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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는 여자
작가 : 김유미
작품등록일 : 2017.6.30

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11. 이민을 간다던 남자 <1>
작성일 : 17-06-30 15:32     조회 : 746     추천 : 11     분량 : 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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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민을 간다던 남자

 

 

  2015년 7월 20일, 장마는 잠시 소강상태였으나 뉴스에는 태풍 ‘낭카’가 북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1일에는 인천과 서울이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다는 소식이었다. 나리는 오전 여섯 시가 되자 집을 나섰다. 모처럼 짧은 원피스에 화장도 짙게 했고, 머리는 올림머리처럼 가지런히 뒤로 묶어 올렸다. 핸드백에는 칼 한 자루를 넣고는 아반떼에 올랐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자 도착지까지 ‘1시간 10분’이라는 안내 멘트가 울렸다.

 

  아반떼는 역삼역을 빠져 나와 경부고속도로로 나아갔다. 수원 화서동 신동아아파트에 도착한 아반떼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서 검정색 코란도가 있는 지 먼저 살폈다. 3개 동으로 되어 있는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되어서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경비실은 단지를 출입하는 자동차에 별다른 제재(制裁)를 하지 않았다. 남자로부터 ‘널 책임질 수 없다. 난 아들과 한국을 떠난다.’란 휴대전화 문자를 받은 지 1년 4개월 만이었다. 무척이나 확인하고 싶었고, 대면하고 싶었던 남자였지만 나리는 참고 또 참아왔다.

 

  남자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만나면 어떻게 할지 지신도 잘 몰라서 찾지 않은 것이었다. 그만큼 남자의 배신감에 치를 떨던 그녀였다. 코란도가 112동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코란도가 주차된 주차장 건너편에 주차를 하고 남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늦어도 아침 여덟 시면 집을 나선다는 남자의 말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고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시간에 맞추어서 아파트로 찾아온 것이었다. 나리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가슴도 콩닥거렸고, 맥박도 빨라졌다. 옛 남자를 만난다는 초조함이 아니라 옛 남자를 죽인다는 초조함 때문이었다. 비열하게 웃던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자 머리를 가로 젓는다. 트랜스젠더와의 연애질을 훈장처럼 여기던 남자, 자신과 짧은 만남을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목에 핏대가 곤두섰다.

 

  정확하게 여덟 시가 지나자 남자는 지하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새 머리가 길어있었다. 흰색 셔츠와 군용 바지를 입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언제나 머리를 길러서 꽁지를 묶고 다녔던 남자는 그녀를 만나는 잠시 동안은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잘라서 안심시키기도 했었다. 남자는 코란도가 서있는 자리로 걸어왔다. 이미 나리는 아반떼에서 내려서 코란도 조수석 옆에 숨어있을 때였다. 철저하게 CCTV 동선에서 떨어진 행동이었다. 남자는 코란도 가까이에 와서야 나리를 발견했다.

 

  “어! 나리!”

 

  남자는 나리를 보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한국을 떠난다는 문자를 보낸 후 1년 4개월 만의 대면이기에 당연했다. 찾아 왔다면 벌써 찾아와야 할 여자였다. 나리는 말없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그게 연기인지? 재회에 대한 회한인지 모를 일이었다. 남자는 그녀의 눈물에 당황하는 기색을 역역했다.

 

  “어쩐 일이야?”

  “제가 오면 안 되나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남자는 주변을 의식하는 듯했다. 아내가 죽은 후 한 번도 집으로 여자가 찾아온 적이 없던 남자였다. 코란도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 서 있었다. 조수석을 열어서 나리를 태웠다. 남자는 말없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코란도는 단지를 벗어나서 단지 뒤편에 있는 산마루 어린이 공원에 섰다. 오전 시간의 어린이 공원은 한적했다. 차를 세웠지만 남자는 말이 없었다. 나리도 말없이 창문을 열고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남자는 라이터를 꺼내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는 자신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이내 차 안은 담배 연기로 뒤덮였다.

 

  “묵향오빠! 한국에 계셨네요,”

 

  남자가 묵향으로 불리는 조정학이었다.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며 사는 남자였다. 누구도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그가 말하는 자신의 직업을 믿지 않았다. 조정학은 남을 믿지 않았지만 남도 그를 믿을 만큼 신뢰를 받지 못했다. 조정학은 나리의 근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시크릿이 문을 닫은 것도, 시크릿이 망해버린 것도 알고 있었다. 개업과 폐업에 자신이 관여된 것을 모를 뿐, 최근에는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다. 다가갈 수는 없어도 옛 여자가 어떻게 사는 지? 그 정도는 궁금했던 조정학이었다. 그러나 2015년 새해가 되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온라인 시크릿도 운영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나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전혀 소식을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7월 뜨거운 여름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민도 안 가면서 왜 그렇게 문자를 보냈어요?”

