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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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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재회
작성일 : 17-06-24 20:53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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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비가 그쳤다. 축축하게 젖은 잔디밭은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드넓은 논 밭을 옆에 두고 도로를 터벅터벅 걷는다.

 옆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엔 알고있는 소리와 더불어 무슨 벌레가 내는건지 모를 소리가 섞여있었다.

 며칠간 세차게 비가 내렸던 탓인지 찬공기에 희미한 입김이 보인다.

 곳곳에 일정하게 세워진 가로등을 지나며 향한 곳은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시골 정류장.

 나무의자에 앉아 얼마 전 편의점에서 슬쩍해온 담배각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들이마신 연기속에 맨솔 특유의 청량감을 느낀다.

 연노란 빛의 둥근 달이 짙은 남색에 장식되어 있는 탓에 유난히 눈이 부셔온다.

 구름에 가려져있지 않은 달이 왠지모르게 허전해보여 머금고 있던 연기를 내뱉어 흐릿하게 만들었다.

 옆에서 발소리가 들려온 건 세개비 째의 꽁초를 바닥에 버려 불씨를 꺼버릴 때였다.

 "자, 여기."

 "응……. 고마워."

 따듯하게 댑혀진 커피캔을 내미는 소녀가 바로 옆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던 소녀가 뭔가를 꺼내기 위해 져지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런…… 두고왔나보네. 네것 좀 줘봐."

 마침 네개비째를 피우기 위해 담배각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두 개의 담배를 반 쯤 뽑아 소녀의 입에 한 개비를 물려주곤 나도 새로이 하나를 물었다.

 소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라이터로 먼저 소녀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 다음 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첫모금을 내뱉은 나는, 몇 초간 뜸을 들이다가 소녀에게 물었다.

 "혹시 아까 있었던 일. 다 들었어?"

 "뭐, 그렇지."

 흘끗 바라본 소녀의 무덤덤한 표정에서 화났다던가 실망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분한 모습으로 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현 언니는 몸매도 좋고 이쁘잖아. 상냥하기도 하고."

 "응……. 그러게……."

 "왜 거절했어?"

 "그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이유는 아니라는 걸,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소녀도 잘 알고있는 듯 했다.

 부정해보아도 소녀가 해온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안에선 선명했다.

 엉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인에게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아무 말도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얼마전에 베이커리에서 만난 그 여자애가 신경쓰여서 그런거야?"

 "글쎄…….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며칠동안 함께했던 이유만으로 수아를 좋아하던 마음이 뒤쳐질리가 없다.

 그렇다. 중요한 순간에 소녀가 떠오른 것엔 더욱 확실한 근본이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지 흘끔 쳐다본 소녀는 납득한 듯 말끝을 흐렸다.

 "뭐. 상관없어. …………언니한테 사과도 받았으니."

 뒤에 이어진 한마디는 하마터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 뒤로 오고가는 말은 없었다. 그저 담배를 피우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럼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서로 사소한 오해가 풀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기 때문이겠지.

 환한 달을 보고있자니 갑작스레 드뷔시의 '달빛'이 듣고싶어져 이어폰과 함께 스마트폰을 꺼냈다.

 "너도 들을래?"

 "응."

 한 쪽 이어폰을 건낸 다음 귀에 걸치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드뷔시의 '달빛'을 적당한 크기로 재생했다.

 잔잔한 선율을 감상하며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득한 저 멀리에 떠있는 만월이 영롱한 달빛으로 그 일대를 환하게 비춘다.

 조심스레 내 어깨에 기대오는 소녀.

 맑은 비냄새에 달콤한 향기가 섞여들었다.

 그저 느긋하게.

 우리는 함께 보고듣는 이 시간을 즐겼다.

 

 

 

 

 "가은이 잘잤니?"

 거실로 내려가자 누나가 평소처럼 상냥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내왔다.

 지난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불문하기로 했나보다.

 그래서 나 역시 그녀에게 평소대로 아침인사를 건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식사를 할 때에도 그녀는 우리 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와 작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 밤 내가 나간 뒤로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크게 엇나가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 며칠간의 장마때문에 외출을 못했지만 비가 그친 오늘은 외출할 생각이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있을 때 소녀가 다가왔다.

 "어디가?"

 "저번에 들렀던 베이커리. 마지막으로 수아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거야."

 보다 내 감정에 확실함을 더하고 싶었다.

 내 말을 끝으로 잠시 멈칫한 소녀는 이윽고 따라오기로 결정했는지 신발을 신었다.

 그것이 소녀의 선택이라면 개입할 여지는 없을 뿐이다.

 "갈까?"

 "……응."

 소녀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상록수들의 싱그런 나뭇잎 사이에 송골송골 맺힌 이슬이 반짝거린다.

