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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하울릿의 등장
작성일 : 17-07-04 20:18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7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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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짧은 비명소리가 어두운 도로에 울려 퍼졌다.

 바닥에 쓰러진 현우는 땅을 짚고 일어서려다 깜짝 놀라 왼팔을 붙잡았다. 팔뚝에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고개를 내려서 보니 겹겹이 입고 있던 옷들이 길게 찢어졌고, 옷 틈 사이로 벌건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큭, 빌어먹을. 아파! 너무 싫어!”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공격당한 건 현우인데 마토도 왼팔을 붙잡고 신음했다. 그는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통각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가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림자에게 전해지는 통각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지만, 사람에게 전해지는 통각은 그림자가 느낄 수 있었다. 행동의 자유도 없어서 서러운데 끌려 다니다가 날벼락을 맞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마토의 운명이었다.

 이것도 이유 따윈 몰랐다. 지난 10년간 반복되었던 패턴 중 하나였다.

 “뭐야!”

 “누가 우릴 덮쳤어!”

 현우는 왼팔을 꽉 쥐고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거뭇한 실루엣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도로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가로등만 있을 뿐 사람은커녕 흔한 길고양이 한 마리 없었다.

 마을버스가 멈추는 작은 버스 정류장이 휑뎅그렁하게 놓여 있고, 그 앞에는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골목길만 있었다.

 “누구야!”

 두려움을 없애려고 현우는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져서 금세 사라졌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실려 찾아온 침묵은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주영은 정신을 잃었는지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않았다.

 현우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버스 정류장을 지나 골목길로 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만. 어디가?”

 “쉿!”

 현우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속삭였다.

 “설마 확인하려고? 맙소사. 그냥 돌아서 가. 응? 내 말 듣고 있어? 하, 젠장.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마토는 최대한 따려가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뺀 채 끌려갔다.

 골목길 앞에서 현우의 걸음이 멈추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에 선홍빛 눈동자가 둥둥 떠 있었다. 곧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어떤 생물체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네발로 땅을 딛고 있는 맹수였다. 선홍빛 눈동자가 없었다면 그곳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온 몸이 시커먼 맹수.

 녀석이 으르렁 거리더니 빠르게 덮쳐왔다. 현우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권투선수처럼 양손을 붙여 얼굴을 감쌌다. 묵직한 충격에 뒤로 나자빠졌고, 그의 몸이 바닥을 구르며 가로등빛이 비추는 도로까지 튕겨져 나갔다.

 머리가 새하얘져 현우는 더 이상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방금 충격으로 상처가 더 벌어져 왼팔에서는 피가 콸콸 뿜어져 나왔다. 차디찬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와 그의 몸과 정신이 빠르게 식어갔다.

 맹수는 먹잇감이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우는 정선이 확 들어 허겁지겁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금세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흑표범과 비슷하게 생긴 그 맹수는 굉장히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진 검은색 털은 은은하게 윤기가 났고, 가벼운 몸동작과는 대조적으로 꼬리가 강렬하게 움직였다. 선홍빛 눈동자에는 곧 먹잇감을 눈앞에 둔 동물의 살의가 가득했다.

 전조 없이 맹수가 달려들어 현우의 팔을 물어뜯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두꺼운 옷들을 너무나 쉽게 뚫고서 살갗 깊숙이 파고들었다.

 “으아아악!!”

 현우는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통증에 꼼짝도 못했다.

 “이 자식이!!”

 마토는 죽을 힘을 다해 손가락으로 맹수의 눈을 찔렀다. 턱의 힘이 얼마나 센지 맹수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휘젓는 데로 현우의 몸도 이리저리 휘둘려졌다.

 “저리 꺼져, 이 자식아!!”

 마토가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자 맹수는 현우의 팔을 내려놓고 옆으로 도약했다.

 “허억, 허억……. 큭!”

 현우는 팔을 감싸 안으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질 쳤다. 겉옷은 발톱에 베인 자국과 야수의 이빨 자국 모양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피가 잔뜩 배어서 붉게 물들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해졌다. 그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맹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먹잇감의 힘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맹수 옆에는 똑같이 생긴 흑표범 두 마리가 더 있었다.

 “하아, 하아……. 이게 무슨…….”

 공포에 질린 현우의 얼굴이 파리하게 변했다. 초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흑표범이 서울 한복판에 나타나다니,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느껴지는 팔의 통증과 흐르는 피가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뒷걸음질 치던 그의 팔에 무엇인가 닿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주영이었다. 꽤 소란스러운 상황에도 그녀는 술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주영의 팔을 붙잡고 어떻게든 도망가 보려고 했지만 몸이 옆으로 픽 쓰러졌다. 흐릿해져가는 시야,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뿌연 세상 속에서 맹수들이 적의를 드러내며 달려들고 있는 게 보였다. 선홍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주영의 몸을 감싸듯 몸을 수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현우의 등 뒤에서 돌이 날아왔다.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었다. 사람의 팔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돌주먹이었다. 그 돌주먹은 정확히 맹수의 얼굴에 꽂혔다.

