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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1 (완결)
작성일 : 17-07-04 19:30     조회 : 298     추천 : 3     분량 : 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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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잠결을 떠다니던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수호는 눈을 감은 채 옆자리로 팔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작은 몸을 살살 당겨 안았다.

 맨가슴 위로 따끈한 이마가 붙었다. 감은 눈꺼풀 안으로 불그스레하게 투영되는 볕을 느끼며 시간이 꽤 되었음을 짐작했지만 수호는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시간이 궁금하지 않았다.

 수호의 등허리로 둘린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우는 수호를 꽉 마주 안으며 며칠간 이어졌던 수호의 부재를 떠올렸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속을 태우는 수호를 달래서 보내고 웃으면서 통화했지만 혼자 누워 잠을 청할 때마다 빈 옆자리를 계속 돌아보게 되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심정이 그런 걸까.

 이우는 눈을 감은 채 코앞의 가슴 어딘가에 가만히 입술을 붙였다. 자신에게 수호는 어떤 사람이 된 걸까.

 가슴골에 닿은 입술 감촉에 숨죽이고 집중하던 수호는 불쑥 달뜨는 기분에 몸을 뒤로 물렸다.

 “어우, 야! 너 형 가슴에 지금 뽀뽀했냐? 또 무섭다고 질질 짜고 싶어서?”

 이우는 고개를 뒤로 물리며 눈을 떴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눈도 안 뜨고 해죽거리고 있는 수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째진 줄만 알았던 눈꼬리가 순하게 쳐져있었다.

 양쪽 입꼬리가 반짝 올라간 웃는 입, 모로 누워 웅크려진 목덜미와 쇄골, 단단한 가슴근육을 따라 동그란 갈색 포인트. 그 밑으로 붙은 네모난 거즈붕대. ​

 수호의 부상에 시선을 세운 이우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몸을 밀어 바로 눕히고 반창고를 잡아떼었다. 수호가 고개를 세워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아 그거 다 나았어. 진짠데?”

 못 들은 척 반창고를 떼어낸 이우는 피부에 들러붙은 얇은 거즈까지 걷어냈다. 꿰매진 상처 주변으로 아직도 붉은 염증이 있었다. 이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수호를 쏘아보았다.

 “이게 다 나은 거예요?”

 “에이, 두 달도 안 된걸 뭐. 병원에서 괜찮대 진짜로. 여름이라 그렇대.”

 이우는 침대 아래로 내려서며 말을 이었다.

 “일어나서 뭐 좀 먹고 병원 가요 우리.”

 “정말 괜찮다니까?”

 이우가 대꾸 없이 욕실로 향하자 수호는 일어나 앉으며 목소리를 키웠다.

 “병원은 뭐하러? 그냥 소독하고 약 바르면 돼! 약 챙겨왔어!”

 “형 잘못되면 나도 못 살아요! 기웅이 형 병문안도 갈 겸!”

 수호는 욕실 쪽을 째려보며 중얼거렸다.

 “거길 뭐하러 또 가재. 가봐야 해 줄 것도 없더만.”

 

 “우리 고양이 왔어?”

 기웅이 활짝 웃으며 이우를 반겼다.

 뒤따라 들어선 수호가 시큰둥하게 기웅을 째려보았다. 시선이 맞자 기웅은 입술을 쭉 빼물어보였다. 수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이우는 낄낄거리는 기웅의 어깨 붕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괜찮으신 거래요?”

 “야, 니 애인 의자 갖다 드려라.”

 수호는 기웅을 째려보고는 의자를 들어다 펼쳤다.

 “정말 괜찮은 거 맞대요? 완치된대요?”

 기웅은 제 어깨를 슬쩍 돌아보고는 웃었다.

 “앉아. 괜찮대. 아무렇지도 않대.”

 이우가 앉자마자 수호가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빨리도 들러붙는다. 자석이냐? 냉장고에서 마실 거라도 좀 꺼내 드려라. 손님 오셨는데.”

 수호는 이를 꽉 물며 일어섰다. 걸음을 옮겨 음료를 꺼내 들며 구시렁거렸다.

 “누굴 몸종으로 아시나. 나도 손님이거든?”

