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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추격전
작성일 : 17-07-04 20:27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7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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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모라이엠, 부탁해!”

 리온은 사내를 들쳐 업은 채 서둘러 서점 안쪽으로 향했다. 좁은 통로에 탑처럼 쌓여 있던 책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현우와 주영은 리온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려다 모라이엠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자 걸음을 멈추었다. 소녀는 허리를 꼿꼿이 핀 채 커다란 사각형 모양으로 뚫려져 있는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모라이엠은 원을 그리듯이 나무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숨을 후 불어넣자 무지갯빛이 감도는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비눗방울은 풍선처럼 조금씩 부풀더니 금세 소녀의 덩치가 쏙 들어갈 만큼 커다랗게 변했다.

 모라이엠이 한 손으로 비눗방울을 살며시 밀었다. 놀랍게도 비눗방울은 터지지 않고 꿀렁이면서 공중을 둥둥 날아가다가 서점과 대로변의 경계선에서 스르르 멈추었다.

 “와아…….”

 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비눗방울이 빠른 속도로 번지기 시작하더니, 곧 텅 빈 사각형 모양의 허공을 가득 메웠다. 유리창처럼 생긴 투명한 막에서 어떤 에너지가 흐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무지갯빛이 반질거렸다.

 “설마 비눗방울로 이걸 틀어막으려는 건가?”

 현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모라이엠은 멍하니 비눗방울을 쳐다보았고, 그래서 현우와 주영과 마토도 소녀와 똑같은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눗방울 바깥으로 청계천과 빌딩, 밤하늘이 보였다.

 모라이엠이 귀를 몇 번 쫑긋거렸다. 현우와 주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였다. 등 뒤에서 리온이 무슨 말을 중얼거리면서 거칠게 책을 뽑는 소리만 들렸다.

 알 수 없는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다. 주영과 마토가 비명을 지르며 소스라치게 놀랐고, 현우는 헛숨을 들이키며 몸을 움찔거렸다. 비눗방울 너머로 희미하게 돌덩어리와 해골의 모습이 비추었다.

 “이런! 벌써 만든 거야? 이럴 때는 아주 일사분란하다니까! 모라이엠, 이거 풀어!”

 오므로는 안절부절 못하며 고함을 질렀다. 데비히츠는 눈앞의 비눗방울을 훑어본 다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쫓아오는 하울릿과의 거리를 확인하고 있는 듯했다.

 “안 돼.”

 모라이엠이 짧게 대답했다. 오므로는 기가 막혀 빠르게 말했다.

 “뭐, 안 된다고! 지금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뭐? 안 돼?”

 “이걸 풀면 우리가 죽으니까.”

 오므로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서로 말하는 ‘우리’라는 단어는 같은데, 뜻하는 범위가 달랐다.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젠장, 이깟 비눗방울 터뜨려 주겠어!”

 열 받은 오므로는 돌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비눗방울의 탄력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푸딩을 때린 것처럼 돌주먹이 미끄덩하고 튕겨 나갔다. 오므로가 포기하지 않고 재차 달려들었지만 비눗방울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오므로, 잠깐만.”

 데비히츠는 오르모를 말리고서 비눗방울에 손을 밀어 넣었다. 뼈다귀의 손가락뼈 모양대로 비눗방울이 쭈욱 늘어났다. 그 모습을 본 오므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됐어, 아직 딱딱하게 굳진 않았어! 이 정도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오므로가 동의를 구하듯 데비히츠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흔히 사람들이 초조하면 손톱을 깨무는 동작을 따라했지만, 해골에겐 손톱이 없어서 손가락뼈 끝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이넬 종족의 비눗방울은 어지간해서는 뚫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따지고 있을 시간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비눗방울이 딱딱해지고 있을 거라고!”

 오므로는 답답한 표정으로 비눗방울을 가리켰다. 하울릿들이 꽤 가까워졌는지 맹수들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고심 끝에 데비히츠는 오므로의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뒤로 조금 물러섰다가 타이밍을 맞추어 동시에 비눗방울을 향해 뛰어왔다.

 “허억!”

 마토는 헛숨을 들이켰고

 “무슨…….”

