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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실루엔노틀
작성일 : 17-07-04 20:29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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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네가 무슨 선택받은 인간이어서,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하울릿이 득실대는 리생계에서 이곳으로 데려온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하지 마. 이근 그저 단순하고도 정치적인 성향이 조금 깃든 자선사업일 뿐이야. 넌 그 자선사업의 혜택을 본 무수히 많은 리 쉐도어 중 한 명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자선사업과 혜택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현우는 대꾸도 하지 못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그가 견뎌내기엔 스키네의 붉은빛 안광이 너무나 섬뜩하게 번득였다.

 “그쯤 해둬.”

 리온은 손으로 스키네의 몸을 살짝 밀었다. 그는 리온에게 밀리면서도 끝까지 현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난 너처럼 자신이 선택받은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치밀어. 진짜 남자여서 다행인 줄 알아라. 똑같은 말을 여자가 했으면…….”

 스키네는 말끝을 흐리면서 붉은색 안광을 데룩 굴렸다. 애꿎은 주영이 눈치를 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데비히츠가 조금 화난 표정으로 로브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리온이 재빨리 그녀를 말리면서 나섰다.

 “내 잘못이야. 상황이 어떻든 간에 사람은 떼어놓고 왔어야 했는데, 그렇질 못했으니.”

 “그래 네 잘못 맞아, 이 자식아.”

 스키네가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 이 남자애가 부탁한다고 들어줘? 아니면 도대체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았길래?”

 “…….”

 “아아~ 이것도 그 말 못할 사정에 들어가는 범주인가 보지? 사람을 실루엔노틀에 데려오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어마어마한 사정인가 본데? 이거 무서워서 제대로 들을 수나 있나 몰라.”

 스키네는 뼈만 남은 귀를 바짝 내밀고는 양손을 모아 소리를 잘 들으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리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젠장, 당직 서다가 사람을 맞이한 꼴이니 나도 욕을 한 바가지는 먹겠군.”

 “내일 넬레 장관님 출근하면 그 분에게만 먼저 말해줘. 잘 얘기하면 알아서 먼저 조치를 취하실 테니.”

 “잘 얘기하나마나 이건 뻔해. 중대한 법을 어겼으니 다 같이 잡혀 들어가도 할 말 없어. 그리고 캐브리포 장관님이 가만히 있을 거 같아?”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우린 이만 가보겠어. 상관없지?”

 “그래, 어서 가서 최후의 만찬이라도 즐겨. 리생계에서 그런 말도 있다더라.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리온은 잠시 스키네를 노려보고는 책에다가 사인을 하고 몸을 돌렸다. 일행들도 하나 둘씩 걸음을 돌려 그를 뒤따라갔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이색적인 발자국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잠깐만! 그 여자애 이름이 뭐야?”

 스키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주영은 말해줘도 되느냐는 듯이 리온을 쳐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영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주영이에요. 이주영.”

 스키네는 뼈지팡이를 이용해 허공에다가 글자를 적었다. 곧 공중에 남청색으로 된 실루엔노틀 언어가 둥둥 떠다녔다.

 그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데, 등 뒤로 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려, 이 자식아!”

 

 * * *

 

 주영은 뭄하프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스키네를 만나고 나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몰랐다. 대화 내용만 보면 사람인 자신이 실루엔노틀에 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듯했다.

 평소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터라, 그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행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오므로의 미소를 보면 물어봐도 될 것 같았지만, 데비히츠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면 차마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리온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퀭한 눈과 짙은 다크서클까지, 그의 모습은 이제 살가죽이 붙은 듄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주영은 그들을 따라가면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은 그림자 도시의 광장을 빠져나와 수로 위에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갔다. 수로를 따라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 덕분에 주위는 밝았고, 수로를 따라 흐르는 강물은 맑았다.

 도시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흐르는 강물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고, 현우도 그녀의 옆에 멈추어 섰다.

 문득 주영은 이 수로가 어디서 흘러오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물길이 흐르는 길을 따라갔다. 하지만 수로는 일직선으로 나 있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나 있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강의 방향을 가늠하고 수로가 흘러왔을 법한 지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굼뜬 협곡이 있었다. 협곡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강을 따라가자 놀랍게도 하늘바다가 있었다. 그림자 도시의 수로에서 흐르는 물이 굼뜬 협곡을 지나 하늘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었다.