 “니가 무슨 손님이냐? 한 몸끼리. 니 몸이 내 몸인데 형 아플 땐 좀 써먹고 그러자.”

 “아 진짜. 내 몸이 왜 형 몸이냐!”

 버럭 짜증이 터졌다. 이우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고양아, 저 성질 드러운 강아지 그냥 유기견 만들어라, 확 내다 버려. 저걸 얻다 쓰냐.”

 수호가 음료 캔을 따서 이우에게 내밀며 기웅을 째려보았다.

 “퇴원은 오래 걸린대요?”

 이우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기웅이 빙긋 웃었다.

 “이제 이틀 됐는데 뭐. 좀 봐야 되나 봐.”

 “아… 생각보다 많이 다치신 거 같아요.”

 이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며 어깨를 쳐다보았다. 조금 더 전문적인 처치를 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응급처치라도 배워둘 걸 그랬을까.

 이우는 얕은 한숨을 흘렸다. 끝까지 필드에 남아있었어야 했다. 호텔로 잠깐 들어갔던 것이 못내 후회되었다.

 “그래도 우리 쫄랑이가 응급지혈 빨리해줘서 살았지.”

 이우가 어리둥절 수호를 돌아보았다. 수호는 이를 악물며 기웅을 째려보았다.

 “내가 한 거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형 살려보려고 아주 기를 썼다더라, 우리 쫄랑이가 알고 보면 나 엄청 좋아하나 봐.”

 "기를 쓰긴 누가? 진짜 내가 한 거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형을 왜 좋아하냐? 멀쩡한, 응? 애인 두고."

 어리바리한 말투에 이우가 웃음을 참으며 수호를 힐끗 째려보았다.

 “근데 고양이 너.”

 “예?”

 이우의 둥근 눈을 잠시 들여다보던 기웅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무슨 이상한 퀴즈 푼다며?”

 “아….”

 이우가 수호를 돌아보았다.

 “그거 이제 안 하기로 했어. 나랑 약속했어.”

 대신 대답을 한 수호는 이우의 눈치를 살폈다. 이우는 기웅과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풀긴 하는데 이제 정답 확인은 안 하려고요.”

 “그거 형도 좀 보자. 형이 그런 거 진짜 좋아하거든. 병실에서 심심한데 그거나 한번 맞춰보자.”

 “아 됐거든? 형이 또 언제부터 퀴즈 좋아했냐? 하여간 입만 열면 뻥이지. 그나저나, 여긴 회진도 안 다녀? 무슨 병실이 이렇게 조용해? 특실은 다 이런…”

 딴 소리를 연신 해대던 수호는 불현듯 입을 닫았다. 미간이 절로 굳어졌다.

 이우의 메시지를 왜 기웅에게 숨기고 싶은 걸까. 범죄 내용이 이우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수호는 자신의 미심쩍은 행동을 되짚으며 굳은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같이 풀어주시면 전 좋죠.”

 늦어진 대답에 수호가 이우를 쳐다보았다.

 이우의 표정을 빤히 살피고 있던 기웅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역시 우리 고양이. 강아지 새끼보다 훨씬 낫다.”

 “에이 씨, 사람을 자꾸.”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메시지 또 왔어요.”

 “어?”

 수호의 눈이 커졌다. 이우가 핸드폰을 열어 내밀었다.

 [finWW2.midntpl2.반석m-brukcrs]

 인상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잠시 읽던 수호는 이우에게 핸드폰을 도로 내밀었다.

 “이게 첫”

 “하지 마 풀지 마. 지워버려 그냥.”

 수호는 이우의 말을 가로막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나도!”

 기웅이 손을 내밀었다. 수호는 이유 없이 불안한 기분으로 기웅이 받아드는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메시지를 휙 훑어본 기웅이 이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골 때리네. 이게 뭔 소릴까?”

 수호가 코웃음을 쳤다.

 “거봐, 내가 못 푸는 걸 형이 어떻게 푼다고 퀴즈 타령이야?”

 기웅은 대거리하지 않았다. 이우의 얼굴만 빤히 뜯어보다가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누가 주는 퀴즈야?”

