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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염라와 함께 춤을
작가 : REIRAI
작품등록일 : 2017.7.2

저승의 왕 염라대왕인 이현은 저승으로 잘 못 떨어진 혜율에게 자신의 충신을 다치게 한 벌로 대신 일을 하라 명하는데 "나 일 못해요!"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혜율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 자신에게“...머리 풀어헤친 모양이 처녀귀신인가 보군. 아니면 미친년이던가.”라고 말하는 촌철살인의 귀재이자 근엄하고 위엄있는 이현의 임시 신하가 된 혜율. 젠장할, 얼떨결에 "지상으로 올려보내주면 되잖아!"라고 약조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복잡한 저승의 왕 노릇이 그 여자 때문에 더 복잡해져 버렸다!!

촌철살인의 귀재이자 자기애가 흐르다 못해 철철 넘치는 염라대왕, 이 현과 막말과 즉답의 대가 혜율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어차피 쓸모 없잖아.
작성일 : 17-07-03 22:5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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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풀어헤친 모양이 처녀귀신인가 보군. 아니면 미친년이던가.”

 

 

 젠장. 잘생긴 샌님한테 저런 소리를 듣게 하다니 그 놈의 왕을 기필코 저주하리라 외치며 속으로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는 혜율이었다. 혜율의 머리에 박혀있던 꽃은 달랑달랑 거리더니 이내 머리에서 떨어져 땅에 닿자마자 바스라들 듯이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내관의 상태를 살피던 사내 한명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

 

 “...전하! 홍내관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혜율이 깔아뭉갠 사람...이라기엔 애매하지만 존재가 내관이란 직책을 가진 이 인가보다. 저승도 하나의 나라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 혜율은 별다른 의심이 없었다.

 

 “쯧, 허리를 다친 모양이겠지. 어차피 쓸 곳도 없지 않는가. 우선 저 죄인을 임시 수용소에 가두도록 하라!”

 

 그의 명이 끝나자 분명 내관 복장을 한 무수한 존재들만 있었는데...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저 거무튀튀한 사내는 또 무엇인가. 검은색 갓에 검은색 도포를 입고 하얗다 못해 백설기 같은 저 얼굴과 금방이라도 독을 마셨을 것 같은 보랏빛 입술을 가진 존재는 아무리 뜯어보고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저승사자임이 분명했다.

 

 ‘아니, 근데 잠시만.’

 

 조금 전 자신이 높으신 샌님이라 생각했던 사내의 명과 말을 더듬고 더듬어 혜율은 기억해냈다. 자신의 눈앞에 있던 잘생긴 샌님은 그냥 양반도 아니며 높은 양반의 자제도 아니었다.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대놓고 자신의 신하를 깔아뭉개지 말라 하였으며 주위에서 전하라고 부르고 자신을 ‘짐’이라고 표현한 순간부터 깨달았다면 이리 민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 하필 염라대왕이야! 왜 마주친게 염라대왕이냐고!’

 

 

 속으로 우라질 거리며 울부 짖어보았자 저승사자에 의해 임시 수용소란 곳으로 끌려가고 있는 혜율이었다. 혜율은 어릴 적부터 자택에 거의 감금당하다시피 자랐기 때문에 밖을 나온 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이야기나 풍문들은 단아가 들려주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책에서 본 것들이 전부였다. 해서 왜곡된 시선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접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특히 혜율이 가장 좋아했던 사랑 이야기는 덩치 크고 맷집 있는 늙은 구닥다리 같은 염라대왕에게 자신의 연인을 빼앗긴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저승으로 가 염라대왕과 싸워 이기고 여자를 지상으로 다시 데리고 온 ‘저승사랑’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인가. 자신이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가면 이 이야기를 꼭 해주리라. 특히 이마에 초승달을 박아 넣은 포*천 같이 ‘작두를 대령하라!’ 라는 시답지 않는 말을 뱉으며 죄인을 처벌하는 늙은 할아버지라면 더더욱 이 말을 해주리라 생각했다. “늙은 할아버지 왕 같으니라고! 견이와 옥정이의 사랑을 방해 하지 말아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저 사내가 정녕 염라대왕이라면 자신은 무엇을 생각했던 것인가. 아 이왕 벌 받을 것이라면 아부랍시고 잘생겼다라고 할 걸,

 

 그리고 혜율 자신은 매번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고 있자면 그녀는 꽤 얼굴을 보는 사람이었다.

