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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왕국의 그 남자 (계속)
작성일 : 17-06-26 12:32     조회 : 512     추천 : 2     분량 : 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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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다. 발끝부터 잠기던 그 어둠에 뛰어든 걸 지금 후회하는지 어떤지 모른다. 감정따윌 느끼는 것은 사치다. 내장이 흔들리는 통증에 욱하고 헛구역질을 하는데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박진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을 껌뻑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며칠째 같았다.

 

 해가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위쪽에 있는 조그만 틈새는 실내로 난 건지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양쪽 손은 수갑으로 묶여 늘어뜨려져 있고, 발목은 차꼬에 묶였다. 체중이 손목에 실려서 처음에는 손목이 너무 아팠는데 이제는 팔이 저리지도 않는다. 아픈 것이 싫었는데 이제는 무감각한 것이 두렵다. 땀이 피와 함께 섞여 온몸에 흐른다.

 

 ‘아니, 아직 괜찮다.’

 

 군대를 다녀온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는 현역으로 군대를 제대했고 고문에 견디는 훈련을 받았다. 아마 받았을 것이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라고 했다. 그는 거리낌없이 비명을 질렀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반응은 더 좋지 않았다.

 

 그는 입에 고여있던 핏물을 뱉었다. 이가 흔들리는 것 같다. 이제 더이상 배는 고프지 않다. 다시 눈을 감고서 나직히 한숨을 내쉰다. 온몸에 힘을 빼고 긴장을 푼다.

 

 ‘소희야….’

 

 자신은 군대에서 훈련이라도 받았다지만 걔는 대체 무슨 상관인가? 옆방에 있는 건 아니겠지. 간간이 옆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는 분명 남자의 것이었다. 어쩌면 남자, 여자 모두 분리해서 방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소희를 떠올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울화와 분노, 염려와 걱정, 한숨과 눈물이 한꺼번에 밀려올 것 같다. 그동안 그는 애써 소희를 잊으려 했다.

 

 대신 그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건물 안 지하 어딘가다. 호수 곁에 있던 구식 건물에서 걸어서 왔다. 작은 갈색 벽돌 성의 지하다. 그리 많이 걷지 않았으니 여기서 나간다면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반쯤 정신을 잃고 있었으나 중간 중간 애써 주변을 살피려 했다.

 

 그를 납치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랍계 테러리스트인가? 아니, 그러기엔 여기에 왔던 수단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외계인? 아니면 초능력자들? 점점 더 터무니없는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언제인가. 그는 애써 턱을 가슴께에 비볐다. 꺼끌꺼끌하게 자란 걸 보면 최소한 2주, 아니,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으니 아마 3-4주는 더 지났을 수도 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면 소희는 웃을 것이다. “팀장님도 완벽하지 않을 때가 있네요.” 우습게도 그녀는 그가 허술한 모습을 보이면 웃고는 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모진 말만 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나게 되면 사탕처럼 달콤한 말만 해 주리라. 만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말이지만….

 

 ‘아냐,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철컹, 철컹, 철컹 하고 사슬이 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우는 비교적 성한 오른발 발목을 들어 신호에 답례했다. 철컹, 철컹, 철컹. 모스 부호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는 이 신호는 누군가 일부러 보내는 것이다. 어두컴컴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느끼기 어려운 이 지옥에서 그가 살아있다고 유일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혼자가 아니다. 누군지 모를 감옥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멀리서부터 자박자박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다. 사냥터에 놔준 토끼처럼 귀가 움찔했다. 이쪽 방으로 다가오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옆방일 수도 있다. 여기였으면 좋겠다, 풀어주는 손길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옆방이어라, 옆방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그는 숨소리를 낮게 죽였다. 잠시나마 느꼈던 옆방 동료에 대한 동질감이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노력도 소용없이 그의 방문이 열렸다. 오래된 돌쩌귀가 그 대신 비명을 질러주었다. 끼긱하는 기분나쁜 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무 타는 냄새가 독하게 났다. 방안에 자욱하게 회새 연기가 퍼졌다.

 

 “횃불 좀 좋은 거 써라…사과나무 같은 거. 사과향 난단다.”

 “%#^$^!#$$%%?”

 “아니면 랜턴을 쓰라고. 손전등 말야, 손전등.”

 

 그는 퉁명스레 상대가 이해 못할 말을 내뱉었다. 상대는 격렬하게 무어라 말을 뱉어냈다. 진우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무언가를 내밀었다.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눈에는 빛이 너무 강했다. 눈이 아팠다. 연기 때문에 눈이 매운 건지도 모르겠다. 눈에 눈물이 고여 앞이 부옇게 보였다.

 

 손톱보다 작다. 동그랗고 흰데 묘하게 납작하다.

