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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달에는 나비가 살지 않는다
작가 : 로티블룸
작품등록일 : 2017.6.23

서기 2120년. 달. 우주과학영재학교에서 벌어지는 진상을 파헤치러 온 스파이가 우주 아기를 기르게 되다.

 
1. 우주과학영재학교 입학식
작성일 : 17-06-24 02:09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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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2120년. 달.

  우주과학영재학교의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안녕. 어디서 왔어? 난 미국. 바이러스 전공이야.”

  “반가워. 난 인도에서 왔어. 올해 의대 졸업했고.”

  “오, 어느 학교에서? 나 뉴델리 대학에서 1년간 유학했었는데.”

 

  전 세계에서 뽑힌 100명의 수재들은 시끄러웠다. 다들 학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수재들이었지만 10대는 10대였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학생회장 스타일, 스포츠클럽 타입,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아이들, 이어폰을 끼고 있는 고스족, 그리고 전형적인 너드까지, 한눈에 봐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아, 전 세계 영재들이 모인다고 해봐야 학교는 결국 학교군. 시끄럽고 재미없어.’

 

  시우는 다들 첫 인사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한 가운데서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입학식이고 뭐고, 얼른 끝나고 잠이나 좀 잤으면 싶었다. 달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 손목에 심은 통신칩이 걸릴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졸려...’

 

  그가 선 채로 꾸벅, 졸었다.

 

  그때 누군가 시우의 어깨를 탁 쳐서 잠을 깨웠다.

 

  “안녕? 너 동양인이네. 일본? 중국?”

 

  시우가 뒤돌아보자 요란한 헤어스타일을 한 흑인 남자가 하얀 이를 내보이며 씩 웃었다.

 

  “한국이야.”

  “오, 한국! 가본 적 있어. 한국 여자들 예쁘지.”

 

  뭐야, 이 멍청이는? 시우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흑인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난 버난자다. 남아공 컴퓨터 공학 천재.”

  “...이시우야. 전공은 따로 없어.”

  “전공이 없어? 그런데 어떻게 여기 들어왔어?”

  “자유전공 전형 있잖아. 시험 쳤지.”

  “앗! 그럼 네가 바로 그?”

 

  버난자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올해 1등 입학생이 바로 너냐? 자유전공 전형에서 만점 받은 동양인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야, 대단하구만. 반갑다. 잘 지내자.”

  “아아, 그래.”

 

  시우는 대충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제야 버난자의 손가락이 7개라는 것을 알아챘다. 시우가 조금 움찔하자 버난자가 씩 웃었다.

 

  “우리 엄마가 임신했을 때 슈퍼 푸드(유전자 조작 식품)를 많이 드셨거든. 날 타고난 DJ로 낳아주셨지.”

 

  버난자가 일곱 개의 손가락으로 어깨에 걸려 있는 헤드폰을 툭툭 가리켰다. 시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어머니셨네.”

  “헤... 너도 괜찮은 놈이구나.”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버난자는 뭔가 더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시우는 못 본 척 하고 뒤돌아섰다. 곧 달 기지를 폭파할 예정인 그는 버난자가 말하는 ‘괜찮은 놈’도 아니었고, 저렇게 시끄러운 타입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친구 따위를 만들려고 온 게 아니니까.’

 

  시우의 정체는 스파이 겸 테러리스트였다. 18세인 그는 유전자 공학 반대 단체의 최연소 회원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유전자 연구소의 인권유린 실상을 파헤치고, 연구 데이터가 들어있는 헤드컴퓨터를 폭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8세인 그에게는 유전자 연구소로 잠입해 갈 방법이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유전자 연구소 부속인 우주과학영재학교의 입학시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만, 1등으로 합격하고 말았던 것이다.

 

  ‘눈에 띄어봐야 좋을 거 없는데.’

 

  하지만 이미 뽑힌 것을 어찌하랴. 그는 100명의 신입생을 대표해 입학허가서를 받고 단상을 내려오며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동맥과 정맥 사이 조그만 통신 칩이 만져졌다.

