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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추격전
작성일 : 17-07-04 20:25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8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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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현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 손바닥이 쓸리면서 불에 데인 듯이 화끈거렸다. 지척의 거리에서 무엇인가 박살나는 소리와 단말마의 비명, 그리고 거대한 육체가 벽에 내동댕이쳐 부딪치는 소리가 차례대로 들렸다.

 “큭…….”

 “괜찮아?”

 이제 상황이 반대가 되어 주영이 현우를 걱정했다.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일어서지 마!”

 데비히츠의 고함소리에 현우는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시선만 슬며시 위로 올렸다. 두세 걸음 떨어진 곳에 하울릿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녀석은 허공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잠깐 내려 현우와 눈을 마주쳤다.

 “헙!”

 주영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우와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로 바닥에 엎어져 있어서 그녀의 눈엔 맹수가 아닌 해골이 보였다. 움직이는 해골을 처음 본 그녀는 데비히츠에게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해골이 뼈로 된 창을 든 채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등 뒤에서 맹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오른쪽 방향으로 옮겨갔다. 주영의 머릿속에 해골과 맹수가 자신을 가운데 두고 한쪽 방향으로 맴을 돌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둘은 여전히 대치한 채 기어코 반 바퀴를 돌았다. 주영은 눈앞에 해골이 아닌 흑표범의 모습이 나타나자 또 다시 헛바람을 들이켰다.

 데비히츠의 얼굴엔 신중하면서도 초조한 기색이 가득했다. 하울릿은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거리만 유지할 뿐 먼저 공격해오지 않았다.

 “거치적거려 죽겠군.”

 데비히츠는 현우와 주영을 힐끔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현우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데비히츠의 시선을 마주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물대포 소리가 났다.

 별안간 데비히츠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현우와 주영을 뛰어넘었다. 둘은 그녀의 발바닥뼈를 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이 고개를 슬쩍 들었다. 데비히츠와 하울릿은 눈으로 쫓아가기도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간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모라이엠이 두꺼운 물줄기를 쏘아댔고 리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하울릿은 물대포를 여유 있게 피하면서 데비히츠의 공격을 슬쩍슬쩍 흘렸다. 직접적인 전투는 피하는 것이 동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시간을 끄는 듯했다. 잠시 뒤에 골목길 저편에서 녀석의 동료들이 뛰어오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소리로 보아 한두 놈이 아니었다.

 “하울릿들이 더 오고 있어!”

 마토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소리쳐서 확인시켰다. 현우와 주영은 서로 부축하며 일어나다가 흠칫했다. 안면이 완전히 함몰된 채 죽어있는 맹수가 담벼락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두 사람은 욕지기가 솟는 것을 느끼며 시체 반대쪽 담벼락에 바싹 붙었다. 하지만 하울릿과 데비히츠가 싸우고 있어서 골목길을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데비히츠의 태도가 돌변했다.

 “캬아악!”

 그녀는 턱뼈를 크게 벌리며 사납게 포효했다. 안광을 가득 채우던 코발트빛이 흘러넘칠 듯이 강렬하게 빛났고, 흰색 창에 그림자 잔영 같은 어두운 기운이 휘감아졌다.

 창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투박하고 거친 창술이었지만 하울릿은 감히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창을 휘두르는 것처럼 공격에 틈이 없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던 하울릿이 등 뒤에 차가운 벽이 닿는 순간은 죽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던 녀석은 순식간에 데비히츠의 창술에 의해 도륙되었다.

 “지금이야!”

 현우는 주영의 손을 잡아끌면서 아직도 하울릿과 데비히츠가 싸우고 있는 듯, 담벼락에 바싹 붙어서 움직였다. 마토는 현우에게 끌려가면서 조용히 데비히츠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창을 바닥에 세게 휘둘러 묻었던 피를 털어내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그 여자애를 왜 데리고 가? 이봐!”

 현우는 데비히츠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주영과 함께 달려갔다. 리온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여자애를 왜 데리고 와?”

 “그걸 말이라고 해요? 위험하니까!”

 “하울릿은 쉐도어의 그림자만 노린다니까! 그녀는 애초에 공격하지 않…….”

 현우는 리온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분명 녀석들이 주영이를 공격했다니까!”

 리온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 했지만 하울릿의 인기척이 점점 가까워졌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적어도 이렇게 좁은 골목길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죽는 건 불 보듯 뻔했다.

