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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킹즈세븐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6.30

대영웅 레아가 처형당한지도 어언 7년.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의 눈앞에서, 레아를 닮은 수수께끼의 여인이 모험을 시작한다.

 
1막 1장 : 아보레오의 고아 4
작성일 : 17-07-03 19:31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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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그런 의료 지식들을 습득한 거야?”

  치료가 끝나고 레아는 부목을 들어내며 덴에게 묻는다. 기진맥진한 채로 벽에 고개를 기대고 있던 덴은 눈을 감은 채로 입만 연다.

  “의료 지식이랄 것 까지도 없어요. 아버지가 백정이니 동물들 해체하는 걸 자주 지켜봐서 해부학 쪽으로 상상하기가 수월할 뿐이죠.”

  “그것뿐이야? 동물 도축하는 것 좀 봤다고 아무나 해부학 박사가 되는 건 아닐 텐데.”

  물론 그것 뿐은 아니다. 하지만...

  “...뭐, 말하기 힘들면 안 해도 상관없어. 남자 아이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을 테니.”

  “아뇨, 괜찮아요. 뭐 그렇게 숨길만한 일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걸요.

  덴은 눈을 뜨고 레아를 바라본다.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는 후드 아래로 보이는 입만이 걱정스런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는 전쟁고아에요. 칠 년 전에 있었던 대륙 전쟁 때 부모님을 잃었죠. 그 때 여덞 살이었는데 기억나는 거라고는 시체들 밖에 없어요. 아마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으흠, 레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한 번 고삐가 풀린 덴의 입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반년이었나? 어찌어찌 살다가 간신히 지금의 아버지를 만났죠. 아버지는 상이군인이었어요. 그 때 이미 다리 한 쪽이 없었고 말도 못 했었죠. 지금 사람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아우덴’이라는 이름도 간신히 발음할 수 있는 말인 ‘아우’와 제 이름인 ‘덴’을 합친 거에요. 아우...덴, 이렇게요.”

  “그럼 아버지의 본래 이름은 몰라?”

  “한 번도 알려주신 적이 없어요.”

  “먼저 물어보지는 않았고?”

  “저나 아버지나 서로의 과거는 묻지 않는 주의라서요. 옛날 기억을 후벼 파봤자 슬픔 밖에 남지 않잖아요? 게다가 아버지는 말씀을 못 하시는 분이니 언제나 듣기만 하시거든요. 그러다보면 가끔씩은 아버지가 다리랑 목소리뿐 아니라 기억까지 잃으신 게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레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 전쟁을 원망해?”

  “...원망이요? 글쎄요, 제가 원망을 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건 없잖아요?”

  “하지만 전쟁 때문에 너는 부모를 잃었잖아.”

  “어쩌겠어요. 데우스의 가르침대로 전생에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그런가보다, 해야죠.”

  전생의 죄라... 레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젠장, 대체 여긴 어디야!”

  “라울, 우리 아까부터 같은 데를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아까 표시해둔 나무다.”

  “시끄러워, 길이나 찾아 봐!”

  덴을 몰래 미행하던 라울들은 언젠가부터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덴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일부러 꼬리를 흐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들이 길을 잃은 건지조차 모르는 채로 소년들은 몇 시간째 숲을 헤매고 있다.

  “배고파아.”

  “여기, 이거라도 먹을래?”

  마에즈가 들고 있던 과일을 건네지만, 파비앙이 손을 뻗기도 전에 라울의 손이 먼저 그것을 낚아채 입으로 가져간다.

  “젠장, 외발이네 고아새끼. 우릴 엿 먹이다니.”

  “널 먹이고 있는 그 과일은 마에즈가 나한테 준 거야.”

  “앙?!”

  참지 못 하고 한 마디를 내뱉은 파비앙은 곧 이은 라울의 눈 부라림에 찍 소리도 못 하고 눈을 내리깐다. 그 모습에 라울은 가소롭다는 듯 혀를 찬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걷자 야트막한 바위 동산의 언저리에 도착한다.

  “일단 이 동산을 오르자. 그러면 마을이 어디 방향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겠지.”

  라울은 앞장서서 동산을 오른다. 그러다가 중턱 즈음에서 동굴을 발견하고는 발을 멈춘다. 그의 눈이 동굴 바깥에 쌓여 있는 짐승의 뼈를 훑는다.

  “뭐지? 설마 산짐승인가?”

  마에즈가 겁먹은 목소리로 라울의 뒤에 몸을 숨긴다.

  “...아니. 사람이야.”

  모닥불이 피워진 흔적에 머무르던 라울의 눈은 동굴의 안 쪽을 훑는다. 아무도 없다.

  “누가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거지? 사냥꾼?”