 

 

 

 

 

 

 

 거의 끌려가다시피 사라진 여인을 바라보고 있던 사내는 저승의 왕이자 다스리는 신인 ‘염라대왕’이었다. 잠시 끌려가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눈이 찡그러졌다.

 

 ‘못 생겼어.’

 

 풀어헤친 긴 머리에 미친년처럼 꽂고 있던 꽃하며 하얀색 소복을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처녀귀신이었다. 오랜만에 시찰을 나온 그의 눈에 탈주한 죄인이 있었으니 이 곳 관리인은 아마 오늘 운명을 달리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쓰러져 신음소리 내느라 정신없는 홍내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쯧, 그러게 피하지 왜 거기 서 있던 게야.”

 

 대답 없이 신음만 내고 있던 홍내관을 대신해 다른 내관이 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전하, 소신들은 전하처럼 기감이 발달 되어 있지 않사옵니다. 허니 아까의 그 죄인은 그것을 알고 홍내관을 다치게 한 것이 분명합니다. 감히 말씀 올리는바 죄인에게 왕가의 사람을 다치게 한 죄를 엄히 물어....”

 

 “일단 죄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먼저다. 비월 죄인의 심문은 너에게 맡기마. 알아내는 즉시 나에게 보고하라.”

 

 희뿌연 연기 속에서 나타난 사내는 아까 혜율을 끌고 간 저승사자와 비슷한 모양새였지만 차림새는 조금 달랐다. 등 중간까지 내려온 갈색의 머릿결은 어느 여인 못지않게 윤기 있고 잘 다듬어진 모양새였다. 뒷모습만 보면 여인이라 착각할 정도로 그 모습은 단정했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다부진 잔 근육들이 꽤 잘 어울렸다. 필시 매일 검술과 무술로 단련된 몸일 터인데 오히려 여리한 몸매가 잘 어울리는 남자라니. 혜율이 보았다면 또 탄식할 미남이 한 명 더 생긴 샘이었다.

 

 그리고 그의 허리춤에 달린 검은색의 검 집은 일본도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붉은색의 끈이 손잡이 부분을 감싸고 있었는데 현세에서 팔아도 꽤 금액이 나갈 명검 중에 하나일 듯 싶다. ‘저승사자가 웬 검?’ 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행색을 보아하니 저승사자보단 호위무사의 복장에 가까웠다. 또한 단정하게 묶인 그의 머리엔 저승사자의 필수품인 갓 대신에 예쁘게 묶인 붉은색의 머리끈이 보였다. 여인이 해도 어울리지 않을 법한 진한색의 빨강은 붉다 못해 어여쁘게 핀 꽃송이 같아 보인 것은 착각이리라.

 

 

 “네, 알겠습니다.”

 

 혜율이 사라진 것처럼 모습을 감춘 비월을 보곤 그는 아직도 끙끙 거리는 홍내관을 발로 쿡쿡 찔러 보았다.

 

 “윽...”

 

 “..일어나거라. 어차피 쓸모없잖아.”

 

 ‘어차피 쓸모없잖아.’라는 말에 몇 명의 내관들이 소매 끝을 붙잡고 눈물을 닦는 척 시늉하는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다. 죽은 것도 서러운데 고자가 되어 내관이 되었다. 그런데 정곡을 콕 찔러 쓸모없다고 말하다니. 저 염라대왕은 눈치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촌철살인의 귀재이거나. 그러나 저렇게 막말을 내뱉는 사내가 고위 관직의 상사라면 사직서라도 제출하거나 다른 부서로 보내 달라 탄원하면 끝이겠다만 왕이지 않는가. 그것도 이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대왕‘님’까지 되신다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수많은 그의 신하들이 깊은 탄식에 잠겼을 것이다.