 리온은 잠시 현우와 주영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 * *

 

 그들은 달빛이 스며드는 골목길을 달려갔다. 크고 작은 발자국 소리가 리듬감 없이 담벼락을 타고 울려 퍼졌다. 특히 평소에는 좀처럼 들을 수 없던 덜그럭거리는 소리,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리온이 긴 다리를 이용해 대열의 맨 앞에서 달려갔다. 모라이엠은 그보다 훨씬 다리가 짧았는데 발을 어찌나 빨리 놀리는지 리온의 옆에서 나란히 달렸다.

 그들 뒤로 현우와 주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짝 쫓아갔다. 현우와 다리가 붙어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따라가졌지만, 마토는 사람처럼 일어나서 달려가는 시늉을 했다. 현우가 달리면서 바닥에 등가죽이 쓸리는 바람에 도저히 바닥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것들은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마토가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일부러 고함을 질렀다. 주영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은은하게 미광을 내뿜고 있는 사람 생김새의 실루엣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면서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데비히츠였다. 그녀는 흰색 창을 아래로 내려들고 달리다가 이따금씩 자리에 멈춰서 창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간혹 살가죽을 베는 소리,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 짐승의 신음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려왔다.

 “크르르...”

 춤을 연상케 하는 창술 때문에 로브가 펄럭였고, 달빛에 반사된 데비히츠의 갈비뼈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는 일행 중 유일하게 근접전이 가능하여 대열 끝에서 하울릿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그녀 혼자서 녀석들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어서 그들의 추격 속도를 줄이거나 어쩌다 무리 중 앞서 달려온 하울릿들을 처리하며 일행을 뒤쫓았다.

 콱, 콱, 콱, 콱!

 영문 모를 괴상한 소리가 났다. 단단한 땅에다가 창을 내리꽂는 듯한 소리였다. 주영은 달려가면서 공포로 뻣뻣하게 굳어버린 목을 간신히 돌렸다. 순간,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핏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데비히츠는 아이젠을 신고 빙벽을 등반하는 것처럼 얇고 길쭉한 발가락뼈로 담벼락을 콱콱 찍으며 올라가고 있었다. 주영은 뒤를 돌아보는 자세로 무리하게 고개를 들다가 자칫 넘어질 뻔했다.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지던 그녀는 마토가 잡아준 덕분에 간신히 낙상을 면했다.

 “고, 고마워”

 “하하하! 조심하라고, 친구!”

 잠시 균형을 잡고 달리던 주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어깨너머를 올려다보았다.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간 데비히츠는 담벼락이 지면이라도 되는 것처럼 옆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한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은 와이어에 매달린 영화배우처럼 자연스러웠다.

 “우와아!”

 뒤늦게 데비히츠의 모습을 본 마토가 탄성을 질렀다.

 액션신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하울릿들 몇 마리도 데비히츠처럼 담벼락을 옆으로 두고 달려갔고, 데비히츠는 적당히 그들을 상대하다가 담벼락 사이를 발길로 냅다 차면서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 묘기에 가까운 몸놀림은 날다람쥐처럼 재빨랐다. 어느새 해골과 흑표범들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

 “좋았어! 녀석들을 없애버려!”

 마토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흥분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데비히츠를 쫓지 않고 골목길을 따라 쫓아오는 하울릿들의 목표는 이제 대열의 가장 뒤에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우와아아악!! 해골! 올라가지 말고 내려와!!”

 데비히츠가 있을 법한 허공을 쳐다보며 마토가 소리를 질렀다. 현우와 주영도 소리를 지르면 더 빨리 도망갈 수 있다고 믿는 듯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렀다.

 골목길 안에 있는 샛길들이 시야 옆으로 스쳐 지나갈 때마다 두려움이 일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운 샛길에서 하울릿이 확 튀어나와 목덜미를 낚아채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하울릿들은 데비히츠의 방해가 없자 금세 따라잡았다. 남자치고 운동신경이 형편없는 현우의 그림자인 마토가 첫 번째 타깃이었다. 마토의 몸을 덮치려고 하울릿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모라이엠!”

 리온이 다급히 외쳤다. 모라이엠은 자신의 녹색 머리카락 한 올을 똑 뽑아서 꽉 움켜쥐더니 뒤를 향해 던졌다. 머리카락은 바람에 넘실대면서 곧장 날아가 하울릿의 얼굴에 닿았다. 그러자 억눌러져 있던 생명이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줄기가 울끈불끈 자라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머리카락은 갈색 줄기로 변하여 맹수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오래지 않아 하울릿은 원주민에게 붙잡힌 멧돼지마냥 바닥에 엎드린 채 꼼짝도 못했다.

