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삼도천에 피는 꽃
작가 : 최은
작품등록일 : 2017.6.15

왕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녀이기도 했던 단화.
그녀의 생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삼도천에 피어오른다.

 
#4
작성일 : 17-06-25 01:57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9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단화는 한 번 그들을 뒤돌아보고 나서는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숲길을 어서 빠져나가려는 듯 발걸음은 조금 빨라졌다.

 단화의 갑자기 빨라진 걸음에 고생한 것은 호원 일행이었다.

 숲길이 익숙하지 않아 그녀를 따라가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야속한 단화를 따라 가기를 잠시, 숲길이 끝나고 작은 집 하나가 보였다.

 작은 집은 세상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것인지, 많이 낡아있었다. 사람의 손에 다시금 생명을 연장해가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집 주변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작은 폭포를 낀 강이 집의 곁에 있었는데, 조용하지만 거칠 것 없이 흐르는 그 모양새가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듯하였다.

 ‘이런 곳에서 살아서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것일까…….’

 호원은 다시 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당에서는 노인 둘이 일을 하고 있었다. 노파는 막 물에 헹구어 냈는지 한껏 젖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리고 노옹은 바로 집 옆에 붙어있는 밭을 갈고 있었다.

 호원은 조심스레 그 집으로 다가가다 단화가 하는 말에 다시 멈추어 섰다.

 “어머니, 아버지. 저도 도울까요?”

 그 말이 뻗은 순간, 관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관리가 호원을 보며 물었다.

 “지금 들으셨습니까?”

 “아주 똑똑히 들었지.”

 호원의 짐작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호원은 섣불리 나서지 않고, 우선은 단화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한 시선을 눈치챘을까…….

 단화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아버지가 이내 그녀에게 물었다.

 “얘야, 저 분들은 누구니?”

 “아…… 저 분들…….”

 단화는 잠깐 머뭇거리다 말했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단화 그녀도 저들이 누군지는 몰랐다.

 그저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있고, 말하는 것을 봐서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녀가 자세히 답하지 못하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네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왜 그리 미안해하느냐?”

 할아버지는 손으로 단화의 어깨를 잠시 두드리곤 그들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가 오는 것을 본 호원이 문가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노인이 다다르자 호원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노인은 호원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에 멈추어 서고, 호원 일행을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자세는 조금 공손해졌다.

 “예. 안녕하십니까. 어인 일로 이곳을 찾으셨습니까? 저희 마을 분은 아닌 듯 헌데.”

 호원의 차림새를 보고 귀한 분임을 짐작한 태도였다. 약간의 경계하는 기색도 보였다. 호원은 그 경계심을 대번에 느꼈지만 모른 척 저 할 말을 했다.

 “혹시 지금 많이 바쁘신지요.”

 “지금은 그리 바쁘지 않습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호원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도적은 아닌 듯하고, 단화의 말을 듣자하니 악의를 가진 자 또한 아닌 듯했다.

 노인은 힐끔 호원을 바라보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예, 장소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그에 호원은 따라오던 관리를 힐끔 바라봤다.

 관리는 꽤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호원은 관리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그럼 자네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게.”

 “호원랑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관리도 그 편이 좋았는지 바로 수긍하고 뒤를 돌았다. 그러고는 살짝 떨어진 곳에서 저를 부르는 단화에게로 갔다.

 ‘대체 무슨 일이시지……?’

 단화는 이야기가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었다. 해서, 관리가 잠시 자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호원은 단화의 안내에 따라 마루에 앉아 쉬는 관리를 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온 호원을 배려하여 노인이 먼저 발걸음을 떼었다.

 노인이 향한 곳은 집 근처의 폭포 옆. 집에서 듣는 것보다 더 세찬 물소리가 들리는 그곳이었다. 물소리 덕에 누군가 이야기를 엿들을 염려는 없어보였다.

 “여기, 이쪽으로 오시지요.”

 할아비는 평탄한 바위 위에 호원을 앉게 했다.

 호원은 바위 위에 앉기는 했으나,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무척이나 중요하고 또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 이야기였다.

 잠시의 침묵 끝, 마침내 호원이 입을 열었다.

 “저 아가씨는 단화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지요.”

 “그렇지요.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마음도, 얼굴도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단화의 칭찬에 할아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내심 걱정하는 눈치도 보였다.

 호원은 그런 눈치를 파악하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이런 물을음 드리기 송구하지만, 저 아가씨는 어르신네 아이가 아니지요?”

 호원의 물음은 할아비가 잠깐 침음을 삼키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습이 그러할 뿐. 목소리의 변화는 전혀 없었다. 태연한 기색으로 노인이 답했다.

 “단화는 아이가 없던 저희 부부에게 신이 점지해주신 선물이지요……. 저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잔잔한 강 위에 단화가 담긴 바구니가 떠내려오던 그 날을.”

 감격에 겨운 듯 말하는 노인의 눈에는, 마치 그 날의 풍경이 생생이 그려지는 듯하였다.

 그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호원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호원은 헛기침을 몇번 한 뒤, 사뭇 진지한 어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도 아시겠지만, 지금 이 나라에는 역병들이 돌고 있습니다. 그 시초는 왕께서 시름시름 앓으시기 시작한 것이고요.”

 “예,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습니다.”

