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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7화. 지금 이곳이어야 할 이유
작성일 : 17-07-04 10:20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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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화 사건?”

 “이옥봉이 알고 지내던 이웃집 여인이 있었는데 백정인 자기 남편이 억울하게 소도둑으로 몰렸다는 거야. 관아에 잡혀갔다며 이옥봉에게 호소하더래.”

 

 ‘조선 여류시인의 삶과 시’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 강희 선배에게 옥봉에 대해 물으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옥봉이 필화 사건의 주인공?

 

 “옥봉의 남편 조원한테 관아에 소장을 써달라고 부탁하더래. 그치만 옥봉은 남편이 그런 류의 부탁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던 거지.”

 

 옥봉은 이웃집 여인의 안타까운 심경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묘안은 바로 자신이 대신 소장을 쓰는 것이었다.

 

 『세숫대야를 거울삼고/물을 기름 삼아 머리를 빗으니/첩의 몸 직녀가 아닐 지온데/님인들 어찌 견우이리오』

 

 “이게 소장이라고?”

 “이옥봉 전문인 시로 소장을 대신한 거지.”

 “이 시에 그런 뜻이 있어?”

 “견우(牽牛)가 ‘소를 끌고 간다’는 뜻이거든. 그러니까 소를 훔치지 않았다는 말을 시적으로 표현한 거지. 정말 멋지지 않니?”

 

 구구절절한 탄원서가 아니라 비유와 은유로 응축된 시라니, 과연 옥봉다운 발상이었다. 옥봉이 시로 대신한 소장은 사대부 관리들에게조차 감탄할 자아낼 정도였다.

 

 “너무 멋진 여자야.”

 “문제는 그 다음이지. 관아에선 이 시가 누구의 것인지를 캐물었고 결국 조원의 소실인 이옥봉이란 게 밝혀진 거야.”

 “그게 문제가 돼?”

 “이십일 세기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시대잖아. 여자가 나대면 욕먹던 시대.”

 

 옥봉이 시대를 잘못 타고난 걸까. 그녀의 당차고 재기발랄한 근성과 재능이 조선에서는 전혀 환영받을 만한 게 아니었다.

 

 “이웃집 남편은 누명을 벗고 풀려나게 됐지. 그치만 조원은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며 사사로이 나랏일에 관여했다고 타박했대.”

 

 관리들은 소장을 대신한 이 빼어난 시를 칭찬하기 바빴다는데, 오히려 남편은 편협한 감정에 휩싸여 옥봉을 내쫓고 말았다.

 

 “정말? 옥봉씨를, 아니 이옥봉을 내친 이유가 이 사건 때문이라는 거야?”

 “이옥봉에 대한 일화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여기저기 떠도는 얘기들이 많아. 이것도 그 중 하나구. 조원과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문헌마다 내용이 달라.”

 “왜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걸까?”

 “허난설헌처럼 좋은 집안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황진이처럼 차라리 기생도 아니어서 그랬을 거야.”

 

 신영은 조선의 옥봉을 생각하며 더없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녀는 역시 제 시대를 만나지 못한 불운한 예술가였던 것이다. 조원이 그녀를 내친 이유가 실은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질투한 옹졸함 때문이 아닐까.

 

 ***

 

 “이것들이 다 뭐에요?”

 “옥봉씨가 재밌게 읽을 만한 책들 좀 사왔어요.”

 

 신후가 가져온 책꾸러미 속에는 한시 관련 해설집과 최근 나온 시집들로 가득했다.

 

 “책들이 참 예쁩니다. 책에 담긴 색깔과 그림이 어쩌면 이리도 다양한지요.”

 “조선의 책과는 많이 다르죠?”

 “그럼요. 책이 아니라 품에 끼고 다녀도 좋을 어여쁜 장식품 같아요.”

 

 눈동자를 굴리며 반색하는 옥봉을 보며 신후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옥봉씨 꿈 얘기 들었어요.”

 “아, 네. 걱정 끼쳐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옥봉씨를 위하는 길이 어떤 걸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책을 보며 좋아하던 그녀의 미소가 순식간에 입가에서 사라졌다.

 

 “빨리 돌아가고 싶지요?”

 “실은 꿈에서 헤어진 님을 만났어요. 여전히 저를 외면했지만요.”

 “아, 그랬구나.”

 

 며칠 전 신영에게서 조원과 옥봉의 사연을 듣고는 남모르게 분개했던 일을 떠올렸다. 생각할수록 조원의 행동에 화가 났다. 그럼에도 조원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옥봉이 안쓰러웠다.

 

 “옥봉씨. 다음엔 우리 이 책들 옆구리에 끼고 산책 나가요.”

 “네?”

 “품에 끼고 다니면 좋겠다면서요. 그렇게 해요. 맨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잖아요.”

 “신영씨 말론 신후씨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 밖에 다니는 게 자유롭지 못하다던데요.”

 

 갑갑한 상황에서도 신후를 배려하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예뻤다. 신후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이, 재민. 잘 지냈어?”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었는데 우리 요즘 너무 뜸했다, 그치?”

 

 재민은 신후를 유달리 잘 따르는 소속사 후배였다. 신후 역시 그에게서 듬직한 형을 발견하기도, 애교 많은 동생을 발견하기도 했다.

