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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사절단
작성일 : 17-07-04 20:21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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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오냐, 네가 새해부터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다현이 문고리를 잡아 뜯을 것처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못가서 문이 벌컥 열렸다. 문고리를 잡은 채 질질 끌려가던 현우는 차가운 바닥의 기운이 느껴져 벌떡 일어났다.

 “아, 안녕? 누나?”

 “이 자식이! 네가 나한테 될 거라고 생각했냐!”

 다현이 현우의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

 “켁켁! 항복, 항복!”

 현우는 기권하는 선수처럼 그녀의 팔을 다급하게 툭툭 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뭉치는 두 발을 들고 서서 애교를 부렸다.

 “주영아~ 미안해. 눈치 없이 들어와서. 그런데 언니가 좀 많이 피곤하거든? 옷 입고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거실에서 당황한 주영이 방방 뛰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속옷과 겉옷을 주워 입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현이 능청스럽게 외쳤다.

 그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인기척은 있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언뜻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별안간 팽하고 코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뛰쳐나와 얼굴을 붉히며 도망가도 모자를 판국에 코를 풀다니?

 다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현우의 멱살을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현우는 난처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헐레벌떡 그녀를 뒤따라갔다.

 다현은 짧은 복도의 끝, 거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 이게 무슨…….”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관 복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현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종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주황빛 눈을 끔벅거리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돌덩어리, 무뚝뚝한 표정의 소녀, 가만히 있어도 섬뜩한 인상의 해골, 당황해서 변명거리를 찾고 있을 몸이 시커먼 사내. 그리고 바닥에 엎어져 있을 남자.

 “누나.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현우는 먼저 운을 떼고 나서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신중하게 단어를 생각해도 생김새부터 사람과 거리가 먼 이종족들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해시킬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현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이, 거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천진난만한 남자 아이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다.

 현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소리로 보아 오므로가 분명했다. 물론 조금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뻔뻔하게 그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다니. 더욱 신기한 건 다현이 얼떨결에 그 인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 그래…….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니?”

 “아, 저흰 현우 친구인데요. 잠깐 놀다가 가려는 게 많이 늦어졌네요. 죄송해요. 지금 바로 나갈게요.”

 오므로의 발음은 조금 이상했다. 그것은 외국인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해도 한국인이 듣기에는 어설프게 들리는 것과 같았다.

 다현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운 것을 봤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미소였다.

 “와 미쳤네.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모습로 인사를 한단 말이야?”

 마토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그걸 또 누나는 받고 있다, 야”

 현우도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누나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종족을 보고도 놀라기는커녕 미소를 지을 줄은 몰랐다.

 다현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보라는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비춰지지 않도록 애쓰며 천천히 걸어갔다. 짧은 복도가 길게 느껴졌다.

 현우는 손뼉을 치고, 손바닥을 마주 비비고, 진열되어 있는 상품에 대한 좋은 점을 안내하는 것처럼 손을 휘저으며 다가갔다.

 “누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아. 오해하지는 마. 그 녀석들이 생긴 건 그렇게 생겼어도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거실에는 돌덩어리나 해골, 몸이 시커먼 사내 등 이종족들은 온데간데없고 웬 외국인 다섯 명이 있었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우뚝 솟은 콧날, 전형적인 서양 사람의 모습이었다. 현우는 멍청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아직도 술이 덜 깼나?”

 현우는 와이퍼로 자동차의 앞 유리를 닦듯이, 두 손으로 양쪽 눈두덩을 문질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서 눈을 떴다. 그러나 거실에는 여전히 외국인 다섯 명이 있었다.

 “설마…….”

 마토가 불길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 외국인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머리 달린 사람이라면 어렴풋이나마 그들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이종들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눈동자의 색이라거나 머리카락의 색, 체형이 비슷했던 것이다.

 코발트색의 눈동자와 새까만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필시 듄 종족인 데비히츠일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키 작은 소년은 오므로일 것이고, 새하얀 피부에 녹색 머리칼을 가진 소녀는 모라이엠으로 보였다.

 그런데 여전히 뒤통수만 보이는 남자는 그대로라고 쳐도, 금발머리 남자는 누구인지 현우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고 느껴지는 외모였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얼굴은 작고.

 코발트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다현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곤 사뿐한 걸음으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현우와 다현 사이를 스치듯 지나갔다. 달콤한 체리향이 코를 간질였다.

 다현의 시선이 그녀를 뒤쫓아 갔다. 두꺼운 니트와 버건디 코트를 껴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글래머한 몸매를 다 가릴 수는 없었다. 녹색 단발머리의 소녀가 소리 없이 앞서 나간 여자를 따라갔다. 사람이 걷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기척이 없는 동작이었다.

 그 뒤로 피부가 까무잡잡한, 머리는 밝은 갈색인 남자 아이가 걸어가며 말했다.

