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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빛나는향기
작가 : 라코
작품등록일 : 2016.8.6

감각을 변이해서 살아가는 길은 어렵다. 하지만 너를 만나는 길을 걷기위한 문을 여는걸 후회하지는 않아.

 
함께하는 식사
작성일 : 16-08-06 13:21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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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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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워 무서워....!!’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방문을 잠그고 생각했다. 밖에 있는 남자가 무섭다. 신체적으로 저 사람이 나를 해코지할까봐, 아니, 물리적인 뭔가를 써서 괴롭힐까봐, 먼저 살던 사람이라고 텃세부릴까봐, 같은 무서움은 아니다. 그런 종류의 무서움이라면 이미 상부에서 그럴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아두기도 했고. 그렇지만... 처음 봤다. 그렇게 새까맣고 탁한 감정이 달라붙어있는 사람은.

 

  시각을 변화시킨 나는 상대방의 기분이 눈에 보인다. 물론 개개인이 좋아하는 색에 따라서 세세한 색이 변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기분일 때는 같은 색이더라도 맑고 청명한 색이다. 반짝반짝 기분 좋게 빛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게 아닌, 햇살에 맑은 물이 보석마냥 빛나는 것 같은 빛남이 있다. 예를 들어, 고대하던 시험에 합격한 수헙생들의 옆에는 파란 구름들이 몽실몽실 떠 다닌다. 그런데... 이제부터 한달동안 같이 살 저 남자는, 내가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같이 살고 같이 임무를 해야 하는 저 남자는! 어떻게 저렇게 탁하고 퀴퀴한 색일까 의심스러웠다. 살짝 꾀죄죄한 냄새가, 오랫동안 꽉 막힌 물병에 넣어둔 물의 냄새가 나긴 했지만 어차피 상당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코는 곧 그 냄새에는 익숙해져서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남자를 볼 때마다, 특히 서로 눈이 마주칠때마다 보이는 주변이 혼탁하고 끈적거리는 색으로 물들어 있는, 남자에게 깃들은 것 같은 짙은 슬픔과 외로움이 보는 나도 괴롭게 만든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새로운 사람과 사는 건 상관없다. 나도, 이번 특수요원에 지원해서 잃어버린 게 많으니까. 이제와서 그 동안 혼자 살았던 내 주거공간을 침해당했다고 항의할 것 도 없다.

  사람의 기분이 눈에 보인다는 건, 생각 외로 안 좋은 것이었다. 하얀 거짓말이나, 사람들의 위선이나 위악의 이면이 전부 보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오랜 친구고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사실은 나를 볼 때마다 짜증나는 기분이었다, 라거나, 혹은 연인인 상대가 사실은 나보다 내 친구를 볼 때 더 기분이 좋아진다던지... 와 같이, 사람의 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은, 주로, 재수없다는 말을 듣는다.

  아니, 그런 것 보다 더 크게 잃어버린 것은, 나 자신을 보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득 품은 내 주변이 탁하고 보기 싫은 색으로 변질되어 보기만 해도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마치, 폐수가 잔뜩 흘러 들어와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들을 보는 것 같은 불쾌감이 치밀어 오르는 색을 본 다음부터 나는 언제부터인가 거울을 보지 않고 화장도 잘 하지 않았다. 해봤자 약간의 색조가 전부였다. 무서우니까. 거울을 본 내 주변이 또 그렇게 불쾌한 색으로 비쳐질까봐. 감각을 변이시키지 않은 사람이라면 보일 리가 없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나 또한 벽을 만들고 있다.

  몇 번 사용된 적 없는 것 같은 방에서 짐을 정리하는 나도, 문 밖에 있는 정시우 저 사람을 비롯해, 거의 모든 특수요원들이 벽을 만들고 있다. 사람에게는 몰라서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것이다. 알아버린 이상 가까이 갈 수 없어져 버렸다. 그렇기에, 오로지 같은 특수요원들 외에는 인간관계가 없고 또 만들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성별이나 개인적인 성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데이터로만 식별되었다. 지켜준다고는 하지만, 이건 장난감이 망가지지 않게끔 기름칠 하고 보수작업 하는 기분과 비슷한 것이다. 적어도 반려동물을 지키는 마음조차도 아닌 것이다. 나도 너희를 이용할 뿐이라며 이 악물고 마주하기는 하지만 기분나쁜것은 매한가지이다.

 

  “식사, 아직 안하셨죠?”

  “네-!!”