 주영은 혹시나 해서 굼뜬 협곡의 맞은편, 하늘 바다와 숲이 맞닿은 지점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흐릿하게 보였지만 분명 바닷물이 숲의 강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숲의 강물은 그림자 도시의 수로로 흘러들었다.

 하늘 바다의 바닷물이 오른쪽의 숲과 그림자 도시, 그리고 왼쪽의 굼뜬 협곡을 지나 다시 하늘의 바다로 순환되고 있었다.

 “와…….”

 그녀가 넋을 놓고 감탄하고 있는 사이 저만치 앞서간 일행이 그들을 불렀다.

 그들은 간판에 ‘센디버트 너디’라고 적힌 술집에 들어갔다. 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어색하게 잦아들었다. 문 근처에 앉아 있던 이종족들은 안 보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현우와 주영을 쳐다보았다.

 “리온 왔나?”

 카운터에 있던 한 골덴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오므로와 키가 비슷했지만 높은 의자에 앉아 있어서 현우와 눈높이가 비슷했다. 비약적으로 큰 상체는 어린 아이의 몸뚱아리와 맞먹을 정도로 컸고, 몸의 색깔은 오므로보다는 조금 더 진한 갈색이었다.

 리온은 피곤했는지 말없이 손만 들어서 인사했다. 오므로는 날렵한 동작으로 카운터로 풀쩍 뛰어올라 골덴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벌크! 술 있겠지?”

 “술집인데 술이 없으면, 그게 술집인가? 편한 자리에 가서 앉게.”

 벌크라고 불린 골덴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술집인데 술이 없을 리가 없지? 술집에 술이 없다는 건,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것과 같고…….”

 “...듄이 약속을 까먹는 것과 같지!”

 두 골덴은 서로 생각이 통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아 서로 손뼉을 마주쳤다. 돌끼리 부딪혀서 짝 소리가 아닌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본 데비히츠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홀을 가로질러 걸어갔고, 리온과 모라이엠이 그녀를 뒤따라갔다.

 “우하하하! 오늘은 닥치는 대로 먹어야겠어!”

 오므로가 풀쩍 뛰어내리자 마치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주영은 나뭇바닥이 주저앉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게 살펴봤다.

 오므로는 두 팔을 쫙 벌리고서 비행기 시늉을 내며 뛰어갔다. 어린 아이 같은 비명소리와 짧은 돌다리가 마룻바닥을 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우와 주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뒤 그들을 따라갔다.

 “와,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마토는 바닥에서 일어나 사람처럼 걸으면서 말했다. 주점의 홀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각 테이블에는 나무로 된 낮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룸 형식으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다. 신기한건 테이블마다 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관상용 나무처럼 작은 게 아니라 천장에 닿을 만큼 높고 큰 나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현우는 불쾌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들이 홀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종족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몇몇은 거드름을 피우는 자세로, 몇몇은 히죽히죽 웃는 표정이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리만큼 술렁거렸다.

 “우리가 리생계에서 넘어와서 그런 거 아냐?”

 주영이 속삭이듯이 작게 말했다.

 “아니면 현우 꼴을 보고 비웃는 것일 수도 있지.”

 마토가 작게 킥킥거렸다.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아서 현우의 머리는 물에 푹 젖어 있었고 옷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손에 들고 있는 옷에서도 계속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두 사람은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주영은 또 한 번 놀랐다. 나무로 된 나무 칸막이와 테이블, 의자가 나무의 뿌리와 나뭇가지에서 뻗어져 나온 게 아닌가? 나뭇바닥 위에 얹혀 있는 굵은 나무뿌리가 벤치 모양의 의자였고, 나무뿌리와 나뭇가지가 촘촘히 얽히고설켜서 테이블이 되었다. 덩굴과 잔가지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야생이라기보다는 이색 인테리어로 꾸며진 술집 같았다.

 “하하……. 이 세계는 뭐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게 없네요.”