 “이만 가볼게요, 누나!”

 다현은 버건디 코트를 입은 여자를 질투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소년의 밝은 인사에 어정쩡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키가 훤칠한 금발머리 남자가 축 쳐진 남자를 부축하며 걸어왔다.

 “이거,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너무 늦게까지 있었죠?”

 그도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발음이 어눌했다. 다현이 넋을 잃고서 미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시원하게 웃으면서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금발머리 사내의 몸이 넘어질 것처럼 기울었다. 현우는 반사적으로 그의 몸을 부축해주었다. 그러나 넘어진 것 치고는 아무런 반동도 없었다.

 “고마워, 친구.”

 그는 웃는 얼굴로 현우의 손에 슬쩍 쪽지를 쥐어주었다. 현우가 흠칫하자 사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외국인들은 하나 둘씩 신발을 꾸겨 신으며 집을 나갔다. 어느새 현관에 그들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눈치 챌 수 있는 점을, 다현은 잘생긴 남자를 쳐다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잘 가, 게듄 베르키아”

 느닷없이 현우가 말을 꺼냈다. 다현은 별 웃긴 이름을 다 보겠다는 듯 현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현관문을 나가던 외국인들 중 버건디 코트를 입은 여자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우를 노려보았다.

 현우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군가가 뒤에서 등살을 억지로 떠밀어서 움직이는 듯, 여자의 걸음은 멈칫멈칫 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금발머리 남자는 현우를 바라보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날 새벽, 현우는 창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폭발음과 화난 듯한 여자 목소리가 뒤섞인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다.

 

 * * *

 

 누군가 혀로 자신의 뺨을 핥는 느낌에 현우가 스르르 눈을 떴다. 초점이 맞지 않는 시선에 뭉치를 들고서 자신의 얼굴에 들이밀고 있는 마토의 모습이 보였다.

 마토는 그가 눈을 뜨자 황급히 손을 떼고서 몸을 휙 돌려서 자는 시늉을 했다. 겨우 자유의 몸이 된 뭉치는 엉덩이를 씰룩이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볕이 잘 드는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엎드렸다.

 “뭐하는 거야?”

 현우가 잠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마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흐암……. 어? 일어났어?”

 마토의 어색한 연기에 현우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잠이 싹 달아나 다시 잘 수도 없었다.

 여느 때처럼 방안은 나른한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다현은 집에 없었다. 어제 새벽, 아르바이트 도중 몸살 기운이 있어서 조퇴했다고 했는데 그새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나간 듯했다.

 현우는 손등을 눈썹 위에 올려 햇빛을 막았다. 비몽사몽 한 의식 때문에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퍼즐 조각이 몇 개 빠져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깊은 한숨을 내쉰 현우가 기지개를 켜는 척 하면서 마토의 머리를 때렸다. 감히 뭉치의 혀로 잠을 깨운 보복이었다.

 “큭!”

 “커헉!”

 갑자기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팔뚝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져 그는 왼팔을 붙잡았다. 통각을 공유하는 마토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왜 이런…….”

 현우는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 새벽에 하울릿에게 습격을 당한 일과 이종족들의 등장,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서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그가 옷소매를 걷어서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확인했다. 육안으로 보기엔 피부가 조금 빨갛게 달아올랐을 뿐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어 있었다.

 “깨끗하게 아물었는데 왜 아픈 거지?”

 마토는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피부가 아니라……. 피부 안쪽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아. 신경인가?”

 “쳇 진짜 재수 없게 되었네.”

 현우가 왼팔을 앞뒤로 몇 번 움직여봤다. 과격하게 움직이거나 크게 힘을 가하지만 않으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거면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옷소매를 내렸다.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병원 갈 돈이 어디 있고 시간은 또 어디 있어?”

 잠자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병원에 갈 시간은 차고 넘친다는 말을 마토는 끝내 입 밖으로 뱉지 못했다. 그저 에둘러서 표현했다.

 “큰 병이면 어떡해?”

 “됐어. 귀찮아”

 현우는 금세 원인 모를 통증에 대한 신경을 꺼버렸다. 그를 잘 알기에 마토도 더 이상 통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번복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설사 중간에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란 걸 알아채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상황이더라도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바지주머니에서 쪽지 모양으로 접혀 있는 종이가 툭 떨어졌다. 그걸 못 본 현우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잠깐 창밖의 풍경을 감상한 뒤 화장실로 향했다. 마토는 잽싸게 종이쪽지를 주웠다. 그리고 질질 끌려가는 와중에 쪽지를 펼쳐서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어……. 현우야. 너 오른팔……. 그거 빨리 약을 발라야 할 것 같은데?”

 “괜찮대도.”

 현우는 눈을 감고 힘없는 동작으로 양치질을 했다. 머릿속으로 어제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봤다. 흑표범, 해골, 돌덩어리, 그림자, 쉐도어…….

