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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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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시에스타
작성일 : 17-07-01 17:1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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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꼬옥잡은 세희의 손을 놓지 않았다.

 간혹 땀이 배어나와 혹여 불쾌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손을 놓고싶지 않은 욕심이 더욱 컸기에.

 이젠 익숙해진 논밭이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산으로 들어서는 아스팔트길로 방향을 꺾는다.

 싱긋한 풀내음을 맡으며 오른다. 느릿한 걸음으로 발을 맞춘다.

 분명 서로가 손을 잡고 걷는 이 시간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겠지.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어요. 언니."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하며 들어가자 아현 누나가 다가왔다.

 "세희랑 가은이 왔……."

 순간 내 이름과 함께 세희의 이름을 부르는 아현 누나.

 그리고나서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는지 소심하게 입을 막았다.

 그런 누나에게 세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누나가 세희를 향해 갸웃거리더니 이내 시선을 내려 잡고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리고는 납득했다는 듯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네 늦게 들어올 것 같아서 나 먼저 먹었거든. 너희들 몫은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씻고 전자렌지에 데워먹어."

 네, 하고 대답한 우리들의 머리를 누나가 양 손으로 쓰다듬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그녀는 우리들을 어린애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신기하게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런 포근한 모습에 괜히 응석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건 그렇고~. 요놈들이 안 본 사이에 벌써 이런 사이가 되어버렸네~?"

 그렇게 말한 누나가 쓰다듬던 손을 갑자기 마구잡이로 저으며 우리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댔다.

 "아악. 그만해요 언니."

 "읏……."

 깔깔 웃는 누나가 이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멈칫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더니 지긋이 응시하다가 이내 세희에게 시선을 옮겼다.

 흡사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누나의 시선을 세희는 쓴웃음으로 대답하며 날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날 자주자주 쳐다보는 것이 특별한 연애감정으로 인한 시선이라기보단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가 왠지모르게 불안함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혹여나 이상한 게 묻어있나 싶어 털어보아도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그 시선의 정체를 깨달은 건, 얼떨떨한 느낌으로 세면대로 향한 그 순간이었다.

 아현 누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에 몇 번이고 눈을 껌뻑여댔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확인해보거나 물로 씻어보아도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된거였구나."

 그걸 몇 번이고 반복하고나서야 모든 사태를 이해했다.

 오늘에 와서 24라는 숫자가 쓰여있어야 할 터인 나의 왼 쪽 눈 밑에는,

 「7」이라는 엉뚱한 숫자가 새겨져있었던 것이다.

 쓴웃음이 지어졌다. 아까전의 한 시간에 가까운 실체화는 나에게서 17일이라는 시간을 대가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나만 깨닫지 못했을 뿐, 세희의 눈빛이 초조해보였던 건 너무나도 단순한 문제였다.

 ─나에겐 앞으로 7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질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시간이 줄어듦은 유령으로서의 '시간'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나 뿐만 아니라 식구인 세희와 누나의 시간까지 신경이 쓰였다.

 특히 내 신경을 가장 사로잡은 건 턱 밑에 숫자가 새겨진 아현 누나였다.

 식사 도중엔 '3'이라는 숫자가 너무나도 신경쓰여서 시선이 향해 몇번이고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이 어떤 의미인지 세희와 누나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경각심때문이 아니더라도 데드라인에 가장 임박한 사람이다보니 말이다.

 세희의 볼엔 '17'이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나보다 일주일이 짧았지만 지금에와선 내가 열흘이라는 시간만큼 더 짧아지게 추월해버렸다.

 형성된 약간의 불편한 침묵.

 "저기……. 누나."

 "쉿. 어두운 얘기는 하지않기."

 그 흐름을 타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누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파악한 듯 끼어들며 말을 막았다.

 "……."

 그저 평소대로 싱긋 눈웃음을 지을 뿐이다.

 괜한 걱정은 하지 말라는 상냥한 배려겠지만, 그 속엔 떨림을 애써 감추려는 것이 확실하게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선명하게 느끼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닌 본인이겠지.

 괜히 자극을 줘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숙인 그때.

 밥그릇을 먼저 비운 누나가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식탁에서 일어서 싱크대에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럼 설거지 부탁할게~."

 "……네에."

 누나의 방 문이 닫혔다. 식탁에 남겨진 우리는 마저 저녁을 먹는 동안 말이 없었다.

