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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8화. 다시, 달콤한 햇살
작성일 : 17-07-05 09:57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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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치울 걸 그랬어요. 집이 너무 지저분하죠?”

 

 큰어머니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옥봉은 신영의 집에 머물 수 없었다. 신후는 당연한 듯 옥봉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괜찮겠어?”

 “다른 방법이 없잖아.”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려구? 그냥 내 친구한테 알아봐도 돼.”

 “아니야. 옥봉씨 상황을 남들한테 어떻게 설명하려구?”

 “그건 그렇지.”

 

 신영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옥봉을 의식한 듯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그래, 한 달 정도니까 서로 조심하면 될 거야.”

 “뭘 조심해?”

 “조심할 일이 한 둘이겠어? 여기 주민들이나 기자한테 들키면 괜히 골치 아프잖아. 너한테 파파라치도 붙어 다니니?”

 “내가 무슨 아이돌이야?”

 

 신영은 혹여 신후에게 껄끄러운 일이 생길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그리고 뭐?”

 “그니까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잖아.”

 “엥? 우리 둘이 뭔 일이라도 생길까 봐?”

 

 신후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야, 조선에서 왔다고 여자가 아니냐? 어쨌든 우리가 보고 있는 옥봉씨는 그냥 스물세 살 여자야.”

 “그런가?”

 

 문득 재민의 말이 떠올랐다. 옥봉이 지금 이곳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신후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던 말.

 

 “좀 애매하긴 하지만 옥봉씨는 엄연히 우리 조상이야. 그것도 몇 백 년을 거슬러 가야 존재하는 사람이라구.”

 “그렇지?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신후도 확신할 수 없었다. 옥봉을 볼 때마다 우리와는 다른 과거의 사람이라 여겨지다가도 모진 세월의 무게로 성숙해 버린 스물셋 동갑내기 같기도 했다.

 

 “이건 옥봉씨 알바비야.”

 “알바?”

 

 신영은 제법 두툼한 흰 봉투를 신후에게 내밀었다.

 

 “옥봉씨한테 한시 번역 여러 번 부탁했었거든. 학과에서 나한테 번역료라며 주길래 챙겨왔어.”

 “옥봉씨한테 직접 주지?”

 “통장을 만들 수도 없고 혼자 쇼핑 다닐 수도 없는 처지잖아. 네가 갖고 있는 게 낫지 않나 해서.”

 “그러네. 옥봉씨랑 얘기해 볼게.”

 

 봉투 안을 들여다보니 액수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도 일거리 생길 때마다 옥봉씨 주려구. 적적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만족스러워 하니까 일석이조잖아. 물론 번역자를 밝힐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이름과 실체가 눈앞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밝힐 수도, 밝혀서도 안 되는 상황.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의 끝은 어디일까.

 

 ***

 

 “핫매거진 송유리 기잡니다. 오늘 제 눈이 정말 호강하는 날이네요. 이렇게 훈훈한 형제를 만나다니요.”

 “별 말씀을요. 아, 물론 제 동생은 훈훈한 게 맞아요.”

 

 어젯밤 귀국한 신조는 아침 일찍부터 한국에서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신후는 근 일 년 만에 만난 형이 마냥 반가웠다.

 

 “두 분이 형제라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세요. 요즘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 이신조씨, 음악 천재에다 엄친아의 대표주자 에단리씨. 두 분이 형제라니 세인들의 많은 관심은 당연한 거겠죠.”

 

 신후는 신조와 눈을 맞추었다. 나란히 앉아 함께 인터뷰를 하게 되리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던가.

 

 “에단리씨가 십대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가장 격려해 준 분이 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랬죠. 에단이 어릴 때부터 호기심도 많고 재능도 남달랐지만, 두고두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랬어요. 형으로서 항상 지지해주고 싶었구요.”

 

 그랬다. 신조는 언제나 신후를 믿고 기다려 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설혹 신후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형 덕분에 신후는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감독님 차기작에서 혹시 두 분의 콜라보를 기대할 수 있나요?”

 “아직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형한테 도움 되는 일이라면 뭐든 같이 하고 싶어요. 물론 형이 절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신후의 말에 모든 스탭들이 한꺼번에 웃었다. 신조는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동생과 보낸 어린 날의 추억은 신조의 작업에도 끊임없는 영감이 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에단리씨 음악에 영향을 주는 특별한 뮤즈가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글쎄요. 저한테서 나온 음악이라면 제 모든 것이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제 감성과 이성, 경험과 지식이 모두 들어 있겠지요.”

 “애매한 답변이시네요. 데뷔 후 스캔들도 전혀 없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전 젊은 시절에 겪을 수 있는 것들은 제때에 충분히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랑이든 이별이든 말이죠. 그래야 우리가 에단리씨의 좋은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형으로서 저도 많이 돕겠습니다.”

 

 신조의 너스레에 다시 한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야, 진짜야? 너 스캔들 한 번도 없었어?”

 “새삼스럽긴.”

