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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1화
작성일 : 17-07-03 14:35     조회 : 221     추천 : 3     분량 : 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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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온 몸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몽롱한 기분에 천천히 눈을 뜨려고 하니, 무언가가 나의 시야를 막아왔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털이 곤두섰다. 시원하고도 부드러운 향기가 주위에 맴 돌고 있었다.

  꿈을 꾸는 건가.

  욱신거리는 팔을 간신히 움직여 내 눈가를 덮은 물체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날 원망 마라.”

 

  낯선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떼어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니 눈이 저릿하며 아파왔다. 간신히 눈을 뜨자, 남자의 형체가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뿌연 시선 때문에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남자의 머리가 새하얗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햇빛을 받아 깨끗한 눈송이처럼 희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메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남자에게 물었다.

 

  “누구······?”

 

  남자가 다시 나의 눈을 손으로 덮었다. 신경질적으로 부는 바람이 옷깃을 펄럭였다. 세찬 바람소리가 마치 여인의 콧노래처럼 들려왔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온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계속 눈이 감겼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죽는 건가.

  쏟아오는 잠을 깨기 위해 애써보지도 않았다. 그저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을 즐기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요괴인가?”

  “사람인 것 같은데요.”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그 놈이네요. 매일 누님 뒤꽁무니 쫓아다니던 녀석 있잖아요.”

  “아하, 그놈? 그런데 그 놈이 왜 여기에 나자빠져 있는 거지.”

  “아무래도 저 위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은데요.”

  “죽었나?”

 

  누군가의 발이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전혀 조심스럽지 않은 과격한 발길질이었다. 나는 잠결에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발을 쳐냈다.

 

  “어머나, 목숨 한 번 질긴 녀석이네. 이 자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저대로 죽게 내버려 두죠. 늘 누님을 괴롭히던 녀석 아닙니까.”

  “그래도 저렇게 다친 꼴을 보니까 조금 불쌍해 보이지 않니?”

  “전혀요.”

  “하여간······.”

 

  찰싹.

  찰진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볼을 두들겨대고 있었다. 점점 얼얼해져오는 볼의 매운 열기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초록색 눈동자가 눈앞에서 또렷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귀신에 들린 것처럼 멍하니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짙은 쌍꺼풀에 기다란 속눈썹, 그리고 우뚝 솟은 코를 보고 이 아름다운 여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생각했다.

 

  “눈 깔아라, 내 얼굴 뚫리겠네.”

 

  여인이 다시 한 번 나의 볼을 때렸다. 혀를 잘못 씹었는지 입 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찌르르 몰려오는 아픔에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너 우니?”

 

  여인이 다시 들어 올리려던 손을 멈추고는 말했다. 저 고사리만 한 손에서 어떻게 그리 매운 힘이 나올 수가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운다고요?”

 

  쭈그려 앉아 있는 여인 옆으로 한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여인과 똑같은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면 여자라고 생각했을 만큼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였다.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보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그란 두 눈에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어려 있어 살짝 겁이 나기까지 했다. 나는 그런 남자를 피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가느다란 풀 뭉텅이가 손에 잡혔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니 잡초들이 수두룩하게 깔려 있었다. 이게 뭐지 싶어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푸른 나무와 거대한 바위들이 온 사방을 꽉 채우고 있었다.

 

  “도이야, 얘가 정말 그 놈이 맞니?”

  “얼굴을 보니 맞는 것 같은데요, 누님.”

  “그런데 얘가 왜 이러지. 지금 상황에 지랄하고도 남았을 놈인데.”

  “저기······.”

  “응?”

  “여기가 어디죠?”

 

  여인이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으니 잘못하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여인이 입을 뻥긋거리며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눈썹이 찡그려지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에 손을 갔다 댔다.

 

  “지금 이게 누굴 놀리나······.”

  “잠깐만, 얘가 어디 맛이 간 것 같은데.”

 

  슬쩍 비친 칼날이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번쩍였다. 칼에 반사된 새하얀 빛이 내 눈을 따갑게 찔러왔다.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나 시선을 칼에서 떼지 않았다.

