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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prologue
작성일 : 17-07-03 14:25     조회 : 362     추천 : 3     분량 : 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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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과 헤어졌다.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남은 유일한 해답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해답은 나의 마지막 희망이자, 탈출구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마냥 애인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했다. 비록 나는 180이 넘는 키와 결코 호리호리하지 않은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고 귀여운 여자보다 편히 기댈 수 있는 듬직한 남자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동성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뒤, 나 혼자 좁은 단칸방에 남겨졌을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심지어는 나 자신도 그 변화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대놓고 나란 존재를 귀찮아하는 친척들의 눈치가 보여, 휴일이 되면 틈틈이 막노동을 해가며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벽돌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쳐서 기껏 모아둔 돈을 전부 병원비로 날리게 된 것이다. 다행히 학자금 대출을 받아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고작 스물세 살에 빚쟁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절망적이었다.

 

  자연스레 술을 마시며 길거리를 방황하는 날이 많아졌다. 주위에 유흥업소가 널려있는 싸구려 동네에서 홀로 병나발을 불고 있으니, 내 꼴이 참 우습고도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만 가는 자기혐오는 스스로를 낭떠러지로 몰아갔다. 이제 나에겐 희망도, 기회도, 그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에는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 자신이 위태하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미 나태라는 이름의 마약에 중독되어버린 뒤였다.

  그랬던 나의 삶을 뒤바뀌게 만든 사건은 길가에 주저앉아 술을 퍼마시고 있던 그 어느 날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술집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자들을 붙잡아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두 명의 사내가 지나갔는데, 나는 그들의 손이 서로 오붓하게 맞닿아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그들을 따라갔다.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자 간판도 없는 허름한 술집이 보였다. 그 곳은 다른 술집들과는 다른, 위험하고도 유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신비한 분위기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사내들을 따라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외부와는 단절된,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었다.

  모든 게 새로웠다. 홀 안을 가득 채운 사내들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짐승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성의 쾌락, 그 자체를 즐기면서 사이좋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관계인 것이다.

  나는 귀속감을 느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있을 곳, 아니,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가슴 깊숙이 북받쳐 오르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이곳에서 나는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기대해 보자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당시 느꼈던 행복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나에게 찾아왔던 미세한 변화. 그 정체가 무엇인지 드디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까지 드니 온 시야가 밝게 빛나기까지 했다.

 

  그곳에 발을 들인 이후로, 내 애인은 수시로 바뀌었다. 짧으면 하루, 길어야 한 달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어린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 나를 안을 때의 그 듬직한 어깨와, 내 몸을 쓰다듬을 때의 그 다정한 손길. 더 과장되게 말한다면,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에게 오직 잠자리만을 갈망해왔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욕정을 푸는 상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내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더 이상 혼자가 되는 것은 싫었다. 나는 주사를 놓아주는 이들에게 혀를 내밀며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삿바늘이 온 몸을 마비시켜 짜릿한 만족감을 주었고, 나는 점점 그 기분에 심취해져갔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 방법만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자연스럽게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밥 먹듯이 해대는 결석에 학사경고를 두 차례나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질책하지 않았다. 너의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죽게 되더라도 이 냉정한 세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겠지.

  나의 존재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채로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바로 나의 빌어먹을 운명인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미래나 희망 따위를 구걸하려 들지 않게 되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내 운명을 받아들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왔다. 바로 오늘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갔다. 익숙한 향기와 풍경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이 조용한 마을동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과 무엇 하나 변한 게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진 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갔다. 페인트칠이 반쯤 벗겨진 아파트 입구는 이곳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견뎌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 옥상으로 향했다. 사실상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발을 옮겼다.

  검은 색 비닐봉지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비닐봉지를 사뿐히 짓밟은 뒤, 먼지가 쌓여 있는 난간에 발을 올렸다.

  어머니는 이곳에 서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눈을 감았다. 몇 번을 다짐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 덕분에 애인과 헤어질 수 있었고,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에 편안해질 수 있었다. 허공에 천천히 발을 뻗자, 몸이 기우뚱하고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하늘을 나는 기분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엿 같은 인생, 드디어 막을 내리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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