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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프롤로그 - 아직은 현대 02
작성일 : 17-06-24 18:29     조회 : 311     추천 : 3     분량 : 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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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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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팅을 해서 상대가 맘에 들면 반드시 2차는 민속주점으로 가라고 했던가. 민속 주점의 어두운 조명은 여자를 예뻐 보이게 한다고. 반면 횟집의 쎄한 조명은 피부 속 아직 올라오지 않은 기미까지 120% 전부 투영해 준다고 한다. 지금 이 자리가 소개팅 자리였고, 이런 훈남이 나왔다면 기뻐했겠지. 하지만 이 남자와 이미 일 년 넘게 함께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회사 밖에서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같이 온 일행은 어디 버려 두었는지 팀장은 자연스럽게 소희 옆자리에 앉았다. 소희는 멋쩍어하며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핸드백을 테이블 너머 미영이에게 건네주려던 차였다.

 

  “야!”

  “어머.”

 

  소희의 핸드백 끈이 늘어져 양념 치킨 바구니에 그대로 빠진 것이다. 양념이 금속제 버클까지 더덕더덕 묻어 버렸다. 기가 막히다는 듯 미영이가 잽싸게 가방을 낚아채서, 물티슈로 가방을 닦았다. 소희가 손을 뻗어 하얀 휴지로 닦아내려고 했으나 미영이는 이미 일차 세척을 끝낸 후였다. 분홍빛 가방끈은 짙게 그늘졌지만 다행히 색깔이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다.

 

  “너 이렇게 꼭 가방맛 치킨을 만들어야 해?”

 

  ‘뭐? 내 가방보다 네 치킨이 중요해? 물론 내가 잘한 건 아니지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박팀장이 피식피식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역시 소희씨, 회사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군요.”

 

  한 명이 한 마디만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분이 너무 나빴다. 마침 들어간 술에 용기를 얻었을까, 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씩씩대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미영이가 능청스럽게 말을 건넸다.

 

  “화장실 가게? 같이 가자.”

 

  평소라면 그것도 친구가 도와주려고 하는구나 싶었을 것이다. 후회할만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기분이 상해 있었다. 소희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한 잔 더 마시고 맥주잔도 탕 하고 내려놓았다.

 

  “갔다올게. 자리도 한 칸밖에 없는걸.”

 

  웃고 있던 미영이의 입가가 조금 처졌다. 눈가에 힘이 들어간 것까지 보자, 소희는 아차 싶었다. 자존심이 강한 미영이는 가끔 소희가 이해할 수 없는 데서 불같이 화를 낼 때가 있었다. 조금 더 건드리면 폭발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조심해야 한다. 소희는 뒤늦게 미소를 띄며 사과했다.

 

  “조금 오래 걸리니까 빨리 갔다올게.”

 

 자리를 뜬 소희를 뒤로 하고, 박 팀장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자리를 뜰 줄 알았던 미영은 조금 놀랐다. ‘오늘 내 화장이 잘 받았나?’ 새로 나온 틴트가 입술에 아주 잘 어울리는 완벽한 색깔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가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 남자답게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박 팀장은 당당하게 말했다.

 

  “조금 물어볼 게 있는데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실례되면 물어보지 마셔야죠.”

 

  당신 내 친구 상사지 내 상사는 아니잖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미영이 완벽하게 교정된 흰 이를 선보였다. 수많은 선과 소개팅 직전 거울을 보며 연습한, 눈이 제일 커 보이고 미소가 제일 자연스러운 각도로 보이는 웃음과 함께였다. 박 팀장은 고개를 살짝 젓고서는 말을 이었다.

 

  “소희씨는 원래 저렇게 실수가 많습니까?”

  “예?”

 

  미영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말에 깜짝 놀라 뭐라 말할 타이밍을 놓친 사이, 그가 계속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 번 한 실수는 다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운 실수를 자꾸 해요. 실수 예방주사라도 있으면 맞히고 싶을 정돕니다.”

 

  “그정도예요?”

 

  이 사람이 지금 내 십년지기 친구를 까고 있는 건가? 완벽하고 꼼꼼하다던 남자가 이렇게 허술하게 친구 뒷담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는 건가? 도대체 어디가 냉정하다는 거야? 마치 신세한탄처럼,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절해서 미영이 키득키득 웃고 싶을 정도였다.

 

  “플라스틱 꽃이 꽂힌 화분에 물을 왜 주는 겁니까? 딱 보면 플라스틱인지 모릅니까. 만져 봐야 아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의도로 그랬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배수구가 없는 그릇에 담긴 조화에 물을 계속 주면 물이 넘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계속 주냐고요. 꼬박꼬박.”

 

  “소희가 좀, 성실...하기는 하죠.”

