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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성공
작성일 : 17-07-01 23:17     조회 : 287     추천 : 1     분량 : 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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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복수 같은 거 꿈꾸지 않아요. 그리고 그 때 상황을 생각해보면……제가 복수할만한 대상이 살아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보스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눈빛이 확연히 침잠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A.F 22W는 침을 꼴깍 삼켰다. 보스쿤은 낮은 음성으로 한 자, 한 자 끊어 읽듯 물었다.

  “……왜 넌, 복수를…꿈꾸지 않지?”

  “모르겠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곳에서의 생활은 괴로웠지만……. 증오라든가 그로 인해 복수를 하겠다든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와 제 동료들을 괴롭힌 사람들이 이미 죽었다면……그런데도 복수를 해야 한다면,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거예요? 전…….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A.F 22W는 눈치껏, 보스쿤과 그 일당이 실험실 사람들을 모두 죽였음을 알아챘다. 복수할만한 대상이 없을 것 같다는 말에 보스쿤도 로토도 부정하지 않았으니까.

  “웃기는군. 움꽃 종족은 천성이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를……받아주세요. 뭐든 열심히 할게요.”

  “멍청하게 굴지 마. ‘뭐든’이란 건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야. 너 외의 움꽃 종족들이 모두 실험실 사람들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하나?”

  “……아뇨.”

  “그럼 말해봐. 어떻게 됐을 것 같은지. 진실을 알고도 네가 여기에 있고 싶어 할까?”

  A.F 22W는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배어나온 땀 때문에 손바닥이 축축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이대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기가 생겼다. 자신이 이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된다면? 언젠가 그가 고마움을 표해온다면?

  “모두……보스쿤 씨와 당신의 부하들이 죽였겠죠. 그들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어요. 함께 있던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치료해주기에는 많고, 구출하자니 시간도 사람도 부족했을 거예요. 콜록, 거기서 고통스럽게 죽게 놔둘 바에야 죽여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신 거 아닌가요? 그래서 처음에 저도……죽이려고 하신 거잖아요. 살아날 가능성 없어 보이는 최악의 상태였으니까.”

  “…….”

  보스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그의 침묵 자체가 답이었다. A.F 22W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솟았다. 점점 더 기력이 떨어져갔다. 서있으면서 말까지 하자니 급속도로 기가 빨렸다.

  “보스쿤 씨가 아니었어도 제 동료들은 죽었을 거예요. 알아요……. 전,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예요. 죽어간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여기에 남고 싶어요. 보스쿤 씨 말씀대로 전, 돈도 없고 뭣도 없어요. 지금 제게 가장 좋은 선택이 뭔지는 머리를 좀만 굴려도 알 수 있죠.”

  A.F 22W의 말에 보스쿤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A.F 22W와 로토는 놀라서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텔레파시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웃으신 거예요?’

  ‘응, 분명 웃었어!’

  ‘왜요?’

  ‘나도 몰라. 너랑 대화하다가 미쳤나봐.’

  로토는 검지를 들어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A.F 22W가 기겁하며 말렸다. 맞을 게 뻔해보였다. 로토는 개의치 않고 다른 손까지 들어 더 심하게 빙빙 돌렸다. 그러다 보스쿤이 던진 잉크병에 이마 부분을 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아아 나의 이마, 나의 잘생긴 이마가!”

  절레절레. A.F 22W는 로토를 향해 한심하단 눈빛을 쏴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마가 왜 부어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좋아, 인정하지. 로토의 말도, 네 말도. 언젠가는……너도 내게 도움이 될 것 같군. 나이에 비해 말솜씨도 좋고 패기도 넘쳐. 회복력도 쓸 만하고.”

  쿵,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서, 희망이 보여서,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어딘가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그럼…….”

  “받아주겠다, 나의 조직 ‘리반챠’에 너를. 이 순간부터 넌 내 소유다. 충성하겠나?”

  보스쿤의 질문은 명령에 가까웠다. A.F 22W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륵 주저앉고 말았다. 참 이상했다. 그의 책상과 창문은 떨어져 있는데 뒤로 햇빛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 짙은 금발이 밝게 흩날리고, 아름다운 주홍빛 갈색 눈은 한여름 태양처럼 빛났다.

  아마도, 언젠가, 그 어느 때에 봤던 것만 같은 눈부심으로.

  “네.”

  “……로엘. 기억해라. 앞으로 네가 쓸 이름이다.”

  ―로엘.