 

 “그러나 전하, 만일 하나 크게 다쳤다면 당분간은 요양이 필요합니다. 또한 몇 주 후면 신의가 열릴 것 이온데 누군가가 홍내관의 일을 대신하여야 할 듯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저 늙은 내관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것 봐라. 감히 왕의 눈을 피해?’ 제각기 다른 곳을 보는 신하들의 모습에 기가 찬 듯 ‘하!’거리는 염라였다.

 

 홍내관은 잔 업무가 많은 사람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신들의 방문을 반기거나 염라를 대신해 회의도 참석하며 다른 신계에 방문도 하는 일종의 사자였던 존재였기에 그의 빈자리는 꽤 컸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그의 자리를 대신해 일을 하겠다 말하진 못했다. 일단 잔 업무에 매일 야근에 시달려야 했으며 바로 코앞에서 염라에게 보고 받고 보고해야하는 극한직업을 누가 하겠다 하겠는가.

 

 

 “..추후에 짐이 직접 지목할 것이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서둘러 발길을 돌리는 염라의 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아마 혜율과 홍내관의 부재임이 컸기 때문이리라. 일단 끌려간 미친년은 다시 죄를 물어 옥에 가두면 되는 것이었고 자신의 친우이자 충신인 홍내관은 ..확실히 당분간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며칠 전부터 휴가를 내겠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것을 다 수용하지 않고 돌려보냈건만 기어코 일이 터져서 그리 원하던 휴가를 가지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곧 열릴 신의를 준비할 사자가 있긴 있어야 했다. 신의. 신들의 회의라는 의미로 100년을 주기로 12명의 신들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데 그 내용은 주기가 바뀌는 100년을 기준으로 인계를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이기에 수많은 하급 신들과 12명의 주신들이 한 곳에 모이는 큰 잔치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신의가 몇 주 후, 이 곳 저승에서 열리게 되는데 각 신계에 보낼 초대장부터 신의가 열리기 전 일주일동안 열리는 전야제를 비롯하여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궐로 돌아온 염라는 뭐가 그리도 불안한지 좌식에 앉아 몇 번이나 손가락을 탁상에 두드리며 심문을 끝냈다는 비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염라의 불안함을 알아챘는지 황급히 돌아온 비월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새 하얗게 질렸으니 이거야 원, 큰일이구나 싶은 염라였다. 사실 탈주한 죄인이라면 다시 집어 ‘쳐’ 넣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 것이 아니라면 일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아직 비월이 입도 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분명 복잡하고 귀찮은 일임이 확실하다.

 

 ‘원래 이런 건 홍내관에게 시키면 되는데... 아래도 쓸모가 없더니 정말 쓸모가 없게 되었구나.’

 

 

 “..그래, 알아는 보았는가.”

 

 

 불안함과 쓸모없는 홍내관 같으니라고 외치는 속마음을 숨긴 채 근엄한 표정으로 비월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염라였다.

 

 “네, 헌데 제 2옥으로 가 명부소와 관리소에 확인해 본 바 죄인의 이름이 있지 않았습니다.”

 

 “하?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탈주한 죄인이라면 분명 관리소에 이름이 있어야 하며 살아있는 자거나 지금 당장에 죽어 저승사자가 데리고 온 영혼이라면 명부소에 그 이름이 있어야하는 바가 아니더냐!”

 

 비월의 어이없는 말에 기가 찬 염라가 언성이 높아졌다. 불끈 쥐어진 주먹으로 탁상을 ‘탕’하고 치자 쌓여있던 서류들이 뿌려지듯 떨어졌다.

 

 “..해서 여인을 심문하였으나 생긴 것도 그러하고 무언가 기묘합니다.”