 “저도 몰라요. 발신 번호가 안 떠요. 통신사에 문의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메시지내역 자체가 없다고.”

 기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킹 메시지 가능성 구십 이상.

 이마를 잠시 긁적이던 기웅이 말을 이었다.

 “너 핸드폰 하루만 빌려줄 수 있어? 형한테?”

 “예?”

 “아 왜!”

 화통 같은 고함에 기웅과 이우가 깜짝 놀라 수호를 쳐다보았다.

 수호는 벌건 얼굴로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우 핸드폰을 왜 형이?”

 “왜, 거기 뭐 못 볼 동영상이라도 찍어놨냐? 둘이 주연이야?”

 낄낄거리는 기웅의 말에 얼굴이 더 벌게진 수호가 벌떡 일어났다. 기웅의 허벅지 안쪽을 꽉 꼬집어 죽어라 비틀었다.

 “아아! 야! 이 미친놈아!”

 소리를 꽥 지른 기웅은 무릎을 접어 올려 허벅지를 급하게 문질렀다.

 "아 씨 핑 돌아, 형 어지럽다고 인마!"

 기웅은 하나밖에 못 쓰는 팔로 이마를 짚었다가 다리를 문질렀다가 하며 이를 악물고 수호를 노려보았다.

 이우는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다 큰 형들이 왜 이러고 노는 걸까.

 이우의 얼굴을 슬쩍 살핀 수호는 기웅을 째려보며 말했다.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우리 그런 거 아니거든?”

 다리를 벅벅 비벼대던 기웅이 수호를 노려보았다.

 “아 씨, 멍들겠네. 저게 진짜. 야! 니 애인한테 장난질하는 거 누군지 알아봐 줄라 그러지!”

 “그걸 왜 형이 알아봐 주냐고!”

 다시 터진 고함에 기웅은 입을 닫아버렸다. 수호를 빤히 노려보다가 팔을 들어 눈가를 덮었다.

 갑작스럽게 서늘해진 분위기에 이우는 눈치만 슬슬 살폈다.

 기웅의 가려진 눈을 째려보던 수호는 이내 기분이 가라앉았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에게 왜 짜증이 나는 걸까. 기웅에게 숨길 것이 있던가. 이우를 숨겨줘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가.

 그럴 리가. 이우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숨길 것이 없다. 그럼 혹시 이우와 기웅이 가까워지는 게 싫은가. 설마 이거 의처증?

 “저는 상관없는데.”

 눈치만 슬슬 보던 이우가 입을 뗐다. 기웅은 눈을 가렸던 팔을 슬쩍 들어 이우를 보았다.

 “핸드폰 맡겨도 상관없어요. 저도 궁금하거든요, 누가 보내는지.”

 기웅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 쫄랑이 무서워서 안 되겠다 야.”

 이우가 수호를 쳐다보았다. 수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허공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이건 어때?”

 기웅이 다시 말을 꺼내자 수호와 이우의 시선이 모였다.

 “전화번호 바꿔, 그냥.”

 이우가 얼떨떨해서 기웅을 고쳐보았다.

 잠깐 멍하던 수호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지! 그놈의 지겨운 퀴즈 아예 안 받으면 되지.

 “뭔 냄새가 나니까 쫄랑이 니가 풀기로 했을 거고. 아니야?”

 수호는 실없이 해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급변한 수호의 표정에 기웅이 헛웃음을 웃었다.

 “으이구 저 강아지, 메시지 받아놓고 찝찝하느니 그냥 안 받아버리면 되지. 어때 고양아?”

 이우는 멍한 기분이었다. 번호를 바꾸면 메시지가 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기존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까.

 대답 없는 이우를 뜯어보던 기웅이 말을 보탰다.

 “꼭 연락해야 하는 최측근한테만 새 번호 알려주면 되지. 그럼 메시지 안 오지 않을까?”

 “근데, 지금 번호도 딱 가까운 사람만 알아요.”

 이우가 싱겁게 웃으며 대답하자 기웅과 수호는 입을 닫았다.

 기웅은 이우의 표정을 끊임없이 살피고 있었다. 언제나 담담하게 웃는 온화한 표정, 완전한 순수일까 완벽한 가면일까.

