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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5화. 꿈속의 행동에 자취가 있다면
작성일 : 17-06-30 10:06     조회 : 350     추천 : 1     분량 : 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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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뭔데요, 옥봉씨?”

 “노랫말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거 같아서......”

 “아, 네.”

 “이별 후의 담담한 심경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닌가요? 제 시가 좀 도움이 될까 해서요.”

 

 신후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옥봉이 내민 종이에는 제법 멋들어진 정자체로 글귀들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누군가를 잃고 아파하는 여인의 절절함이 가득했다.

 

 『요즈음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데/달 밝은 창가에 이 몸은 한이 많다네/만일 꿈속의 행동에 자취가 있다면/문 앞의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으리』

 

 프로듀서인 정우가 원하던 ‘야마’, 그야말로 결정적인 한 방이 느껴지는 시였다.

 

 “이걸 언제 썼어요?”

 “신후씨 피아노 치는 모습 보고 온 날 썼어요. 그날 연주가 참 멋지면서도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써봤어요.”

 “와, 너무 좋네요. 제 곡에 이런 느낌이 필요했거든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옥봉이 안심한 듯 환히 웃었다. 신영에게서 전해들은 옥봉의 삶은 그야말로 불운의 연속. 조선의 어린 여인이 감당하기에 얼마나 벅찼을까 싶을 정도였다. 옥봉의 미소 속에서 신후는 알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옥봉씨. 여기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두 생각나요?”

 “네. 어느 정도는요. 시간을 거슬렀을 뿐 기억을 잃은 건 아니니까요.”

 “많이 힘들었나요?”

 “......”

 

 옥봉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신후는 괜한 얘기를 꺼낸 듯 머쓱했다.

 

 “힘들지 않다면 사는 게 아니겠지요. 외로움, 고통, 연민...... 조선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 사는 건 언제나 비슷한가 봅니다.”

 

 스물 셋 동갑인 그녀의 말에서 긴 여운이 전해져왔다. 언제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가족들, 끊임없이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스승과 친구들, 재능을 인정받고 펼칠 수 있는 무대와 팬들...... 신후의 삶은 온통 그가 힘차게 내딛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무언가들로 가득 차있었다.

 

 신후는 어쩐지 옥봉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신후씨는 어떤가요?”

 “저요? 글쎄요.”

 “신후씨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게 있었나요?”

 

 그 어떤 부족함도 없어 보이는 신후의 삶에도 쓰디쓴 아픔이 있었다. 그의 평탄하고 모범적인 삶을 뒤흔들던 그녀, 첫사랑 백소라.

 

 ***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신후는 형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여행 중이었다. 생일이 한여름인 건 신후에게 여러 모로 장점이었다. 방학 중이어서 마음이나 시간이 항상 여유로운데다 생일 선물을 핑계 삼아 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영국에 사는 동안 틈틈이 인근 나라들을 여행해 보라는 것은 부모님과 학교측 모두의 적극적인 권장사항이었다. 다만 미성년자였기에 형과의 동행은 필수적이었다.

 

 “여기서 찢어질까?”

 “오케이.”

 

 여행 취향이 서로 다른 신후와 신조는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각자의 여정을 쫒아 흩어지곤 했다.

 

 형과 헤어진 신후는 한적한 다뉴브 강변을 걷고 있었다. 하릴 없이 걷고 걷다가는 아무 데나 주저앉아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흥얼거렸다.

 

 “한국 사람? 아님 일본?”

 “한국인인데요.”

 

 눈동자가 유달리 새까맣고 커다란 그녀가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신후에게 다가왔다.

 

 “이런 데서 한국 사람 보니까 반갑네. 여행 중?”

 “네.”

 “기타 하나 둘러메고 여유자적 산책하는 여행...... 멋지네. 난 백소라야.”

 

 그녀는 빈대학에서 정치과학을 전공 중인 스물 한 살의 유학생이었다. 다부진 그녀의 입술만큼이나 시종일관 명쾌하고 당찬 분위기를 풍겼다.

 

 “유럽에 있는 강들이 이렇게 아담한 걸 보면 한강이 얼마나 큰 지 새삼 알게 돼.”

 “맞아요. 파리 센강도 그렇구요.”

 

 강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신후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가만히 듣던 그녀는 한국말로 된 노래를 오랜만에 듣는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빈으로 유학 온 이유가 있어요?”

 “영화 때문이라고 하면 믿기지 않겠지?”

 “네?”

 “내가 참 좋아하는 ‘비포 선라이즈’란 영화가 있거든. 영화 속 배경이 빈인데 참 인상적이더라구. 그때부터 뭔가에 홀린 것처럼 독일어도 공부하고 학교도 알아봤지.”

 “저도 어릴 때 본 기억이 나요.”

 

 영화에 매료되어 이 먼 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녀. 신후는 자꾸만 가슴이 쿵쾅거렸다.

 

 두 사람은 오후 내내 빈 시내를 쏘다녔다. 걷다가 지치면 그녀가 먼저 트램으로 올라탔다. 빈이라는 낯선 도시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소라는 무슨 말에든 까르르 웃곤 했다. 신후는 어느새 그녀처럼 까르르 웃는 자신을 발견했다.

 

 “너 알아?”

 “뭘요?”

 “너 ‘비포 선라이즈’ 주인공 에단 호크 닮았어.”

 “그래요? 내가 훨씬 잘 생긴 거 같은데.”

