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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6. 좁혀오는 수사망 <3>
작성일 : 17-06-30 16:27     조회 : 684     추천 : 8     분량 : 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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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님!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송 계장 건강이 염려되어서 잠시 들렀습니다.”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며칠 있으면 광수대에 복귀해야죠.”

  “무슨 소립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먼저 수술부터 하셔야죠.”

  “형님! 방금 당당 의사랑 면담하고 왔습니다. 팀장님도 형님 병명 다 아십니다.”

  “뭐야? 자네도 들은 거야?”

  “네. 왜 말씀을 안 하셨습니까?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형수님은 아십니까?”

  “아직... 이번 사건 마무리하고 말하려고...”

  “송 계장! 이제 이번 사건에서는 손을 떼는 게 맞습니다. 그 몸으로 무슨 수사를 합니까? 이제 다른 수사관들한테 맡기고 병부터 치료해요.”

  “일단 나가시죠. 다른 환자들도 있고...”

 

  정수는 자신의 병명이 위암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아는 것 자체가 싫었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병명을 환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누설한 것은 명백하게 의료법 위반이지만 환자가 수사관이었고, 수사선상의 상관에게 알리는 것은 누설에 해당될 순 없었다. 어쩌면 담당 의사가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였기에 정수는 그 덕분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완전히 수사선상에서 제외된다면 나리를 도피시키는 일도 쉬워보였다. 정수는 일행들을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꺼내어 하나씩 건넨 정수는 자신이 수사에 도움이 안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팀장님! 수사에 큰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지. 송 계장이 큰 도움이 되었지. 송 계장 아니었으면 범인의 윤곽도 모를 판이었는데... 모두가 송 계장 덕분입니다.”

  “그래도 아직 범인의 행방을 모르잖습니까?”

  “월요일이면 됩니다. 월요일에 신문, 텔레비전 할 것 없이 모두 김 우진의 얼굴이 나올 텐데 도망을 간들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렇군요...”

  “각 지방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서 김 우진이 갈만한 곳은 잠복근무중입니다.”

 

  나리가 갈만한 곳이 어디일까? 언니들도 그녀를 버린 마당에 살인자가 된 그녀가 언니를 찾을 것인가? 그녀에게는 친구도 없었다. 옛 가족에게도 나타날 수 없는 그녀가 아닌가? 경찰은 그런 것을 간과했다. 일반적인 범죄자라면 범죄자의 동선이 모두 과거와 연결되지만 나리는 전혀 다른 케이스였다. 트랜스젠더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남자가 사는 범주에 나설 수가 없었고, 여자가 사는 범주에도 들 수도 없는 것이 트랜스젠더였다. 그녀가 숨을 곳은 트랜스젠더들이 있는 곳뿐이었다. 그러나 그곳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과거의 인연, 그녀는 과거와 동떨어진 사람이었지만 경찰은 모르고 있었다.

 

  “송 계장은 김 우진을 어떻게 안다고 하셨지요?”

 

  이미 김대식을 통하여 보고를 받은 지용운은 정수의 아킬레스와 같은 아픈 곳을 찔러보았다. 그것은 수사선상의 상관이 부하에게 아무렇게나 던져보는 말이었다.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에 그 대상자는 상처를 받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부하가 되어보지 못한 상사, 지용운의 결점은 그것이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경위가 된 지용운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를 다루는데 실수가 많았다.

 

  “아는 여자입니다.”

  “아는 여자?”

 

  지용운이 ‘아는 여자?’ 하면서 되묻는 말의 뉘앙스가 유독 거슬렸다. 김우진이 여자였어? 하는 말투였다. 정수가 알고 있는 김우진은 여자였다. 정수에게만큼은 김우진이 나리였다. 아니 그녀는 나리였다.

 

  “네. 아는 여자입니다.”

 

  지용운은 정수가 힘주어 말하자 잠깐 당황하면서도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가소롭다는 표현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난 이제 관할 경찰서로 돌아가는데 너랑 또 보겠냐?’ 정수는 지용운의 실소(失笑)도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광역수사대에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지용운은 재차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 일행들과 휴게실을 나갔다.

 

  “형님! 나중에 따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몸 관리 잘하십시오.”

  “그래. 나중에 통화하자.”

 

  정수에게는 나리는 여자였다. 그것도 그냥 아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했던 여자였다. 지용운의 물음에 사랑했던 여자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자 정수 역시 웃음이 나왔다. 시계를 보았다. 정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수는 나리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이번 주말에는 역삼동 집에서 나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건만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었다. 정수는 나리한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정수 씨?”

  “네. 아침은 먹었어요?”

  “난 하루 한 끼만 먹어요.”

  “그리 먹고 어떻게 버텨요?”

  “이렇게 산지 5년이 넘었어요. 괜찮아요.”

  “어딥니까? 내가 데리러 갈게요.”

  “집이예요. 지난번처럼 늦으면 안돼요. 오늘 저녁은 7시까진 집에 와야 해요.”

