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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삼도천에 피는 꽃
작가 : 최은
작품등록일 : 2017.6.15

왕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녀이기도 했던 단화.
그녀의 생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삼도천에 피어오른다.

 
#5
작성일 : 17-06-27 22:10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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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노인은 격해졌던 감정을 추스렸다. 그리고 호원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화의 이야기가 주된 것이었으나, 노인은 그렇게 많은 언급을 원치 않았다.

 은근히 다른 이야기 위주로 말을 돌리는 게 보였다.

 그렇게 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던 중, 호원은 어디선가 싸늘한 기운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가라앉고 음산해지는 느낌.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가볍게 오른 열을 급히 식히는 것 같아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곳이 숲 쪽에 있어서 그런지 종종 이럴 때가 있습니다.”

 노인은 단숨에 변한 호원의 표정을 눈치챘다. 그러고는 가끔 이런다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호원은 오히려 주변을 더 살필 뿐이었다. 을씨년스러운 이 느낌이 무엇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노인의 말에 호원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점점 진해지는 기운에 이 기이한 기운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명확해져갔다.

 그저 자연이 가끔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닌, 도깨비와 귀신 따위의 기운일터.

 그는 그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가 화랑이 되어서 수없이 맞이한 것들이기에.

 품에 있는 화랑 신검과 함께 사특한 미물을 몇이나 베어 넘겼는가.

 그와 그의 검은 몇 번이나 이 기운을 지워냈다. 켜켜이 쌓인 경험이 이는 보통 일이 아님을 가르쳐 주었다.

 호원은 화랑으로서 결코 이 일을 좌시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랑의 존재하는 이유 중, 제일 큰 것이 귀를 멸하는 것이었다.

 바위에서 일어난 그는 근원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짧게 자란 풀들이 호원의 발밑에서 짓이겨졌다. 빠른 그의 움직임에 훅,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노인은 어디론가 사라지려 하는 호원을 놓칠 새라 다급하게 그를 따랐다. 두 명이 그곳에서 사라지자, 잠시 사람이 있었던 티가 났다. 그들이 자리 비운 작은 폭포는 사람의 흔적이 남았으나 다시금 자연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숲의 녹음만이 숨 쉬는 곳으로 돌아갔다.

 항상 단련하는 호원은 쉬이 근원지에 닿았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눈치 챌 정도로 강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근원지의 정체는 바로 단화의 집이었다.

 호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의 시야에 바로 잡히는 것은 마루에 있는 단화와 관리였다. 단화는 언젠가부터 눈을 뜨고 있었고, 관리는 단화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단화는 관리의 등에 무엇이 있는지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쉬지 않고 뛰어오느라 힘들었던 호원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것을 들은 관리가 호원이 왔음을 알아채고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 무슨 일…….”

 관리는 무슨 연유인지 물으려 했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호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질겁 그 자체.

 관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원을 바라봤다.

 하지만 호원의 표정은 관리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관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활화산처럼 기운이 흘러나오는 근원지로 시선을 따라가니, 호원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관리가 아니라 단화였다.

 눈을 부릅뜨고 관리의 등을 보고 있는 그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 단화에게서 느껴졌다.

 호원은 본능적으로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검은 단화 쪽으로 자연히 향해있었다. 이미 집에서 나온 할머니와 그를 따라온 할아비가 함께 그것을 크게 만류했지만, 몇 년의 단련이 쌓인 그를 막을 순 없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자박거리는 소리가 호원이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나타내어 주었다.

 주변 모두가 두려워하며 그의 발걸음을 만류하고 있었으나, 당사자인 호원과 단화는 무엇에 홀린 것일까, 그것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호원은 팔을 뻗어 단화 쪽을 칼을 겨누었다. 검 끝은 단화의 허리춤을 향하고 있었다. 서늘하게 빛나는 검 날이 누군가의 작은 숨소리와 함께 가볍게 움직였다.

 춤을 추는 것인지, 혹은 검 끝을 붓으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유려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자연을 도화지 삼아 그리는 화가와 닮아 있었다.

 이따금씩 거칠어지는 모습만이 그가 검을 들고 있음을 야기시켜줄 뿐이었다.

 호원의 검은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었다. 하나, 그러면서도 단화에게는 조금도 닿지 않았다.

 닿을락 말락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단화는 그 검술이 펼쳐지는 중심에 있었으나 여전히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귀신이 저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시야를 메우고 있어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꾸역꾸역 밀려드는 그것들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었기에 버티며 서 있었다.

 이리 많은 수의 잡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어서, 반쯤은 정신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정체 모를 것에 의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모습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체 모를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정도의 여력은 없었다.

 호원은 화랑 신검을 손에 쥐고 허공을 베어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칼끝이 지나간 길에는 이제 진득하기까지 했던 싸늘한 기운이 사라져 갔다.

