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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보이는 것도 전부가 아니다 (4)
작성일 : 17-07-02 22:11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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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를 뛰어 가던 이 교수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바쁜 발걸음도 멈추게 하기 충분한 인물이었다.

 

  "최 선생, 자네 오늘 쉬는 날 아닌가?"

 

  이 교수는 무열의 넓은 등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갑작스런 터치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는 무열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잠깐 후배 좀 보러 왔습니다."

 

  "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

 

  "……그냥 요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여전히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지만 그 속에 숨겨진 쑥스러움을 이 교수는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무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실로 상냥한 아이였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아, 그래. 후배도 좋지만 쉬는 날에 제대로 휴식도 취해야 해. 몸 상할까 걱정이야."

 

  이 교수의 진심 어린 걱정에 무열이 미소 지었다. 어릴 적부터 만난 탓에 아직도 그가 어린 애로 보이는 모양이다.

 

  "걱정 마십시오."

 

  이제 어린 애가 아니니까요.

 

  이 교수 역시 주름 진 입가로 호선을 그렸다. 무열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 이제 무열은 떨기만 하던 어린 아이가 아니다.

 

  이 교수와 헤어진 무열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과로 향했다. 홀로 남은 그가 구둣발로 툭툭 바닥을 치자 강아지가 좋아라 꼬리를 흔들었다.

 

  몇 차례 놀아 주듯 발을 움직이니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8층입니다. 강아지는 문이 열리자 무열보다 앞장 서 튀어 나갔다.

 

  요즘 뻔질나게 드나들었더니 그새 지리를 외운 것 같았다. 영리하단 말이지. 저도 모르게 뿌듯해진 무열이 데스크를 지키는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민영우 선생 자리에 있습니까?"

 

  "민 선생님은 지금 중환자실에 계세요. 아마 곧 오실 겁니다."

 

  레지던트인 영우는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덕분에 찾아 올 때마다 타이밍을 맞추기가 참 힘들었다.

 

  조금 기다릴 심산으로 걸음을 옮기던 무열이 자리에 멈춰 섰다. 스쳐 지나가던 비상구 계단에 걸린 간판이 그의 발을 묶어 놓았다.

 

  7층 소아과.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소아과라는 단어를 보자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었다. 죽은 아이들을 잔뜩 매달고 다니던 요상한 소아과 전문의.

 

  알아 봐야겠다고 다짐해놓고 일이 바빠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비상구 문을 열었다. 생각난 김에 알아볼까 싶었다.

 

  무열의 갑작스런 대열 이탈에 강아지가 헐레벌떡 따라 붙었다. 비상구 계단을 한 칸씩 밟아 내려가던 그의 시야에 희뿌연 물체가 하늘거렸다.

 

  환자복을 입은 어린이였다. 물론 산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웃고 있었다. 귀신같지 않은 해맑은 미소였다.

 

  무열은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그가 도착한 7층 비상구 문을 열 때까지 아이는 단순한 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계단을 벗어난 무열은 어두운 비상구의 문을 닫았다. 밝은 소아과의 조명이 그를 먼저 반기었다.

 

  "어머, 최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로……?"

 

  낯선 소아과 간호사가 그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이 병원에서 무열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었다.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혹시 소아과에 있는 전문의에 대해 좀 확인해 볼 수 있습니까?"

 

  "확인이라니. 어떤 것 말씀이신가요?"

 

  "진료 데이터라던가."

 

  예상치 못한 말에 간호사가 당황했다. 진료 데이터를 마음대로 유출 시키다니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그런 건 함부로……."

 

  "문제없을 겁니다."

 

  "……."

 

  "문제없습니다."

 

  허둥대던 간호사를 진정시키는 단호한 음성이었다. 순간 간호사는 무열의 말대로 정말 문제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간호사에게 하는 말의 궁극적인 뜻인 즉, 만약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간호사에게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옳다.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었다.

 

  간호사는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에 홀리는 기분이었다. 그냥 그가 무슨 억지를 쓰든 다 옳은 일처럼 느껴졌다.

 

  하긴, 애초에 이 병원에서 무열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없었다.

 

  "……찾는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간호사가 물었다. 그녀는 마치 실에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같았다.

 

  고개를 쳐든 무열이 가만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 차트 한 구석에 적어 놓은 이름이 포슬 포슬 떠올랐다.

 

  "윤병철입니다."

 

  오만한 남자는 언제나 그렇듯 그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어 내었다. 미련 없이 돌아선 무열의 뒷모습을 간호사는 여전히 멍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품속에 두꺼운 파일을 안은 무열이 비상구 문을 반쯤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아직도 혼자만의 놀이를 만끽할 아이와 왠지 마주치기는 싫었다.

 

  결국 한 층을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그가 어렵사리 8층에 발을 디뎠다. 파일을 주르륵 펼치며 복도를 걷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 잡아채었다. 영우였다.

 

  "선배님."

 

  무열은 돌아서며 파일을 닫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왼쪽 팔뚝 사이에 끼웠다. 잠깐 관심을 가지던 영우의 눈길은 금세 파일에게서 떨어졌다.

 

  "어쩐 일이세요?"

 

  "밥은."

 

  무열이 퉁명스레 내뱉었다. 생뚱맞은 대답에 영우가 배시시 웃었다. 밥이라는 짧은 단어에 그의 걱정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무열은 나사 빠진 후배를 살펴보고자 쉬는 날까지 반납한 선배였다.

