 .

 .

 .

 

 " 여솔씨 제가 잘못했어요 "

 

 " 뭘요? "

 

 메뉴판을 바라보는 설화의 눈동자가 거칠게 요동쳤다. 생전 처음 읽어보는 이름에 좀처럼 보기 힘든 숫자가 설화의 머릿속을 뒤집어엎었다.

 

 " 저…. 이거 가격이…."

 

 " 편하게 골라도 돼요 "

 

 " 그렇게 말씀하셔도…."

 

 룸으로 된 술집은 둘 사람이 앉아 마시기엔 과하게 큰 감이 있었고, 장식이나 분위기 또한 방금전까지 있었던 파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급스러워 보였다.

 

 평생 올 일 없는 이곳에 입장할 때부터 쏠린 시선부터 앉아서 눈 둘 곳 없는 메뉴판까지 어느하나 불편하지 않은 게 없었다.

 

 " 저 같은 사람이 오기엔…. 뭔가 눈치도 보이고…."

 

 무심한 표정으로 설화를 바라보던 여솔은 웨이터를 불러 알아서 주문했다. 입이 떡 벌어질 가격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을 마친 여솔은 설화를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

 

 " 설화씨가 어떤 사람인데요? "

 

 " 네…? 아…. 그게…."

 

 " 그럼 설화씨가 볼 때 전 어떤 사람인데요? "

 

 사뭇 진지한 여솔의 표정에 설화는 한참을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 자기 일에 열심이고 프라이드도 있고…. 예..쁘..시기도 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줍게 말하는 설화의 말에 여솔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제 눈엔 설화씨도 그래요. 적어도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선 손에 꼽을만큼이요. "

 

 조금 놀란 듯 눈만 끔뻑 거리는 설화를 보며 여솔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스스로 낮게 평가하지 마세요. 제가 아까 파티장 들어가기 전에 뭐라고 했죠? "

 

 " 여유…. 를 가지라고 하셨죠 "

 

 " 네 맞아요. 놀라도 놀라지 않은 척, 걸음이나 행동은 천천히 턱은 살짝 들되 시선은 똑바로 마주하고 속은 그렇지 않더라도 여유로워 보이도록. 그리고 아주 잘 하셨죠 "

 

 파티장을 벗어나자마자 본래의 강설화로 돌아오긴 했지만, 적어도 그때의 설화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존재감을 뿜어냈다. 정작 본인은 실감하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여솔이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민망한 듯 테이블에 놓인 티슈를 돌돌 말고 있는 설화를 보며 여솔은 계속 말했다.

 

 " 첫사랑이었어요 "

 

 " 뜬금없이…."

 

 " 강태화 "

 

 티슈를 만지던 설화의 손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시에 술과 안주를 들고 온 웨이터는 말없이 테이블을 세팅했다.

 

 설화는 뭔가 말문이 막혔지만, 웨이터 때문은 아니었다. 미묘하게 일렁이는 가슴과 좀처럼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설화를 감쌌다.

 

 내가 왜?

 

 저릿저릿한 손끝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여솔에게 빌린 옷이 불편하게 몸에 엉겨 붙었다. 당장이라도 벗어버리고 싶을만큼 답답했다. 내가 왜 무슨 이유로 라고 끝없이 속으로 되뇌였지만, 이유는 명확했다.

 

 '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말하는 의미는 분명 달랐을 말이지만, 트라우마에 빠져있던 설화에게 다가왔던 평온한 향기.

 

 혼돈의 태풍 속에서 설화를 고요하게 감싸 안은 그 향기에 취해, 어느새 자리 잡은 감정을 스스로 속일 수는 없었다.

 

 세팅을 끝내고 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여솔이 어색하게 입을 다시 열었다.

 

 " 잘생겼고. 옷도 잘 입었고. 능력도 좋고 돈도 많았죠. 꼭 인터넷 소설 주인공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차가운 그 성격도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구요 "

 

 이렇게 말하니까 웃기네요. 조용히 중얼거리며 멋쩍게 웃는 여솔을 설화는 딱딱하게 그저 바라봤다.

 

 " 근데, 현실은 소설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부단히도 노력했어요. 완벽주의자인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

 

 설화가 사무실에서 봤던 그 노력의 흔적. 아무리 힘들어도 끝없이 버티고 이루어내도록 만든 원동력이 강태화였다.

 

 아랫입술을 잘근 씹은 설화가 어색하게 술을 잔에 따랐다.

 

 " 그렇게 했는데, 뭐라는 줄 알아요? "

 

 " 고작 그게 한계냐 "

 

 " 소름…."

 

 설화와 잔을 부딪친 여솔은 피식 웃으며 입에 술을 머금은 동안 과일을 하나 건네며 설화가 말했다.

 

 " 그 새끼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요. 여솔씨는 충분히 잘했어요 "

 

 과일을 입에 문 채 미소지으며 쳐다보는 시선을 피해 설화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사무실만 대충 둘러봐도 알 수 있어요. 그 큰 벽면을 그 작은 사진으로 가득 채우기까지, 창고에 쌓인 노트도 그렇고, 얇은 핀셋으로 넝마가 될 때까지 찔러 너덜너덜 해진 마네킹도 그렇고. "

 

 설화는 입에 대지 못하고 술을 잔에서 굴렸다. 바의 은은한 조명에 마치 보석이 물결치는 듯한 비주얼은 제법 보기 좋았다.

 

 " 아무리 눈썰미 없는 사람도 조금만 둘러봤으면 바로 알 수 있었을 거에요. 절대 운이나 요행이 아니라 순수한 노력으로 일궈온 결과라는거 "

 

 설화는 잔에서 굴리던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보기엔 예뻣지만 역시나 입에는 썼다. 얼굴을 약간 찡그린 채 입가를 닦던 설화는 가슴에서 뜨겁게 반응하는 술기운에 말했다.

 

 " 고생 많으셨어요. 저라면 못했을 거에요. 존경스러워요. "

 

 턱을 괸 채 잔잔하게 미소를 띄우던 여솔이 과일 하나를 들어 설화의 입에 대주며 말했다.

 

 " 고마워요.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인데.. "

 

 입을 천천히 벌려 과일은 받던 중에도 여솔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설화는 장미 향이 다시금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선을 떨군 여솔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설화의 머릿속을 매웠다.

 

 ' 솔이를 가지고 싶으면 그만큼 능력도 키워요. '

 

 그럴 수 있을까요.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강태화를 바라보듯 날 봐줄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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