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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2화
작성일 : 17-07-03 14:51     조회 : 235     추천 : 2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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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자가 손을 치켜들면 치켜들수록 목이 조여졌다. 숨이 막혀와 컥컥대며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얼굴에 피가 몰렸다. 머리 주변에 있는 혈관들이 모두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도이야."

 

  앞장서서 걷고 있던 여인이 걸음을 멈췄다. 나무라는 듯한 말투로 남자를 부르자, 남자가 혀를 차며 냉큼 멱살을 풀었다. 나는 급히 허리를 굽혀 꾹 눌려 있던 숨을 토해냈다. 여인이 다가와 친절히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 강도가 조금 세긴 했지만 말이다.

 

  "진정해. 일단은 환자잖니?"

  "저 녀석이 너무 싫은 걸 어떡합니까."

  "그래도 의원실에 도착할 때까지 네가 고생 좀 해라."

 

  남자가 한숨을 쉬며 다시 나를 부축했다. 겁을 먹고 몸에 힘을 주니 남자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왜 날 저리도 싫어하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나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 겁에 질린 채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 열심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자의 눈치를 보며 길을 걷고 있는데, 분수대 주위에 서 있던 남자 두 명이 여인과 남자를 보고는 꾸벅 고개를 숙여왔다. 그리고 곧 다시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붉은 색 계열의 제복을 입은 두 남자의 허리춤에는 기다란 칼집이 달려 있었다.

 

  “칼······.”

 

  내 옆에 있는 남자 뿐만이 아니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칼을 차고 다니는 거지?

  의아함과 동시에 쎄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저들이 입고 있는 옷 또한 희한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생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제복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눈을 떠보니 낯선 것들 천지였다. 처음 보는 석상과 제복, 가는 곳마다 빽빽이 들어서 있어야 할 아파트 대신 붉은 벽돌집으로 통일된 건물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이 모든 게 그저 기이하게만 느껴졌다.

 

  “다 왔으니까 이제 고개 좀 들지?”

 

  남자가 나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움찔 몸을 떤 나는 남자의 말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대저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벽돌집 앞마당에서 흰 조끼를 입은 노인이 우리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고, 상임님의 자제분들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서글서글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연신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게, 마치 왕에게 아부를 떠는 간신배 같았다. 눈웃음에 가려진 노인의 자그마한 눈동자가 여인과 남자를 요리조리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 나에게로 향했다. 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본 노인은 인위적인 미소를 싹 지우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아픈 곳이 있어서 왔겠지, 아니면 왜 왔겠습니까?”

 

  여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톡 쏘아붙였다.

 

  “그렇죠, 허허. 제가 괜한 걸 물어봤군요.”

  “가장 실력이 좋은 의원님에게 치료를 받을 겁니다.”

  “예예,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노인은 가식적인 웃음소리와 함께 굽실거리며 길을 안내했다.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 연갈색 머리가 여인의 손을 타고 찰랑거렸다.

  상임님의 자제분들.

  나는 노인이 한 말을 다시 되뇌며 여인과 남자를 힐긋 쳐다보았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 저 정도로 비굴하게 아부를 떨 정도면 도대체 저 둘의 정체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궁금한 마음에 넋놓고 쳐다보다가 그만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뭘 봐?”

 

  나는 눈을 슬그머니 내리깔았다. 어째 아까부터 나를 대하는 행동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 왜 저러는 걸까. 나는 풀이 죽어 입을 꾹 다물고는 열심히 노인을 뒤따라갔다. 노인이 기나긴 복도를 지나 붉은 색으로 칠해진 문 앞에서 발을 멈췄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한 중년 남자가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는 책상에 살짝 기댄 채로 앉아있었다.

 

  “의원님, 상임님의 자제분들께서 오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잘 부탁드려요."

  "환자분은 누구시죠?"

  "이 놈입니다."

 

  여인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의원이라 불리던 남자가 나의 다리를 슬쩍 쳐다보고는 말했다.

 

  “죄송하지만, 환자분만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보아하니 다리를 다친 듯한데, 치료를 하려면 하의를 벗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는데요.”

  “누님.”

  “알았다, 알았어.”

 

  여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작게 한숨을 쉰 남자가 나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아주었다.

  의원이 은테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샛노란 눈에는 시커먼 동공이 수직으로 날카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파충류의 눈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재빨리 눈을 돌렸다. 거북하고도 무서운 눈빛이었다.

  의원은 자신의 주름진 손을 상처가 난 다리에 살며시 얹었다. 그리고 몇 번 대충 쓰다듬었다. 따끔한 느낌에 눈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의원은 계속해서 쓰다듬는 행동을 반복했다. 뭐하는 거지 싶어 말없이 지켜보는데, 신기하게도 점점 상처가 아물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치 요술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멀쩡해진 내 다리에 손을 뗀 의원이 침대 옆 서랍을 열어 붕대를 꺼내고는 상처가 있었던 부분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뻗어 붕대가 감겨진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꾹꾹 눌러봐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벙 찐 얼굴로 의원을 올려다보자, 의원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게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말장난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의원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평행세계’라고 아나?”

  “‘평행세계’요?”

  “못 들어봤는가?”

 

  예전에 한 번 얼핏 들은 적이 있는 단어였다. 몇 번째 애인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취미가 음모론 파헤치기였던 애인이 평행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있는 또 다른 세계.

  관심이 없는 주제여서 대충 흘러들었던 이야기였다. 평행세계 속 존재하는 자신은 분명 여러 명의 첩을 거느린 대제국의 왕일 거라며 입을 놀렸던 놈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뺀질거리던 만큼 손버릇도 고약했던 놈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이전의 기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나는 의원을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의원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자네는 그 몸이 정말 자네의 것이라고 생각하나?”

 

  또 다시 불쑥 던져온 황당한 질문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의원이 내 다리를 마법같이 치료해준 것을 본 이후로, 좀처럼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의원을 쳐다보고만 있자, 의원 또한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있는 거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울 속의 남자는 새까만 흑발에 너덜거리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였지만, 또 작지도 않은 체격인 것을 보아 평범한 성인 남성 같았다. 처음 보는 얼굴에 내가 깜짝 놀라 움찔 몸을 떠니, 거울 속 남자도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조심스럽게 오른 손을 들었다. 거울 속 남자 또한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며 똑같이 오른 손을 들었다.

  피식 헛웃음이 입 안에서 새어 나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만졌다. 남자가 거울 너머로 손을 뻗으니, 나의 손과 맞닿았다. 그러나 느껴지는 것은 단단하고도 차가운 유리의 감촉뿐이었다.

 

  “아무래도 사신이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

  “사신이요?”

  “저승을 관리하는 신 말일세. 각자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고 있던 두 영혼이 한날한시에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멍청한 사신의 실수로 자네와 그 몸의 주인, 두 영혼이 서로 뒤바뀌게 된 거지.”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다 해도 어쩔 수 없네.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

  “…….”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게나.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 않나?”

 

  의원이 쯧쯧 혀를 차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노인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 싶었다.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찌릿찌릿 아파왔다.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어느새 나는 의원의 말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죽은 평행세계의 어느 한 사람과 영혼이 뒤바뀌게 되었다니. 그렇다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평행세계’라는 것인가. 나는 다시 한 번 거울을 쳐다보았다. 거울 속 남자가 멍청하게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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