 

  "먹었어요."

 

  "진짜?"

 

  "진짜요. 선배님은 식사하셨어요?"

 

  영우를 내려다보던 무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식사를 하긴 한 것 같았다. 또 대책 없이 굶고 있으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서 밥을 먹일 생각이었다.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무열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웃음이 났다. 영우는 눈을 내리깔고 자근하게 말했다.

 

  "선배님, 저 이제 괜찮아요."

 

  "……."

 

  "정말로요."

 

  무열은 사고가 난 그대로 몸이 뒤틀린 춘자를 떠올렸다. 영우가 춘자와 닮았나.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입술이 똑같았다.

 

  「영우 잘 부탁해요.」

 

  그 영우와 닮은 입술로 쉼 없이 무열에게 부탁했다. 춘자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떠나갔다.

 

  아들인 영우는 눈앞에 있던 어머니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녀의 마지막 선물을 바닥에 내팽겨 쳤다. 아주 비극이 따로 없었다.

 

  누가 가장 가엾은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알아채지 못한 영우. 사랑하는 아들에게 제대로 된 배웅조차 받지 못하고 떠난 춘자. 그 비극을 두 눈 똑똑히 보았던 무열.

 

  아니면, 그 여자?

 

  "선배님?

 

  "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니. 아무것도."

 

  "저 정말 괜찮으니까 이만 가보세요. 쉬는 날이시잖아요."

 

  "그래."

 

  항상 침착한 무열이 서둘러 움직였다. 어딘가 허를 찔린 기색이었다. 영우는 그런 무열을 의아하게 바라보다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나섰다.

 

  영우와 헤어진 무열은 병원 주차장을 가로 질렀다. 그는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건채로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조수석에 자리를 잡던 강아지가 그의 무릎으로 기어 올라왔다.

 

  "……."

 

  잠시 강아지를 내려다보던 무열이 병원 정문에 시선을 던졌다. 정문을 드나드는 수많은 인파 가운데 사람이 아닌 것들이 드문드문 끼어 있었다.

 

  눈이 어지러웠다. 정신이 없다. 익숙해진 것과 별개로 솔직히 짜증난다.

 

  그 여자도 그럴까?

 

  아마 그 여자는 귀가 시끄럽겠지. 그 여자도 꽤 정신이 없을 거야. 그 여자도…….

 

  무열이 무거운 고개를 떨구자 강아지의 까만 눈망울이 마주쳤다.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가 주둥이를 열고 닫았다. 멍, 하고 짖는 것 같았다.

 

  "……애견 서적."

 

  멍.

 

  "사러 갈까?"

 

  멍!

 

  강아지는 무열이 한 마디 할 때마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이 크게 짖는 시늉을 했다. 풋, 웃음을 터트린 무열이 운전대를 잡자 알아서 조수석으로 폴짝 뛰어 가기도 한다.

 

  됐다. 같잖은 감성에 젖어 타인을 생각하는 건 무열답지 않은 짓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그는 혼자도 아니었다.

 

  *

 

  "누나, 어디 가요?"

 

  "어. 잠깐 누구 좀 뵙고 오게."

 

  은혜가 코트를 걸쳐 입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이제 날이 제법 추웠다. 으으, 싫다. 은혜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다가오는 겨울이 싫었다.

 

  원은 단장을 마친 은혜를 흘깃 쳐다보았다. 황금 같은 주말에 누굴 만나러 가는 걸까. 그는 저도 모르게 의처증 걸린 남편처럼 은혜를 추궁했다.

 

  "……누구 만나러 가는데요. 혹시 남자?"

 

  "뭐래. 여자 만나러 간다, 여자."

 

  콧방귀를 뀐 은혜가 원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남자는 무슨 남자람. 은혜는 지금 매꽃 선녀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요즘 은혜는 매일 매일이 숙면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귀를 괴롭히는 악질적인 존재들이 그녀의 곁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게 단순히 서점이 행운을 가져다주었다고 여겼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매꽃 선녀가 준 부적 때문인 것 같았다.

 

  늘 실패했던 그녀의 부적이 뒤늦게 영험한 기운이라도 받은 건가? ……아니면 설마 지금까지 일부러 엉뚱한 부적을 준 건 아니겠지?

 

  "흐음."

 

  은혜는 부적을 끼워 둔 핸드폰 케이스를 열어 보았다. 뭐가 됐든 감사 인사라도 드릴 겸 매꽃 선녀 얼굴이나 보러 갈 생각이었다.

 

  "혼자서 잘할 수 있지?"

 

  "노력해볼게요."

 

  "실수하면 죽는다. 갔다 올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운전 조심하고. 항상 차 조심, 사람 조심!"

 

  "나 참."

 

  쟤는 내가 어린 애인 줄 알아. 은혜는 원의 지대한 걱정을 받으며 서점을 나섰다. 그리고 금세 그녀를 태운 자동차가 도로로 사라졌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들어선 검은 차체가 은혜의 자동차가 주차 되어 있던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린 차주의 긴 다리가 야곱 서점을 향해 움직였다.

 

  서점 문에 매달린 종이 딸랑 울렸다. 그에 고개를 돌린 알바생이 밝게 맞이하였다. 탈색한 머리와 흰 피부가 얼굴을 더 앳되어 보이게 했다.

 

  "어서 오세요."

 

  "……."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싹싹한 알바생의 물음에 손님이 대답했다.

 

  “애견 서적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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