 

 소라는 또다시 까르르 웃었다. 웃는 얼굴 위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흩어졌다. 광장에는 어스름한 저녁이 내려앉고 있었다.

 

 “난 에단 호크 참 좋더라.”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벤치 위로 그날의 마지막 햇살이 쏟아지는 듯했다. 신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새카맣고 커다란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신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살포시 다가갔다.

 

 신후는 처음으로 알았다. 햇살이 자신과 그녀에게만 쏟아지는 기분을. 두 사람은 빈의 저녁 햇살 아래에서 오래도록 서로를 안아주었다.

 

 ***

 

 “싸비 부분 가사 수정했어?”

 “아직.”

 “어쩌려고? 다음주부터 녹음이랑 뮤비 촬영 들어가야 하는데.”

 

 정우의 채근이 시작되었다. 며칠째 밤샘 작업 중인 그는 부스스한 머리를 연신 긁적였다.

 

 “형, 이거 좀 봐봐.”

 

 신후는 옥봉의 시를 정우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시조야?”

 “응.”

 “되게 절절하다. 근데 누구 시조?”

 “그냥 아는 사람.”

 “네가 아는 사람? 책에 나온 게 아니고?”

 

 정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옥봉의 얘기를 섣불리 꺼낼 수는 없었다.

 

 “이 부분 진짜 좋다. 만일 꿈속의 행동에 자취가 있다면 문 앞의 돌길이 이미 모래가 되었으리......”

 “나도 그 부분이 확 와닿더라구.”

 “이런 느낌으로 조금만 손보면 될 거 같은데. 여차하면 공동 작사로 넣으면 되니까.”

 “공동 작사?”

 

 신후는 정우에게서 튀어나온 말을 되뇌어 보았다. 공동 작사. 옥봉의 시를 두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말이었다.

 

 “아는 사람 누구야? 동의를 먼저 구해야지.”

 “응? 그렇지. 얘기해 봐야지.”

 “시인이야? 아님 그냥 일반인?”

 “그러니까 그 사람이......”

 

 신후는 다시 난감했다. 옥봉을 세상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과학적인 근거 없이 옥봉의 존재를 믿는 이는 신영과 자신뿐이었다.

 

 “혹시 한시 전공한다는 네 사촌누나?”

 

 정우는 두루뭉술한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든 명쾌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걸 좋아했다. 그와의 작업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맞아. 형 어떻게 알았어?”

 “전에 작업실 왔을 때 전공 얘기했던 게 생각나서.”

 “역시 형 기억력 대단해.”

 

 상황은 은근슬쩍 종료되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옥봉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

 

 『너무 바빠서 며칠 연락도 못 했네.』

 

 신후는 형과 일주일 만에 연락이 닿았다. 영상 속 신조의 모습은 부쩍 초췌한 모습이었다.

 

 『형. 일이 많은가봐?』

 『작품 들어가기 전에 준비 막바지 단계라 그래. 넌 어때? 앨범 준비는 잘 되고?』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누구긴. 잘난 이신조 동생이지.』

 

 신조의 절대적인 동생 사랑은 영국에 살면서부터 싹튼 것이었다. 동양인이 전무한 학교에서 적응에 힘들어하는 동생을 항상 굳건히 지켜준 건 다름 아닌 신조였다. 덕분에 신후는 영국 학생들 사이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학생회장이며 밴드활동에 열심일 수 있었다.

 

 『형. 전에 의대 다닐 때 시간여행 같은 것도 배웠어?』

 『시간여행? 물리학이나 생물학 시간에 가끔씩 언급되긴 했지. 갑자기 왜?』

 『만약 형이 과거에서 온 사람을 만난다면, 아니 돌봐야 한다면 어떨 거 같아?』

 『형제가 일주일 만에 통화하면서 할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너 영화 제의 들어왔어?』

 

 옥봉의 얘기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 정우에게도, 신조에게도 터놓을 수 없다면 옥봉에 대해 그 누구와도 얘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형. 언제 한국 들어와?』

 『조만간 한국에서 미팅 잡힐 거야.』

 

 신조가 한국에 오면 옥봉에 대해 의논할 수 있을까. 이것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 들어가면 너 나랑 인터뷰 좀 같이 하자.』

 『무슨 인터뷰?』

 『한국쪽 투자회사에서 네가 내 동생인 거 알고 굉장히 좋아하더라.』

 『내가 좀 인기가 있지.』

 『그래, 임마. 유명한 동생 덕 좀 보자.』

 

 형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신후는 학창시절의 힘겨움을 무사히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신후가 기타를 치고 작곡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끝없이 재능을 격려해준 것도 형이었다.

 

 신후는 늘 생각해왔다. 자신을 든든히 지켜봐준 형의 마음을 사는 내내 잊지 않겠다고 말이다. 부족함이 없던 그 사랑을 사는 동안 천천히 갚아 나가겠다고......

 

 『형.』

 『응.』

 『신조 형.』

 『뭐야, 임마.』

 

 신조도 동생의 마음을 알까.

 

 『형한테 도움 될 만한 일이면 난 뭐든 할 거야.』

 『와, 세상 참 든든하다. 그 약속 꼭 지켜라.』

 

 신후는 형이 더욱 그리워졌다.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형이 물었다.

 

 『근데 시간여행 얘기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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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0:40
 
또 오타요. 걷가가 : 걷기가. 이번까지만 지적요. 옥의 티라서요. 흥미만점! 계속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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