 착잡한 듯 끄덕이며 말하는 노파에, 호원은 여태껏 있었던 일들을 술술 읊어주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공주가 태어난 것부터 버려진 것까지, 왕께서 아프신 것부터 왕을 낫게 하려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까지 모두.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노인이 물었다.

 “한데 그 이야기와 이곳을 찾은 것이 무슨 상관이온지요?”

 호원은 마른 침을 한번 삼킨 후, 노인의 눈을 직시했다.

 불안한 기색이 아까 전보다 더욱 짙어져 있었다. 필시, 그 역시 어떤 말이 나올지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 와중에 다시 묻는다는 것은, 그것을 애써 부정하는 것.

 호원은 힘겹게 입을 열어 본론을 내밀었다.

 “이 이야기를 어르신께 하는 이유는 어르신의 딸, 즉 단화 아씨가 그 일곱 번째 공주님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공주님들 곁에 있던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왕궁에 있는 다른 공주님들의 모습이 단화 아씨에게서 보입니다.”

 그 후 노인은 몇 번이나 호원에게 부정하며 단화가 그럴 리 없다 말하였지만, 호원의 태도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단화가…… 공주마마라고…….”

 확신에 찬 호원의 태도에, 노인은 문장을 채 완성 짓지 못하고 주름진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어찌, 어찌하여 그럴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노인의 탄식에 가까운 말에 호원은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이야 아니지만, 함께한 세월이 몇 년인데…….

 어떤 위로를 건네도 가벼운 것임을 알기에, 그 어떤 사죄를 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기에.

 호원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호원이 떠난 후, 단화의 집.

 빨래를 널던 노파는 잠깐 쉬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해서, 마루에는 단화와 관리만이 있었다.

 단화가 눈을 감고 있음이야 일상이었지만, 묘하게도 옆에 있던 관리 역시 그녀를 따라 눈을 감고 있었다.

 관리는 고개를 꾸벅이며 몇 번이나 자연에 인사를 건넸다. 솔솔 바람이 부니, 잠도 따라 솔솔 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었다.

 단화는 덩치 큰 사내가 졸고 있는 모습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관리를 눈 감은 채로 보던 단화는 고민에 빠졌다.

 ‘저것을 떼어주긴 해야 할 것인데…….’

 단화는 관리가 깨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그녀에게는 아까 전부터 관리의 등 뒤에 업혀 있는 꺼림직한 것 하나가 보이고 있었다.

 형태라고 해야 할지 기운이라고 해야 할지.

 어느 쪽도 칭할 수 없는 모습에, 단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러신지요?”

 그 인기척을 눈치챘을까. 관리가 이내 눈을 뜨며 단화를 바라봤다.

 그에, 단화는 여느 때처럼 상냥하게 대답했다.

 “혹시, 어깨가 아프시거나 하지는 않으신지요.”

 “아. 어깨 말입니까?”

 관리는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순간 뜨끔하며 올라오는 통증에, 그리고 이 통증이 자주 찾아왔다는 사실에. 관리가 깜짝 놀라 답했다.

 “마, 맞습니다. 어찌 아셨습니까?”

 관리의 대답을 들은 단화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무언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다문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잠시 뒤로 돌아주실 수 있으신지요.”

 관리는 그런 그녀의 말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통증이 이는 어깨를 살짝 붙잡은 그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 순간, 단화의 무거운 눈꺼풀이 열리기 시작했다.

 눈꺼풀 안에 있던 그녀의 눈동자는 놀랍게도 붉은 색에 가까운 연한 갈색이었다.

 햇빛을 담아놓은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한순간 대기가 멈춘 느낌이 들었다.

 “…….”

 관리는 이질적인 기운을 느끼고, 흠칫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단화는 그런 관리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그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의 등 뒤를 직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는, 놀랍게도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 보이고 있었다.

 “가만히 게세요.”

 단화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 관리의 등 뒤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관리의 등 위에는 어둡고도 탁한 기운을 흘리는, 그리고 만지면 부서질 듯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귀신이 붙어있었다.

 손가락으로 어깨를 쥐어뜯을 것처럼 꽉 쥐고 있는 귀신. 관리가 어깨를 아파했던 이유가 이에 있었다.

 단화는 전에는 좀처럼 보지 못한 원귀를 살폈다.

 눈을 감은 채로 봤을 때는 그저 엉성한 형태로만 보였다. 느낌만이 불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 원귀의 형태가 그대로 그녀의 망막에 맺혔다.

 ‘쯧.’

 관리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원귀의 모습에 단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관리를 괴롭히던 원귀는 저를 향해 다가오는 시선을 느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원귀의 시선이 단화에게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리 와, 이리 와…….”

 잠시 그녀와 대치하던 원귀는 관리에게 박아뒀던 손가락을 뽑았다. 관리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닌, 단화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원귀는 여전히 사악하고 비열한 미소를 보이며 기어왔다.

 “저것은…… 내 것이야…….”

 “저건, 내 거야. 내 거라고!”

 그녀에게서 가장 가까운 귀신이 다가가자, 그와 동시에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온갖 잡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단화 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귀신들의 말이 그녀의 귀로 흘러 들어왔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들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5 2017 / 6 / 27 257 0 4790   
4 #4 2017 / 6 / 25 283 0 4977   
3 #3 2017 / 6 / 23 285 0 4124   
2 #2 2017 / 6 / 21 275 0 5855   
1 #1 2017 / 6 / 15 421 0 66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