 주영이 감탄하며 나무뿌리에 걸터앉았다. 현우는 이번에도 마토를 신경 쓰지 않고 털썩 앉았다. 나무와 혼연일체 된 테이블에 정신이 팔려있던 마토가 뒤늦게 괴성을 질렀다.

 “사실 이 세계의 술집도 너희 세계의 술집과 비슷해. 이 술집이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리온은 웃고 있었지만 피곤한 기운이 가득했다. 짐짓 웃음을 보이던 주영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주문은?”

 주인장 벌크가 다가와서 말했다.

 “난 호박 스테이크 웰던하고 오향주.”

 리온은 여전히 피곤한 음색으로 말했다.

 “리온은 호박 스테이크 웰던하고 오향주……. 오므로는 굽기를 어느 정도로 해줄까?”

 오므로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왼손을 말아 쥐고 반대쪽 손바닥에다가 쿵 치며 말했다.

 “오늘은 불금이니까 완전히 뜨겁게 구워줘! 핫하게!”

 “큭큭, 알겠어. 모라이엠은 날것이겠지?”

 모라이엠이 벌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날것? 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모라이엠을 쳐다보았다. 앳된 소녀 같은 얼굴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난 늘 먹던 그걸로. 대신 술은 나뮤빌러 메리아로 갖다 줘.”

 벌크는 데비히츠가 주문한 것까지 받아 적고 주영을 바라보았다.

 “으음, 알았어. 너희들은 뭐로 할래?”

 갑작스런 질문은 둘째 치고, 모두의 시선이 갑자기 쏠리자 주영은 몹시 당황했다.

 “어, 저……. 메, 메뉴판 없어요?”

 “있긴 한데 봐도 모를걸?”

 가장 가까이에 앉은 마토는 벌크가 건넨 메뉴판을 받아서 펼쳤다가 낮은 한숨을 쉬며 도로 덮었다.

 “왜 그래?”

 주영이 묻자 마토는 대답 대신 직접 확인해보라는 식으로 메뉴판을 흔들었다. 그녀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메뉴판을 낚아채 펼쳤다. 음식 사진하나 없는 메뉴판에는 이상한 언어들로 잔뜩 쓰여 있었다.

 주영이 어쩔 줄을 몰라 해서 현우가 직접 나섰다. 그는 3개월 동안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한 사회 경험을 살려서 주문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가져다주세요.”

 “그래, 그럼 쉐도어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갖다 줄게”

 “에?”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방금 오므로가 시킨 메뉴거든. 우리 가게 주 손님이 골덴들이어서. 그런데 그건 너희가 먹지 못하니까.”

 현우는 말뜻을 몰라서, 무슨 말인지 설명해달라는 표정으로 오므로를 쳐다보았다. 그는 벌크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는 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 그럼 쉐도어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그 메뉴 2인분…….”

 마토가 현우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니, 3인분이요.”

 “그래. 그럼 그거 3인분이랑……. 술 마실 거지? 우리 가게 특산품인 오향주로 가져다줄게. 맛이 기가 막혀.”

 현우와 주영, 마토는 그 술이 무엇인지 보지도 못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일행 중 사람처럼 보이는 리온이 이미 선택한 메뉴라는 것에 안심한 것이다.

 “자네는 뭐로 시킬 거야?”

 벌크는 일행 모두가 주문을 끝냈는데도 한 곳을 응시하며 물었다. 현우와 주영은 주인장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이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만 있었다.

 그들이 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나무가 눈을 번쩍 떴다.

 “나도 오향주!”

 “꺄아아악!!!”

 “으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토는 발작적으로 펄쩍 뛰어서 도망가려다가 다리가 붙어 있어서 허공에 뚝 멈추고는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주영은 현우의 몸에 와락 안기며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현우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지만 주영과 마토의 비명 소리 때문에 더 놀랐다.

 “껄껄껄!”

 평범해 보이던 나무에서 사람과 비슷한 이목구비가 나타났다. 갈색의 짙은 눈썹을 가진 나무는 입을 크게 벌리고서 할아버지 같은 쉰 목소리로 웃었다.