  칼?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칼이라니. 나의 시선이 기다란 칼날을 따라 남자의 몸을 훑었다. 평범한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색 바지를 입고 있어 구시대적인 칼집에 더욱 위화감을 느꼈다.

 

  “너, 내가 기억 안 나니?”

 

  바보같이 입을 헤 벌리고 있는데, 여인이 멱살을 거세게 잡았다. 두 무릎을 꿇은 탓에 여인의 새하얀 원피스가 땅에 끌리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기억이 잘······.”

 

  여인의 눈빛이 하도 비장해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여인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옆에서 칼을 쥐었다 폈다 하던 남자 또한 놀란 눈치였다. 내가 이 여인을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저렇게 아름답게 생긴 여인을 내가 잊을 리가 없는데.

 

  “머리를 다친 게 아닐까요?”

  “그런 것 같네.”

  “그냥 가죠, 누님. 혹시 도와주려는 건 아니죠?”

  “너도 참 정 없다. 다리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데 그냥 가자는 말이 나오니?”

  “누님답지 않게 왜 그러세요? 평소 같았으면 피를 흘리든 말든 무시하셨을 거면서.”

  “주제도 모르고 나대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소심해지니까 신기해서 그러지. 저렇게 눈치 살살 보면서 빌빌대니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네. 진즉에 저랬으면 얼마나 좋아.”

  “귀엽다니요! 평소 개망나니처럼 굴던 녀석인데 뭐가 귀엽다는 겁니까?”

  “이 놈 성격이 쓰레기인 것뿐이지, 얼굴이 꽤 반반한 건 사실이잖니. 근데 너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저, 저요?”

  “안 나나 보네. 그래, 그럼 일단 의원한테 데려가 보자.”

  “누님!”

  “너도 그러면 못 써. 불쌍하지도 않니?”

  “누님도 단순히 재미있겠다 싶어서 잘 해주려는 것뿐이잖아요.”

  “아니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닥치고 얘 부축이나 해주렴.”

 

  여인의 웃음 섞인 말 한마디에 남자가 잠시 주저하더니, 투덜거리며 나의 팔을 억세게 잡고 일으켰다. 중심을 잃을까 다리에 힘을 주자 왼쪽 다리가 찌릿하고 아파왔다. 뾰족한 나뭇가지에 찔린 듯 종아리 부분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 바지를 붉게 물들인 피가 다리를 타고 내려가 곧게 자란 풀들을 적셨다.

  내 몸에서 저렇게 피가 많이 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잔인한 모습에 기겁해 고개를 돌리려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찌질한 새끼.”

 

  나와 체격이 비슷한 남자가 내 허리를 꽉 붙잡았다. 심장이 다리로 옮겨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욱신거렸다. 고통에 못 이겨 신음소리가 새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남자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상해 최대한 남자에게 몸을 기대지 않으려 애쓰며 발을 움직였다.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남자의 걸음이 느렸다. 나를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다리에 힘이 빠져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걷다보니 커다란 분수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교한 비늘들이 얼굴을 뒤덮은 용의 석상들한테서 커다란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서로의 꼬리가 뒤엉켜져 있는 용들은 한 남자 석상의 주위를 마치 보호하려는 듯 둥그렇게 감싸고 있었다.

  오른 쪽 발목과 목덜미에 용의 굵직한 꼬리가 감겨져 있는 남자는 바람에 날린 형상처럼 앞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는데, 이마 정 가운데에 작은 점 하나가 박혀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듯한 날카로운 눈빛은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으며, 엄숙했다.

  나는 그런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석상으로 만들어질 정도면 유명한 사람일 게 분명한데, 지금까지 한 번도 저렇게 생긴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저기,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뭐?”

 

  잠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결코 좋지 않게 변해가는 남자의 표정에 직감적으로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사과를 하려 입을 여는데, 남자가 빠르게 내 멱살을 잡았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살기어린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본 나는 숨을 들이켰다. 위협적인 느낌에 몸을 비틀어 빠져 나가려 했지만, 핏줄 선 남자의 주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작작 해. 네놈 장단 맞춰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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