 흑표범의 입에서 강아지가 꼬리를 밟혔을 때 지르는 깨갱거리는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 맹수는 바닥을 사정없이 구르며 나뒹굴다가, 뒤따라 달려오던 맹수 두 마리와 부딪쳤고, 그대로 맹수 세 마리는 나가떨어졌다.

 현우는 둔탁한 타격음과 맹수의 기묘한 비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암갈색 돌덩어리가 서 있었다.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처럼 얼굴과 팔, 다리가 있었다. 다만 키가 매우 작았는데 바닥에 앉아 있는 그와 키가 비슷했다.

 “무, 무슨…….”

 “돌덩어리?‘

 현우와 마토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돌덩어리는 손을 탁탁 털고 뒤를 돌아봤다. 앞모습을 보니 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들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돌덩어리는 몸 전체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나의 돌이 아니라 주먹만 한 크기의 돌들을 촘촘하게 이어 붙인 모양새였다. 그래서 자잘한 이음새가 많았고, 특히 어깨와 양팔, 골반과 두 다리, 목과 얼굴 사이에는 이음새가 두껍게 나 있었다. 온몸이 암갈색이어서 푸른색 보석으로 덮여 있는 왼손 주먹이 눈에 확 띄었다.

 신기한 건 그의 얼굴에 사람처럼 이목구비가 있다는 것이다. 눈은 맹수들의 선홍빛보다 조금 더 탁한 주황빛이었고, 코는 살짝 구멍만 뚫려 있었으며 귀는 아주 작았다. 그나마 입이 사람과 비슷한 크기였지만, 그의 얼굴 크기에 비해서는 살짝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oioni, qoap qjgni iejw??”

 돌덩어리가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의 목소리는 험상궂게 생긴 겉모습과 달리 얇고 가는, 흡사 개구쟁이 아이 같은 목소리였다.

 현우는 돌덩어리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okqk! kfkqi, kfdie oetqj kxk...”

 돌덩어리는 현우의 반응을 보고 탄식하더니 허리춤 근처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물건을 꺼냈다.

 현우는 이 이어폰처럼 생긴 것을 귀에다 꽂으라는 돌덩어리의 의중을 파악하긴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괴상한 생명체가 내미는 것이어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보다 이 생명체의 팔이 사람처럼 다섯 손가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벙어리장갑처럼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이 하나로 붙어 있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우가 망설여하는 것을 알아챈 돌덩어리가 싱긋 웃었다. 그는 그 벙어리장갑을 낀 것 같은 손으로 현우의 귀에다가 이어폰을 직접 꽂아주었다. 손가락이 전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 동작은 매우 어설펐다.

 이어폰에서 잘못된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노이즈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얇고 긴 삐이익 하는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두개골을 뒤흔들었다. 깜짝 놀란 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빼려고 했지만 돌덩어리가 팔을 잡아 말렸다.

 마토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정체가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때려야겠다는 생각한 순간, 소름끼치는 소름들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주위는 여전히 고요했다.

 “이봐, 내 말 들려?”

 돌덩어리의 입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마토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낼 뻔했다.

 “아, 말은 아까부터 들리겠고……. 내 말 알아들을 수 있어?”

 현우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돌덩어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히죽거렸다.

 “좋아. 번이어 잘 꽂고 있어! 그래야 내 멋진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검은색 음영이 휙 지나가더니 꽥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돌덩어리가 사라졌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서 현우와 마토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에야 맹수가 돌덩어리를 덮쳤다는 것을 알아챘다.

 “비명소리 잘 들리네……. 뭐야 저 녀석은?”

 “마토가 바닥에서 서로 몸을 뒤엉켜 싸우는 생명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돌덩어리는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맹수에게 깔린 채 버둥거렸다. 팔이 짧아서 도저히 닿지 않았다.

 어디선가 깊은 울림이 있는 맹수의 소리가 들렸다. 아까 나가 떨어졌던 맹수 두마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현우는 다시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녀석들이 달려드는 순간, 이번에는 왼쪽에서 검은색 음영이 휙하고 지나갔다. 돌덩어리가 자신을 짓누르던 맹수를 집어던진 것이다. 현우를 덮치려던 맹수들은 이번에도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녀석들은 이번에 금세 일어나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공격할 대상을 바꾸었는지 선홍빛 눈동자가 돌덩어리에게 향했다.

 “덤벼 이것들아!”

 돌덩어리는 현우를 등지고 앞에 섰다. 흑표범들이 땅을 박차고 달려왔다. 돌덩어리가 기합을 지르며 푸른빛이 감도는 왼을 어깨 뒤로 잡아 당겼다. 그리고 손을 있는 힘껏 바닥에다가 콱 내리꽂았다.

 이상한 행동에 맹수들이 잔뜩 경계하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왔다. 돌덩어리는 씩 웃으면서 바닥에 꽂았던 손을 들어올렸다. 바닥에 균열이 가고 부서지면서 아스팔트가 하늘로 솟구쳤다.

