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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워스트셀러 - 외설작가 아가씨
작가 : 미르지기
작품등록일 : 2017.6.20

사릴 카리즈 공작 영애, 제국에 단 두 개 뿐인 위세 높은 공작가의 외동딸.

그런 그녀에겐 남들과 다른 비밀이 하나 있다. 그녀가 작가라는 것이었다.

사릴 카리즈는 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얼굴이 홧홧해질 정도로 달아오르는 문장과 전개. 그게 그녀의 자랑이자 특기였다.

 
6. 벤 경 (1)
작성일 : 17-06-27 14:46     조회 : 318     추천 : 1     분량 : 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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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은 기분이 좋았다. 식상한 말이지만 이 말 외에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기사들이 웃는 낯을 한 벤을 보고 기겁을 해도 용서해주었다. 사실 보기에 썩 안 좋은 광경일 것이다. 얼굴도 험상궂은 인간이 헤벌쭉해서 흐느적거리는 꼴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벤 경.”

 

 벤은 웃는 낯 그대로 몸을 돌렸다. 어쩐지 겁에 질린 기사 셋이 서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벤이 직접 명령을 내린 자들이었다.

 

 “아무래도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붙임성 있는 사내가 살짝 웃으며 말을 붙였다.

 

 “안테아 경, 아니 안테아는 곧 쫓겨날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가 아니지. 쫓겨날 예정입니다! 하고 딱 말하라고.”

 

 큰 소리로 대답이 날아왔다. 벤은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물론 평소에 벤이 큰 소리를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작게 말하는 건 기사들이 할 짓이 아니라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비록 지금 복도엔 아무도 없다지만 혹시,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다. 이 일련의 사태가 벤의 손에서 일어났다는 게 퍼지면 좋지 않다. 이 멍청이들은 생각이란 걸 하고 있는 건가?

 

 “그래, 수고했다.”

 

 간만에 칭찬이어서 그랬을까. 기사들은 밝은 표정으로 벤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주인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취하고 칭찬을 바라는 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덩치도 산만하고 얼굴도 험악한 남정네들이 저러고 있으니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지만.

 

 벤은 안테아를 찾아가볼까 생각했다. 공작과 대면한 후 굳은 표정으로 나왔다고 했으니 지금쯤 신경을 건드리면 반응이 있을 거였다. 그 때였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그를 불러 세웠다.

 “벤 경.”

 

 공작의 딸, 사릴 아가씨였다. 벤은 깜짝 놀라 인사를 했다.

 

 “아가씨.”

 

 그러면서 흘긋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에 접점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서로 껄끄러워 하는 상대였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제 시녀에 대해서 할 말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벤은 표정을 관리하려 애썼다. 그녀의 말투에는 뭔가 찝찝한 것이 묻어 있었다. 단순히 아까 있었던 소동을 말하려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설마, 그 여자애가 다 털어놓은 건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아, 일단 들어오시죠.”

 “기꺼이.”

 

 벤은 그녀를 방으로 안내했다. 사릴은 조신하고 우아하게 대꾸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께서 벤 경에게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공작님께서 말입니까.”

 “아까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명하셨습니다.”

 

 벤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태도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사릴은 벤과 마주치면 아주 쌀쌀맞게 인사하고 휙 돌아서곤 했다. 아마 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들었기에 그랬을 거였다.

 

 과장된 측면이 있겠지만 대부분 사실인 걸 벤 자신이 더 잘 알아서, 벤도 굳이 사릴과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안테아 경에 대한 조사와, 앤이라는 시녀......”

 

 앤의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였다. 벤은 순간적으로 흠칫해 말을 끊었다. 사릴의 눈빛이 아주 살벌하게 바뀌었다. 평생을 칼밥 먹으며 살아온 그도 잠깐 멈추게 할 만큼 날카로운 기운이었다. 그녀가 곧 눈에 힘을 풀긴 했지만 벤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왜 그러시죠?”

 

 마치, 카리즈 공작이 정말로 화났을 때 나오는 분위기였다. 역시 핏줄은 무서운 거구나 하고 벤은 생각했다.

 

 “아니, 아닙니다.”

 “계속 말할게요. 벤 경이 해주실 일은 그게 아닙니다. 제 시녀가 가지고 있던, ‘품위 없는 소설’에 대해서입니다.”

