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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실루엔노틀
작성일 : 17-07-04 20:30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7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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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주영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옆에 충분히 신기한 이종족들, 쉐도어와 골덴, 듄과 이넬이 있는 것도 잊어버린 채 오로지 머그 벅을 쳐다보았다.

 “처음부터 여기에 살고 계신 거예요?”

 “아닐세. 난 변덕의 숲에서 태어났다네. 우타라는 종족은 다른 이종족들과 어울리는 걸 아주 좋아하지. 그래서 이곳 실루엔노틀로 놀러왔는데 마침 벌크를 알게 되었고, 그의 권유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이라네.”

 “아……. 그럼 여기에 있는 테이블에 있는 나무들이 당신과 같은 종족이에요?”

 “그렇지. 물론 나보다 나이는 한참이나 어린 친구들이지만.”

 주영은 목을 길게 빼고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꼼짝도 않던 테이블의 나무들은 나뭇가지를 움직이며 손님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우타는 주영과 눈이 마주치자 나뭇가지를 흔들며 인사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나무……. 아니 우타족 대부분이 말을 하지 않는데요?”

 주영은 다른 이종족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는 머그 벅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실제로 말하는 우타는 드물었고,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우타들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

 주영은 심오하면서도 철학적인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겨우 정신 차린 마토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게 말이 되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말하는 것은 싫어한다는 게.”

 현우가 작게 코웃음 쳤다. 명백히 빈정거리는 말투였지만 머그 벅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자네 종족의 입장에서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군. 워낙 호기심도 많고 말도 많은 종족이니 말일세. 하지만 우리들은 말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게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지.”

 “그럼 듣는 걸 좋아하는 우타족끼리 같이 있으면 무슨 대화를 나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나요?”

 현우는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입을 꾹 다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나? 껄껄껄! 자네 말이 맞네. 우리의 대화는 침묵, 그 자체지. 우리는 침묵을 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나눈다네.”

 머그 벅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가 한 말은 꽤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말이 끝나고 나면 흔히 그렇듯이 야릇한 침묵이 흘렀다.

 주영은 갑자기 이유 모를 감동이 벅차올라 몸이 짜릿해졌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마구 쏟아지면서 그녀는 점점 이 세계가. 이 상황이, 이종족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생김새도 다르고, 종족도 다르지만 모두의 가슴에는 고유의 신념들이 있었다.

 그것은 종족을 나타내는 특징이자 색깔이자 가치관이었다. 주영은 그것을 더 알고 싶어졌다. 실루엔노틀에 자신이 넘어온 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잠시 머릿속에서 잊어버렸다.

 마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묵을 깼다.

 “그런데 당신은 말이 많아요.”

 “껄껄껄! 맞아! 난 어렸을 때부터 별난 놈이었거든! 난 듣는 것만큼이나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말일세. 껄껄!”

 한껏 진지해진 분위기는 머그 벅이 입을 헤벌쭉 벌리고 웃으면서 싹 날아갔다. 주영이 그에게 이것저것 더 물어보려고 하던 때에 주문한 음식이 하나둘씩 나왔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 맥주였다. 데비히츠는 직원이 들고 있는 소반에서 맥주잔을 들어서 가장 먼저 주영에게 건넸다.

 “자, 마셔봐. 실루엔노틀에서도 이 가게에서만 파는 오향주야.”

 “고마워요.”

 주영은 곧바로 맥주잔을 기울여 살짝 맛을 봤다.

 “레몬 맛 맥주군요? 맛있어요!”

 “그래? 그럼 다시 한 번 마셔볼래?”

 “네?”

 “다시 한 번 마셔봐.”

 데비히츠는 얼굴 가득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고분고분 그녀의 말을 따라 다시 맥주를 마셨다.

 “음?”

 그녀의 표정이 기묘하게 바뀌었다. 오므로와 리온, 머그 벅은 주영의 반응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렸다.

 “왜 그래?”

 마토가 물었다. 주영은 맥주잔을 바라보며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맛이……. 바뀌었어.”