 “우왓!”

 현우와 마토가 탄성을 뱉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스팔트 벽이 생겨났다. 곧이어 아스팔트 벽은 천천히 뒤쪽으로 넘어갔고,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쓰러졌다. 산산조각 난 돌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먼지 구름이 자욱이 피어올랐다.

 먼지구름 너머로 맹수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우는 불안함에 주영이를 꼭 안은 채 눈동자를 쉼 없이 굴렸다. 돌덩어리는 좌우와 위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느 한곳에서 나타나길 바라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한 놈이 왼쪽에서 튀어나왔다. 돌덩어리는 빠르게 자세를 취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맹수는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곧바로 위쪽에서 다른 맹수가 뛰어내리자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돌주먹이 위로 향했다.

 내려오는 힘과 올려치는 힘이 더해지면서 맹수의 송곳니 몇 개가 부러지며 허공에 날아갔다. 바로 그 때 왼쪽에서 한 맹수가 튀어나와 돌덩어리의 뒤를 잡았다. 놈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돌덩어리의 등을 후려쳤다.

 카캉!

 날카로운 소리가 났지만 돌로 이루어진 몸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 강한 충격으로 돌덩어리가 넘어질 것처럼 휘청거리더니 간신히 균형을 잡고 뒤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맹수가 뒤로 점프해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조심해!”

 현우의 경고에 돌덩어리가 급히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한 녀석이 날카로운 이빨로 목덜미를 꽉 깨물었다.

 “으아악!!”

 돌덩어리는 맹수를 떼어놓으려고 어깨 뒤로 손을 뻗으며 아등바등했지만 팔이 너무 짧았다. 맹수는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턱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 사이 나가 떨어졌던 다른 맹수들이 달려들어서 각각 팔과 몸통을 깨물기 시작했다. 이빨로 돌을 갉아먹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처음 목을 깨물던 맹수가 기어코 돌덩어리의 목을 뜯어버렸다.

 섬뜩한 모습에 현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피는 나오지 않았지만 돌덩어리의 머리는 몸과 분리되어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고양이가 실타래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처럼, 한 녀석이 돌머리를 발로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흥미를 잃어 세게 걷어찼다. 돌머리는 불규칙적으로 바닥을 쿵쿵 구르면서 현우의 근처에 멈추었다.

 현우는 황망한 표정으로 돌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돌머리의 눈이 번쩍 떠졌다.

 “젠장! 역시 혼자서는 안 되는 군. 녀석들은 왜 안 오는 거야!”

 현우와 마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몸과 분리된 돌머리가 말하는 모습은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 끼쳤다.

 마토는 게거품을 물고서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현우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려 했다. 하지만 등 뒤가 버스 정류장으로 막혀 있어서 오도 가도 못했다.

 “이봐, 친구. 뭘 그렇게 놀라? 하하하! 골덴 처음 봐? 아, 처음 보나? 그렇겠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돌머리가 주홍빛 눈을 데룩데룩 굴리면서 낄낄 웃었다. 그는 머리가 분리된 것에 대해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현우가 두려운 눈으로 돌머리와 맹수들 쪽에 있는 돌덩어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모, 목이……. 떨어져…….”

 “아아~ 그치. 저 녀석들 때문에 목이 빠졌어. 그래서 말인데 내 목을 내 몸에다가 가져다주지 않겠어? 그럼 내가 알아서 낄 수 있는데.”

 “당신……. 사, 살아 있는 거예요?”

 “뭐야, 왜 멀쩡한 골덴을 죽여? 당연히 살아있지. 어라, 이런. 저 녀석들 다시 달려들 건가 본데?”

 돌머리는 눈동자를 최대한 한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맹수들이 침을 길게 흘리면서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녀석들도 돌머리가 말한다는 것에 적잖이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때, 바람을 가르는 가느다란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왔다. 새하얀 화살은 한 맹수의 어깨에 꽂혔다. 옆에서 같이 걸어오던 맹수들이 으르렁거리며 자세를 한껏 낮춰 경계했다.

 “오, 왔다 왔어!”

 돌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이봐! 너무 늦었다고!”

 현우는 돌머리의 시선과 화살을 쏜 방향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 한 가운데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활을 등에 메면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놓을 때마다 기괴한 소리, 무엇인가 뼈마디가 부딪치는 듯한 덜그럭거리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가로등이 드문드문 놓여 있는 도로까지 다가오자 그의 형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오래된 전구가 연거푸 깜빡이는 듯했다.

 검은색 로브 밖으로 드러난 뼈만 남은 손과 발, 점멸…….

 비니 모자를 깊이 눌러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얼굴, 점멸…….

 텅 비어있는 동공에서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코발트빛 안광, 점멸…….

 눈을 가늘게 뜨고서 실루엣을 쳐다보던 현우는 막상 그 형체가 눈앞에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돌덩어리가 움직이는 게 더 현실적이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토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 해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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