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시에스타
작성일 : 17-06-26 23:54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0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만나고 싶었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밝게 웃으며, 엉망진창인 얼굴로 세희가 말했다.

 만나고 싶었다는 그 말에 마음이 거대하게 일렁인다.

 여러 의미를 담고있는 그 한마디에서 가장 와닿는 것은 세희가 날 버렸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연락이 끊긴 '어떠한 사정'은 나만의 덧없는 희망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있었던 것이다.

 "이젠 내 차례지? 이번엔 내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게."

 검지를 가져가 세희의 눈가를 닦아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들려줘."

 이렇게 우는 건 얼마만일까. 몇 년이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두 사람 모두 정말 엉망진창인 날이다.

 그 뒤로 세희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그 남자애와 짓궃은 장난을 쳐대며 항상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지만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도 서로 다른 지망이었다. 졸업을 하고나서 서로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 남자애와 매일 전화를 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나면 만날 기회가 더욱 적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만나서 놀고싶은 마음이 가득해 다음 날 남자애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지만 사건이 터지게 된다.

 악덕 부동산 업자의 사기로 이사갈 집과 막대한 재산을 잃게 된 것이다.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되어 만나서 놀자는 그 말은 전해지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참다못한 세희는 마침내 그 남자애를 찾기로 작정하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남자애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그때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교사라면 남자애의 집주소라든가 전화번호를 알지 않을까?

 희망을 품으며 초등학교로 찾아갔지만 허탈하게도 담임이었던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근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원점으로 돌아온 세희는 남자애를 찾아다녔지만, 돌이켜보니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있었고, 연락이 끊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고립과 고독의 연속이었던 망가진 학교생활속에서 그 남자애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고통을 견디지 못한 세희는 퇴학을 하게되었다.

 인생이 망가져버렸다. 순식간에 중졸이라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둘이서 초등학생때 전교 1등을 했던 그 시절이 겹쳐져 괴리감을 느끼는 순간, 겉잡을 수 없는 불안함이 덮쳐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못해 때때로 기분이 내키면 거리를 돌아다녔다.

 여전히 찾지 못한 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성인을 맞이하게 되었다.

 중졸이라는 최종학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변변찮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적당하게 살아갔다.

 시야에 비춰지는 풍경이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길어 미용실에 들르기 위해 건물에 들어간 그때, 타이밍 좋게 가스폭발이 일어났다.

 인생이란게 정말 불공평하다는 건 잘 알고있었지만, 이정도까지 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또다시 자기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항상 회색이었던 일상조차 망가진다.

 그렇게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리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갈 곳을 잃어 방황하던 도중 아현을 만났다.

 착한 그 사람은 자신에게 갈 곳을 제공해주었고 둘이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아현 누나와 쇼핑을 하던 도중 마트에서 어떤 유령소년과 머리를 부딪쳤다.

 뒤돌아 그 모습을 바라본 순간, 기적이 일어난 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의 이름을 밝히는 소년은 자신이 줄곧 찾고있던 유가은이라는 남자애였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소녀의, 세희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된 이유가 길고 긴 시간을 지나 밝혀졌다.

 악덕 부동산 업자의 만행이 전부였을 뿐.

 "결국엔 너도 나랑 같은 처지였구나."

 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그 마음과 찾고 싶었던 그 마음은 서로 같았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현 누나가 내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어."

 "……응. 아현 누나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부탁했거든. 무서웠어. 네가 기억해주지 못할까봐. 그래서 이름을 숨겼어."

 날 줄곧 생각해주었던 자신의 노력과는 반대로 기억조차 해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이름을 숨긴 것이다.

 언젠가 자신에 대해서 떠올리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바보. 잊을리가 없잖아."

 잊을리가 없다. 단순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

 세희가 내 눈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가 눈물을 스윽 훔치더니 키를 가늠했다.

 "그땐 내 키가 더 컸는데 지금은 네가 더 크네."

 "그러게. 남자치곤 큰 편은 아니지만."

 그러자 세희가 품에 안겨오더니 배시시 웃으며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품에 안길 수 있어."

 그리곤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세희의 어깨를 감싸며 끌어안았다.

 

 

 

 

 

 

 

 

 품에 세희를 감싸며 운동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졸업식 전 날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참, 그러고보니 우리가 날렸던 비행기 말이야. 혹시 아직까지 있으려나?"

 소원을 적어서 날렸던 종이비행기.

 운동장 어딘가에 불시착했다면 지금에 와서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번 찾아볼까?"

 "그러자."

 세희의 제안에 수긍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깍지손을 잡고서 천천히 걸으며 운동장 한바퀴를 돌았다. 당연하게도 종이비행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는 커녕 관리가 잘되어있는 탓에 웬만한 쓰레기도 거의 보이질 않았다.

 "없는 게 당연한 거겠지만."

 막연하게 찾을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에 돌아봤지만 역시 조금 아쉬웠다.

 포기하고 발을 떼려던 그때.

 "아!"

 뭔가 불쑥 떠오른듯 세희가 소리쳤다.