 

  ‘꼭 성공하고 말겠어.’

 

  그의 아버지는 인권단체열사였다. 아버지는 17년 전 유전자 공학 연구소를 폭파한 죄로 아직까지 감옥에 갇혀있다.

 

  시우가 스파이로 가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삼촌이 말했다.

 

  ― 네가 달 기지의 진실을 폭로하는 데 성공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공학 반대 여론이 일어날 거다. 그러면 형님이 사면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시우는 삼촌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잠입 결심을 굳혔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 * *

 

 

  입학식이 끝나고 기숙사 방 배정이 시작되었다.

 

  2인 1실 체제인 달 학교의 기숙사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시우는 기숙사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로비에 입을 떡 벌렸다. 거대한 유리돔 밖으로 보이는 황량한 달의 대지와 캄캄한 하늘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푸른색의 지구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전 세계 검은 돈이 달 기지로 모인다더니, 사실이었나 보군.’

 

  많은 정치인이, 그리고 그들과 유착한 기업이 뒤에서 달 기지를 후원한다는 소문이 많았다. 아무리 윤리 문제를 들고 일어서도 유전자 공학은 현재 지구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죽어나는 것은 결국 비싼 유기농 식품 대신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뿐이었다.

 

  “201호...”

 

  시우가 201호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하아?”

 

  시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었다.

 

  “뭐야? 너희들.”

 

  시우가 잠시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남녀는 시우가 문 밖에 서 있든 얼굴을 찌푸리든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를 계속 했다.

 

  “하아...”

 

  시우가 한숨을 내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역시 그들이 키스를 하든 더 이상의 진도를 나가든 상관없었다.

 

  시우가 짐을 풀기 시작했다. 어쨌든 너무 피곤했다. 좀 자고 싶었다.

 

  시우가 방으로 들어가 수면 모드를 켜고 눈을 좀 붙이려는데, 갑자기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젠장. 비밀번호 설정 안 해놨었지.’

 

  시우가 이불을 덮어썼다. 아마도 룸메이트... 겠지만 원래 친해질 생각 같은 건 없었고, 아까 일을 생각하면 딱 봐도 예의라고는 밥 말아 먹은 놈 같은데, 말을 섞어봐야 피곤하기만 할 것 같았다.

 

  “1등. 일어나 봐.”

 

  그런데 상대방은 정말이지 무례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예의를 차리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와 자고 있는 사람을 두들겨 깨우다니, 이 무슨 상식 없는 놈이지?

 

  “너 안자는 거 다 알아. 일어나보라고.”

 

  시우는 이불을 붙잡고 버텨보았지만 놈은 포기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불을 잡아끌고 큰 소리를 내며 계속 귀찮게 굴었다.

 

  결국 먼저 항복한 건 시우였다.

 

  “뭐야?”

 

  시우가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떴다. 아까 키스를 하던... 남자, 가 보였다.

 

  “뭐긴. 인사해야지. 앞으로 1년 동안 같이 살 건데.”

 

  옅은 갈색머리의 남자는 딱 봐도 미남이었다. 콧날이 높고 눈썹이 짙은 것이, 아마도 이름이 알렉스거나 로드리게즈거나 하는 느낌의... 하긴 그러니까 입학 첫날부터 여자가 붙어서 방까지 따라왔겠지. 시우는 잘생긴 남자가 별로인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뻔뻔하고 빙글거리는 타입은 정말이지 별로라고 생각했다.

 

  “안녕. 나 알렉스 로드리게즈다.”

  “푸하!”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알렉스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 이름이 그렇게 웃기냐?” 하고 물어왔다. 시우가 한 손을 내저으며 계속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알렉스가 말했다.

 

  “아까는 미안. 그 여자애가 하도 안 떨어져서.”

  “하... 실례라고 생각하긴 하나 보지?”