 “뭐?”

 “아깐 레몬 맛이 났는데 지금은 체리 맛이나!”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 현우와 마토가 바라보는 가운데 주영은 다시금 맥주를 홀짝였다. 이번에는 달콤한 키위맛과 꿀맛이 같이 났다. 그녀는 황당한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 사이 직원이 작은 소반을 들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맥주를 가져왔다. 현우와 마토가 허겁지겁 맥주를 마셨다. 여러 과일 향이 나는 맥주는 신기하게도 마실 때마다 매번 맛이 달라졌다.

 두세 가지 맥주 맛을 맛본 현우와 마토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서로 쳐다보았다. 그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홀짝거리며 단숨에 맥주잔을 비웠다.

 “크, 끝내주는군!”

 마토가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스윽 닦으며 탄성을 뱉었다.

 “이런 맥주가 있다니, 상상도 못했어.”

 현우도 모처럼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오향주의 다섯 가지 과일 맥주는 그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마실 때마다 맛이 바뀐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주영은 단순히 마시는 걸로 끝나지 않고 데비히츠에게 맥주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 단 하나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게 그녀의 성격이었다.

 “방금 마셔봐서 알겠지만, 마실 때마다 맛이 바뀌는 맥주야. 다섯 가지 맛이 있어서 오향주라고 하나봐. 제조법? 글쎄. 내가 듣기론 벌크의 친구가 10년 넘게 연구한 끝에 만들었다고 들었어. 아마 마법을 이용했을 텐데, 아무도 그게 어떤 마법인지는 몰라.”

 데비히츠가 상냥하게 설명해주었다.

 “크, 역시 오향주는 항상 옳군.”

 머그 벅도 맥주잔을 쾅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입 주변에는 흰색 맥주 거품이 수염처럼 묻어 있었다.

 맥주를 마시던 주영은 눈을 크게 떴다. 현우와 마토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여직원이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음식이 놓인 소반을 들고서 걸어오고 있었다.

 여직원은 현우와 주영과 마토의 떡 벌어진 입을 보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았다. 겉모습이 호박인 것으로 보아 리온이 시킨 호박스테이크가 틀림없는데, 정작 스테이크는 보이지 않았다.

 “거참, 재미있게 생겼네.”

 마토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고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호박은 눈, 코, 입 모양으로 구멍이 파져 있어서 그 틈 사이로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마치 화가 난 호박의 얼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후후, 이게 바로 센디버트 너디의 명물, 호박 스테이크야.”

 리온은 손을 마주 비비며 기대감을 드러낸 후에 뚜껑처럼 덮여 있던 꼭지 부분을 잡아 열었다. 갇혀 있던 수증기가 확 올라와서 모두 상체를 뒤로 내뺐다.

 “워호우!”

 마토가 야단스럽게 수선을 떨자 오므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현우는 수증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나서야 호박 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은 텅텅 비어 있고, 수증기에 익혀진 스테이크가 있었다. 호박 내용물은 다른 접시에 따로 나왔다.

 리온은 호박 안에서 스테이크를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노릇노릇하게 익은 호박 내용물과 함께 먹었다. 마토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가 음식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먹어봐. 역시나 기가 막혀.”

 마토는 리온과 똑같은 방법으로 호박 스테이크를 맛봤다. 눈을 감고 우물거리던 그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턱을 멈췄다. 그는 석상처럼 굳어서 꿈쩍도 안했다.

 “그렇게 맛있냐?”

 현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마토를 바라보았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예술이야.”

 마토는 감동의 눈물을 좍좍 흘렸다. 현우와 주영이 피식 웃으면서 접시에 스테이크를 적당히 담아 맛을 봤다. 그러나 둘의 표정도 마토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진짜 맛있네, 이거!”

 “음음, 호박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둘은 입 안 가득 고기를 우물거리면서 호박스테이크에 대한 감상을 아낌없이 말했다. 머그 벅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나뭇가지를 이용해 맥주를 홀짝였고, 데비히츠는 오로지 주영의 얼굴만 바라보면서 생글생글 웃었다. 모라이엠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물만 마셨고, 리온은 허기가 많이 졌는지 스테이크를 썰어서 날름날름 먹었다.