 

 아, 그거인가. 그 소설이라면 분명 벤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사실 반 정도는 우연한 일이었다. 벤이 앤에게 호감을 가진 건 꽤 오래된 일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풍기는 분위기나 얼굴에서 드러나는 묘한 성숙함에 이끌렸다. 잘 정돈된 붉은 머리나 살짝 살짝 드러나는 목선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 주위를 얼쩡거렸다. 사릴의 시녀라서 엄격한 성격이라는 것을 안 뒤로는 다른 여자들을 건드리거나, 성의 외곽에 있는 집창촌에도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앤은 넘어오지 않았다. 도리어 무서운 짐승이라도 보는 양으로 벤을 피했다.

 

 그는 화가 났으나 꾹 참았다. 왜 안 넘어올까. 방식이 잘못되었나? 벤은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부드럽게 접근했다면 이제는 박력 있게 나가야 할 때다. 우연을 가장해서 손이나 머리를 살짝 살짝 만졌고 때로는 강하게 몰아 붙여 거의 껴안다시피 하며 애정을 갈구했다.

 

 잘 될 거야. 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외설을 보게 된 순간도 벤은 앤을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마음을 얻기 위한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초조해지던 참이었다.

 

 앤은 벤이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녀는 조금 외진 공간으로 들어서더니, 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계속해서 읽었다. 벤이 지루해져서, 이 때쯤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때까지.

 

 그 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각난 듯 앤은 몸을 돌려 그 곳을 벗어났다. 벤은 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리도 은밀히, 그리고 오래토록 붙들고 있나 궁금했다.

 

 그 책은 외설이었다. 아니, 그냥 외설이 아니었다. 무려 동성애적 소재가 쓰인 소설이었다.

 

 “그 소설을 찬찬히 읽고 조사해서, 어떤 부분이 어떤 식으로 잘못되어 있고 품위가 떨어지는지 정리해오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걸 토대로, 앤을 벌하겠다는 말이에요.”

 

 벤은 흔쾌히 알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건방진 시녀를 혼내주는 방식으로는 아주 최적이었다.

 이 벤 경께서 그토록 매달렸는데도 넘어오지 않는 도도한 것. 아주 잘 된 일이지. 더불어 안테아, 그 새끼도 같이 물 먹이고 말이야. 벤은 사릴에게 물었다.

 

 “안테아 경에 대해서는 말씀 없으셨습니까?”

 “그것 역시 벤 경의 조사를 바탕으로 정할 거예요.”

 

 --

 

 안테아는 검을 휘둘렀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팔이 점차 뻣뻣해져도 멈추지 않았다. 공작과의 독대가 계속 머리에서 맴돌았다.

 

 ‘난 사실 상관없어. 안테아 경. 무슨 말인지 알겠나? 기사들이 시녀들을 희롱하거나 매춘 행위를 하는 것보다 외설을 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네. 성에 대해서 어떤 취향이든 위법행위나 명예를 실추시키는 대외적인 행위만 아니면, 그것도 신경 쓰지 않네.’

 

 ‘그런데 왜 하필 사릴의 시녀에게 그런 걸 맡긴 건가? 아까 벤 경이 읽는 걸 들었네. 그런 말도 안 되는 외설을 사릴 근처에 놔둔 게 잘못이네. 자칫해서 아이가 어긋나지 않을까 걱정이란 말이네.’

 

 저기, 공작님. 그 말도 안 되는 외설, 따님께서 쓰신 겁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안테아는 결국 사죄의 말밖에 하지 못했고 공작은 끙 소리를 내고는, 향후 처벌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안테아 경이다.”

 “어머, 어쩐 일일까. 그 소식 들었어?”

 

 수련장을 지나치는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낯짝도 두껍다는 표현이 있다. 보통 뻔뻔한 인간을 모욕할 때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그러나 안테아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그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질을 뜻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헛소문이나 시기 질투에 휘둘리지 말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그건 낯짝이 두꺼워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안테아가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사릴 카리즈 아가씨. 그녀였다. 아까 접근했을 때 느꼈던 떨림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향기가 났다. 이제껏 맡아보지 못한 향기였다. 그를 올려다보는 고운 눈매를, 살짝 닿았을 때 자신의 거친 손과는 다른 부드러운 피부를 떠올렸다.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아니다. 안테아는 몸을 더욱 거칠게 굴렸다. 나는 아가씨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볼 뿐이다. 나는 독자로서 그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것뿐이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자.

 

 그의 손에서 검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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