  “생각은 하지.”

  “엄청 의외네.”

 

  시우가 지지 않자 알렉스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쨌든 1등, 1년 동안 잘 지내보자.”

  “그렇게 부르는 거 그만둬.”

  “왜? 자랑스러운 1등이잖아. 전 세계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이는 이 우주과학영재학교에서 1등으로 입학했으면 3년 내내 그렇게 불릴 만 한데.”

 

  3년이라.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있지도 않을 거다.

 

  “끔찍하군...”

 

  시우가 한숨을 내쉬자 알렉스가 푸하하, 크게 웃었다.

 

  “농담이야. 네 이름 알아. 이시우잖아.”

  “그래. 제발 그렇게 불러줘라.”

  “알았다고, 1등.”

  “하아...”

 

  시우는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이 남자 역시, 딱히 나쁜 녀석인 것 같지는 않지만 뻔뻔하고 무례하고 시끄럽다.

 

  “이제 안면 텄으면 나갈래? 난 좀 자고 싶으니까.”

  “뭐? 무슨 잠이야? 노인네냐?”

  “됐고. 좀 나가라고.”

  “말도 안 돼. 일어나 봐. 지금 307호에서 난리가 났다고.”

  “뭐?”

 

  ‘난리’라니? 시우가 순간 뜨끔했다. 그는 ‘난리’를 일으킬 예정의 사람이라, 그런 말에 민감했다.

 

  “아까 그 여자애는 벌써 갔어. 난 일부러 너 깨우러 온 거야. 우리도 307호로 가자고.”

 

  시우가 일어났다. 그리고 알렉스와 함께 307호로 향했다.

 

 

  * * *

 

 

  307호.

 

  “야.”

 

  시우가 얼굴을 대번에 찡그렸다. 아까 키스하는 알렉스를 보았을 때보다 백배는 더 썩은 얼굴이었다.

 

  “지금 장난 치냐?”

 

  알렉스가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얼마나 크게 떴는지 그의 짙은 눈썹과 속눈썹이 맞닿을 지경이었다.

 

  “왜? 장난 아니잖아. 진짜 난리인데!”

 

  그의 말대로, 난리긴 난리였다.

 

  307호의 주인 버난자, 그러니까 아까 그 커다란 헤드셋을 차고 있던 그가, 입학식 첫날부터 파티를 연 것이었다. 최고출력으로 틀어놓은 EDM 소리가 귓가를 마구 때렸다. 버난자는 그의 아프로헤어 만큼이나 화려하게 커스터마이징한 CDJ와 믹서, 턴테이블을 돌리면서 유후, 우후, 같은 소리를 질러댔고, 좁은 방 안에 꽉 들어찬 학생들은 그가 삐까삐까하는 소리를 낼 때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마구 호응했다. 대체 술은 어디서 어떻게 들여온 거지. 다들 엄청나게 취해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난리긴 난리였다.

 

  “완전 대박이지? 어서 들어가자! 놀자구!”

 

  알렉스가 방으로 들어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아...”

 

  시우가 한숨을 푹 내쉬곤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 아, 아, 어디 가십니까, 미스터 리!

 

  시우를 발견한 버난자가 마이크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 여러분, 1등이 왔습니다! 1등이! 왔! 어! 요!

 

  “아, 진짜, 미친!”

 

  시우가 짜증을 내든 말든, 얼굴을 붉으락푸르락거리든 말든, 우주과학영재학교 기숙사의 파티는 계속되고 있었다. 돌아가려는 시우를 누군가가 붙잡아 인파 속에 밀어넣었고, 시우는 엄청난 땀 냄새가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휘말려다니면서 생각했다.

 

  ‘진짜 말도 안 돼. 바보들만 가득하잖아, 여기.’

 

  그리고 다시 한 번, 굳게굳게굳게 다짐했다.

 

  ‘젠장. 얼른 폭파시켜버리고 말 테다. 진짜,’

 

  파티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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