 설거지와 청소등 가사일을 마친 다음엔 평소대로 방으로 돌아가 책을 읽기로 했지만, 줄어든 숫자가 신경쓰여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읽던 책은 잠시 덮어두고 책상에 놓인 작은 손거울을 집어들었다.

 눈 밑의 숫자를 확인한다. 그래봤자 변하는 건 무엇하나 없을텐데도 계속 눈 밑을매만져댔다.

 수아를 구한 걸 후회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세희와 함께 지낼 수 있는 날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그건 그것대로 막연한 기분이 든다.

 이 숫자가 닳고 언젠가 데드라인을 지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직접 본 적이 없어 확증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래도 이건 유령으로서의 기간임은 분명하겠지.

 서로가 이 숫자에 대해 상의해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불필요한 자극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삼자간의 배려가 작용한 탓일거다.

 그렇다. 이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선 서로 선명하게 알고있다는 증거다.

 비로소 숫자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건 3일 뒤의 아현 누나를 통해서이다.

 3일. 정확히는 3일 하고도 좀 더 시간이 남아있겠지.

 불안감은 들지 않는다.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막막한 느낌을 받을 뿐이다.

 그것에 신경을 계속 쏟아부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이럴 땐 올드팝을 들으며 느긋하게 마음에 휴식을 시켜주는 것이 상책이다.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엎드렸다.

 눈을 감고 귓가로 나지막이 흘러들어오는 음악을 감상했다.

 

 

 

 

 

 

 "저기……. 일어나봐."

 누군가가 어깨를 흔들어댔다.

 스르륵 눈을 뜨자 세희가 어깨에 얹은 손을 치우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으응."

 "책상에 엎드려서 잤던거야?"

 어제 하루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인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덕분에 온몸이 찌뿌둥한 것이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나른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몽롱한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자 심각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순간 덜 깬 잠이 확 달아났다.

 "……무슨 일이야?"

 이내 내 눈동자가 아니라 자세히보니 내 눈 밑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이거……. ……그랬지."

 눈 밑의 숫자를 어루만지며 손거울을 가져왔다.

 잠든 그 사이에 갱신이 이루어졌는지 눈밑에 새겨진 숫자는 '6'이 되어있었다.

 세희의 볼쪽 숫자 또한 '16'으로 하나만큼 줄어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그러던 와중 세희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아차하며 나에게 말했다.

 "아현 언니가 사라졌어."

 "사라졌다고?"

 의자에서 일어서 1층으로 내려가니 누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 문을 열자 누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안은 텅 비어있었다.

 "잠깐 외출하신 거 아니야?"

 내 말에 세희가 고개를 저었다.

 "따로 볼 일이 있어서 계속 부르며 문을 두들겨봤는데 대답이 없었어. 대신에 이게 책상위에 있었어."

 세희가 노트를 반듯하게 찢은듯한 종이를 건냈다.

 매력적인 어른 특유의 성숙함이 묻어져나오는 글씨체로 쓰여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그래서 이틀 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

 그래도 마지막 하루동안엔 집에서 보낼테니 없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마.

 오므라이스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전자렌지에 데워먹어!

 (참고로 세희는 요리 못하니까 가은이 네가 만들어줘!ㅋㅋㅋ)』

 

 "어쩌지……."

 세희가 내 소매를 잡았다.

 "코앞에 들이닥쳤으니까. 생각이 많이 필요한 시기일거야. 게다가 마지막엔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욘 없을거야."

 "……그렇겠지?"

 "그렇고말고. 누나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그러니까 안심해. 그렇게 말하며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실제로 빈 말이 아니라 아현 누나는 세희를 굉장히 아낀다.

 세희의 이름을 아직 부르기 전에도 누나와 둘이 있을 땐 저런 새침한 여동생이 챙겨주는 맛이 있다며 사랑스럽다는 듯 말을 늘어놓아댔다.

 그러니 딱히 별 일은 없겠지.

 괜히 안심을 시키기 위해 저런 쪽지를 두고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거다.

 사실 걱정하지 말라며 쉽게 꺼낸 말이지만 그녀의 데드라인이 코앞이라는 것에 내심 걱정이 된다.

 "……웅."

 세희 역시 걱정이 덜어지지 않았는지 시원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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