 현우는 눈살을 찌푸렸으며

 “설마…….”

 주영은 입을 크게 벌렸다.

 데비히츠와 오므로의 체형대로 비눗방울이 쭈욱 늘어났다. 얼굴로 랩을 뚫는 것처럼 둘은 온몸으로 비눗방울을 뚫으려고 아등바등 몸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들이 비눗방울 안쪽으로 꽤 깊이 들어왔는데도 비눗방울은 한없이 늘어날 뿐 뚫리지 않았다.

 “으어어…….”

 “그어어…….”

 시간이 멈추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돌덩어리와 해골의 얼굴은 비눗방울에 압박당해 우스꽝스럽게 변한 상태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모라이엠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현우와 마토와 주영의 얼굴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면서 괴상망측하게 변해갔다.

 펑하고 비눗방울이 뚫렸다.

 “우왁!”

 “끄악!”

 오므로와 데비히츠가 괴성을 지르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이종족들을 놓친 하울릿들이 안타까워하며 비눗방울로 달려들었다.

 “괘, 괜찮아요?”

 주영은 바닥에 쓰러진 이종족들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현우도 얼떨결에 다가가서 그들의 몸을 살폈다. 그 사이, 오므로와 데비히츠가 뚫고 들어오면서 생긴 비눗방울 틈으로 하울릿들이 발톱과 얼굴을 들이밀며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난리를 부렸다.

 “크르르!!!”

 하지만 그들의 덩치가 이종족들보다 월등히 큰 탓에 들어오는 건 어림도 없었다. 몇몇은 앞의 방식을 따라해 강제로 뚫고 들어오려고 했지만 비눗방울은 더 이상 비닐랩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바닥에 거칠게 쓰러진 오므로는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주영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뭐야, 여자! 아직도 안 갔어?”

 “...네?”

 “아직도 집에 안 돌아갔냐고! 어째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그, 그건…….”

 주영은 말문이 막혔다. 대화의 박자가 딱딱 떨어지지 맞아떨어지지 않자 성질 급한 오므로가 인상을 팍 썼다. 데비히츠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떠올랐다.

 주영은 당황해하며 옆에서 똑같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현우의 눈치를 보았다.

 “전……. 현우를 따라왔을 뿐이에요.”

 “아이고, 미치겠네! 친구 따라 실루엔노틀까지 가겠어! 인간 여자, 넌 여기 헌책방 들어오기 전에 그대로 달려서 도망갔으면 막차타고 집에 가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현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대로 달려서 도망갔으면 저 괴물들이 주영을 쫓아갔겠지.”

 “하울릿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고요, 이 양반아.”

 “공격하는 걸 봤다니까. 녀석들이 주영의 팔을 물어뜯었다고!”

 현우는 억울한 표정으로 주영의 팔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오므로는 지금 자신이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인간남자가 말하는 건 그거 같은데.”

 데비히츠는 로브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환영.”

 “환영....이요?”

 데비히츠의 안광이 확 번뜩여서 현우는 재빨리 존댓말을 붙였다. 그녀는 한 번만 더 반말을 하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눈빛으로 경고한 뒤 말을 이었다.

 “그래. 하울릿이 평범한 인간을 공격하는 건 환영에서 밖에 없어. 현실에서 공격하는 일은…….”

 데비히츠는 말을 멈추었다. 비눗방울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해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하울릿들 중 한 마리가 난데없이 달려든 것이다. 녀석은 쾅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서점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모두 고개를 돌렸다. 비눗방울은 어느 순간 완전히 굳어져 매끈한 유리로 변해 있었다. 데비히츠와 오므로가 찢고 들어온 가운데 부분만 메워지지 않고 그대로 뚫려 있었다.

 물끄러미 헌책방 안의 이종족들을 바라보던 하울릿들이 과격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리로 변한 비눗방울을 뚫는 것을 포기했다. 깨부수기로 작정했다.

 “... 지금처럼 쉐도어하고 얽힌 경우밖에 없어! 젠장, 안쪽으로 도망가!”

 데비히츠의 언성이 서서히 높아졌고, 마지막에는 고함에 가까웠다.

