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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꽃을 밟지 마세요
작가 : 나루해
작품등록일 : 2017.6.26

첫번째 생에서의 나는 붉은 꽃잎이 활짝 핀 아름답고 영리한 튤립이었다. 종달새들에게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고, 그 작은 화분에서 바람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게 고작이었던 나를......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황제는 황궁에 들어온지 하루도 채 안된 나를 바닥에 내팽겨치는 것도 모자라 발로 밟아 죽였다. 억울하게도 모든게 끝인 줄 알았건만, 다시 태어난 두번째 생은 20년 전의 과거였고, 특별한 능력도 지니고 태어났다. 그래서 이번생은 귀족가문의 금지옥엽으로 태어나 사랑 받으며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7살이 되던 해에 우리가문은 반란군으로 몰려 나를 제외한 모든 가문 사람들이 처형 당했다. 오갈때 없던 나를 진짜 반란군의 수장이라는 자가 데리고 갔다. 작가 이메일 - maylily0205@naver.com.

 
prologue
작성일 : 17-06-26 20:40     조회 : 429     추천 : 0     분량 : 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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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라온하제 제국의 황족 전용인 야외 정원의 수많은 관상용 꽃들 중 하나였다. 그것도 붉디 붉은 튤립이였다.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꽃들도 많았고, 더 좋은 향기를 뿜는 꽃들도 많았다. 그런 내가 그 많고 많은 꽃을 제치고 황제의 집무실에 장식할 꽃으로 선정됬다.

 

  이제는 수많은 꽃들 중 하나라는 타이틀에서 황제의 집무실 장식용 튤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황궁 밖에서 황궁 안으로 들어온 내 기억은 깔깔거리는 궁녀들의 웃음소리로 시작했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건지 그녀들은 나의 붉은 꽃잎을 연신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이것들이 예쁜건 알아가지고.'

 

  궁녀들은 나를 옮긴 화분을 들고선 꽤나 먼 거리를 이동했다. 빠른 걸음이었지만 경박하지 않았고, 흐트러지지 않았다.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언니들, 고마워.'

 

  나는 궁녀들을 쳐다보며 한쪽 눈을 찡긋 해줬다. 물론 그녀들은 내가 눈이라 부르는 나의 암술밖에는 보지 못할테지만 말이다.

 

 "환관님,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이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나를 들고 있는 궁녀가 긴장해서 손에 잔뜩 힘을 준게 나의 뿌리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폐하께서 계시지 않으니 얼른 들어갔다 나오거라."

 

  늙은 환관이 그녀들을 힐끔 흘겨보더니 말했다. 늙은 환관는 궁녀들이 들어갈때까지도 커다란 문 앞에서 한치의 미동없이 서있었다.

 

  문의 테두리는 황금이었고 중간에는 라온하제의 상징인 붉은 호랑이가 조각되어 있었다. 저절로 그 위압감에 움츠리게 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종달새들에게 들어서 알았다. 당연히 그 중심인 황궁의 이야기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본 것과 들은 것은 차이가 컸다.

 

  ...백문이 불여일견 맞나? 붕여일견이었나?

 

  종달새들의 말투를 따라 해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똑똑해보였다.

 

  어쨋든 황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눈이 부셨다. 오면서 보았던 복도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보석이 종달새들이 말한 다이아몬드 같았다.

 

  다이아몬드는 아주 투명해서 그 뒷면이 다 비칠 정도였고, 열어둔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다이아몬드에 반사되어 따뜻한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다이아몬드를 내 화분에 장식 하고싶다. 아주 번쩍번쩍 할텐데. 벽에 엄청 많던데 하나 뽑아가도 모르지 않을까?

 

  "빨리 놓고 가자. 오늘 반란군 수장의 처형식날이라 괜히 불똥 튀길라."

 

  "그래, 빨리가자.'

 

  나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는지 나를 들고 있던 궁녀는 망설임없이 직진했다. 그러고선 나를 고급스러운 가죽 책상 위에 올려 놓고는 잽싸게 이곳을 빠져나갔다.

 

  고요한 방 안에서 할 것이 없어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크게 박제된 늑대 가죽이있었다.

 

  불쌍해라. 먹지도 않을 것을 죽여놓고 왜 구경을 하는지 인간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위를 바라보았더니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대리석 천장에는 라온하제 대륙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신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어찌나 섬세하게 조각 했는지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나에게 축복을 걸어 줄 것만 같았다.

 

  튤립에게 축복을 걸어주면 내가 걸어라도 다닐려나.

 

  바로 내 뒤에 있는 벽장 안에는 검이 있었다. 검손잡이 부분에 붉은 돌같은게 박혀있었고, 검날을 매일 손질이라도 했는지 만지면 그대로 베일 것 같았다.

 

  유리로 벽장이 막혀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이곳에 들어오는 인간들은 항상 두려움에 떨며 들어오리라.

 

  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하냐. 나는 만지는 것조차 하지못할텐데.