  “미안해...”

 

  남자를 책망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행위에 대하여 변병을 듣고자 찾아온 것은 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든지 해야 했다. 적어도 나리에게는 일단 서먹한 기분을 일시적으로나마 없애야 했다. 피살 대상자는 아무런 방어적 태세가 없도록 무장해제 시켜야했다. 그 방법은 대화뿐이었다. 조정학은 나리가 말을 걸어오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쩔쩔맸다.

 

  조정학이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은 어쩌면 당당한 남자가 될 수가 없는 자신의 한계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했다. 2013년 11월 어느 날 밖에서 술에 취한 뒤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겠다면 술상을 차리라고 난리를 피울 때였다. 술을 마시다가 조정학은 자신이 여자역할을 하겠다며 나리에게 남자의 역할을 시킨다. 여장남자로 살았던 그가 오죽하면 그럴까하고 지켜본 나리는 조정학의 교태를 보자 그만 정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날, 조정학은 되레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보여주지 말아야 할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조정학은 친구들을 만난다면서 그녀에게서 50만원을 받아서 집을 나갔다. 두 달이나 동거를 하던 남자가 친구를 만난다며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외박을 한 것이었다.

 

  그는 하룻밤 외박을 하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이 지난 후, 나리는 조정학의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풀어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잠겨있는 핸드폰을 풀 수 없을 줄 알고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문자 메시지에는 조정학의 외박 이유가 고스란히 나타나있었다. 조정학은 남자와 외박을 한 것이었다. 남자와의 주고받은 문자에는 그는 여자였고, 상대는 여자에게서 군림하는 남자였다. 나리는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내 여자를 버려두고 외박한 사유가 남자를 만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 ‘아! 이 남자는 게이였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나리는 참지 못했다. 문자를 확인 한 다음날 집에서 내쫒으려고 했다. 그러자 조정학은 싱크대에 꽂혀있던 칼을 전부 뽑아서 자신의 배를 찔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칼끝이 1Cm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무사했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그런 식으로 무마시켰다.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내 쫓았지만 끈질기게 나리 곁에서 떠나지 않았던 조정학이었다.

 

  나리는 이민도 안가면서 왜 그렇게 문자를 보냈냐는 질문에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대답을 해도 귀에 들어올 리가 없겠지만 조정학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새롭게 해보자는 말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하고, 이 여자를 돌려보낼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오늘만큼은 네가 하자는 대로 해보자 하는 투였다. 그러나 말은 유순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만 한 갑을 다 태웠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코란도 천장을 때렸다. 밤부터 온다던 비가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뭐 타고 온 거야?”

  “택시”

  “밥은 먹었어?”

  “아니...”

  “뭐 먹으러 갈까?”

  “한강에 가고 싶은데...”

  “한강?”

  “비 오는 날 빗소리 차에서 들으면 좋다고 했잖아요. 차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좋다고 해놓고선...”

  “아. 그렇지. 그랬지... 온통 빗소리만 들리지. 한강으로 갈까?”

  “네.”

 

  두 시간을 공원에서 말없이 죄 없는 담배만 죽이던 두 사람은 한강으로 가기 위하여 공원을 빠져나왔다. 나리는 아반떼를 지하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정학의 차를 타고 수원을 벗어났다. 광교상현IC를 향해 달리던 코란도는 수지와 분당을 지나 서울로 나아갔다. 수서IC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조정학을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고, 건강하냐고 염려할 수도 없었다. 그저 죄인이 되어서 나리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기분 같으면 길거리에 내려놓고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것이 조정학의 심정이었다.

 

  두 사람은 애꿎은 담배만 축내고 있었다. 코란도가 수서IC를 지날 때쯤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밤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다던 일기예보는 12시간 일찍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태풍이라던 일기예보관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나리는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며 어젯밤 일기예보를 전하던 빨강 레인코트를 입은 여자가 생각났다. 신호등에 차가 섰을 때는 이미 빗방울이 코란도의 천장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아, 이 소리였구나. 이 남자가 말하던 것이.’ 나리는 남자가 말하던 것이 기억났다. 코란도의 천장을 때리는 빗소리는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시끄러웠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해도 목청을 돋우어야 상대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차라리 말없이 온 게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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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쨈 17-07-22 03:40
 
남자의 배신... 쳐죽일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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