 비 내린 뒤의 먼지냄세가 다 가시질 않았지만 상쾌한 풀내음과 함께 자연의 냄세라는 것이 신선한 기분이 든다.

 하루 중 하늘이 제일 파랗게 다가오는 오후 1시.

 흘러가는 구름의 빠르기로 느긋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베이커리에 도착했다.

 자동문 버튼을 눌러 안으로 들어가자 유니폼을 입고있는 수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안엔 네 명 정도의 손님이 있었지만 한 명이 나가면 다시 한 명이 들어오는 식으로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우두커니 서서 수아가 일하는 모습 관찰했다.

 빵을 고른 손님이 트레이를 들고 카운터로 가면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며 영수증 체크와 잔돈까지 꼼꼼히 챙긴다.

 간혹 단골손님인지 수아와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손님들도 있었다.

 계산이 끝나 틈이 생기면 진열매대에 팔린 만큼 빵을 채운다.

 손님이 나가고 한적해지면 전체적으로 매장을 청소한다.

 열심히 일하는 그런 부지런한 모습에 따스한 쓴웃음을 지었다.

 수아는 수아의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일하며 자신만의 길을 나아간다.

 바쁜 사람들을 동경해온 나로선 수아가 정말 멋있었다.

 저런 여자애를 좋아했고 친구였던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수아는 정말 멋있었다.

 동시에 그에비해 살아있을 적 암울한 나날만을 보내던 내가 대조되어 쓴웃음이 지어졌다.

 만약, 그때 내가 수아에게 고백을 했더라면, 지금 쯤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사랑을 하며 보고싶다고 틈틈이 문자를 보내고, 시간이 비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그리고 손을 잡는다.

 나의 초라하고 외로운 대학시절도 수아라는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연인처럼.

 그런 가능성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닿지 않는다. 시선이든 목소리든 손이든.

 "하다못해 그때의 감정만이라도 전하고 싶었는데."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이수아와 유가은이라는 두 사람은 이젠 이어지질 못한다.

 어쩌면 수아에겐 애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저렇게 부지런하고 웃음이 아름답고 예쁘고 착한 여자애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그만 마음속에서 돌려보내주자.

 그런 아련함 젖어 눅눅해진 기분으로 지켜보던 그때,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햇볓에 탔는지 구릿빛 피부가 지저분해보이고 신경질적인 인상의 중년이었다.

 상의는 누런 때가 곳곳에 낀 줄무늬 반팔 와이셔츠를, 빛바랜 청바지는 바람이 불면 팔랑거릴 정도로 헐렁하며 신발도 허름하고 촌스러운 운동화를 신고있었다.

 하루 일과를 소주 한 병과 유흥업소의 아가씨들로 마무리 할 것만 같은, 보기만 해도 비호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첫 인상이 썩 좋지못했지만 수아는 여전히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를 건냈다.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평범하게 소심한 손님인 줄 알았지만 그는 빵을 고르는 척 하며 수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수아의 남자친구라도 된 양 독점욕이라든가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평범하게 예쁜 여자를 쳐다본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흑심을 품고 먹잇감을 노리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을 볼 때의 혐오감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제대로 적중했다.

 그가 오래된 2세대 폴더폰을 꺼내더니 몰래 수아를 촬영하는 것이다.

 소녀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소매를 잡아당겼다.

 "저 사람……. 지금 도촬하는 거 아니야?"

 "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순간 내 목소리가 싸늘해짐을 느꼈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따지기 위해 다가가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역시 간섭은 불가능했다.

 급기야 그는 전화받는 척하며 수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영상을 찍었다.

 심히 불쾌한 기분이 들고 절로 인상이 구겨진다.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소녀는 말이 없었다.

 휴대폰을 뺏기위해 기회를 노려보아도 손에서 놓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어떤 수가 없을까 싶어 필사적으로 고민하던 그때, 그가 동영상 촬영에 만족했는지 휴대폰을 집어넣더니 적당히 싼 빵 하나를 골랐다.

 "천 원입니다."

 친절한 목소리로 가격을 읊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꾸깃하게 접혀진 천 원을 꺼냈다.

 지폐를 건내줄 때 의도적으로 수아의 손을 스쳤다.

 그럼에도 수아는 계산을 할 때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감안하는 것인지 전혀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안녕히가세요~."

 이번에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린 남자는 즉석에서 빵을 먹으며 매장을 나갔다.

 눈 앞에서 수아가 희롱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유령이라는 처지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건 이 다음 순간이었다.

 그가 나가며 자동문이 닫힐 때, 수아를 노리는 날카로운 시선에 이어 히죽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웃음은 흡사 이전의 우성현이 지었던 것처럼 저질스러운 인간들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웃음이었다.

 수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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