 

  “매일 핸드폰이나 충전기나 머리핀이든 뭐든 하나씩 두고 나가더니, 심지어 저번에는 신발을 갈아신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그대로 집에 간 적도 있어요.”

 

  “일하는데 집중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아, 소희야. 화장실에서 빨리 돌아와라...! 제발...! 미영은 검은 미니스커트 아래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 이 남자는 사실 아주 알기 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지 둔하고 느린 제 친구가 아직 모를 뿐, 이미 시작되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일 소개팅이나 잡아야지, 외로워서 살겠나.’

 

  “오늘은 핸드폰을 두고 나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가지러 오더군요. 발전하고 있구나 싶어 칭찬을 했는데 오히려 풀이 죽어버렸어요.”

 

  미영은 다급하게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실수였다. 소희가 좋아하는 퍽퍽살이다. 맛없는 퍽퍽살을 억지로 양념 맛에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막느라 필사적으로, 닭고기를 해체했다. 아까 소희가 말할 때는 분명 그렇지 않았다. 업무상의 실수로 모자라 개인 생활까지 참견한다며, 핸드폰을 두고 가든지 양말을 벗어두고 가든지 그게 무슨 도대체 상관이냐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노가리가 상사라도 되는 것처럼 악독하게 씹었다.

 

  “착한 건 알고 있습니다. 사람도 밝고 인사도 잘 하고, 그런데 요즘은 실수가 계속되니 풀이 죽어 있는 게 안쓰러워요.”

 

  미영이 이미 닭가슴살에 이어 닭다리를 전부 해치우고 맥주도 다 마셔버렸을 무렵에 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은 남자의 말은 점점 더 솔직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돌아오지를 않네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이 이상의 말은 본인에게 직접 해!

 

  눈치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닌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에? 아니, 저기요?”

 

  손에는 사무용 가방을 든 채 남자는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서 가 버렸고, 술자리에는 미영이 혼자 남겨졌다. 얼떨떨한 채 미영은 치킨무에 손을 가져갔다. ‘도대체 오늘 왜 일진이 왜 이런 거야?’ 데리러 가더라도 금남의 구역, 여자 화장실에는 자신이 가는 게 맞다. 뭐, 자기가 가보고 문제 있으면 부르러 오겠지. 그녀는 편안한 마음으로 콤팩트를 꺼내 이 사이에 낀 양념이 없나 슬쩍 살피기 시작했다.

 

  한편, 소희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화장실은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매끄러운 흰색 타일로 벽과 바닥이 덮이고, 흰색 수세식 도기 변기가 놓여 있고 맞은편에는 금속제 수도꼭지의 세면대가 자리해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가고 회사에서도 가고 역에서도 간다. 다만 이곳은 특이하게 화장실에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같은 걸 액자에 넣어 걸어놓곤 했는데, 그 외에 다른 특이사항이 없었어야 했다. 분명히 볼일을 볼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달랐다.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공기였다. 화장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약간 오래된 소변 냄새랄까, 지린 듯한 냄새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향제를 리터 단위로 쏟아 부은 듯 청량한 향기가 났다.

  그 다음에 느낀 것은 발이었다. 발이 앞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발목을 누가 잡은 듯, 족쇄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끌어당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막의 모래지옥이 이런 느낌일까, 아마존 정글의 늪이 이럴까, 어렸을 적 본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오프닝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을 무렵 오른발도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술 때문에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녀는 세면대에 손을 뻗어 비누를 집었다. 손으로 발을 만져볼까 싶었으나 불안한 마음에 대신 비누를 발에 떨어뜨렸다. 잘못된 느낌이 아니었다. 비누는 그대로 사.라.졌.다. 발에 감각은 남아 있었지만, 신발의 감촉도 분명히 없지 않았지만, 검은 웅덩이에 삼켜져 사라져 버렸다.

 

  공포감이 몸을 휘감았다. 목 아래서부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 습관적으로 고리를 걸어 잠근 것이다. 지독한 악몽 속에 있는 것만 같다. 땀에 젖은 손을 뻗어 변기 뚫기용 실리콘 막대를 집었다. 문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약해보이던 문은 살짝 덜컹, 소리만 나고 흔들렸을 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다.

 아니야, 미영이, 미영이가 있다. 화장실에 가서 오래 있지 않는 자신의 습관을 아니까, 분명 찾으러 올 거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새로 산 브랜드 메이커의 젤 펜슬은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번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떡하지, 돌아가신 엄마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핸드폰이 있으면 가게에 전화를 걸어서 문을 따 달라고 할 텐데, 그것조차 화를 내며 돌아오느라 두고 왔다.

 

 점점 더 웅덩이는 커져가고 소희는 가라앉았다.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더 무서웠다. 차라리 벽에 머리라도 박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을 무렵, 바깥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임소희씨, 거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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