 

 기묘하다는 비월의 말에 방금 전 언성을 높이던 염라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비월을 바라보았다. 아니 제 입으로 관리소와 명부소에 이름이 없다하더니 이제는 ‘생긴 것’도 그러하고... - 생긴 게 기묘하긴 했다. 자신의 눈에 비췬 혜율의 모습을 다시금 상상하자 ‘풉’이라고 비웃어주기엔 그 비웃음마저 아까웠다.

 

 “그것이 어찌하여 이 곳으로 왔냐고 물으니 ‘죽었으니까 왔죠.’라고 ... 답하질 않나. 어떻게 탈출했냐고 물으니 ‘탈출 못했으니 여기 있죠.’라고 말하지 않나... 하여간 이상합니다.”

 

 “....확실히 미친년이 맞는가 보군. 쯧, 이젠 하다하다 정신이상자가 떨어지는 곳이라니. 저승사자가 잘 못 하여 영혼을 회수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인가.”

 

 “안 그래도 며칠 전 불에 연소된 일부 명부는 확인하지 않아서 그런 쪽으로 의심하기는 했습니다. 지금 현재론 그 설이 가장 유력할 듯 싶습니다.”

 

 “하아...”

 

 내리치던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쉬는 염라였다. 복잡해도 너무 복잡했다. 사실 며칠 전 중죄인들이 탈옥한 사건으로 꽤나 골치를 먹었다. 2년 전 악귀가 난동을 부려 부서진 결계와 그들이 부순 3옥의 복구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몇 일전 그 것을 또 누군가 헤집어 놓는 바람에 삼일 밤낮을 세워가며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던 염라는 정말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홍내관이 있었더라면 그에게 다 떠넘겼을 텐데...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어쩌겠는가. 요양하러 본가로 내려간 것을.

 

 

 “일부 연소된 명부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러고 보니 아직 명부소와 관리소에 불을 지른 범인을 찾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

 

 “9옥까지 찾아보았지만 흔적만 있을 뿐 존재가 미미하여 찾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누군가 일부 중죄인들의 구속구를 풀어 민간에 피해를 주기까지 하고 있어 각 옥들의 관리인들도 골치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 곳 저승은 하나의 나라라고 보면 편할 것이다. 죄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죄인이나 지박령, 악귀들도 존재하였는데 현세로 따지자면 범죄자들 같은 존재였다. 죄의 크기에 따라 죄를 처벌하는 곳이 저승이지만 이 곳 저승에 와서도 죄를 짓는 자 중 형벌은 끝났으나 현세의 환생에 관심이 없는 일부 영들이 민간을 약탈하며 그 존재를 유지하는 자들을 지박령이라 정의하고, 말 그대로 죄의 형벌이 끝났지만 중죄인이기에 구속구를 채운 채 현세의 환생을 하지 못하는 자들을 중죄인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정말 몇 안 되는 존재들이 악귀인데, 이 들은 약한 영을 잡아먹거나 염라의 허락 없이 지상으로 올라가 인간들에게 해를 입히고 그 영혼들을 갉아먹는 영들로서 저승에서도 특별감시하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들이 날 뛰고 있으니 염라의 심기가 좋을 수 가 없었다. 제 5옥으로 시찰을 나간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만 이상하게 일이 꼬여버렸다.

 

 “..흠, 그 미친ㄴ.... 처녀귀신도 아닌 여자는 어떻게 처리 할 것이지.”

 

 “...일단 여인을 지상으로 올려 보낼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영혼이 잘 못 들어왔다면... 송환기능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라. 그것이 온전해야 여인을 보낼 수 있으니. 또한 이 곳 저승에선 정신이상자 영은 필요 없다고도 사자들에게 전하라.”