 금색의 침이 삐죽하니 나와 있다. 거기에 약간 붉은 것이 묻어 있다.

 

 뇌가 정지해버린 듯 저게 무엇인지 인식하는데 한참 걸렸다.

 

 진주 귀고리였다.

 

 그걸 처음 본 날이 기억났다. 햇살이 눈부신 여름날이었다. 아직 갓 입사한 햇병아리였을 때, 새끼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달랑거리는 귀고리를 하고 왔다.

 마침 그날 현장에 나가게 되서 노란 헬멧을 써야 했다. 헬멧에 귀고리가 걸려 망가졌다고 울상을 해서 야단을 쳤다. 어쩔 줄 몰라하던 녀석은 귀고리를 빼더니 금사슬만 분리해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러면 괜찮지 않냐고 제딴에는 씩씩하게 웃으며 장난치듯 말을 걸던 소희….

 

 “팀장님, 이거 진주가 신기하게 납작하지 않아요? 못난이 진주래요. 일부러 이뻐서 샀어요. 다 동그래서 이쁜데, 이건 좀 저 닮은 거 같아요.”

 

 눈꼬리가 가늘어지며 입이 벌어진다. 눈썹이 활짝 올라가면서 웃는 얼굴이 되는데 그 얼굴이 참 맑았다. 이래서 미소를 꽃이 피는 것 같다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얼굴과 귀, 귀에 단 진주 귀고리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이 쿵쿵 뛰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상대는 흡족한 듯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진우는 눈치챘다.

 

 흰 옷을 입은 창백한 남자는 매일 오던 서툰 고문관이 아니었다. 그는 드물게 오는 사람이었다. 등을 꼿꼿하게 펴고 긴 머리를 뒤로 땋고 화려한 옷을 입은 것이 여기 있던 놈보다 꽤 사회적 지위가 있어 보였다.

 

 “소희는, 소희는?”

 

 그는 말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쉬어버린 목소리가 남의 것 같다. 손끝부터 바들바들 떨린다. 떨림이 손끝을 타고 올라와서 손목을 지나 어깨를 지난다. 전신에 퍼진 떨림은 공포, 분노, 절망이 뒤섞여 심장을 공격한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 불안하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무섭다. 현재가 두렵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으니 소희는 내버려둬!”

 

 찢어지는 것 같은 비명을 내지르고서 그는 눈을 감았다.

 

 .

 .

 .

 

 어깨에 맨 부드럽고 붉은 띠는 단순히 천조각이 아니다. 신으로부터 받은 교황의 권위를 상징한다. 새로 인정받은 교황의 피 한 방울과 전 교황의 피 한 방울을 섞어, 붉은 나무열매를 으깬 것과 함께 흰 비단을 염색한다. 금색이나 은색의 실로 교황의 이름과 신의 이름을 복잡하게 짜 넣어 자수를 넣고, 죽을 때에 함께 묻힌다. 어디를 가도 떼 놓을 수 없고 자거나 목욕할 때 외에는 벗지도 않는다.

 

 붉은 띠를 만지작거리며 니콜라이 교황은 앞에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노예보다도 짧은 머리를 보면 신분이 낮은 것은 분명한데, 걸치고 있던 복색은 꽤 좋아 보였다. 옷이 특이한 건 그렇다치고 만듦새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과연 천국은 노예조차 좋은 옷을 입는가 하고 그는 신기해했다.

 

 이방인 남자는 아주 약했다.

 

 팔목이나 손목을 자른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식사와 물을 중단하고 며칠간 지하 감옥에서 벌을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여름 개같이 혀를 빼물고 헥헥거리며 죽을 것 같은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신의 나라에서 신탁을 받아 왔다고 해도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니콜라이의 생각에 이정도 벌은 받아도 마땅했다. 여주인을 지키고 봉사하기 위해서 함께 온 모양인데 충성심이라곤 없이 축 늘어져 있던 걸 모습을 떠올리면 더했다. 이 노예놈은 신께서 부여하신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의 사도로써 적절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분명히 왕의 말대로 손목이나 팔목을 자르거나, 몸에 남는 흉터를 남기지는 않았다.

 

 다만 여주인의 것과 아주 닮게 만든 장신구를 보고 반응한 걸 보면 충성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슬슬 처벌을 중단하고 구슬릴 때가 온 것이다. 여주인에게 돌려보내기 전, 신께서 무엇을 계획하시는지 명확히 알기 위해 저 노예가 필요했다. 어디에서 온 누구건 그에게 중요한 것을 알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신의 크나큰 계획대로 이루어지려면 약하고 쓸모없는 저 남자 또한 필요하다. 남자의 충성심 또한 그 계획에 주춧돌이 될 것이다.

 

 니콜라이는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지하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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