 그들은 모두 허둥지둥 일어나 헌책방 안쪽으로 향했다. 통로가 너무 좁아 서로 몸이 부딪치고, 책이 후드득 떨어졌다. 하울릿들이 비눗방울 유리를 때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허름한 전등이 마구 흔들렸다. 희끄무레한 불빛과 이종족들의 그림자가 춤을 추는 것처럼 요동치며 오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직 통로에 들어가지도 못한 주영은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하울릿들이 유리 가운데에 뚫려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깨부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저 먹잇감을 앞에 두어서 흥분한 맹수들이 보일 뿐이었다.

 주영의 눈이 붉은색 눈과 마주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려움에 식은땀이 흘렸다. 그녀는 침을 깊게 삼킨 뒤 걸음을 재촉했다.

 “책들 좀 쓰러뜨리지 마! 지나갈 때 힘들잖아!”

 “내가 쓰러뜨리지 않았... 어요! 내 그림자가 그랬다고요.”

 “나? 나 아냐! 저 앞에 걸어가는 돌덩어리가 어깨 넓은 척해서 그런 거야! 이봐, 어좁이! 그 좁은 어깨 좀 접고 다니시지?”

 “뭐? 어좁이?”

 발끈한 오므로가 몸을 훽 돌렸다. 노끈에 묶여 있던 책의 탑이 쓰러지면서 책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마토에게 한 마디 하려던 그는 일행이 원성을 쏟아내자 마지못해하며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갔다. 통로가 좁은 탓에 맨 앞에 있는 그가 걷지 않으면 모두가 움직일 수 없었다.

 골반 아래의 움직임은 더뎠지만, 골반 위의 움직임은 초조했다. 바닥에 책들이 마구 흐트러져 있는 탓에 굉장히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책장이건, 선반이건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뭐야? 아직도 게이트 안 열었어?”

 통로를 가장 먼저 빠져나간 오므로가 외쳤다. 리온 옆 바닥에는 책 더미 속에 한 사내가 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열쇠가 기억이 안나! 우리가 리생계로 넘어왔을 때 사용했던 열쇠가 뭐였지?”

 “이 친구가 지금 밖에 상황을 안 봐서 심각성을 모르네. 저리 비켜!”

 오므로는 핀잔을 주면서 리온을 옆으로 밀쳤다. 거대한 책장 앞에 서자 땅딸막한 그의 몸이 더욱 짧게 보였다.

 “지금 어? 바깥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어? 음…….”

 바삐 움직이던 오므로의 손이 점점 느려지더니 아예 멈춰버렸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남색 겉표지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장본의 책들이 책장 빼곡히 꽂혀 있었다.

 “...틀린 그림 찾기?”

 “뭐라는 거야? 비켜!”

 데비히츠는 오므로를 세게 밀치고 나섰다. 그녀의 코발트빛 안광이 번뜩였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책들 중에서도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듯이 자신 있게 책장을 쳐다보았다. 그 와중에도 등 뒤에서 둔기로 유리를 후려치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거야!”

 그녀는 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다른 책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비슷하게 생긴 책이었다. 리온은 책을 건네받아 책장을 촤르륵 넘겨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데비히츠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로브 속에서 뼈지팡이를 꺼내 건넸다.

 “큅스니온!”

 리온이 지팡이로 책의 한 부분읖 짚자, 지팡이 끝 부분이 남색으로 빛났다. 마토는 놀라운 낯빛으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리온이 지팡이를 떼어내자 종이에 빽빽이 적혀 있던 내용 중 한 문장이 뽑혀져 나왔다. 그는 다시 책장을 촤르륵 넘겨 다른 페이지에 지팡이를 갖다 댔다. 이번에는 푸른빛이 돌면서 문장이 책 속에 스르르 스며들었다.

 “빨리, 빨리, 빨리!”

 오므로는 발을 동동 굴리면서 재촉했다. 비눗방울 유리창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가벼워졌고, 쩌저적 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모두 리온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현우는 혀가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리온은 화학실험을 하는 연구원처럼 손끝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방금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책 속에 적혀 있는 문장을 뽑은 뒤, 지팡이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문장의 단어 배열을 바꾸고 나서 다시 책 속에 넣었다.