 

 “마무리 잘 돼 가지? 이제 활동 시작하면 엄청 바쁘겠다.”

 “그렇지, 뭐.”

 “이 얘길 할까, 말까?”

 “뭔데, 임마. 어짜피 할 거잖아.”

 

 신후는 재민과 함께 한 추억이 제법 많았다. 학기 중에는 재민이 영국으로 와 몇 주 혹은 몇 달간 함께 지낸 적도 있었다. 명목상 한국을 떠나 조용히 곡 작업을 한다는 핑계였지만 두 사람은 틈틈이 여행 다니느라 바빴다.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하라는 말이 있듯, 신후는 여행을 통해 재민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생각 이상으로 믿음직스러운 청년이었다.

 

 “백소라 누나 얘기야.”

 “......”

 

 신후는 쥐고 있던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재민과 소라가 함께 만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소라 얘기 뭐?”

 “한국 들어왔대.”

 “그래?”

 “안 만날 거야?”

 “헤어졌잖아.”

 

 뜻밖에 소라의 소식을 접한 신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얼마나 오래도록 그리워한 사람이던가.

 

 “완전히 귀국했대?”

 “그건 잘 모르겠어. 건너 건너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거거든.”

 “소라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정말? 누나한테 할 말 많다며?”

 “내가?”

 “한동안 술 취하면 맨날 그랬잖아.”

 

 그랬다.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술에 취한 밤이면 그녀가 더욱 그리웠었다. 소라에게 해야 할 말이 많다며 친구들을 괜시리 괴롭히던 기억이 생생했다.

 

 “이별 중에도 최악이 이유도 모른 채 헤어지는 거잖아. 형이 취할 때마다 그러는 거 난 너무 이해되더라.”

 “자식, 이해는 무슨.”

 

 맥주병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었다. 신후의 가슴도, 머리도 조금씩 몽롱해져 갔다.

 

 “민주희 만난 얘긴 뭐야? 설마 마음 있어?”

 “말도 안 돼. 내 스타일 아니잖아.”

 “그러니까. 소라 누나 말고 형 스타일이 있긴 했나?”

 

 소라 때문이었을까. 신후에게 보내오는 숱한 사랑의 신호들을 애써 외면했던 이유. 십대에 시작된 첫사랑이 그에게는 너무도 강렬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별의 이유조차 알 수 없었기에 더더욱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웬만하면 형 좋단 여자들 한번 쳐다봐 줘. 오죽했으면 영국에 애인 숨겨놨단 소문이 다 있겠어.”

 “그런 소문이 있어?”

 “아주 파다해. 난 이해가 안 가. 이렇게 철벽 치는 남자가 뭐 그리들 좋다구.”

 

 소라와 재회한다면 비로소 물어볼 수 있을까. 왜 우리가 헤어져야 했는지, 왜 이유도 모른 채 힘들어야 했는지 말이다.

 

 “나 민주희 영화에 까메오 출연하기로 했어.”

 “타임슬립물?”

 “응. 고려 공주가 현세에서 사랑하는 남자 중 뮤지션이 있대. 콘서트 장면 포함해서 서너 씬 정도 찍을 거 같아.”

 “재민아. 타임슬립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너 엉뚱한 생각 많이 하잖아. 유에프오나 외계인 그런 거.”

 “이보세요, 유에프오나 외계인을 어디다 갖다 붙이십니까?”

 

 재민이 우주나 외계인, 유에프오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신후는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오히려 사차원 같은 생각이라며 타박하기 일쑤였다.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시간여행에도 관심 많지. 형은 그런 거 싫어하잖아. 근데 왜?”

 

 재민에게 옥봉의 얘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옥봉을 위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 어떻게든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재민아. 너니까 믿고 말할게.”

 “뭔데? 정말 유에프오라도 본 거야?”

 

 재민의 눈이 금세 휘둥그레졌다. 신후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조선시대에 살던 사람이 여기로 왔어.”

 “뭐?”

 “지금 신영 누나네 집에서 지내고 있어.”

 

 장난기 가신 신후의 표정에서 재민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했다. 재민 역시 눈을 반짝이며 바싹 다가 앉았다.

 

 “조선에서 온 걸 어떻게 증명해?”

 “누나랑 내가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모든 정황이 일치해.”

 “유명한 사람이야? 이율곡이나 신사임당 같은?”

 “이옥봉이라는 여류 시인이야. 자료가 많진 않지만 진술이나 상황으로 볼 때 대체로 맞는 거 같아.”

 “아닐 수도 있단 거잖아. 형 이용하려는 스토커는 아니고?”

 

 재민의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차츰 유에프오나 외계인에 대한 믿음만큼 굳어져가는 듯했다.

 

 “그러니까 과거에서 이옥봉이라는 여자가 시간을 거슬러 형한테 왔단 거잖아. 그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

 “하필 지금 이곳이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하필 형이어야 하는 이유 말이야.”

 

 옥봉이 신후에게로 와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그녀와의 만남이 단지 우연만은 아니었다는 의미일까.

 

 새벽 두 시, 신영이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신후야, 어떡하지? 엄마가 병원 진료 때문에 서울 올라오신대. 한 달 정도 우리집에서 지내게 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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