 오로지 오므로만이 경멸어린 표정으로 호박스테이크를 쳐다보았다.

 “이봐, 오므로. 너도 먹어봐. 맛이 기가 막혀 진짜.”

 게걸스럽게 고기를 씹으며 말을 하자 마토의 입에서 고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난 그딴 거 안 먹어.”

 “이걸 안 먹는다고?”

 “그래, 이 야만인 같은 놈들아.”

 “안 어울리게 채식 주의자야?”

 때마침 여직원이 커다란 철판을 들고 왔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당연히 고기일거라고 생각한 마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일용할 양식이지.”

 “이걸 먹는다고?”

 사각형 모양의 돌판 위에 놓여 있는 것은 길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멩이들이었다. 아주 뜨겁게 달구어져서 돌이 검회색으로 변했고 계속해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게 바로 최고의 요리지.”

 오므로는 리온처럼 손을 마주비비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맨손으로 뜨거운 돌을 집더니 모퉁이 한쪽을 씹어 먹었다. 우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이 부서졌다.

 “음…….”

 오므로는 우적우적 돌을 씹어 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단단한 돌이 깨부숴지는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현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치아가 박살날 것 같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주영의 호기심에는 끝이 없었다.

 “그거……. 맛있어요?”

 “당연히 맛있지. 바싹 구워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한 번 먹어볼래?”

 오므로는 입안에 돌멩이들을 잔뜩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안 딱딱해요?”

 주영의 물음에 그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곤 돌멩이를 입으로 잘게 부수어서 접시에 조금 덜어주었다. 너무 뜨거워 손으로 만질 수 없어서 주영은 숟가락으로 돌멩이를 들었다. 숟가락은 금세 검게 그을렸다. 현우와 마토가 ‘설마 먹겠어?’ 했는데.

 “악!”

 주영은 돌멩이를 입에 넣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뱉었다. 머그 벅은 자신의 허리인 테이블 위에 돌이 떨어지자 허허 웃었다.

 “괜찮아?”

 데비히츠가 걱정스럽게 주영을 바라보았다.

 주영은 말도 못 꺼내고 입안을 헹굴 요량으로 오향주를 벌컥벌컥 마시다가 모조리 쏟아냈다. 데인 혀에 탄산이 닿자 더 따가웠던 것이다.

 “괘, 괜찮아?”

 “무, 물!”

 현우는 안절부절 못하며 물을 찾고 있던 그때, 마토가 불쑥 물컵을 들이밀었다. 주영은 단숨에 물을 마시고 입 속에서 우물거렸다. 차가웠던 물이 금세 미지근해지는 걸 보자 정말 뜨거운 돌을 씹었던 게 실감났다.

 “휴, 다행이다. 마토, 그런데 물컵은 어디서…….”

 현우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모라이엠이 싸늘한 표정으로 텅 빈 물컵을 보고 있었다.

 “어휴, 바보야. 그건 골덴 종족이 아니면 아무도 못 먹어. 저런 무식한 종족만이 저렇게 딱딱하고 뜨거운 것을 먹을 수 있거든.”

 데비히츠는 나무라는 눈길로 오므로를 노려보았다.

 “준다고 진짜 먹을 줄은 몰랐지, 킥킥. 하여간 호기심이 대단해. 그건 인정.”

 주영은 숨을 크게 내쉬며 입안을 식혔다. 그리고 마토에게 혹시 치아가 부러지거나 녹지 않았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녀의 입안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어금니 부분이 조금 검게 그을렸지만 다행이 녹거나 부러지진 치아는 없다고 말했다.

 소란스러운 사이에 모라이엠이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싱싱한 나뭇잎과 잎사귀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경건하게 기도를 한 후에, 맨손으로 나뭇잎을 먹었다.

 분명 주문한 대로 날것이었다.

 “원래 날것만 드세요?”