  A.F 22W는 새로운 이름을 되새겼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후에 원래 이름이 기억나더라도 다시 잊어버릴 것이다. 그 어떤 이름도 ‘로엘’을 이길 순 없을 테니까.

  로엘은 환하게 웃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뜨겁고 가쁜 숨이 터져 나왔다. 기뻐서, 그리고 지쳐서 헉헉 숨이 찼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 더는 서있을 수 없었다. 이쯤 되니 휠체어를 타고 온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로엘.”

  로토가 걱정스레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역시 뻔뻔하리만치 적응이 빠른 사내였다. 그가 로엘의 이름을 부르니 어찌나 입에 착 붙는지, 애초에 이름이 로엘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로토 씨…….”

  “일어날 수 있겠어요? 부축해줄까요, 아니면 안아줄까요?”

  “저…….”

  “네, 네.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 봐요.”

  로엘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로토는 냉큼 몸을 숙여 그녀에게 귀를 대주었다. 로엘은 몇 번 입을 오물거리다 힘겹게 말을 꺼냈다.

  “지금 저……데쳐진 것 같아요.”

  “……으, 응?”

  로토는 순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단어 자체는 알아들었지만 머리에서 해석이 안 됐다. 그의 반응에 로엘은 콜록거리면서도 씩 웃었다.

  “저보고 다들 꽃이라구 하잖아요. 그러니까 데친 꽃 상태가 됐다구요…….”

  “……아, 개그였구나.”

  “보통 농담이라고, 콜록, 하지 않나요?”

  “쓸데없는 소리 하는 거 보니까 당장 죽진 않겠다. 휴, 미미 씨한테 혼날까봐 걱정했네.”

  “…….”

  “로엘 씨, 그냥 안아 올릴게요. 제가 한 바쁨 하는 몸이라서 말이죠.”

  “네에.”

  로엘은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로토는 2차로 당황하고 말았다. 잘 버티기에 기절할 줄 몰랐다. 아무래도 미미한테 혼나는 건 이러나저러나 피할 수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로토는 한숨을 쉬며 로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신을 잃은 상태라 무거우려나 싶었는데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눈 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게 어떻게 15살인가 싶었다. 10살짜리, 혹은 12살짜리 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간이란 정말 지독하기도 하지.

  “형, 나 얘 데려다놓고 다시 올게.”

  “그래.”

  보스쿤은 귀찮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답했다. 로토는 축 늘어진 로엘을 어떻게든 편하게 앉히려고 전전긍긍하다 이내 포기했다. 덕분에 로엘은 무척 자유분방한 포즈로 휠체어에 앉게 되었다. 보스쿤 앞에서 그 꼴로 있었다는 걸 알면 창피해서 다시 기절해버릴 만큼.

  “근데……있잖아, 로엘이 10년 전에 잡힌 움꽃이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을 것 같아. 그때가 과연 벵가티보가 집권하기 전일까, 후일까? 만약, 전이라면……. 아니다, 지금은 로엘이 걱정되니까 빨리 가봐야겠어. 이따 봐.”

  “…….”

  보스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를 배웅했다. 문 밖을 나서는 휠체어 뒤로 로엘의 손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뽀얗고 조그만 손을 보자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저 손은 한때 주름이 가득한 말라비틀어진 손이었다.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 같은, 그런 주제에 강하게 보스쿤을 잡아끄는 당돌한 손이었다.

  그래서 순간 홀려버렸었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 손을 잡았다. 잡아줘야만 할 것 같았다. 보스쿤은 그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감상에 젖은 결정은 본인답지 않았다. 명령을 번복하게 된 것도, 다 죽어가는 애를 살려다가 조직원으로 들인 것도, 즉흥적으로 이름을 지어준 것도, 전부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다.

  대체, 왜 하필 저 소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는지.

  “아, 그리고 형.”

  “문 닫고 빨리 꺼져줬음 하는데, 왜 부르시나 쓰레기 씨.”

  “뭐래. 그 호칭 계속 붙일 거야? 내 직감은 멀쩡하거든?”

  “됐고, 이마를 한 대 더 처맞고 싶…….”

  “작전 성공한 거 축하한다고, 그럼 안녕!”

  문이 쾅 닫혔다. 불쌍한 문짝은 또다시 자잘한 금이 가고 말았다. 보스쿤은 아예 방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깊게 누르며 숨을 들이마셨다. 작전 성공이라……. 정말 훌륭하게 성공하긴 했다.

  “자연스럽게, 본인의 의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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