 곧이어 꽉 막혔다가 뻥 뚫린 것처럼 웃음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산발적으로 박수치는 소리, 테이블을 두들기는 소리,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소리가 뒤섞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주영이 두리번거렸다. 현우와 주영, 마토를 제외한 모든 이종족들이 웃고 있었다. 홀은 한순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크하하하!! 이번 리 쉐도어들은 역대급인 걸!”

 “남자의 그림자가 점프하는 거 봤어? 다리가 안 붙어 있었으면 천장에 부딪칠 뻔했어!”

 “여자 쪽이 더 대단한데, 비명소리 봐! 위층에서 자고 있던 녀석들에게까지 들렸을 거야, 낄낄낄”

 한 듄의 말일 끝나기 무섭게 골덴 한 명이 쿵쿵 거리며 계단까지 내려와서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잠 좀 자자!”

 방금 잠에서 깨어났는지 고함을 지르는 그의 목소리는 몹시 갈라져 있었다. 다시 주위에서 웃음이 폭발했다. 그는 한 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2층을 무너뜨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은 다음,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제야 사람 두 명과 그림자 한 명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 피곤했냐는 듯, 또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리온과 데비히츠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보자 모두 한통속인 듯했다.

 주영은 민망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일부러 인상을 팍 쓰고 나무를 노려보았다. 할아버지처럼 생긴 나무는 인자한 미소로 사나운 눈길을 받아냈다.

 “저런, 많이 놀랐나 보군.”

 “당연히 놀랐죠!”

 주영과 마토가 동시에 말하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무를 쳐다보았다. 나무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는커녕 작전에 성공했다며 리온과 오므로, 데비히츠와 돌아가면서 손뼉을 마주쳤다. 나무에겐 손이 없어서 나뭇가지 중 일부를 내려 마치 손처럼 휘둘렀다.

 홀은 이종족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한참을 씩씩거리며 거센 콧김을 내뿜던 주영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살아있는 나무의 모습은 무서운 형태였는데도 그 나무에게서는 어떤 불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자한 미소가 푸근해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이 나무는 뭐죠?”

 그러나 현우는 포근함이고 뭐고, 짜증스럽게 물었다. 리온은 너무 웃어서 흘린 눈물을 훔치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손짓을 했다. 방금 전까지 진중한 표정과 피로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나무는 짙은 눈썹을 들썩이며 흥미로운 얼굴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마토는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고, 주인장 벌크는 킥킥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오므로와 데비히츠는 아직까지도 그들의 반응이 웃겨죽겠다는 듯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웃음이 가라앉은 나무도 그들의 끊임없는 웃음소리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급기야 그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자, 나무는 아프니까 살살 좀 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껄껄껄! 젊은 피들의 반응은 언제 들어도 신선하지만, 이번 리 쉐도어들은 많이 독특하군. 요 근래 백 년 동안 이렇게 웃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야! 정말 고맙군.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었어. 크하하하!!

 “당신도 이종족인가요?”

 현우는 리온에게 묻는 것을 포기하고, 나무에게 직접 물었다.

 “그렇다네. 내 이름은 머그 벅. 우타라는 종족이지.”

 주영은 속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흥미로운 표정으로 머그 벅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긴 하네요. 나무가 말을 하다니…….”

 “껄껄! 아가씨. 미안한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너희 쉐도어란 종족도 만만치 않게 신기하다네. 자네들은 그림자가 말하고 움직이지 않은가? 또 자네 종족은 그토록 궁금증이 많다지?”

 주영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고, 일행은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주영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지금 이 테이블하고 의자가 전부 당신의 몸인가요?”

 “보시다시피 그렇지. 테이블은 내 허리이고, 의자는 다리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걸세.”

 “안 무거워요?”

 “이런, 이젠 내 걱정을 해주는 건가? 껄껄껄! 걱정하지 말게. 자네들이 좀 앉는다고 무겁지는 않으니까.”

 그때까지 웃기만 하던 오므로가 불쑥 끼어들었다.

 “거짓말 말아요! 저번에 제 친구들 열 명 정도 데려오니까 얼굴이 새하얘졌으면서!”

 “골덴 열 명은 좀 무리지 않은가? 껄껄!”

 머그 벅이 호탕하게 웃을 때마다 천장에 맞닿은 나뭇가지들이 마구 흔들리면서 나뭇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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