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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용의 확언
작가 : 가론초
작품등록일 : 2017.6.7

사라진 용. 수많은 모험담들. 그 전설이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소원을 담은 성인식 - 3
작성일 : 17-07-03 21:4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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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펠란은 긴장해 주변을 보지 못 했지만, 리샤피아는 여유로웠다. 정식으로 대전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 흥미롭기도 했다. 대전은 많은 관료들을 들일 수 있으며 천장에선 환한 빛이 퍼지고 모두에게 소리가 잘 들리도록 확 트여 있었다. 조회에 참석할 수 없는 자들도 나랏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2층에선 참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다. 참관객이라 하여도 그들은 최소한 예절 교육을 받아 자격을 지닌 자들이었고 케일럽도 그 곳으로 올라가고 있을터였다.

 

 1층엔 조회에서 발언을 할 수 있는 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은 무녀들, 귀족 중에도 작위와 직위를 하사받은 이들, 왕가의 일원들, 그들의 보좌 혹은 호위자들. 모두가 홀 주변에 기립해 서서 리샤피아가 국왕폐하에게 인사를 마치길 기다리고 있다. 입구와 벽에 가까울수록 낮은 직책과 작위를 지녔고, 홀 중앙과 국왕께 가까울수록 높은 발언권을 지닌다. 리샤피아가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자들은 가지각색의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일 왕녀 리샤피아 온 글리나벨. 국왕폐하께 인사 올리며 조회에 참석할 권한을 내려주시길 청하옵니다."

 

 리샤피아의 어머니이자 국왕인 하인리카가 홀을 내려다봤다. 왕인데도 그녀의 옷차림은 크게 화려하지 않았다. 순백의 정복을 입고 짙은 남색 머리에 투명한 보석 실을 엮어 땋아 햇빛이 스칠 때마다 조금씩 반짝일 뿐이다. 그럼에도 위엄이 가려지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높은 시선은 곧게 떨어졌으며 등 뒤로 펼쳐진 날개는 요정의 날개이면서도 골격이 있었다. 날개뿌리에서 커다랗게 솟은 굵은 뼈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격 위로 여느 요정의 날개보다 몇 배는 두꺼운 날개 막이 덮고 있다. 그 위로 조명이 비추면 비껴가는 빛살마다 다른 색을 머금어 대전 앞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왕은 존재만으로 위대하고 찬란했다.

 

 하인리카는 자신의 딸이자 공주인 리샤피아를 금빛 눈으로 내려 봤다. 긴장한 네펠란까지 살펴본 후에야 맞이하는 미소를 지었다.

 

 "나의 딸, 리샤피아. 그대에게 아침의 평온이 가득하길."

 

 평범한 문안 인사로 답하고 그녀는 홀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을 내려다봤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리샤피아는 아직 성인이 아니며 이 자리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조회에서 나눠야 할 사안 중엔 일 왕녀가 듣고 답해야 할 일이 있는 바. 나는 리샤피아 왕녀에게 조회에 참석 할 권한과 권리를 내리겠으며 이에 대한 이의는 받지 아니한다."

 

 국왕이 들고 있던 지팡이 홀이 바닥을 쿵, 강하게 울렸다. 대신들은 고개를 숙여 왕의 뜻을 받았다. 리샤피아는 네펠란과 함께 일어나 왕가의 일족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날아가 날개를 접고 앉았고, 네펠란은 그 뒤에 서서 자리를 지켰다.

 

 "결국 케일럽은 못 데리고 온 모양이네. 막내 누이."

 

 옆에 앉은 삼 왕자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리샤피아의 바로 위 오빠인 그는 조회에 꼬박 참가하긴 했지만, 왕위에 관심이 없었고 나랏일을 배우지도 않았다. 그 보다는 각국의 건축에 관심이 많아 다른 나라 언어로 된 도서들을 읽어줄 수 있는 케일럽을 계속 탐냈다.

 

 "에스코트를 못하는데 동반자 자격이 나올 리가. 뭐, 케일럽이 여기 서 있으면 나야 편하지만 호위는 허리를 빳빳하게 펴고 있어야 하잖아. 그러느니 위에서 구경하는 게 편하다는데?"

 

 그 말에 네펠란이 허리를 더 곧게 펴고 섰다. 조금이라도 불량하게 서면 자신이 모시는 자에게 흠이 갈까 싶어 긴장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할 건 없는데, 어차피 말한다고 긴장을 풀 네펠란이 아닌지라 리샤피아는 어깨만 으쓱이고 말았다.

 

 “흐으음. 조회 끝나고 널 따라가면 케일럽을 만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조회가 빨리 끝나면 좋겠는데 말이야. 누이, 어머님에게 소원은 말했겠지?”

 

 “저런, 정보가 참으로 느리네, 오라비. 내가 아직도 말을 안 해서 정식 조회까지 오게 됐다는 생각은 안 들어?”

 

 삼 왕자가 얼굴을 구겼다.