 갑자기 거무죽죽하던 양장본에 생기가 돌면서 남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됐어!”

 오므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데비히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긴 팔을 이용해서 책을 뽑았던 열의 책들을 왼쪽으로 확 밀었다. 열의 맨 오른쪽에 책 한권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생겨났다. 리온은 지체 없이 그곳에 들고 있던 책을 꽂았다.

 빛이 크게 발산하며 주변으로 옮겨 붙었다. 책장 하나가 금세 남색 빛으로 물들었다. 공명이라도 하듯 옆에 있던 책장에 남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붙어 있던 두 개의 책장이 굉음을 내며 양쪽으로 갈라졌고, 사람 서너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어두컴컴한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의 끝에는 희미한 빛이 별처럼 떠 있었다.

 리온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일행들을 주욱 둘러봤다.

 “하하, 이번 사절단 임무는 우여곡절이 많았군. 그래도 별 일 없이 끝나서 다행…….”

 그는 일행들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흠칫하며 말을 멈추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왜 아직도 저 여자애가……. 아, 이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뒤늦게 생각나 리온이 탄식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아까 말하는 걸 깜빡했어! 인간 여자는 책방에 들어오지 말고 그대로 달아났어야 했는데!”

 “하하, 별일이지?”

 “별일이 아니라 큰일이지, 이건!”

 오므로의 농담을 리온은 정색으로 받아쳤다. 머쓱해진 오므로는 두 눈을 끔벅였다.

 “안 돼, 이건 안 된다고. 인간이랑 엮인 것도 문제 삼는 판국에? 이봐, 인간은 실루엔노틀로 가면 안 돼. 여태까지 그랬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현우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리온이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저 여자애는 이대로 헌책방을 나가야 해.”

 “바깥에 짐승들이 우글대는데 내쫓겠다고요?”

 “하울릿들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

 “공격하는 걸 봤다니까!”

 “그건 환영…….”

 “그리고 방금 전에 데비히츠가 말했어! 사람이 쉐도어하고 얽힌 경우에는 공격할 수도 있다고!”

 현우와 리온이 언성을 높이면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펑하고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짐승들이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슴푸레한 헌책방에 발자국 소리와 짐승 짖는 소리가 방향 없이 울려 퍼졌다.

 “이런!”

 데비히츠는 뼈칼을 뽑아들었다. 동시에 하울릿 한 마리가 그들이 지나왔던 좁은 통로에서 튀어나왔다.

 “꺄아아악!”

 주영은 다른 통로에서도 하울릿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오므로는 제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라 머리로 흑표범을 받아버렸다. 책장 한 귀퉁이가 박살이 날 정도로 강렬한 부딪침이었다. 현우와 주영은 서로 몸을 움츠리면서 리온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모라이엠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싸움에 가담했다.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식물을 불러냈다. 하지만 식물이 다 자라기도 전에 책장과 천장 틈 사이로 다가온 하울릿이 뛰어내려 식물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리온은 이를 악물고 주영을 노려보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지 그의 표정은 기괴하게 틀어졌다.

 “만약 주영이가 못 간다면…….”

 현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리온의 시선을 돌렸다.

 “나도 가지 않겠어.”

 “…….”

 리온의 시선이 빠르게 현우와 주영 사이를 오갔다. 마토는 비명을 지르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주영은 감동 어린 눈길로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데비히츠와 오므로는 악전고투로 싸우면서 악썼다.

 “여기서 모두 죽겠어!”

 “리온! 빨리 결정해!”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모라이엠이 아랫입술을 깨물 정도로 위험천만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무 부서지는 소리, 하울릿들이 나뒹구는 소리, 책이 밟히고 떨어지는 소리가 뒤섞였다.

 끝내 결심이 선 듯 리온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통로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 그가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 주영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들어갔다.

 그 뒤로 현우가 따라가려고 하자 리온이 몸으로 슬쩍 막아섰다.

 “분명 말하는데, 이거 실수한 거야.”

 현우가 피식 웃었다.

 “내 인생은 원래 실수투성이라서.”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리온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졌다는 듯 두 손을 허허롭게 벌리며 옆으로 몸을 비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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