 

 돌아오는 차 속에서 신조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신후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영국 있을 때도 너 두고 싸우는 여자애들이 어디 한둘이었냐? 근데 스캔들이 하나도 없다고? 아님 들키지 않은 건가?”

 “관심 없어.”

 “엥? 여자에 관심 없다구?”

 “응. 그러는 형은? 자기도 맨날 일만 하면서.”

 “너 모르는구나? 엠마 왓슨,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이첼 맥아담스가 다 날 거쳐 갔거든?”

 

 엄격하고 고지식한 아빠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재치와 유머를 발휘하는 형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신후는 이런 형의 모습을 예전부터 닮고 싶었다.

 

 “영화에서 말고 실제로 그 사람들 얼굴이나 봤나?”

 “꼭 봐야 아냐? 그녀들도 이미 내 작품에 푹 빠졌을 거야.”

 

 ***

 

 “알바 중이구나?”

 “네? 아, 번역이요?”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 옥봉의 집중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한 태도였다. 신후는 그런 옥봉에게 매번 놀라면서도 감탄하곤 했다.

 

 “힘들면 언제든지 못 하겠다고 해요.”

 “힘들긴요. 제가 제일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인 걸요. 더구나 돈까지 받잖아요.”

 “돈으로 살 게 있어요? 웬만한 건 챙긴다고 챙겼는데 아직 부족한 것들 많죠?”

 “아니에요. 신후씨가 맨날 과하게 사다주잖아요. 부족한 거 하나도 없어요.”

 

 옥봉과 함께 지내면서 신후는 무엇이든 빨리 알아채고 배워나가는 그녀의 학습력과 기억력에도 놀라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것이 생전 처음 마주하는 일임에도 크게 당황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았다.

 

 “옥봉씬 이곳이 어떤 거 같아요? 낯설고 당황스러운 거 너무 많죠?”

 “신영씨 집에서 로봇 청소기를 처음 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었어요. 이상하게도 그 다음부턴 웬만한 걸 봐도 담담해요. 여긴 원래부터 이런 곳이구나 하고 말이에요.”

 “참 대단해요. 아무래도 옥봉씬 여기 태어났을 사람이었나 봐요.”

 “그랬을까요?”

 

 따지고 보면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사실만큼 놀랄 일이 있을까. 시간여행이라는 엄청난 무게를 홀로 견디고 받아들이면서 낯선 현세에 담대해 지는 법을 터득한 것이리라. 신후는 어쩐지 옥봉에게 애잔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도 놀랍거나 어려운 상황 생기면 혼자서 힘들어하면 안돼요. 적어도 나랑 신영 누나한텐 말해도 돼요.”

 “감사해요, 항상.”

 “여기 사는 스물세 살 여자들은 옥봉씨에 비하면 굉장한 엄살쟁이들이에요. 조금만 힘들어도 투덜대죠. 어쩌면 그게 정상이구요. 그러니까 옥봉씨도 그러면 좋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던 옥봉이 다시금 책 속에 파묻혔다. 뒤로 묶였던 머리가 헐렁해지면서 머리카락이 하나둘씩 얼굴을 덮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후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머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멈칫 물러서고 말았다. 소라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던 빈의 광장이 떠올랐다. 그날의 저녁 햇살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따사롭고 달콤했었다.

 

 “신후씨.”

 “네?”

 “저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어요? 계속 옆에 있었는지 몰랐어요.”

 “아, 아니에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신후는 옥봉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려던 자신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그날의 햇살과도 같은 살랑거림이 어렴풋이 신후를 스쳐갔다. 이 느낌은 뭘까.

 

 “신후씨, 아까 돈으로 살 거 있냐고 물었죠?”

 “네. 생각났어요?”

 “돈이 더 모이면 사고 싶은 게 꼭 있어요.”

 “그래요? 뭔데요?”

 “나중에 말해도 되죠?”

 

 옥봉은 무언가를 떠올리듯 씨익 웃었다. 그녀의 미소 속에 따사로운 햇살이 일렁였다.

 

 “옥봉씨한테 비밀이 있다니 좀 서운한데요.”

 “비밀은요. 나중에 얘기할게요.”

 “좋을 대로 해요. 옥봉씨가 일해서 번 돈이잖아요.”

 

 ***

 

 『요즘 넌 어떠니 안부를 묻는다/꿈속의 행동에 자취가 있다면/우린 이미 만났을 거야/만나고 사랑하고 행복했을 거야......』

 

 “싸비 부분에 이거 넣으려구?”

 “응.”

 “좋네, 좋아. 야마 있다, 진짜.”

 

 정우가 예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 동안 고심해온 싸비 부분의 가사였다. 옥봉의 시가 아니었다면 그리움을 표현하는 결정적인 문구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이요? 저로선 영광이지요.”

 

 옥봉의 시를 가사에 넣어도 되겠냐는 신후의 말에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 옥봉의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니 신후도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신후야, 나도 같이 좀 웃자. 누가 보면 연애라도 하는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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