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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프롤로그. 아직은 현대 03
작성일 : 17-06-24 18:30     조회 : 340     추천 : 3     분량 : 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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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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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소희는 마스카라가 번지건 말건 눈을 힘껏 문질러 닦았다. 눈이 따가운 걸 보면 화장품 가루가 눈에 들어간 게 분명하다. 그것조차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았다. 헐떡이며 배 끝에서부터 소리를 짜내어 그를 불렀다.

 

 "팀장님!"

 "무슨 일이야, 소희씨!"

 

 탕탕탕탕 소리가 거세졌다. 이미 노크가 아니다. 쿵, 쿵, 하고 몸으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얇은 문짝이 파악, 하고 조금씩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낡고 녹슨 경첩이 삐그덕거리며 흔들렸다.

 

 '우리 팀장님, 힘 세구나.'

 

 "문 열어, 소희씨!"

 "손이 안 닿아요!"

 

 나름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는데도 저절로 울음소리가 섞여나왔다. 소희는 훌쩍였다. 이렇게 죽을 만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어제 짜파게티를 남겨서 그런가, 별별 생각이 다 났다. 왜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아, 이 늪이, 짜파게티같은 색깔을 띄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거기 누구 있어?! 대체 무슨 일이야, 소희씨!"

 

 남자는 다급하게 몸으로 문짝을 부숴버릴 듯 어깨를 부딪혔다. 쿵 소리가 제대로 나는 것이 문짝만이 아니라 제 어깨도 성치 않을 듯 싶다. 안에서 들려오는 높은 비명 소리에 이 칠칠맞은 여자가 화장실 안에서 성추행범이라도 만난 중 알고 깜짝 놀랐다. 깊은 밤 산속에서 운전하다 들었다면 그대로 도망가버리고 싶어지는,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여자를 공포에 절여서 말리고 짜내면 이런 소리가 날까.

 

 대답하는 모양을 보니 다행히 누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한시름 덜었다.

 깨진 타일에 발을 베인 건지, 아니면 떨어진 세면대에 무릎이라도 다친 건지. 변기에 발이라도 빠뜨려서 끼인 건지.

 

 “어떤 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으니 거기 가만히 있어. 임소희!”

 “이 일은 해결 못하실 거 같은데요....”

 

 히끅, 하고 딸꾹질 소리까지 내는 것이 아주 제대로 술에 취했나보다. 무슨 큰일인가 싶어 걱정했는데 그냥 술주정인가보다. 그러고보니 신입사원 환영회 때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박진우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나, 둘, 셋.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간단한 테크닉이다. 심호흡을 천천히 세 번 한 후 현재 상황을 돌이켜본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해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 가게에 돌아가서 마스터키를 가져와 여는 편이 빠르다. 여기 문짝 값을 물어주는 것보다 그편이 경제적으로도 이롭다. 타인의 재산은 지켜줘야지. 합리적으로 행동하자.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흐느끼는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팀장님, 저 고백할 게 있어요."

 

  그거 참 우연일세, 실은 나도 고백할 게 있는데.

 

  그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귀끝부터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조금 전까지 두려움과 분노, 흥분으로 가득차 빠르게 뛰던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 이어달리기를 했던 적이 있다. 대학 마라톤 선수였던 그는 촉망받는 기대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훈련해서 아침마다 10킬로미터씩 달리는 노력파였다. 그는 단거리 주자가 아니었지만, 마침 대학시절 마지막 대회 때에 선수가 다쳐서 대신해서 나가야 했다. 그는 마지막 주자였다. 기다리고 선 그의 앞에 전 선수가 달려와서 바통을 건네주었을 때, 그리고 그걸 받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의 심장은 여태까지 일한 적이 없었다는 듯 힘차게 뛰었다. 예고된 승리를 가져올 듯, 벅찬 환희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저절로 문짝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지금 당장 백만 개의 화장실 열쇠를 가져와도, 눈앞에 천만 원짜리 수표를 뿌려도, 누구도 박진우를 그 자리에서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그는 못박힌 것처럼 그 자리에 섰다.

 

  얇은 문짝 저편 절망에 젖은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말을 이었다.

 

  "저 사실 오늘 아침 팀장님 커피에 제 새끼 손가락 집어 넣었어요...."

 

  그건 박진우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이번 시즌 부동산 트렌드,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 시점, 건축회사에 잔금을 치르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항상 정확한 정보 수집 능력과 뛰어난 추론 능력으로 신뢰를 쌓아왔던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예상이 산산 조각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건 아주 엿같은 일이었다.