 단화를 잡아먹으려던 귀신들은 자신들을 지워내는 호원을 알고 그를 향해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검술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가 사용하는 검술은 마치 귀신들이 보이는 듯 하였다. 닿을라치면 화랑 신검이 그것을 베어내어 거리를 다시 벌렸다.

 “후…….”

 그리고 난을 치는 듯 우아한 검술이 끝나자, 예의 그 기운도 종적을 감추었다.

 기운을 지워내는 것에는 체력은 물론이요, 심력도 소진시켰다.

 진한 탈력감이 호원을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검을 여전히 손에 쥔 채 단화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간만이 멈춘 것 같았다.

 짧은 정적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모든 귀신이 사라져 그제야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보던 단화는 자신이 눈을 뜨고 있던 것도 잊고 있었다.

 그녀의 시야는 방황했다. 아직 남은 잡귀가 있을까 싶어 눈에 힘이 들어가는 데, 시야 속에 낯선 이의 의복이 걸렸다.

 그것을 천천히 따라 올라가니,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숨을 몰아쉬는 사내가 있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머리칼 사이로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아…….”

 힘이 탁 풀렸다. 망연히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호원의 눈빛은 숨 막힐 듯 강렬했다. 단화는 그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을 보았다. 어느 순간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숨을 짧게 쉬었다.

 

 호원은 너무나도 말할 것이 많았다.

 눈을 감고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 진득하고 강렬했던 기운이, 그러니까 사특한 미물들이 어찌하여 모인 것인지. 마지막으로 마을이 이토록 깨끗하고 평화로운 이유가 바로 단화 그녀에 의한 것인지.

 묻고픈 게 너무 많아져 어지러울 정도가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다 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저 없었던 척 하기에는 너무 큰일이었기에, 그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일단…… 나중에 다시 오겠소. 지금은 무언가 말할 상황이 아닌 듯하니.”

 모두가 지금의 일로 진정을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터였다. 여기에 계속 있기에는 호원의 입장으로는 조금 불편하고, 단화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의 입장인 호원이 먼저 그곳에서 벗어나 주는 것이 옳았다.

 호원은 단화네에 쉬라 말하곤, 관리에게 손짓하여 자신과 함께 돌아가도록 했다. 관리는 이런 눈치는 좋은지 금세 호원에 따라붙었다.

 한 번 지나온 숲길이고, 길도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에 힘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의 일이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소모가 심했기에 그는 입을 다문 채 걸었다.

 대신 곁의 관리가 입을 열었다.

 “이야,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신기하군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갑작스러운 감탄에 호원은 무슨 소린가 싶었다. 관리는 관심을 가지는 호원이 못내 반가웠는지 신나하며 이야기를 풀었다.

 “호원랑께서도 방금 전 보셨다시피, 단화 아씨께서 제 어깨를 봐주셨지 않습니까? 이 어깨의 통증이 무슨 짓을 하여도 낫지 않던 것인데, 놀랍게도 오늘 아씨가 조금 봐주자마자 귀신 같이 사라져서…….”

 관리의 말에 호원은 크게 움찔하며 멈추어 섰다. 그러자 관리도 따라 놀라 말을 멈추며 자리에 멈춰 섰다.

 호원은 몇 번의 헛기침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말해보거라.”

 그에 관리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제가 마루에 앉아서 잠깐 졸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강렬하게 닿기에 눈을 떴지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는데…… 글세, 그 시선의 주인이 단화 아씨 아니겠습니까?”

 “눈을 뜨고 바라본 것이란 거냐?”

 관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해서 더욱이 신비하지요.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그런 느낌이 들다니.”

 그러고는 한번 크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무튼 그래서 무슨 일이시냐고 물으니, 갑자기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고 묻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아프다고 대답은 하니 단화 아씨가 잠시 뒤를 돌아보라 하시었고, 그 후에는 단화 아씨가 제 어깨를 말끔히 치유해 주셨지요.”

 관리는 자신의 어깨를 과장되게 돌려 보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 생각난 표정으로 호원을 보고 물었다.

 “그런데, 대체 아까 전 행하셨던 일은 어찌된 것이었습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게.”

 아까 전에 행했던 일이라 하면, 하나밖에 없었다. 필시 그가 화랑 신검으로 귀신들을 베어낸 일이겠지.

 호원은 그런 관리의 물음을 무시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애써 숨겼지만, 호원의 속은 놀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하나로 이어지는 사실들에 침음을 삼켰다.

 일곱 번째 공주인 단화, 왜 일곱 번째 공주가 불려졌는지가 점점 명확해져갔다.

 왕께서 편찮으신 연유가 바로 귀신, 그런 사특한 미물과 관련이 있고 일곱째 공주인 단화가 그것들과 관련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리 정리하면 모든 것들의 아귀가 맞아들어 갔다.

 그러한 답이 나온 호원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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