 

  그때, 밖에서 들린 소리에 나도 모르게 힘차게 답했다. 왠지모를 기대를 안고있는 목소리였다. 저 사람, 후각이 뛰어나니까 요리에 관해서는 까다롭겠구나,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사실 짐정리는 한참 전에 끝났다. 가져온 옷가지나 가방이나 필기구 같은 것은 애초에 별로 없었다. 그냥, 밖에 나가기 어색하고 또 무서워서 침대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저, 어떤 종류 좋아하시는지 잘 몰라서...”

  “아니에요! 저, 딱히 가리는 것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했을 때, 남자의 색이 조금 더 환하게 보였다. 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구나, 아니 내가 특이한 거지만.

 

 

 

  눈앞에서 누군가가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참 오랜만의 이야기다. 괜히 어색하고 뭘 말해야하는지 화재를 잡기도 어려워서, 결국 한다는 얘기가 둘의 공통점. 그러니까, 우리가 속한 곳에서는 얼마나 말도 안 되고 비상식적인 일이 당연시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다시 꺼내지는 않았지만 역시 남자와 여자가 한 집에서 한달을 보내라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상식 밖의 일이다. 이전에 어떤 임무를 했냐고 물어보니 역시 감별이나 상황통제같은 일을 했다고 했다. 주로 누가 배신자고, 누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리는 일을 했다고 했다. 절대 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집했지만 휴일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질문이 있냐는 말에 둘 다 우울해졌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어떻게 후각이 극대화 되고 내 몸에서 어떤 냄새가 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임무도 거부하고 집에 처박혔다. 며칠 후 무장한 일반 요원들이 직접 데리러 오고 나서야 강제로 특수요원들을 만났고, 조금씩 임무만 나가다가, 지금까지도 임무만 나간다. 생필품을 사기위해 밖에서 장을 보는 것 외에는 인터넷 쇼핑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게 되었다. 배달음식도 시켜먹지 않고 모든 음식은 그냥 나 혼자 해결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상황은, 엄청난 기적에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괜히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마음에 평소에 꺼내지도 않던 식기를 왕창 꺼내버렸다.

 

  “식기는, 여기다가 넣으면 되는거죠?”

  “아, 네. 부탁드립니다.”

 

  맨션에 옵션으로 있었던 세척기에 식기를 넣었다. 세척기에 넣을 수 없는 접시도 상당해서 나는 접시와 유리그릇들을 닦았다. 식탁을 정리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에 괜히 얼굴이 빨개졋다. 둘이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실수로 접시가 하나 미끄러져 깨져버렸다. 아끼던 것은 아니니까, 아, 그래도 깨져버린 것은 조금 아깝다.

 

  “저, 아니, 그. 텔레비전, 봐?”

  “아. 주로 스마트폰으로 해서, 잘 보지는 않,아.”

 

  식사하면서 자기소개를 다시하고, 서로에게 한 약속이었다. 한 달만 같이 사는 사람이라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둘이니까, 서로 친해지기 위해서, 서로 반말은 하되 욕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약속은 했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의 상황이라 자꾸 어색해졌다.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고, 특히 나에게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녹음된 지령뿐이었다.

 

  “...”

  “...”

 

  어색해... 텔레비전에서 뭐가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그때 마침 문자가 와서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녕히, 아니, 잘 자, 라고 띄엄띄엄 말을 건네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잠자리에 들기에는 상당히 이른 시간이지만 일단 침대에 누웠다. 두근두근 거려서, 몸이 떨린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평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밤. 푹신한 이불 속에 잠들지 못하는 설렘이 마구 흔들렸다. 내일, 딱히 일은 없지만... 그래도 잠이 부족해서 실수하면 안되는데...

 

 

  “저, 나, 오늘 임무 있어서 가야해. 너는 없어?”

  “어. 나는 오늘은 없어. 잘 갔다와~”

 

  아침 일찍 나가는 이나를 배웅하고 집을 돌아보았다. 뿜어져 나오는 방향제도 없다. 기다리면 반드시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로 괜시리 뿌듯해져서 안하던 청소도 하고 집안 곳곳 물걸레질도 했다. 간식거리를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과열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굉장히 낮선 경우지만, 곧 올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도 괜시리 쓸쓸해졌다. 하루 밤 몇 마디 나눈 사람임에도 이렇게 빈 자리가 크구나 싶었다. 잠이라도 잘까. 그렇게 해서 시간을 보낼까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어제 너무 일찍 잠들어서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옷장정리라도 해볼까. 아... 나 옷 별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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