 

 모든 요정들은 성인식 전에 자신의 소원을 밝히고, 성인식을 무사히 치른다면 그 소원은 가능하면 이뤄주는 게 관례였다. 왕가는 전통을 보존할 의무가 있었기에 왕족의 성인식과 소원은 특히나 중요하게 취급되었고 국왕의 자식들은 계승 순위가 높다보니 소원을 이루다 엉뚱한 불통이 튀는 일이 없도록 미리 상담하곤 했다. 그런 경우엔 조회에 참석할 나이가 되지 않은 자식들을 대신해 국왕이 대리로 소원을 밝히고 성인식 절차를 진행하길 명해왔다.

 

 리샤피아가 이례적으로 조회에 참석하게 된 건 소원을 의논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였다. 국왕의 자식은 조회에서 직접 소원을 밝히는 게 원칙이긴 했지만 그럴려면 이 자리에서 소원이 적절한지 논의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조회가 길어진다. 삼 왕자 너머에서 귀 기울이고 있던 이 왕자가 한숨을 쉬었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일 왕자만 이쪽 대화엔 관심을 두지 않고 여러 현안이 오고가는 홀을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래? 누이, 조회에서 선언한다고 해서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줄 거라 믿는 건 아니지? 애초에 성인식 소원이 만능인 것도 아니고.”

 

 “그런 소원이면 케일럽부터 반대하고 봤을 걸.”

 

 “응?그 말은 케일럽은 누이의 소원을 안단 말인가?”

 

 “당연하지, 오라비. 러비에게까지 숨겼으면 케일럽부터 날 닦달해서 내 소원을 캐갔을걸. 알잖아?”

 

 삼 왕자는 케일럽이 얼마나 고집이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 말대로, 케일럽은 리샤피아를 잘 말리고 달래고 탈탈 털어서 항복을 받아낼 자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회까지 가겠다고 버티라고 권한 게 케일럽이야. 내가 어머님 말은 안 들어도 케일럽 말은 듣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 케일럽이 허락했단 말이지?”

 

 어째 자기가 말 했을 땐 철 없는 왕녀 취급하더니 케일럽 의견이라 하니 수긍해버리는 모습에 심술이 난 리샤피아는 네펠란에게 삼 왕자 뒷통수를 몰래 한 대 치라고 소근 거렸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네펠란은 왕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불순을 저지르는 대신 자기 옆에 서 있는 삼 왕자 보좌를 쿡쿡 찔렀다. 보좌는 어이 없어 했고, 왕자 왕녀는 숨죽여 웃었다.

 

 “너무 안심하지 마, 오라비. 케일럽이 유능한 건 사실이고, 그 유능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폭은 생각보다 넓어. 그런 러비가 조회까지 끌고 가보자고 한 거니까.”

 

 마침, 대전에서 그녀를 호명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왕녀를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자는 국왕 뿐이었고, 하인리카가 왕녀의 성인식을 논하기 위해 모두가 그녀를 볼 수 있는 자리까지 나오도록 명했다.

 

 네펠란의 손을 잡기 전에 리샤피아는 왕자들을 둘러봤다. 별 관심 없어 보이던 일 왕자도 지금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장담하건데, 놀랄 거야. 오라비들.”

 

 리샤피아는 당당했다. 에스코트를 받아 발언대에 내려서기까지 움츠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인 하인리카를 보며 미소 지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은 전부 네펠란이 받아갔나 싶을 정도로 리샤피아는 여유로웠고 네펠란은 숨까지 멈출 지경이었다.

 

 “리샤피아 온 글리나벨. 폐하의 명을 받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명하여 주시옵소서.”

 

 첫 조회 참석인데도 당당한 왕녀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밖에서야 날개가 보통 요정과 같은 탓에 연약하신 분이란 평을 듣고 있지만, 왕궁 내에서는 자기 고집을 굽히는 법이 없는 곤란한 왕녀였다. 오히려 가지고 싶은 걸 위해선 돌진하고 보는 왕녀가 도대체 무슨 소원을 내놓으려고 조회까지 들어왔는지 걱정하는 자들이 많았다.

 

 특히나, 대대로 왕녀가 왕위를 물려받아온 이 나라에서 리샤피아는 성인식만 치르면 제 1 계승권자가 된다. 하지만 왕가의 상징인 뼈대가 있는 날개를 지니지 못한 탓에, 왕녀보다는 왕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귀족이 늘고 있다. 어쩌면 이 상황을 뒤집고 싶어서 왕녀가 소원을 미리 상담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하는 관료들도 있었다.

 

 “나의 왕녀, 리샤피아. 곧 그대는 성년을 맞이한다. 그대는 전통을 이어가는 왕가의 정통한 일족으로 성인식에 진지하게 임할 의무가 있으며, 그로인해 소원을 이룰지어다. 나는 이 나라의 국왕이자 성실한 계곡의 수호자로 그대의 정당한 소원을 보장하려 노력하겠다. 그러니 답하라. 리샤피아 온 글리나벨. 원하는 것이 있는가?”

 

 리샤피아는 천천히 무릎을 폈다. 국왕과 마주보고 서서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건 왕손의 특권이었다. 보통 요정에 비해서 높고, 국왕에 비해서 낮은 눈이 밝게 빛났다. 이때를 기다려 아껴온 선언이다.

 

 “부디 제 성인식이 끝나는 날, 용의 미로에 도전하는 걸 허락해주시길 원합니다.”

 

 리샤피아의 선포에 홀이 크게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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