 

  "...뭐?"

  "손톱만요. 아주 끝만!"

 

  다급하게 사과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에게 있어 아주 익숙한 것이어야 했다. 회사에서 매일매일 들었던 말이었다. 소희는 입사 첫날부터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하곤 했다. 솔직하게 웃는 얼굴로 사과하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 걸 보며, 진우와 같은 팀장급 동기들은 저런 게 바로 이상적인 사과하는 태도라며 웃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과는 조금도 웃음이 섞여 있지 않았다.

 

 "저 미워하지 마세요, 팀장님. 저 죽으면 무덤에 매달 치킨 한 조각만 주세요. 전 다리가 좋아요.."

 

  한순간이나마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 건 분명 착각이었다.

 

 "헛소리 그만하고 기다려, 소희씨. 열쇠 가져올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문 너머에서 터져 나왔다.

 

 "아니요! 가지 마세요! 팀장님!"

 

  혼자 죽기 싫어요, 하고 울먹이는 소리에 그는 당혹해 했다. 당장 이 자리를 떠나는 게 현명하고 이성적인 판단이다. 당장 저렇게 정신나간 것처럼 울고 있는데, 열쇠를 가져오는 게 빠를 것이다. 그는 일단 화장실에 갇혀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는 부하 직원을 이성적으로 설득해 보기로 했다.

 

  "5분 만에 열쇠 가져올게."

  "아니요! 절대 가지 말아요!"

 

  논리가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평소대로라면, 그가 목소리를 낮게 깔면 바로 꼬리를 내릴 소희였다.

 

  인테리어용으로 쓰려고 했는지, 문 옆에 놓인 짚 가마니 위에 호미가 하나 보였다. 그는 호미를 들어 경첩과 문 사이에 넣고 비틀어 보았다. 좋아, 조금만 더 하면 열릴 것 같다.

 

  그는 잠시 타인의 재산, 즉 문을 배상하는 데 얼마나 들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소희의 눈물을 저울에 올렸다. 그는 처음으로 두 눈을 뜨고 범죄를 저질러 보기로 했다.

 

  그는 호미로 문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나도 고백할 게 있어. 일단 이 망할 문부터 열고, 얼굴 보고 말할 거야."

 

  그는 차분히 심호흡을 했다. 민속 주점의 여성용 화장실은 그가 예상해왔던 장소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는 어울릴지도 모른다.

 

  "팀장님이 저 일 못해서 싫어하시는 거 다 알아요."

 

  아니라고! 이 여자야!

 

  화장실이 민속 주점과 분리되어 건물 뒤 지하에 있는 탓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누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열쇠라도 가져다 달라고 할텐데. 하다못해 자리를 뜰 수 있으면 핸드폰이라도 가져와서 119를 부를 텐데. 그는 이를 갈면서 불도저처럼 문에 몸을 밀어붙였다. 지금 이 행위가 몇 개의 범죄에 해당되는지 세기도 무서울 정도다. 기물 파손, 재물 손괴, 여자 화장실 침입은 추행으로 분류되려나?

 

  소희씨가 제대로 증언을 해 줘야 할 텐데....

 

  "팀장님......"

 

  영원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박진우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가 상상하지조차 못했던 모습의 그녀였다. 화장실 바닥에 늪같기도 하고 굳기 전의 아스팔트 같기도 한 검은 웅덩이가 있었고, 그녀가 거기에 잠겨 있었다.

 

  "뭐, 뭐야!"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마술사의 쇼. 검은색 상자 안에 든 금발 미녀가 몸이 절단당하는 구경거리. 리얼리티 텔레비전 방송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만한 데는 아무데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목까지 잠겨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는 중간에서 빛이 없이 어둠으로 잘린 것처럼 중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악몽 속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는 슬픈 눈을 껌뻑이면서, 웃긴 모양으로 번진 마스카라를 가리지도 못한 채, 입술을 달싹거렸다.

 

 "내가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팀장님 바보."

 

  아주 옛날 다큐멘터리에서 모래지옥에 빠지는 사막도마뱀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다가 갑자기 발끝부터 잠긴다.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더욱 더 빨리, 그대로 삼켜져버린다. 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한 채 그가 당황하는 사이, 그녀는 코까지 잠겨버렸다. 말도 못한 채 눈만 껌뻑이는 것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 같았다.

 

  그래서 그도 그 웅덩이에 함께 뛰어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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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01 18:03
 
시작이 의외네요.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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