 

 “...알겠습니다.”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비월을 보며 깊게 한 숨을 쉬는 그. 일단 여인에 대한 문제는 비월에게 잠시 맡겨둔다고 하여도 명부소와 관리소를 연소시키고 중죄인의 구속구를 해제시킨 범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실 범인을 추리자면 추릴 수 있지만 물증이 없어 대강 흔적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애초에 중죄인의 구속구는 아무나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세에서 저승으로 영혼을 인도하는 저승사자들의 권리이자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속구 해제인데 그들은 지박령들이 중죄인이 되면 바로 그 즉시 구속구를 채워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일부 중죄인들 중에 죄의 형량이 줄어들거나 특별한 이유로 죄가 사면되면 그 구속구를 해제시켜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현세로 환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역시 내부의 적이 무섭단 말이지.”

 

 

 작게 웅얼거리던 염라는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다시 정리하여 가지런히 놓은 후에야 일을 시작하였다.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난 서류검토 및 내일 재판에 대한 기록들은 매일 매일 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 것이 정말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도 끝났겠다, 달콤한 다과라도 먹을 생각에 짜증나던 기분도 살짝 가라앉아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 그였지만 어찌 한 번 꼬인 실타래가 그가 기분 좋게 다과상을 차린 것이 못마땅한지 다급히 찾아온 비월에 그나마 좋았던 기분도 가라앉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 매우 - 언짢았다. 웃을라치면 일이 터진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농락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염라는 다시 앉아 조사를 끝낸 비월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여인을 올려 보낼 방도는 찾은 것이냐.”

 

 “..그것이 며칠 전 관리소와 명부소가 연소되는 사건으로 결계도 같이 무너진 듯 합니다.”

 

 “..... 며칠 전 일인데 그걸 이제야 알았단 말인가.”

 

 “명부를 복원하고 관리소 죄인들의 죄목을 정리하는 데만 수 십일이 걸리는지라 모두들 결계까지는 살펴보지 않은 듯 합니다.”

 

 “...결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송환기능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뜻 아닌가.”

 

 “맞습니다. 현세에서 저승으로 넘어오는 것은 문제가 없는 듯 하오나 저승에서 다시 현세에 보내는 것은 환생의 길 외엔 방도가 없음을 올려드립니다.”

 

 

 비월의 마지막 말에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을 순간적으로 놓을 뻔 하였으나 자신은 왕이니까 참아야한다며 꿋꿋하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들을 결국 속으로 삭히고 만다.

 

 “일단 명부도 없고 관리소에 이름도 없다하지만 홍내관을 시해하려는 죄는 분명했다.”

 

 “.....”

 

 

 ‘시해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이라고 생각하는 비월이었지만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진 않았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감당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었기에 그냥 묵묵히 들어주려 했다.

 

 

 “여인의 육중한 몸으로 깔아뭉갰으니 시해하려던 것이 아니더냐.”

 

 “..감히 간언 드리는바 고의는 아닐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여인의 육중한 몸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저승의 왕은 촌철살인의 귀재이자 눈치 없는 부장상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산 자를 이 곳에 머물게 하려면 죽은 자인 척을 해야 할 텐데...”

 

 “소신이 생각한 바로는 여인을 홍내관을 대신할 임시직 신하로 쓰심을 어떠하실는지...”

 

 “..그것은 아니 된다. 저승의 일을 전혀 모르는 여인이 어찌 홍내관의 일을 한단 말이냐.”

 

 “전하의 말씀대로 시해까지는 아니겠지만 왕가의 사람을 다치게 한 벌은 저승에서도 엄히 다스리는 죄입니다. 그것을 빌미로 홍내관의 일들의 일부를 시킨다면 다른 내관들이나 일부 대신들이 잠잠하실 것입니다. ..애초에 홍내관의 일들을 대신할 내관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까 자신이 직접 목격하지 않았던가. 홍내관의 자리를 대신할 내관을 찾아야한다고 그가 말하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회피하는 수많은 대신들과 내관들을.

 

 비월의 말에 짧게 수긍하던 그가 여인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곤 다시금 일어선다. 늦은 저녁이었던 밤하늘은 어느새 검은색 묵으로 칠해진 밤이 되었고 밤이 되어서도 야근을 해야 하는 비루한 자신의 생활에 짧게 한 숨을 내쉬는 염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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