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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헌터
작가 : 피콕블루
작품등록일 : 2017.7.3

뱀파이어에게 공격을 당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조직, 뱀파이어 헌터.
그 속에 반인반수(獸) 하프가 들어오게 되는데...

 
1. 설(雪)화
작성일 : 17-07-03 20:10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5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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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탕.

  멀리서 검은 형체가 쓰러졌다. 곧 날이 밝으면 재가 되어 없어질 것이다. 예린은 조용히 총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새벽 바람이 예린의 머리를 스쳤다. 목에 새겨진 반半 장미 모양이 살짝 드러났다.

  ***

  한적한 산 속에 작은 오두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의 발자국은 찾아보기 힘든 고요한 곳이었다. 예지는 부푼 배를 부여잡고 창문을 열었다.

  “눈 오는 게 심상치 않은데요.”

  예지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네. 추우니까 그만 문 닫아요.”

  재한이 조심스럽게 예지를 감싸 안았다.

  어느새 눈은 바닥을 덮고도 모자라 어른 무릎 높이까지 쌓여갔다. 펑펑 내리는 모습이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새하얀 왕국에 온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재한은 예지를 의자에 앉히고 따뜻한 수프를 담아주었다.

  “고마워요.”

  예지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따뜻하게 수프를 음미하고 있을 때 쯤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내가 가 볼게.”

  재한이 문을 열어보니 눈을 잔뜩 뒤집어 쓴 여자가 서 있었다. 얼굴이고 손이고 온통 빨개져서 얼마나 추위에 떨었을 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재한은 얼른 여자를 집 안으로 들였다.

  “어머, 괜찮으세요?”

  여자를 보고 놀란 예지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살짝 만진 여자의 손은 뱀파이어인 재한의 손보다도 차가웠다.

  눈으로 젖은 옷을 벗기고 급한대로 예지의 옷으로 갈아입혔다. 벽난로 앞에서 체온을 올리자 여자는 차츰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감사해요, 정말로요. 두 분 아니었다면 정말 산 속에서 얼어 죽을 뻔했네요.”

  여자는 퉁퉁 부은 자신의 손을 보며 말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여자는 주절주절 자신의 얘기를 해댔다. 그녀는 사진작가로 누구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이 곳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폭설로 내려갈 길을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산 중턱에 있던 오두막을 발견했다고 한다.

  “여기서 단 둘이 사시나 봐요. 어쩜, 운치있네요.”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나면 셋이서 사는거죠.”

  여자의 말에 예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는 몇 개월이에요? 꽤 불러 보이는데.”

  “아...”

  예지가 잠깐 당황했다.

  “이제 막달이에요. 이번 달에 나올 예정이에요.”

  “엄마 닮으면 미인이고 아빠 닮으면 미남이겠네.”

  한 번 입담이 풀린 여자와 오랜만에 인간을 만난 예지의 대화는 밤 늦도록 이어졌다.

  “이제 그만 자야지.”

  시간이 12시가 넘어가자 재한이 예지에게 말했다.

  “아, 그래요. 내일 마저 얘기해요.”

  재한과 예지는 큰 방으로 들어가고 여자는 따로 마련된 손님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이가 언제 나올까요. 뱀파이어들은 원래 5달이면 아이가 나온다면서요...”

  “일단 이번 달까지 기다려보자.”

  재한이 예지의 팔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꼬르륵. 여자의 뱃속에서 밥을 달라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먹지 못하고 길을 해맸었다. 예지와 얘기할 때는 몰랐는데 혼자가 되니 여자는 허기를 느꼈다.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부엌 불을 켰다.

  “지금 깨우는 것도 실례니까 간단하게 먹고 내일 말해야 겠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바닥이 온통 검붉은 액체가 담긴 통으로 채워져있었다.

  “포도 주스인가? 뭐가 이렇게 많담...”

  여자는 궁금함을 뒤로 하고 다른 선반에 있는 과일 통조림을 하나 꺼냈다. 아직 붓기가 다 빠지지 않은 손가락으로 통조림을 뜯다가 그만 손을 배이고 말았다.