 

 

  ***

 

 

  궁녀들이 나를 놓고갔을때에는 창문 밖으로 해가 높이 떠있는게 보였는데 지금은 창문에 해가 보이지않았다. 주변이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이제 곧 있으면 온통 어두컴컴해 질 것이다.

 

  "황제 폐하! 목욕물을 준비하겠사옵니다!"

 

  문 밖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아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늙은 환관의 목소리였다.

 

  쾅!

 

  어찌나 문을 세게 열었는지 아니, 정정한다. 발로 찬거였다. 가죽 책상과 문의 거리는 별로 멀지않았는데 그렇다고 가까운 거리도 아니였다. 얼마나 세게 찼으면 나에게까지 충격으로 불은 바람이 닿을까.

 

  "네놈들의 눈알을 다 없애버리면 내 머릿속에서 그 재수없던 붉은 눈이 사라질까?"

 

  처음 본 황제의 모습은 섬뜩했다. 입에는 미소를 달고 있으면서 저런 대사라니.

 

  끝으로 갈수록 옅어지는 보라색 머리칼은 목을 뒤덮는 길이였고 눈은 제국에 몇 없다는 희귀하고도 신비로운 은안이였다. 짙은 눈썹과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높은 콧대는 조그마한 얼굴에도 뚜렷하게 위치하고 있었고 그 입술은 피를 머금은 양 붉디붉었다.

 

  황제는 여태껏 본 인간들 중에 가장 잘생겼었다. 아니, 이목구비 하나 하나가 신께서 직접 공들여 빚어 만들었는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와 대조되게 얼굴에는 피 몇 방울이 튀어있었고, 본래는 황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웠을 제복이 피로 인해 전부 붉게 물들어있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황금색이 아니었다면 제복의 색이 붉은 색으로 통일되었다고 믿을 정도로 제복은 피 칠갑해져있었다.

 

  "황제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늙은 사내가 소리치자마자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기사와 궁녀, 신하들이 무릎을 꿇었다. 저들은 온몸의 피가 마를 정도로 무섭겠지만 구경하는 입장인 나에게는 장관이 따로 없었다.

 

  "정말 시끄럽구나. 그래, 네놈의 눈알부터 파버리자꾸나."

 

  줄기에 소름이 돋을 것 같다. 황제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늙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황제는 오른쪽에 무릎 꿇고 있던 기사의 검을 뽑아 주저없이 늙은 서기관의 눈에 꽂아버렸다.

 

  "으악!!"

 

  꽃잎을 활짝 피고있는 나는 보기싫어도 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인간들은 잔인했다. 말 못하는 식물부터 자신들과 같은 인간들도 서슴없이 해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황제는 그대로 검을 늙은 사내의 눈에서 뽑더니 사선으로 몸을 베어버렸다.

 

  이곳에서는 궁녀들의 울음 참는 소리와 기사들의 숨 들이키는 소리, 신하들의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다들 황제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가만히 숨죽여있었다. 확실히 가만히 있는게 답인 것 같았다.

 

  "자, 다음은 누구로 할까?"

 

  황제가 무릎꿇은 이들을 웃으면서 훌터보았다. 분명 입꼬리는 올라가있으나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것이 웃음이라고 생각하지않았다. 황제의 눈이 다시 차갑게 빛났다.

 

  "너의 눈이 그 놈과 닮았구나."

 

  황제의 검이 이번엔 숨죽여 울고있던 궁녀의 붉은 눈에 닿았다. 궁녀는 두려움이 극치에 도달했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려댔다.

 

  "......제,제발 자비를......!"

 

 

  싸악

 

 

  황제는 궁녀의 눈이 아니라 목을 그어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검놀임이었다. 궁녀의 피가 황제의 제복에 흠뻑 뿌려졌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목소리가 그 놈과는 다르구나."

 

  무슨 저런 억지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생명도 꽃잎 바스러뜨리듯이 단숨에 끊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바로 그 순간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황제의 눈이겠지만 황제는 나의 암술일 것이었다. 피 갑칠을 한 인간이 나를 쳐다보니 끔찍했다. 본능적으로 불안감이 덮쳐왔다.

 

  "오호, 아주 그 놈의 붉은 눈을 뽑아 박은것 같구나."

 

  황제가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며 나에게 다가왔다. 바닥에는 하얀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칼에 묻은 피 때문에 황제가 걸을 때마다 길게 한줄이 그어졌다.

 

  콰창창

 

  헐. 나 지금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거야? 그보다 엄청 아프다.

 

  황제는 손도 사용하기 귀찮다는 듯이 검으로 나를 가죽 책상에서 밀어버렸다. 비취색의 유리 화분이 작렬하게 깨지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준 흙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보통 인간들은 식물은 고통을 안 느낄거라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식물도 똑같이 고통을 느꼈다.

 

  꽈직.

 

  하지만 황제는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발로 밟고 짓뭉겠다.

 

  줄기가 끊어지고 꽃잎이 짓뭉게져 꽃잎의 붉은 색소가 하얀 카펫에 물들어갔다. 그리고 이게 튤립으로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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