 "날린 게 아니야! 아니. 정확히는 날렸지만 그 뒤에 다시 주워서 다른 곳에 묻었어."

 "아참! 그랬었지!"

 깜빡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날린 종이비행기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떨어졌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버려지거나 밟혀 찢어질까봐.

 그게 싫어 우리는 운동장에 내려가 차라리 비행기를 다른 곳에 묻어두기로 했다.

 자연스레 그 사실을 떠올림과 동시에 묻어둔 장소까지 알아버렸다.

 우리의 시선이 향한 곳은 운동장 구석쪽에 위치한 철봉이었다.

 "분명 세번 째 철봉이었을거야."

 세희의 손을 잡고 그 곳으로 향했다.

 세번 째 철봉 밑에서 우리는 모래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깊은 곳에 묻어뒀는지 계속해서 파내보아도 좀처럼 보일 기미가 없는 종이비행기.

 하지만 계속해서 파내다보니 종이의 모서리 부분이 보였다.

 반가운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던 우리는 끝까지 파냈고, 결국 두 개의 찌그러진 종이비행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종이비행기엔 각각에 흐릿한 잉크로 '가은'과 '세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세상에……. 정말로 발견했어……."

 반 쯤 농담으로 꺼낸 이야기였지만 실제로 발견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종이비행기를 보고있자니 심장이 떨린다.

 "혹시 이 안에 쓰여있는 내용 기억해……?"

 세희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넌?"

 "나도……."

 서로의 소원을 적었다는 것까진 기억하고 있다만 그 내용이 뭔지는 까먹었다.

 게다가 그 내용을 서로에게 비밀로 해두고 언젠가 꺼내는 순간이 찾아올 때 보여주기로 했다.

 "잠깐만."

 천천히 내 종이비행기를 펼치려던 그때였다.

 세희가 날 멈춰세우더니 재밌는 제안을 해왔다.

 "서로 바꿔서 펼쳐보자."

 "오. 그거 재밌겠네."

 "그치?"

 발견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떨리는데 저런 재밌는 소리까지 겹쳐진다면 어린애나 다름없을 정도로 두근거리게 된다.

 그런 표정으로 우리는 서로 들고있는 종이비행기를 교환했다.

 나는 세희의 것을, 세희는 내 것을.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비행기를 펼쳤다.

 그리고 그 곳에 흐릿하게 적혀진 문장을 읽었을 때, 조건반사같은 느낌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름 잘쓰려고 노력한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어설픈 느낌이 묻어나오는 초등학생의 글씨체.

 누렇게 변한 종이엔 그 시절의 우리들의 소원이 적혀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나와 똑같은 얼굴로 세희가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는 반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를 좁히며 서로를 조용히 감싸안았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처음 알았다. 혹시나 망가질까봐 불안함이 들 정도로 세희는 겉보기완 달리 여리여리하다는 것을.

 "놓지 않을거야."

 그동안에 느꼈던 외로움이 실린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쳐지나간다.

 껴안았던 품을 살포시 느슨하게 만들며 서로를 그윽하게 마주보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빛나던 한 줄기의 황혼 빛이 모습을 감추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날아라, 종이비행기 2017 / 7 / 4 269 0 4092   
31 날아라, 종이비행기 2017 / 7 / 3 252 0 4931   
30 날아라, 종이비행기 2017 / 7 / 3 243 0 3921   
29 날아라, 종이비행기 2017 / 7 / 2 247 0 4152   
28 시에스타 2017 / 7 / 1 228 0 7171   
27 시에스타 2017 / 7 / 1 247 0 4461   
26 시에스타 2017 / 7 / 1 232 0 4072   
25 시에스타 2017 / 7 / 1 258 0 4012   
24 시에스타 2017 / 6 / 26 235 0 4001   
23 재회 2017 / 6 / 25 254 0 11872   
22 재회 2017 / 6 / 24 238 0 4588   
21 재회 2017 / 6 / 23 251 0 5992   
20 재회 2017 / 6 / 22 254 0 4409   
19 재회 2017 / 6 / 20 258 0 6817   
18 재회 2017 / 6 / 19 234 0 4695   
17 재회 2017 / 6 / 18 264 0 4034   
16 재회 2017 / 6 / 17 253 0 4617   
15 재회 2017 / 6 / 16 268 0 4742   
14 Home 2017 / 6 / 15 252 0 5220   
13 Home 2017 / 6 / 14 261 0 6797   
12 Home 2017 / 6 / 13 247 0 5718   
11 변하지 않는 것 2017 / 6 / 12 393 0 1994   
10 변하지 않는 것 2017 / 6 / 12 234 0 5882   
9 변하지 않는 것 2017 / 6 / 12 229 0 5340   
8 변하지 않는 것 2017 / 6 / 12 249 0 7052   
7 변하지 않는 것 2017 / 6 / 10 253 0 3963   
6 청색증 2017 / 6 / 9 251 0 922   
5 청색증 2017 / 6 / 9 232 0 6603   
4 청색증 2017 / 6 / 9 228 0 4747   
3 청색증 2017 / 6 / 9 215 0 4325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