 “우왓! 정글 소녀 대단해! 멋져!”

 마법 같은 광경에 마토가 감탄을 내뱉었다. 모라이엠은 뒤쪽을 힐끔 확인하고는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다른 하울릿들이 동료를 무시하고 달려들었지만 생명의 용솟음은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라난 나무줄기 중 몇 가닥은 넝쿨처럼 날아가 뛰어 넘어간 하울릿들의 발을 휘리릭 휘감고 끌고 왔다.

 “크륵? 크르륵!!”

 하울릿들이 거세게 버둥거렸지만 넝쿨은 쭈욱 늘어날 뿐 잘리지 않았다. 줄기와 넝쿨들은 서로 엮이고 꼬이며 자라났다. 잠시 후, 줄기와 넝쿨이 꽈배기처럼 단단하게 꼬인 나무가 되어 골목길을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하, 하하……. 하하하!! 쌤통이다, 이 짐승 자식들! 이게 바로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차이라고!”

 마토는 나무 뒤편에 있는 하울릿들을 향해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뒤쪽을 힐끔 쳐다본 현우도 더 이상 하울릿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했다. 모처럼 골목길에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무스름한 형체가 떨어졌다.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 뒤로 화들짝 놀란 마토의 비명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주위가 너무 어둡고 빠르게 달리고 있어서 바닥에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마토는 알지 못했다. 콘크리트 바닥이 움푹 파이고, 주변에 균열이 생긴 걸로 봐선 무거운 것이라고만 추측했다.

 고개를 들어 골목길의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허공을 응시하던 마토의 눈에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 거뭇거뭇하던 윤곽이 금세 뚜렷해지면서 거대하게 보였다. 이번에는 바로 등 뒤에 떨어졌다.

 하울릿이었다.

 “으아악!! 더, 더, 더! 더 빨리 달려! 위에서 죽은 하울릿들이 떨어진다!”

 마토는 현우의 어깨를 마구 때리며 재촉했다.

 쿵, 쿵, 쿵!

 데비히츠를 따라 담벼락을 올라갔던 하울릿들이 비 내리듯이 떨어졌다. 현우와 리온은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더욱 속도를 올렸고, 주영은 까무러칠 듯 비명을 질렀다. 모라이엠은 떨어지는 하울릿들을 보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하울릿에게 깔려 죽는 불상사는 피하고 싶은지 팔을 앞뒤로 힘차게 휘두르며 달려갔다.

 쾅!

 마지막으로 데비히츠가 떨어졌다. 그녀는 고양이가 경계하는 자세처럼, 허리를 굽히고 낮은 자세로 충격을 흡수했다. 한 손으로는 바닥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창을 옆으로 든 채 고개만 들었다. 전투에서 승리한 광기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

 데비히츠가 떨어진 곳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움푹 파였고, 커다란 균열이 생겼지만 그녀는 정작 별 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듯 보였다. 그녀는 창을 등에 멘 다음 일행의 뒤를 쫓아갔다. 마토는 데비히츠가 적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달려야 해?”

 주영이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저기 앞에를 봐봐!”

 마토가 안도함을 담은 목소리로 외쳤다.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담벼락 사이로 도시에 네온사인과 간판, 건물이 보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과 사람들도 언뜻언뜻 나타났다.

 리온은 골목길을 벗어나기 직전에 재빨리 허공에 뼈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이종족들의 외형이 스르르 변하기 시작했다. 리온은 금발머리 남자로, 모라이엠은 피부가 새하얀 소녀로.

 주영은 이제 그 모습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해골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서 뒤를 슬쩍 돌아봤다. 코발트색 눈동자를 가진 외국 여자가 살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튕기듯 골목길을 빠져나간 그들은 숨 고를 틈도 없이 두리번거렸다. 한가로이 거리를 걸어가던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인들을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어디로 가야 하죠?”

 현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어딘가로 뛰어서 도망가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다. 주영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절한 눈빛으로 리온을 올려다보았다.

 “이 근처에 있기로 했는데! 아직 안 온 건가? 아니면 지나쳐 간 건가?”

 “누가?”

 리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우가 물었다. 그러나 리온은 말이 없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있는 것도 몰랐다.

 “젠장, 이 자식 어디서 돌 주워 먹고 있는 거 아냐?”

 데비히츠도 큰 키를 십분 활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골이 말했으면 무서웠을 말이 금발머리 미녀가 말하니 굉장히 터프하게 보였다. 마토는 마음속으로 데비히츠에게 멋진 누나라는 별명을 지었다.