  “앗...”

  심하게 베이지는 않았지만 팽창한 혈관 사이로 피로 흘러나왔다. 여자는 휴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식탁 위 키친타올로 피를 닦기 위해 손을 뻗는 데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예지가 방문 앞에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깼어요? 미안해요. 배가 고파서 뭐 좀 먹는다는 게 소란을 피우게 됐네요. 아, 이 통조림 먹어도 되는 거죠?”

  예지는 대답이 없었다. 여자를 바라보는 예지의 눈빛이 점점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아... 먹으면 안되는 거였나요? 여러 개 있던데.”

  밝은 곳에 있는 여자가 어두운 곳에 있는 예지의 눈빛까지 볼 수 있을 리 없었다. 여자가 말을 하면서 상처의 피가 똑 떨어졌다. 예지는 곧바로 여자가 달려들었다. 송곳니 없는 이빨로 악착같이 여자의 손을 물어뜯었다.

  “꺄아악!”

  여자의 비명소리와 동시에 재한이 부엌으로 뛰쳐나왔다. 예지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고통에 소리 지르고 바닥은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강렬한 피냄새에 재한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예지야, 정신 차려! 예지야!”

  예지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그저 피에만 반응하는 ‘흡혈’상태의 뱀파이어 같았다.

  재한 역시 점점 정신이 흐려졌다. 코끝에 강하게 스며드는 인간의 피 냄새는 재한의 이성적인 사고를 정지하게 만들었다.

  “끼야아아악!”

  ***

  어느덧 해가 밝았다. 밤새 내린 눈은 산 가득히 쌓여있었다.

  창문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재한은 움찔거렸다. 차츰 기억이 돌아왔다. 밤에 여자가 먹을 것을 찾으러 부엌에 나왔지. 그러다가 통조림 캔에 손을 베였고. 예지가 그 소리에 깨서 밖으로 나갔는데 피 냄새가 더...

  “응애, 응애.”

  피로 뒤엉킨 바닥에서 예지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설마.”

  아기는 인간의 피를 먹고 태어났다. 재한은 심하게 떨고 있는 예지를 꼭 안았다.

  “괜찮아... 다 괜찮아.”

 

  피로 물든 몸과 얼굴을 씼어내고 재한과 예지는 잠에 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경찰이 올 거에요.”

  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어떡하죠...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거 알지만... 아이를 잃을 수 없어요 .”

  예지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재한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저 여자는 늑대가 와서 죽인거야.”

  예지가 재한을 쳐다 봤다.

  “내가 늑대를 잡아 올게. 여자는... 늑대가 죽인거로 하자. 우리는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

  예지의 동공이 흔들렸다.

  “다 괜찮을 거라 했잖아. 이리와.”

  예지는 재한의 품 속에 안긴 채 여자에 대한 미안함을 읊조렸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몇 일 뒤 경찰이 찾아왔다. 워낙 인적이 드물고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경찰은 재한의 말을 의심없이 믿었다.

  “그나저나 아이가 안 다친 게 용하네요. 보통 늑대들은 쉬워보이는 먹잇감부터 달려드는데.”

  “아...”

  “그만큼 아버님이 잘 보호해준 거겠죠. 아무튼 안 좋은 일은 그만 잊어버리고 아이 잘 키우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경찰이 재한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돌아갔다.

  한시름 숨을 돌린 재한과 예지는 경찰의 말처럼 안 좋은 일은 잊고 아이에게 온 정성을 쏟아부었다. 딸 예린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갔다. 표준 뱀파이어보다는 더딘 성장 속도였지만 인간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5년이 지나자 뱀파이어 다운 날카로운 송곳니도 꽤 위협적으로 보일만큼 자랐고 운동신경도 꽤 민첩해졌다. 가끔씩 재한과 산 어귀를 돌아다니며 야생 다람쥐를 잡으며 놀기도 했다.