  라울은 눈을 돌려 찬찬히 인근 숲을 살핀다. 나무들 사이사이를 꼼꼼히 살펴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동굴 안으로 발을 옮긴다. 파비앙과 마에즈를 밖에 세워 망을 보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양초를 주워 아니마로 불을 붙인다. 그것을 벽에 난 적당한 홈에 끼운다. 그리 얕지도 깊지도 않은 깊이의 동굴 안 쪽에는 침대로 쓰는 모양새의 가죽더미가 있고 옆에 봇짐이 놓여 있다. 라울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봇짐을 풀어본다. 그는 이 인근을 다스리는 촌장의 아들. 마을에 해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분자를 미리 색출해내는 것도 그가 해야만 하는 고귀한 의무의 하나인 것이다.

  “어디 보자... 애기 그림 두 장에 남자 그림이 한 장, 누구지 이건?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귀족처럼 차려 입고 있네. 또 가족화처럼 보이는 단체 그림이 한 장. 노트가 한 권, 책이 한 권. 제목이... 줄리엣과 로미오? 사내놈이 이딴 책을 들고 다녀? 어라, 짐이 이게 다야?”

  라울은 텅빈 봇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로 던지고는 다른 짐이 있나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한다. 사냥꾼이라면 함정도구야 들고 나갔다 하더라도 간단한 화살 제작도구 정도는 응당 야영지에 두고 다닐 테니까. 그러다가 문득, 그의 눈이 침대의 머리맡에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올린다.

  “이건...”

  머리카락이다. 그것도 짐승의 털로 오해할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 아주 긴 머리카락. 라울은 재빨리 머리를 굴린다. 사냥꾼 놈이 장발인건가? 그럴 리 없다. 긴 머리는 숲을 돌아다니며 화살을 쏘는 것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설마, 사냥꾼이 여자인 건가? 그럴 리도 없다. 여자 홀몸으로 이런 야생의 한가운데에서 야영을 할 리가...

  아니지. 라울은 생각을 고쳐먹는다. 과거 대륙 전쟁에서 가장 큰 활약을 벌였던 대영웅도 여자였는데 여자가 야영을 하며 사냥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지.

  라울은 풀어헤쳤던 봇짐을 다시 원래 모습대로 감쪽같이 정리하고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온다.

  “뭐 좀 건진 거 있어?”

  마에즈가 건성으로 묻는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봐야겠어.”

  굳이 주인이 여자일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가타부타는 덧붙이지 않는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라울은 권력적으로든 정보적으로든 남들보다 우월한 자리에 앉아 남들이 허둥대는 꼴을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레아는 떠날 준비를 위해 가까운 호수에서 빨래를 하는 중이었다. 때를 벗겨내는 것 정도야 아니마를 이용한다면 고생할 것 없이 쉽게 할 수 있지만, 레아는 손수 빨래하는 편을 선호했다.

  “게다가 팔도 거의 다 나았으니, 오랜만에 개운한 노동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게 개울가에 앉아 빨래를 시작했고,

  “...귀찮아.”

  3분만에 귀찮아졌다.

  “생각해보니 나 빨래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잖아. 만날 하녀들이 해줬지.”

  심드렁해진 레아는 아니마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 그것으로 빨랫감을 바위에 문대기 시작했다. 좀 지나서는 그마저 귀찮아져 늘상 하던 데로 빨랫감이 깨끗해지는 상상을 하며 아니마를 운용했고, 이내 얼룩과 때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슷한 운용으로 빨랫감들의 수분을 날려 뽀송뽀송히 말리던 레아는 문득 행동을 멈추고 중얼거린다.

  “...이러면 굳이 냇가까지 와서 빨래를 한 의미가 없잖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해가 쨍하니 맑은 날이다.

  “뭔가 억울한데.”

  하녀들이 맑은 날이면 정원에다가 이불이며 베개를 죄다 늘어놓고 햇볕에 말리던 것이 생각난다. 뭐라더라, 일광건조라던가.

  그거라도 해야겠다, 레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옷들은 이미 다 말려버렸으니, 이 로브라도 동굴 밖에 말려 햇빛으로 말리자. 어차피 내일 덴이 다시 오기 전까지는 얼굴 마주칠 이도 없으니 걱정 없다.

  레아는 빨랫감들을 차곡차곡 개어 공중에 띄우고 동굴로 향한다.

 

  팔도 다 나았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내일 치료를 마지막으로 이만 떠나자. 헌데, 어디로 가야 할까? 놈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른다. 나를 쫓아왔던 추격자는 모두 없앴으니. 하지만 내 시체를 확인하지도 못 했으니 죽었다고 확신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계속해서 쫓겠지. 애초에 나도 영원히 도망 다닐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복수를 이룰 수가 없다.

  동료를 구해야 할까? 나와 같이 저들에게 원한을 가진 자들을? 헌데 저들에게 원한을 가지고도 살아남은 이가, 저들에게 찍히고서도 살아남은 이들이 과연 있을까?

  멈칫, 레아의 발이 멈춘다. 그녀의 동굴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사내놈들과 눈이 마주친 탓이다.

  “...뭐야, 쟤들은.”

  레아는 등을 돌려 축축한 로브를 순식간에 말려버리고 몸에 걸친다. 후드를 푹 눌러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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