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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05 왕국의 그녀
작성일 : 17-06-26 12:28     조회 : 318     추천 : 2     분량 : 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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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를 배우는 것만도 한참 걸렸다. 처음부터 날짜를 셌어야 하는 건데, 어느 순간 깨달았을 때에는 여기서 한 달이 넘게 지난 후였다. 지금은 낯설지 않은 하얀 방에서 일어나서, 시중을 받으며 옷을 입는다. 이제는 언제 팔을 들고 언제 다리를 들어야 하는지 익숙하다. 가져다주는대로 입으며 불평하지 않는다. 오늘 입은 파랗고 하얀 옷은 오른팔에 차고 있는 금시계와 어울리지 않았다.

 

 원래 입고 있던 옷도, 신발도 전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다. 물어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일 꽉 조여도 한참이나 남는 금시계는 커다란 판에 태엽을 돌려 감는 구식으로, 그녀가 갖고 있는 물건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물건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다.

 

 “왜 이 시곈지… 하다못해 내 지샥 시계였으면….”

 

 불평하면서도 소희는 습관적으로 오른팔목을 만지작거렸다. 저번달에 샀던 지샥 시계는 저렴한 보급형 라인으로 10미터 방수 및 기압 측정, 나침반 등 다양한 기능이 있었다. 지금 있으면 딱 좋을 기능이다. 이 구식 시계는 째깍째깍 시끄럽고, 물을 먹어서 그런지 잘 맞지 않았다. 맨날 떽떽거리기만 하던 직속 상사, 팀장 것이다. 과묵하면서도 할말은 다 하던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계속 소리를 낸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건, 이 시계가 그녀 손에 있다는 점이었다. 팀장은 이 시계를 손목에 항상 차고 다녔다. 어둠 속에 잠겨 죽는 줄만 알았던 그 순간 그는 문밖에서 문을 쾅쾅 치고 있었다. 절박하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고 소리쳤다. 어째서 자신은 그 순간 그를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소희님, 이제 갈 시간이세요>

 <소희님, 이제 갑시다>

 

 이제 얼굴이 익은 갈색 머리 시녀가 노래부르듯 재잘거리며 소희를 재촉했다. 소희는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처음 보는 금발 머리 시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희가 차고 있는 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ㅈㅅㅈㄷ ㅈㄷㅈㅅㅈ해요. 이건 ㅉㅉ해요.>

 

 금발 머리 시녀는 조심스레 금실로 여러 겹 겹쳐진 팔찌를 들어올려 보여주었다. 실뜨기한 것처럼 여러 겹 겹쳐진 얇은 금사슬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빛나는 팔찌에는 진주가 방울방울 장식되어 마치 아침 이슬이 장식된 거미줄 같았다.

 

 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금발 머리 시녀는 다시금 손을 뻗어 금시계를 건드렸다. 풀려는 듯한 몸짓에 소희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손을 뿌리치며 높게 외쳤다.

 

 <싫어! 만지지마!>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금발 머리 시녀는 뒤로 물러났다.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쿵쿵 박았다. 카펫이 깔린 바닥에 몇 번이고 앞머리를 가져다댔다. 앞이마에 한 금속제 장식띠가 이마에 파고들어가 붉은 자국이 주변에 남았다.

 

 <미안합니다 소이님, 미안합니다>

 

  갈색 머리 시녀가 작은 종을 울렸다. 찌릉, 하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소희는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갑옷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와서 시녀를 끌어내는 동안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갈색 머리 시녀는 무어라 말하고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마 사과의 말 같았다.

 

 <높으신 분을 ㅉㄸㄲ 해서 ㅛㄲㅉ하여 ㅉㅃㄸㄲ합니다>

 <ㅉㅃㄸㄲ합니다>

 

 소희는 정말로,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금팔찌는 정말로 예뻤다. 지금 입고 있는 옷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추천해 주고 싶었던 거잖아. 이게 정말로 안 어울려서….’

 

 <별일 없나>

 

 소희는 양쪽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조심스레 허리를 숙였다. 여기에 와서 제일 처음 배운 인사 방법이었다. 이 사람을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그는 이렇게 부르면 기뻐했다.

 

 <아빠>

 <그래, 소히>

 

 그러면 그는, 아주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그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다른 호칭으로 불렀다. 아마 남자와 여자가 부르는 호칭이 다른 듯 싶었다. 그것도 헷갈리는 것이 갑옷을 입은 기사가 그를 부르는 칭호와 제복을 입은 사무직 종사자랄까, 행정직들이 그를 부르는 칭호가 또 달랐다. 다를 뿐만 아니라 길었다. 심지어 그게 이름인지 직책명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안에 ‘맠시밀리암’이라는 이름이 여러 차례 들어가는 걸 보면 그게 가문명이든지 개인명이든지 뭔가 그를 상징하는 고유한 칭호인 건 분명했다.