 잠시 후, 마토가 심각한 목소리로 종이에 적힌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다.

 “하울릿의 독니에는 신경을 파괴시키는 맹독이 있어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식물인간이 되니, 아침이 되면 상처 부위에 약을 꼭 바르도록. 참고로 그 약은 방에 두고 왔다.”

 “푸흡!”

 현우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치약거품을 뿜었다. 그는 발작하듯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돌려 마토를 바라봤다.

 마토가 불안한 얼굴로 이것 좀 보라는 듯 종이를 내밀었다. 현우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편지를 낚아채고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시선이 한 곳에 멈추었다.

 “이게 므슨 말으야? 내 븡 으드에 읐드는 그야?”

 입안에 머금고 있던 치약거품이 사방으로 튀었다. 거품이 풍성한 카푸치노를 뿌린 것처럼, 마토의 얼굴에 새하얀 치약거품이 잔뜩 묻었다.

 마토는 화내지 않고 얼굴을 스윽 닦았다. 둘의 불길한 시선이 마주쳤다.

 

 * * *

 

 바닥에 드러누워 가만히 낮잠을 자던 뭉치가 깜짝 놀라 사납게 짖어댔다.

 “으아아악! 어디에 있지!”

 평온했던 방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느린 유속에 담겨 있다가 갑자기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듯했다.

 둘은 미친 사람처럼 방을 뒤엎어서 편지에 적힌 약을 찾기 시작했다. 현우는 이불을 확 들어 올렸다가 뒤집어엎었고, 베개를 던졌으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옷가지들을 마구 들추어봤다. 마토는 현우의 반대쪽에서 서랍의 문을 열면서 선반 위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없어! 없다고!”

 “젠장, 말할 시간에 빨리 찾아!”

 현우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턱을 타고 치약 거품이 뚝뚝 떨어졌다. 사납게 날뛰던 뭉치는 코를 벌름거리며 바닥에 흘려진 치약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가 먹는 음식으로는 보이지 않았는지 고개를 훽 돌렸다.

 화장품 병들이 잔뜩 놓여 있는 다현의 화장대가 마토의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리온이 품속에서 꺼내 현우를 치료했던 약이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던 게 기억났다.

 확인해보려고 마토가 손을 뻗었지만 거리가 짧았다.

 “익, 익! 야, 현우야! 이쪽으로 와봐! 여기 한 번 찾아보자고!”

 “말만 하지 말고 네가 가서 찾아봐!”

 “아니, 네가 와야 내가 찾지! 이 빌어먹을 다리가 붙어 있어서 못 가잖아, 이쪽으로 조금만 와보라고!”

 그러나 현우는 마토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눈앞에 보이는 바닥만 찾기에 급급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시선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마토가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각티슈와 베개 따위가 날아가 뒤통수를 때렸지만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마토는 스스로의 힘으로 화장대를 찾아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역시 손이 닿지 않아 버둥거리고 있는데, 현우가 갑작스레 걸음을 돌렸다. 헛손질을 하던 마토의 손에 다현의 화장대가 닿았고 스킨이며 로션 등 각종 병으로 된 화장품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몇 개는 뚜껑이 날아가 내용물이 줄줄 샜고, 한 유리병은 아예 깨져버렸다.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마토는 현우의 눈치를 보았고, 현우는 마토의 눈빛에서 정신이 들었다.

 “지, 지금 이게 중요해? 빨리 찾아봐!”

 둘은 화장품들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이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 마토가 병 하나를 집어 들며 소리쳤다.

 “이거 아냐?”

 현우는 양손에 들고 있던 화장품들을 바닥에 내던지고서 마토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투명하고 작은 그 유리병에는 연녹색의 내용물이 들어 있고, 코르크마개로 막혀 있었다.

 “이거야!”

 현우가 지체 없이 코르크마개를 뽑았다. 옷소매를 걷고, 통증이 느껴지는 피부에 병을 기울여 액체를 흘려보냈다. 한 번 맡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상한 비린내가 풍겼다. 피부에 달라붙는 촉감은 미끈하면서도 끈적끈적했다.

 “하…….”

 통증이 천천히 가라앉는 게 느껴지자 현우는 긴장이 탁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거 촉감이 이상하지 않냐?”

 마토는 엄지와 검지로 액체를 살짝 묻히고 점도를 확인하듯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거 봐. 꼭 콧물 같은데?”

 그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현우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잠시 뒤에 둘의 웃음소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문득 새벽의 일이 떠올랐다.

 다현이 집에 들어와서 현우의 멱살을 잡는다. 그녀는 다현이가 거실에 있는 줄 알고 빨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능청스럽게 외친다. 대답은 없다. 짧은 침묵 속에서 누군가가 코 푸는 소리가 들린다…….

 현우와 마토는 서로 불쾌한 눈길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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