  예린의 특이한 점은 햇볕에 큰 손상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창백한 피부에 햇볕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재한과 달리 예린은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피부 톤에 햇빛에 대한 면역이 있었다.

  예린이 인간 음식도 꽤 입에 맞아 하기 떄문에 예지는 예린과 재한이 노는 동안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익숙한 하루 끝에 예지는 재한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무 행복해요. 이게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도.”

  “그러면서 두려워요. 과연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건가.”

  재한은 말 없이 예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재한이 말했다.

  “이 행복, 다시 안 올 지도 몰라. 항상 내가 너를 사랑하고 내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만 기억해줘.”

  유난히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은 고요히 젖어들어갔다.

  다음날 재한은 홀로 사냥에 나섰다. 다람쥐, 토끼, 노루 보이는 대로 사냥했다. 한 움큼 사냥거리를 가져온 재한은 피를 병에 담아 두기 시작했다.

  “예린아, 이거 냉장고랑 선반 위에 놓을 테니까 갈증 느끼면 찾아 마셔. 알겠자?”

  “응.”

  토끼랑 장난을 치던 예린이 대답했다.

  “착하네, 우리 딸.”

  재한이 예린이 볼을 만지자 예린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재한은 직관적으로 알았다. 오늘 밤이 예린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어스름이 잩어진 새벽이 되자 산 속에서 늑대가 울었다. 재한의 눈이 번쩍 떠졌다. 예지 역시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재한은 예지의 눈을 보며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다.

  “기억하지? 영원히 너를 사랑하다는 말. 갔다 올게.”

  예지는 그저 재한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재한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예지는 예린을 두 팔로 안고 기도했다.

  ‘제발 그가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재한이 집 앞을 나서자 마자 어듬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눈빛이 재한에게 꽂혔다.

  “제 발로 나왔군. 인간이랑 살면서 촉도 다 죽었을 줄 알았는데.”

  수풀 속에서 장신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여자를 지키기 위해 발악이라도 하는건가? 배신자.”

  재한은 침착하게 여자의 눈빛을 받아냈다.

 “넌 우리 종족을 버렸어. 어떻게 한낱 인간 따위한테 마음을 팔 수 있지? 여기에 숨어 있는다고 우리가 모를 줄 알았나?”

  “난 너희를 버린 게 아냐.”

  “닥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더 입을 열었다가는 심장을 찢어 버릴 줄 알아.”

  수풀 속에서 또 다른 여자 뱀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지 않는 거야?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

  “언니!”

  “미안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 없어. 여기서 날 쓰려트려도 좋아. 가능하다면.”

  “아쉽구나. 그냥 잃기엔 아까운 재목이었는데.”

  여자는 순식간에 재한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기서 죽더라도 날 너무 원망하지 말으렴.”

  여자가 재한의 목을 가격했다. 재한이 곧 바로 피했지만 손톱에 목이 쓸리고 말았다.

  “이제 시작이야.”

  ***

  “아빠가 안와요.”

  말똥말똥 잠에서 깬 예린이 예지에게 말했다.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다. 예지는 일어서서 예린을 꺼진 벽난로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예린에게 재한이 담아놓은 피가 든 통을 하나 쥐어주었다.

  “예린아, 엄마 말 잘 들어.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여기서 꼼짝하면 안돼. 소리도 내면 안돼.”

  예지가 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가 다시 데리러 올거야.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줘. 알았지?”

  예린은 동그란 눈만 껌뻑거렸다. 예지는 그런 예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미 뱀파이어들은 집 코 앞까지 와 있던 상태였다. 예지가 나가기도 전에 뱀파이어들은 쏜살같이 예지에게 달려들었다. 재한이 마지막 발악을 해보았지만 열댓 명의 뱀파이어들을 이길 수 없었다.

  예린은 이 모든 광경은 목격하고 말았다. 벽난로 속에서 예린은 소리없이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어스름이 없어지기도 전에 사투는 종료되었다. 뱀파이어들은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

  “엄마...”

  “아빠...”

  예린이 작게 소리내어 봤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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