 노바디의 포커스. 십억짜리 표적. 현이우는 누구인가. 노바디와 어떤 관계일까.

 수호는 이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발신자를 짐작해보았다.

 지금 번호도 딱 가까운 사람만 알고 있다면, 두 개의 가능성.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이거나 이우의 명의를 추적해서 번호를 알아냈거나.

 “명의 추적일 수도 있겠네 그럼.”

 기웅이 수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그냥 랜덤으로 뿌리는 장난질 아닌 거면, 고양이 명의 추적해서 번호 땄을 수도 있지.”

 “그럼 형 명의 폰 쓸래? 그건 어때?”

 수호가 이우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우는 갑자기 메시지에 집중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

 병문안 왔다가 엉뚱하게도 메시지에 대한 취조만 당하는 꼴이었다. 그것도 이 무서운 두 남자한테 동시에.

 대화 중간중간 눈빛에 냉기까지 흐르는 둘을 보니 이우는 심란해졌다. 이 정도로 그 메시지가 위험한 걸까. 메시지를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차라리 좋은 일일까.

 “글쎄요, 글쎄 어떤 게 좋을지.”

 이우는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얼버무렸다. 기웅은 뚫어지게 이우의 표정에만 집중했다.

 “왜? 괜찮은 생각 아니야?”

 수호가 말을 더하자 이우가 시선을 맞췄다. 수호는 이우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이참에 바꾸자, 형 명의로 다시 만들어 줄게. 응?”

 망설이던 이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번쩍 눈을 키우며 헤벌쭉 웃는 수호를 따라 이우도 입을 벌리고 헤헤 웃었다.

 이우의 표정을 빤히 살피던 기웅은 낮은 한숨을 흘렸다. 아무리 봐도 현이우는 상황을 모른다. 문제 인물이라면 저렇게까지 담담할 수는 없다. 수호가 하는 일을 뻔히 아는 마당에.

 현재 나온 정보로는 노바디 관련자라고 추정할 근거도 없다. 노바디 관련자는 아닐 가능성 칠십, 혹은 그 이상.

 기웅은 픽 헛웃음을 흘렸다. 노바디라는 이름을 들어나 봤으려나.

 그렇다면, 덫을 놓는 자는 분명 노바디 라인의 누군가. 현이우의 지인일 가능성 오십 이상.

 수호의 명의로 만든 번호에까지 메시지가 온다면 범위는 좁혀진다. 수호의 인적정보는 추적 불가. 특범국 보안망 전화로 하면 번호수집 안 되고 외부 해킹 불가,

 현이우의 가까운 몇에게만 전달될 번호. 꼬리를 잘 물면 노바디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럼 이번 메시지는 어떡해요?”

 이우의 이어진 말에 수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냥 무시해. 쳐다도 보지 마. 지워버려.”

 “보안 폰으로 해. 그게 아무래도 낫지.”

 기웅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웅은 이우에게 말을 이었다.

 “새 핸드폰 받고 나면 지금 쓰는 폰 정지하기 전에 형한테 잠깐 맡길래?”

 “아….”

 이우는 수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기웅도 덩달아 수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어느 놈이 장난질하는지 알아는 봐야지 않겠어?”

 수호는 퉁퉁 부은 입으로 대꾸 없이 허공만 노려보았다. 수호의 표정을 살피던 기웅이 웃으며 말을 더했다.

 “걱정 마 인마. 형이 진짜 안 볼게. 동영상이든 사진이든 근처는 얼씬도 안 할게. 됐냐?”

 수호의 눈이 쭉 찢어짐과 동시에 이우가 벌떡 일어서며 수호의 팔을 잡아당겼다.

 “우리 나가서 뭐 좀 사 와요. 기웅 형은 커피 뭐 좋아하세요? 아, 커피 드셔도 돼요?”

 “아휴, 우리 고양이. 개보다 백 배 착한 고양이. 형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짜로.”

 수호는 쯧쯧 혀를 차며 일어섰다.

 “동물농장 감독님 납셨네.”