 

 <아빠, 아까 여자가>

 <걱정마라, 처리했다.>

 <처리?>

 

 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일을 전부 하나하나 물어볼 순 없다. 그녀는 열심히 배워가고 있었지만 아직 많은 것이 부족했다. 공작은 입가를 살짝 치켜올렸다.

 

 딸이 없었던 공작은 새로이 맡겨진 여자를 자녀처럼 돌보기로 했다. 사실은 여자가 해야 할 일이지만 공작의 부인, 전 왕녀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 기사단원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긴 공작에게 낯선 여자를 저택에 들인다는 건 커다란 도전이었다.

 

 공작은 이 새로운 임무를 아주 성실하게 수행했다.

 

 원래 문안 인사를 받아야할 입장이지만 직접 찾아가서 시녀들을 감독하고 식사를 잘 하는지 살폈다. 교사들을 면접하고 얼마나 배워가는지 진도를 파악했다. 단 한 명이라서 기사단원 수십 명을 돌보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은 덜 들었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어려웠다. 기사단원이라면야 봄까지 기마에 익숙해지고 여름까지 중장 갑옷을 걸치고 궁전을 20바퀴 돌 수 있을 정도까지 체력을 기른다 등등 이미 설정된 목표가 있다.

 

 왕이 제시한 기준은 있었으나 그 기준은 현재로 보기엔 너무 높았다. 공작이 보기엔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전에 말이라도 통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왕비가 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그보다 더 많았다. 공작은 진심으로 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저택에 소이가 들어온지 세 달, 분위기가 변했다.

 

 아침마다 미소로 맞이하며 진심으로 반겨주고, 저녁마다 달려들어 안기며 잘 지냈냐고 물어온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집에 돌아오는 것이 기뻤다. 하인과 시녀로 가득찬 저택에 그제서야 사람 온기가 도는 듯 싶었다. 이래서 딸이 좋다고 하는구나, 하고 공작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저, 왕비가 될 만한지 제대로 살펴주마 하고 경계할 뿐이었다. 지금은 정말로 아끼고 있다. 그리고 소이도 그것을 아는 듯 싶었다.

 

 “네 마법 도구에 손을 댄 건방진 시녀는 제대로 처벌받을테니 걱정하지 마라.”

 “처벌?”

 “그래, 처벌.”

 

 공작이 손짓했다. 반지에 달린 방울이 작게 딸랑였다.

 문이 열리고 아까 보았던 갑옷 입은 남자가 다시 들어왔다. 부드러워 보이는 붉은 벨벳 쿠션 위에는 잘린 손목이 놓여 있었다. 아직 굳지 않은 피가 손목과 쿠션 사이에 케첩처럼 늘어졌다. 노신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주는 듯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져가라.”

 “예, 기사단장님.”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신경썼어야 하는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소희는 숨을 들이켰다. 이제 겨우 여기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비싸고 부드러운 옷감과 신기한 복색, 화려한 보석 장신구, 담백하고 향신료가 적은 음식과 출근할 필요 없는 규칙적인 생활. 아침과 저녁마다 찾아와 반겨주는 엄격해 보이지만 다정한 노신사.

 

 하지만 여기는 소희의 현실이 아니었다. 소희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보이지 않게 치맛자락으로 손을 가렸다. 여기서 본심을 들킬 수는 없다. 선량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열성적인 이방인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녀는 왼손으로 금시계를 꽉 쥐었다.

 

 노신사는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를 길게 넘겨 목뒤로 길러 묶었다. 소희의 검은 머리카락은 본래 허리까지 내려왔으나, 금실과 은실을 섞어 매듭을 지어 땋아올렸다. 갑옷을 입은 남자들도 땋은 머리를 올려서 갑옷 모자 속으로 집어넣었다. 매일 시중드는 갈색 머리 시녀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 머리를 했고, 아까 금발 머리 시녀도 머리가 짧은 편이었다.

 

 그리고 박팀장의 머리는 흔한 한국 남자답게 여기서 본 누구보다 아주 짧았다.

 

 ‘팀장님도 여기 어딘가에 계신 건가… 괜찮을까…?’

 

 눈물이 새어나올까 눈을 깜빡이며 그녀는 살짝 웃어보였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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