 한적한 도로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타이어 마찰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승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다가와 그들의 앞에 정확히 멈춰 섰다. 짙게 선팅 된 창문이 서서히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아 거만한 태도로 핸들을 쥐고 있는 오므로의 모습이 나타났다.

 “헤이, 친구들. 야밤에 드라이브 어때?”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오므로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돌머리여서 이목구비가 구분이 안 되었는데, 마침 그 까만 선글라스가 눈처럼 보였다.

 “타이밍 죽이지?”

 “이런, 너무 멋진 타이밍이야. 오므로!”

 데비히츠는 푼수처럼 웃으며 승합차 문을 힘 있게 옆으로 열어젖히고는 점프하듯 올라탔다. 영문을 모르던 현우와 주영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다른 이종족들이 올라타고, 마지막으로 현우와 주영도 천장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잔뜩 수그리면서 올라탔다.

 차가 급발진 했다. 뒤늦게 차에 올라탄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이었다.

 “으아악!”

 다리에 힘이 풀린 현우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순간적으로 주영의 어깨를 잡았다. 혼자 넘어질 것을 둘이 같이 넘어져버렸다. 주영이 비명을 질렀지만 마토도 만만치 않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림자인 그는 두 사람에게 짓눌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쿨럭! 나, 날 죽일 셈이야? 내 몸에서 비켜 이것들아!”

 마토는 앓는 소리를 냈고

 “나도 비키고 싶어. 그런데 현우가 비켜야 비키지!”

 주영은 앙칼지게 소리쳤다. 현우는 비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몸이 말을 따라주지 않았다.

 “뭐야?”

 오므로는 생소한 여자 비명소리에 백미러를 확인했다. 조그마한 거울에 현우의 몸에 깔려서 버둥거리는 갈색 단발머리 여자가 보였다.

 “하?”

 오므로의 입매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는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고 자세히 보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은 리온을 쳐다보았다.

 “뭐야, 저 여자는?”

 “…….”

 “응? 이봐, 리온. 저 여자애 뭐냐니까?”

 오므로는 운전하는 중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기세로 사납게 말했다. 리온은 앞창 너머의 어둠이 내려앉은 차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툭 내뱉었다.

 “나도 몰라.”

 오므로가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몰라? 모른다고?”

 그는 운전대를 잡고 있어서 리온을 힐끗힐끗 쏘아보며 덧붙였다.

 “네가 데리고 왔는데 모른다고? 그럼 누가 알아? 내가 아나?”

 “나도 몰라! 어쩌다 보니까 따라오더라고! 아니. 저 친구, 현우가 오해했어. 하울릿이 저 인간 여자도 공격하는 줄 알고 데리고 왔다고!”

 “오해고 나발이고 간에 떼어내고 왔어야지!”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창문 밖에서 경적소리까지 모여들어 난장판이 되었다. 오므로는 욕을 하려다가 앞 차와 부딪힐 뻔해서 핸들을 휙 꺾었다. 차량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던 현우가 다시 넘어졌다.

 “데비히츠랑 매일 같이 나한테 핀잔을 주던 네가 인간 계집애를 데리고 와?”

 오므로는 시끌벅적한 뒷좌석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리온을 뚫어지게 보면서 말했다.

 “재미있네. 이건 내가 평소에 사고치고 다니는 것이랑은 급이 다른데 그래? 왜 실루엔노틀까지 함께 가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운전이나 해. 저 리 쉐도어가 납득할 만한, 안전한 장소에서 말하고 돌려보내면 되니까.”

 “뭘 새삼스럽게? 우리 사절단은 원래 개인 책임제 아니었나?”

 오므로는 입이 찢어져라 크게 벌리고 웃으면서 깐족거렸다. 웃음소리는 한참동안 이어지다가 뚝 멈추었다.

 “이봐!”

 오므로는 싱긋 웃으며 뒷좌석을 슬쩍 쳐다보았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은 현우와 주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돌덩어리의 눈길을 마주보았다.

 “안전벨트 꽉 붙잡아, 이제부터 날아갈 거니까!”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선글라스를 내려쓰면서, 오므로는 소리 내어 웃었다. 리온과 영서, 데비히츠, 모라이엠은 재빨리 안전벨트를 맸다. 오로지 주영이만 안전벨트를 맬 생각은 않고 불안한 눈길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번이어를 끼지 않아서 오므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 꺄아아악!”

 오므로가 냅다 엑셀을 밟자 뒷덜미가 확 잡아당겨지는 속도감이 전해졌다. 혼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주영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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