 주영은 조금 전 물컵을 빼앗은 게 미안해서 일부러 모라이엠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힐끔 쳐다볼 뿐 대답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리온이 나섰다.

 “응, 모라이엠은 싱싱한 나뭇잎이 아니면 먹지 않거든.”

 “음? 그럼 혹시.”

 현우는 데비히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야 그 표정은? 난 뼈다귀를 먹지 않느냐고?”

 “…….”

 “내가 무슨 괴물이냐? 죽은 놈 뼈다귀를 먹게?”

 데비히츠는 현우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주영을 대할 때와는 표정이나 태도에서 천지차이였다. 타이밍 좋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데비히츠는 보란 듯이 호박파이를 집어 먹었다.

 이후로 한바탕 파티가 이어졌다. 취기 오른 마토가 자신은 뜨거운 돌멩이를 먹을 수 있다며 객기를 부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현우가 킥킥거리며 마토의 얼굴에 찬물을 쏟아 부었고,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토는 갑자기 평소에 한이 많다며 현우와 다툼을 벌였다. 데비히츠가 잘 싸운다며 부추겼고, 머그 벅과 오므로도 거들었다. 모라이엠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이종족처럼 입에 넣은 나뭇잎을 오랫동안 우물우물 씹었다.

 “저……. 그런데 이렇게 있어도 되요?”

 일행과 함께 웃고 떠들던 주영은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꾸 뭄하프에서 스키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응? 아, 너무 걱정하지 마. 다 방법이 있으니까…….”

 리온이 잔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소란스런 일행에서 둘만 따로 대화를 나눴다.

 주영은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자꾸 스키네의 반응이 떠올랐다. 무언가 자신이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고, 대단히 나쁜 짓을 한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맥주를 마시던 리온은 주영의 근심 가득한 표정을 보고 덧붙여 말했다.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중앙 탑으로 가서 상세히 말할 거야. 네가 실루엔노틀에 피해를 주러 온 것도 아니고 피해를 준 것도 없잖아? 단지 법으로 금지되었을 뿐이고, 여태까지 그런 전례가 없을 뿐이지.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

 그럼에도 주영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리온은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해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나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믿어도 좋아.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뭐한데. 난 책임감이 강하거든.”

 “으아악!! 오그라든다! 내 팔 어쩔 거야! 문어처럼 오그라들고 있다고!”

 술에 취한 오므로가 난리법석을 피우며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녀석이 이렇게 말을 더럽게 느끼하게 말하긴 해도 쓸데없이 책임감이 강하긴 해. 그것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푸하하하!!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생각보다 그리 큰 일이 아닐…….”

 오므로는 리온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떠들었다.

 “이익! 저리 떨어져!”

 리온이 눈살을 찌푸리며 오므로를 밀어냈지만 그의 힘으로 돌덩어리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영은 둘의 모습을 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도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계속 되자 걱정이 점점 사라져갔다. 뒤늦게 찾아온 취기도 걱정을 날려버리는데 한몫 거들었다.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졌다. 홀을 가득 채우던 이종족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몇은 현우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다가와서 반응 재미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술에 취한 현우와 마토는 그 정도는 당연한 거라고, 사실 깜짝 파티라는 걸 문을 여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모르는 척 한 것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술에 취한 주영은 다행이 테이블에 엎드려 곤히 잠들었고, 모라이엠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새근새근 잤다. 데비히츠는 간만에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며 이빨 사이에 낀 음식물을 손가락뼈로 뺐고, 마토와 오므로와 머그 벅은 서로 성격이 참 잘 맞는다면서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깨어있는 일행끼리 마지막 건배를 했다. 리온은 맥주잔을 깔끔히 비운 뒤 풀린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내일은 좀 바쁠 거야. 뭄하프에 가서 주영이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하고, 번안경도 사야하고, 뼈지팡이도 사야하고, 참 옷도 사야지. 그리고 대학교에도 가야하고…….”

 “호,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현우는 놀랐다는 듯이 말하며 맥주잔을 입에 가져갔다. 리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나 말고 네가 대학교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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