  “걱정 마세요. 한 시까지 집 앞으로 갈게요. 점심 같이 해요.”

  “네.”

 

  정수는 병실로 점심이 들어오는 시간에 서둘러 옷을 갈아있었다. 이제 이틀 안으로 나리의 은신처를 마련해야 했다. 시간은 내일과 모레 이틀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지하주차장에서 산타페의 시동을 걸고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설레는 마음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2년 전에는 항상 이런 마음이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었다. 항상 미소를 머금은 여자, 두 사람이 있을 때에는 웃을 일만 있었다. 그래서 그땐 행복했다. 그때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오늘 다시 되살아났다. 잊고 있던, 잠자고 있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정수는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모처럼 환히 웃는 모습이었다. 정수는 나리만 꼭꼭 숨겨둘 수만 있다면 세상 어디라도 함께 가고 싶었다. 비록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정수는 그러고 싶었다. 양수역에서 나리를 다시 만나면서 연민이 생긴 걸까. 그러나 두 사람에게 찾아온 어두운 그림자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미 운명은 그들의 편에서 비껴나갔지만 두 사람은 모르는 것 같았다. 산타페는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지나 퇴계로로 진입했다. 정오를 지난 도로는 차들로 붐볐다. 남산1호 터널로 올라서고야 제대로 속도가 붙었다. 정수를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대로만 가면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는 속도였다.

 

  산타페의 창문을 열었다. 제법 가을의 쌀쌀함이 묻어나는 바람이 창틈을 타고 들어왔다. 코스모스도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9월말, 벌써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창문을 닫으면 그래도 햇살은 따가웠다. 따가운 햇살은 올해도 풍년을 예감하게 했다. 정수는 김천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가 생각했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농사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는 1년에 한두 번 아들을 보는 것이 고작이지만, 늘 막내아들인 정수를 염려했다. 위암으로 25년 전에 죽은 아버지의 병력(病歷)은 큰아들에게도 내려와서 10년 전 4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러나 하나 남은 아들마저 같은 위암을 걸리고 말았다. 암세포가 위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고 있었지만 심각성을 모르는 정수였다. 통증이 갈수록 잦아졌고, 고통도 심해졌지만 당장 수술할 수도 없었다. 정수에게는 자신의 건강보다 나리의 안전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산타페는 한남대교를 지나 강남역에서 좌회전했다. 이틀 전 한 번 가본 길은 이미 눈에 익숙했다. 산타페가 GS타워 앞에 지날 때 정수는 핸드폰을 들었다.

 

  “접니다. GS타워 앞입니다. 밖으로 나오세요.”

 

  산타페가 빌라 골목길로 들어가자 나리는 바바리차림으로 빌라 현관입구에 서있었다. 정수는 산타페를 세우고는 얼른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핑크빛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나리는 미끄러지듯 차에 올랐다. 빌라 입구에는 그녀가 타던 아반떼가 먼지를 덮어쓰고 주인을 기다렸지만 주인은 이제 그 차를 탈 수 없었다.

 

  “배고프죠?”

  “당신은요?”

  “난 조금...”

  “저도 조금...”

  “뭐야? 따라쟁이야?”

 

  두 사람은 웃을 일도 아니면서 말 한마디에 서로를 보며 웃는다.

 

  “어디로 모실까요?”

  “정수 씨 가고 싶은 곳으로 가요.”

  “그러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천국인데... 천국으로 갈까요?”

  “뭐예요? 호호호”

 

  두 사람은 또 웃는다. 나리 역시 실로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이다. 억지로 상대를 배려하는 웃음이 아니라 좋아서 자연스럽게 웃는 미소는 꽤나 오래된 듯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웃는 미소는 입 꼬리가 올라가야 함에서 미소가 어색한지 입술이 실룩거릴 정도만 움직였다. 정수는 산타페를 잠실방향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운전대를 잡지 않은 오른 손으로 나리의 왼 손을 잡는다. 그녀도 정수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산타페가 마천동 남한산성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두 손을 떨어질 줄 몰랐다. 산타페는 남한산성 등산로 초입에 있는 식당 안에 섰다. 식당은 정수가 직원들과 함께 가끔 회식을 하던 곳이었다. 식당 주인은 정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아이고 계장님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장사 잘 되십니까?”

  “이제 여름 지났으니까 좀 되겠죠. 이번 여름 너무 더웠잖습니까.”

  “조용한 방 있죠?”

  “네. 이쪽으로...”

 

  두 사람은 식당 주인이 안내하는 주방 안쪽의 작은 독채로 들어갔다. 밀실 같은 작은 방은 가끔 놀음을 하는 손님들이 사용하는 비밀스러운 방이었다. 그 방은 방안의 소리가 밖으로 퍼지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주문을 받고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밭떼기가 보이는 창문을 열었다. 밭이 족히 100평은 되어보였다. 밭은 바로 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도주로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수는 나리와 함께 움직이는 한 도주로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그러나 도주로가 있어도 도주를 할 수 없는 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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