 구시렁대며 앞서 나가는 수호를 이우가 웃으며 따라나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병실 밖으로 나서자 기웅의 웃던 표정이 덤덤하게 굳었다.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이미지들을 되짚었다.

 finWW2. midntpl2. 반석m-brukcrs. 노바디, 메시지 발신자, 현이우, 백만 달러.

 

 주문대 앞에 서 있는 수호를 돌아본 이우는 핸드폰 메시지를 열었다.

 [finWW2.midntpl2.반석m-brukcrs]

 [othranks.kl.KohnShell]

 이우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안 풀어도 되는 걸까,

 수호의 말대로 그냥 무시하고 안 받은 셈 쳐도 상관이 없는 걸까. 도움을 받지 못할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거나 고통 받게 되지 않을까.

 “보지 말라니까 그러네.”

 음료를 들고 테이블로 온 수호가 말했다. 이우는 히 웃어 보이고는 음료를 받아 빨대를 물며 메시지를 찬찬히 읽었다.

 수호는 이우의 얼굴을 살폈다. 초조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우는 범죄 관련자가 절대 아님을 확신하면서도 불안했다. 이우를 빤히 뜯어보던 기웅의 눈초리가 자꾸 생각났다.

 기웅이 왜 갑자기 이우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을까.

 기웅의 태도를 되짚던 수호는 문득 한숨을 흘렸다. 도산대로 약방 사건.

 기웅에게 안창호 메시지를 보여주었었다. 기웅이라면 메시지 전체, 적어도 일부라도 기억을 했을 것이다.

 퀴즈 장소에 나타났던 하이드와 그곳에 있던 이우. 자신의 노출을 걱정하던 기웅.

 기웅은 설마 이우가 노출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저에게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은근슬쩍 뜯어만 보고 있는 걸까. 저가 이우에게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우에게 객관적일 수 있을까. 이우가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느낌은, 어쩌면 이우에 대한 사적인 감정 때문에 드는 생각일까.

 만일 그렇다면, 만일 이우에게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드러낼 것인가 숨길 것인가.

 “핸드폰 기웅이 형 안 줘도 돼.”

 갑자기 흐른 말에 이우가 눈을 들었다.

 “그것도 다 사생활인데 기웅이 형한테 뭐하러 줘? 그냥 핸드폰 없애버릴까? 아주 완전히 박살을 내서 태워버릴까? 아무도 못 열어보게?”

 이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핸드폰에 무슨 비밀이 있다고 박살을 내요.”

 “그건 그런데.”

 “한 번 맡겨 봐요. 보내는 사람 누군지 진짜 궁금했거든요. 형 회사에서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수호는 한숨을 조용히 흘렸다. 이우의 당연한 당당함이 다행스러웠다.

 그러다 이내 약이 올랐다. 연구실 쪽에 들어갈 성분 분석이라면 제 전담인데, 정보통신 쪽은 기웅이 꽉 잡고 있으니 대신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고.

 “올라갈까요?”

 수호는 대꾸 없이 이우의 얼굴을 물끄러미 뜯어보았다.

 분명 아니다. 제 눈에 씐 콩깍지가 절대 아니다. 아무리 봐도 이우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촉 하나는 타고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기웅이 발신처를 찾아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 만에 하나 추측대로 범죄 관련자의 메시지라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우를 위험으로 몰고 가려는 수작이라면, 찾아내서 죽여 버리면 될 일이다.

 “안 올라가요?”

 이우가 다시 묻자 수호는 주변을 슬쩍 살폈다. 허리를 구부리며 귀엣말로 소곤거렸다.

 “커피 빨리 던져주고 가자. 애인이랑 데이트할 시간도 모자라요.”

 이우가 웃음을 꾹 물었다. 헤벌쭉 웃은 수호는 부랴부랴 음료를 챙겨 들며 일어섰다.

 “가요 가요, 얼른 가요.”

 수호의 이상한 노랫가락에 이우의 웃음이 터졌다.

 

 

 

 { 시즌 3. 그들의 포커스 } END

 

 '시즌 4. 종전일의 기적'으로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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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8 2017 / 6 / 30 296 3 6328   
31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7 2017 / 6 / 29 279 3 6536   
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4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33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84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3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40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9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8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301 5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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